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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 - 성체논의 / 파르나소스 / 성모마리아의 결혼

Gijuzzang Dream 2009. 7. 30. 12:08

 

 

 

라파엘로

 

우루비노의 라파엘로 혹은 라파엘로 산치오라고 불리웠던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3대화가이다.

그는 완벽한 구도와 이상미를 추구하여 르네상스의 장려양식을 완성시킨 화가이며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하고 사교적 성격으로 천재의 또다른 유형을 보여주는 화가이다.

 

1509년, 교황 레오 10세는 자신의 바티칸 궁에 자신의 개인 도서실을 마련하면서

4개의 벽면에 벽화를 장식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모든 문벌의 경제적 · 정치적 권력을 평정하고 교황청 중심으로 르네상스 사회를 재편한 교황은

교회의 권력자이자 이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나갈 탁월한 인문주의자로서 자신을 표현해줄

하나의 상징으로서 이 방을 만들기 원했다.

그러므로 이 방의 내용을 시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나타내어줄 벽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존재였다.

당시 젊은 나이에 벌써 명성이 자자했던 라파엘로는

이 벽화를 제작하기 위하여 피렌체에서 로마로 입성하였다.

교황은 라파엘로에게 네개의 벽면에 당시 중심 철학이었던 신플라톤주의의 근간사상인 진선미를

상징하는 일반적인 주제였던 신학, 법, 철학, 예술을 주제로 벽화를 제작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그림은 1509년 초엽에 시작한 바티칸 서명실의 첫번째 벽화이며 신학을 나타낸 그림이다.

 

출입구에서 왼쪽 벽에 그려졌다.

디스푸타는 본래 주된 기독교 미술 주제 중의 하나이며 원뜻은 ‘논의’지만

기독교 미술에서는 ‘성찬(성체)’, ‘무구수태’, ‘삼위일체’ 등 중요한 신학상의 문제를 논하는

성직자, 성인, 교부 등의 집회도를 일컽는다.

 

라파엘로의 이 벽화의 정확한 명칭은 <성체논의(Disputa del Sacrameuto)>이며

밑변이 약 800㎝의 반원형 구도이다.

 

화면은 상하 2단으로 구분된 구성을 보이며

하부의 중심인 제단 위의 성체합이 구도의 촛점이 되어 넓은 공간의 깊이와 거리를 알려주고 있다.

상하 2단의 구분은 하늘과 땅, 영과 육을 각기 상징하고 있지만,

그 결합은 라파엘로의 창조적인 화면 구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화면 중심의 성체합이 기점이 되어 직선적으로 윗부분의 성신, 성자, 성부와 연결되어

화면을 좌우로 양분하고 있다.

이 선을 중심으로 천상에는 천사와 구약성서의 여러 인물들과 신약성서의 사도, 그리고 성인들이

좌우로 반원형을 형성하며 자리를 잡고 있으며,

지상에는 교회의 승리를 상징하는 역사상의 인물들이

여러 자세와 장면을 보이며 좌우로 자리잡고 있다.

 

 

 

 

이 장면의 구상은 무대 장식적이며 또한 극적이다.

종교적인 장중함과 의식적인 성격을 가지는 이 장면은 라파엘로에 의해

마치 교회의 이상적인 종교 회의인양 그려졌고, 여기서 신과 인간의 구성원은

교리의 승인과 논쟁을 위해 모인 동시에 미사의 상징적인 제전으로 의미된다.

단 위 성체는 이 회의에서 발산되는 모든 에너지의 중심 물질이며

이것을 중심으로 화면 안의 모든 존재가 촛점을 모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체 위의 양쪽의 인간 논쟁자와 성스런 증인들이 배치되어

아치형 벽의 모양에 대해 그림의 깊이를 확대시키는 반원이 웅대하게 나타나며

화면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는 천사들이 만드는 또다른 작은 반원이 있다.


이 반원들의 수직 연속은 어떤 의미로 만들어진 것일까?

