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오지호 - 남향집

Gijuzzang Dream 2009. 7. 30. 20:26

 

 

 

오지호

 

예술이란 신이 만든 자연을 토대로 만들어낸 또다른 창조라는 의미에서 볼 때,

화가에게 있어 자연은 매우 의미있는 존재이다.

1910년을 전후해 유화라는 새로운 장르의 예술이 이 땅에 들어오면서

우리 화단은 한국의 풍광과 자연을 바탕으로 하는 회화예술을 구현할 수 있었다.

 

 

  

서구 인상주의 이론을 한국의 빛과 자연에 반영하다


이런 사실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있어 매우 뜻 깊은 일이다.

당시 몇몇 작가들이 한국적 자연을 바탕으로 한 유화수용과 서구의 인상파적 표현기법을 도입하였지만,

그들 중 이러한 미술사조에 관해 가장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작가는 오지호였다.

그 점에 있어서 화가 오지호의 존재 의미와 조형세계는 특별한 중요성을 띄고 있다.

 

한국의 풍취를 우리만의 빛과 색채를 통해서 그려낸 화가로 평가받는 오지호는

1905년 12월24일(음력) 전남 화순의 잿등 오씨 집안의 선비 오재영과 그의 처 김선군 사이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휘문고보 3학년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로 일컬어지는 나혜석의 유화 작품을 보고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처음 고려미술회에 들어가 데생 공부를 시작했다.

여기서 화가 김주경, 김용준 등과 만났고 미술에 대한 기초적 조형능력을 연마하며 우정을 쌓아갔다.

 

그러나 서구 미술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던 오지호는 1925년 휘문고보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미술학교에 지원한다.

1년간 가와바타 미술학교(川端畵學敎)에 들어가 재수를 한 후, 이듬해 동경미술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동경미술학교에 입학한 오지호는 3학년 때 인상파에 대해 알게 된 후,

색채를 통한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지속적인 작업에 몰두했다.

평소 “그늘에도 빛이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그늘이 빛이 가려진 것이 아니라 빛이 변화된 것”이라는 인상주의 철학을 주창하여

인상주의 이론을 한국의 빛과 자연에 반영해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을 추구했다.

 

 

초가집을 과감하게 절단시킨 구도와 원색의 터치


작품 <남향집>은 오지호의 인상파적 시각이 잘 나타난 대표적 그림으로

나무와 돌축대의 그림자 부분이 청색과 보라로 처리된 것에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림 속 초가집은 작가가 광복 전까지 살았던 개성에 있는 집으로,

문을 열고 나오는 소녀는 작가의 둘째 딸이고,

담 밑에서 졸고 있는 흰 개는 그의 애견 ‘삽살이’라고 생전에 증언한 바가 있다.

 

색채로 표현된 그늘, 맑은 공기와 투명한 빛으로 인한 밝고 명랑한 색조 및 자연미의 재인식은

프랑스 인상주의 미학과 공통되는 것이다.

대상이 되는 초가집을 과감히 좌우로 절단시킨 구도 방식과 원색의 터치를

태양 광선의 변화에 따라 적절히 구사한 색채 역시 전형적인 인상주의 기법이다.

한편, 작품에 보이는 청색과 노랑 등의 향토색 짙은 색채는

훗날 호남지역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색감이기도 하다.

인상주의 빛의 효과를 우리 민족의 고유한 감성으로 전이시켜

우리 자연에 맞는 방법으로 일관해 온 작가의 의지가 잘 나타나 있는 셈이다.

 

오지호의 예술세계는 1930년대를 거쳐 한국적 색채감각과 자연의 미의식으로 그 틀을 잡았고,

그 영향이 후대에까지 이어졌다.

색채에 대한 시각은 초기 서구 인상주의 경향에서

서서히  내적 정신미가 가미된 감각적 단색조의 형상주의로 이행되며,

70년대 말에는 원숙한 정신적 깊이와 한국적 서정이 심미적으로 곁들여지면서

그의 완성된 예술세계로 심화되었다.


특히 추상과 구상미술과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피카소와 현대회화론], [순수회화론], [현대회화의 근본문제] 등 오지호의 예술이론은

이론과 조형능력을 동시에 지닌 작가가 없었던 우리 화단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독보적인 것이었다.

 

오지호는 한국 유화의 이론적 틀을 완성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근현대회화사의 특별한 화가로 존재한다. 진

정으로 우리 화단에 새로운 예술혼을 불어 넣었던 것이다.

 

 

 


오지호 吳之湖 (1905. 12. 24-1982. 12. 25)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1931년 일본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서울에서 김주경 등이 주동이 된 녹향회 동인전에

참가해 사실적인 자연주의 수법의 유화를 발표했다.

1938년 자비로 출판한 [오지호ㆍ김주경 2인화집]은

국내 최초의 컬러 화집으로 인상주의 스타일이 국내화단에 정착했음을

보여주는 경우이다. 1

935년부터 10년간 밝고 투명한 색채와 가득한 빛살,

경쾌한 붓놀림의 인상주의 화법으로 한국의 자연미 표현에 주력하였다.

- 장영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미술]

 

 

 

 

 

 

 

 

 

 

 

더보기 ●<한국 근대미술 걸작전 - 근대를 묻다> 展 - 덕수궁미술관 : http://blog.daum.net/gijuzzang/8514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