알아가며(자료)

<강세황 행초 표암유채>를 통해 드러난 ‘죽청지’의 비밀

Gijuzzang Dream 2011. 1. 14. 23:42

 

 

 

 

 

 

 

 

 

 

 

‘강세황 행초 표암유채(姜世晃行草豹菴遺彩)보물1680호(경기도박물관 소장)

 

강세황(姜世晃1713~1791)은 조선후기 영정조 연간의 문인이자 서예가이며

뛰어난 감식안을 가진 서화 평론가로서 시서화 삼절(三絶)로 잘 알려진 예술가다.

당대 최고의 화원이었던 김홍도, 신위 등도 그의 제자들이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학문과 장수를 누렸으며, 할아버지 강백년, 아버지 강현)에 이어 자신까지

3대가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감으로써 이른바 '삼세기영지'家로 칭송받았다.

보물로 지정된 표암유채는 글 끝에 경술년(1790년) 겨울에 썼다는 기록으로 보아

1791년 1월23일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1~3개월 전 작품으로 추정된다.

서첩의 구성은 모두 13장 26면에 규격은 54.7×31.5㎝로

일반 서첩류 보다 월등히 크고, 글자의 크기도 커서 큰 글자는 자경이 15cm에 이른다.

서체는 송나라 양시(楊時) 등의 칠언시를 유려한 행초로 쓰고 발문을 적었다.

 

말미에 우리나라 남쪽에서 생산되는 죽청지(竹淸紙)에 관한 기록은

조선후기 18세기 말의 종이에 관한 소중한 기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종이의 이름은 죽청지(竹淸紙)로 우리나라 남쪽 고을에서 나니

비문을 쓰는 자는 반드시 이것을 구해 그 매끈하고 얇은 바탕에 쓰네…”라는

내용에 대해 종이의 재료를 실제로 언급한 매우 드문 사례로,

18세기 말 종이에 관한 소중한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오늘날 강세황(姜世晃)의 필적으로 서첩ㆍ간찰ㆍ병풍 등이 다양하게 전하지만,

이 서첩처럼 연대와 내력이 분명한 예는 드물다.

더욱이 이 서첩은 그의 기년작 가운데 가장 말년에 해당하는 절필(折筆)로서

강세황 특유의 완숙한 서풍을 보여준다.

 

 

 

 

 <강세황 행초 표암유채(姜世晃行草豹菴遺彩)>를 통해 드러난 ‘죽청지’의 비밀

 

 

죽청지(竹靑紙).

 

죽청지(竹靑紙) — 대나무 속껍질처럼희고 얇은 데서 나온 명칭으로

                           대나무의 푸른 빛이 도는 얇고 질긴 품질좋은 한지(韓紙)이다.

 

 

2010년 10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680호로 지정된

경기도박물관 소장 ‘강세황 행초 표암유채(姜世晃 行草 豹菴遺彩)’에 적혀있는 종이의 이름이다.

 

 

此紙名竹靑紙出    이 종이의 이름은 죽청지

於我東之南邑凡    우리나라 남쪽 고을에서 나니

寫碑文者必求是    무릇 비문을 쓰는 자는 반드시 이것을 구해

紙以其緊薄而便    그 매끈하고 얇은 바탕에 편히 쓰고 새기네  

 

 

내용을 자세하게 풀이하여 보면,

바로 이 글을 쓴 종이에 대한 명칭을 ‘죽청지’라 정확하게 언급하고 있으며,

그 생산지와 용도, 특징까지도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나『임원경제지』등의 문헌에는

종이의 특성에 따라 명칭을 다양하게 구분하여 적고 있으나,

이처럼 글을 적은 종이에 대하여 상세하게 풀어쓴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강세황 행초 표암유채』는 18세기 말 종이에 관한 기록으로써도 그 가치가 높으며,

이 서첩의 바탕지에 대한 분석은 실제 유물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종이의 한 종류인 ‘죽청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분석결과 『강세황 행초 표암유채』의 종이의 두께는 평균 0.143mm, 촉수는 23촉이었으며,

현미경 관찰을 통해 밀도가 높으며 섬유의 길이가 긴 닥지의 고유한 특성을 보임에 따라

매우 도침이 잘 된 닥종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도침(搗砧)'이란 우리나라 한지의 고유한 제작 공정으로

종이에 소량의 수분을 주어 두드려주는 작업을 말하는데,

도침작업을 통해 종이 섬유와 섬유사이의 빈 공간을 없애줌으로서 밀도가 높아지게 되고 질겨지며,

종이의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을 띠게 된다.

먹이 번지지 않고 필획의 움직임이 그대로 나타나 가는 삐침 획까지도 예리하게 드러나는

『강세황 행초 표암유채』의 글씨, 그 비밀은 바로 우수한 우리 닥종이인 ‘죽청지’에 있었다. 

- 이영은 경기도박물관학예연구사

 

 

 

 

 

*** 한지의 종류

색채에 따른 분류

운화지(雲花紙)

강원도 평강에서 나는 백색 닥종이로,

구름과 같이 희다는 데서 유래

죽청지(竹靑紙)

대나무 속껍질처럼 희고 얇은데서 나온 명칭

황지(黃紙)

고정지 또는 그와 같이 누런 빛깔의 종이

 

원료에 따른 분류

고정지(藁精紙)

구리짚을 원료로 만든 종이

등지(藤紙)

등나무를 원료로 만든 종이

마골지(麻骨紙)

마의 대를 잘게 부숴 섞어 만든 종이

마분지(馬糞紙)

짚을 잘게 부숴 섞어 만든 종이

분백지(粉白紙)

분을 먹인 흰 종이

상지(桑紙)

뽕나무 껍질을 섞어 만든 종이

송엽지(松葉紙)

솔잎을 잘게 부숴 섞어 만든 종이

송피지(松皮紙)

닥나무에 소나무 속껍질을 섞어 만든 종이

유목지(柳木紙)

버드나무를 잘게 부숴 섞어 만든 종이

유엽지(柳葉紙)

버드나무 잎을 섞어 만든 종이

태장지(苔壯紙)

털과 같이 가는 해초를 섞어 만든 종이

태지(苔紙)

이끼를 섞어 만든 종이

황마지(黃麻紙)

황마를 섞어 만든 종이

백면지(白綿紙)

다른 원료와 목화를 섞어 만든 종이

 

용도에 따른 분류

간지(簡紙)

편지 등에 쓰이는 두루마리 종이

갑의지(甲衣紙)

병졸들이 겨울옷 속에 솜 대신 넣었던 종이

관교지(官敎紙)

나라, 관아에서 교지를 내릴 때 썼던 종이

도배지(塗褙紙)

도배용으로 썼던 종이

배접지(褙接紙)

화선지 등 종이 뒷면에 붙여 썼던 종이

봉물지(封物紙)

봉물에 썼던 종이

상소지(上疏紙)

상소를 올릴 때 썼던 종이

선자지(扇子紙)

부채를 만드는데 쓰는 종이

소지(燒紙)

신에게 소원을 빌 때 태워 올리는 종이

시전지(詩箋紙)

한시를 썼던 종이

시지(試紙)

과거시험 칠 때 썼던 종이

장판지(壯版紙)

방바닥을 바르는 종이

저주지(楮注紙)

주화를 만들었던 종이

족보지(族譜紙)

족보를 만들 때 썼던 종이

주유지(注油紙)

양산을 만드는데 썼던 종이

창호지(窓戶紙)

문을 바르는 종이

책지(冊紙)

책을 만드는데 썼던 종이

표지(表紙)

책의 표지로 썼던 종이

피지(皮紙)

피닥지로 만든 질이 낮은 종이

화본지(畵本紙)

글체의 본을 썼던 종이

화선지(畵宣紙)

그림이나 글을 썼던 종이

혼서지(婚書紙)

혼서를 썼던 종이

 

크기에 따른 분류

장지(壯紙)

좁고 짧은 종이

대호지(大好紙)

품질이 그리 좋지 않은 넓고 긴 종이

대발지

2尺×3尺7寸의 대발로 뜬 종이

중발지

1尺9寸×3尺3寸의 중발로 뜬 종이

소발지

1尺7寸×3尺의 소발로 뜬 종이

 

두께에 따른 분류

각지(角紙)

가장 두꺼운 종이

강갱지

넓고 두꺼운 종이

삼첩지(三疊紙)

백지보다 두껍고 장황이 크고 누런 종이

선익지

두께가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