인물들로 가득한 각 반원의 연속은 반돔과 같은 교회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러므로 라파엘로는 인물들로 하나의 교회를 지은 것이며

이 인물의 교회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건축물보다 완전하고 아름답다.

왜냐하면 이것은 벽돌이 아니라 성

인들과 예언자, 12제자와 가장 현명한 신의 신학자들을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라파엘로는 내용과 형식적인 면에서 신에게 바쳐진 인간이 만든 모든 건축물과 그림 가운데

가장 이상적이며 아름다운 교회를 완성한 것이다.

 

 

 

 

 

 

 

 

파르나소스

 

라파엘로가 1510년에 작업한 <파르나소스>는 밑변이 약 670㎝인 프레스코 벽화이다.

르네상스 시대 교황 레오 10세의 서명실 벽화로서 다루어졌던

네 가지 주제인 철학, 신학, 예술, 법 중에서 예술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라파엘로가 주어진 건축물의 물리적인 상황과 자신의 회화적 상상력을

얼마나 조화롭게 잘 소화해 내었는지를 볼 수 있다.

이 벽화 아랫부분에는 큰 창문이 나 있으므로 직사각형의 화면구성은 불가능했다. 


결국 벽화는 불규칙한 아치형 형태가 되어버렸고  이것 때문에  고심했던 라파엘로는

이 억지로 밀어 넣어진 창문의 윗부분에 오히려 그런 불리한 조건을 반전시키며

화면위로 튀어나온  부분에다 파르나소스라는 언덕을 지어버렸다.

그는 중세의 그리스도교 중심의 세계관에서 탈피하여

고대에 대한 관심이 부활한 르네상스 시대에 걸맞게 예술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아폴론의 파르나소스를 상상하였다.

 

신을 찬양하는 <성체논의>가 진지한 열성을 불러일으킨다면

이 <파르나소스>는 고대 시인의 시각에서 분위기를 재창출한 것처럼

더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본디 파르나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영지이며 그리스인들의 성스러운 산이다.

이 산의 기슭에 유명한 아폴론의 신탁인 델포이가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라파엘로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음악과 시를 상징하는 아폴론 신이 중심이 되어

시의 여신과 고금의 시인들을 보여주는 무대의 세계를 형상화하였다.

 

 

  

 

화면 중앙이 파르나소스산의 정상이고, 월계수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배경으로 아폴론이 비올라를 켜며 앉아 있다. 아폴론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는

고대로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대표 시인 호메로스, 비르기리우스, 보카치오, 단테 등이 있다.

이 시인들은 고대주의와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의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벽면의 공간적 조건에 맞추어 라파엘로는 화면 구성을 좌우 대칭으로 이루어 주고

중앙을 고지화하였다. 따라서 상부중심을 기점으로 화면은 좌우로 분할되며, 넓은 전개를 보여준다.

 

우리는 여기에서  라파엘로 특유의 온유한 색조와 부드러운 동세를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인물들의 자세로 인해 다이나믹한 화면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라파엘로의 가장 세련된 화법으로 인해 

고대적 이미지에서 당시 현대였던 르네상스의 심미적 미로 재조합되어 창조되었다.

 

 

 

 

파르나소스의 인물들의 의복과 악세사리는

라파엘로가 고대 그리스, 로마 양식을 충실히 연구하여 재창조 해낸 것이며

그들의 자세와 움직임의 엄숙한 위엄과 형태는 그들의 고전주의적 특성을 나타내어 준다.

이 인물들의 모양 하나 하나는 독자적으로 완벽하며 전형적으로 고전주의적 아름다움을 가진다.

특히, 왼쪽 화면의 아름다운 사포는 이 장중한 인물 스타일을 요약하는데,

그녀는 숨은 힘과 풍부한 에너지를 가진 결점없는 고전주의적 인물형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녀의 몸은 풍부하게 곡선화되어 있는 자세로 리듬의 우아한 연속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의 정열적인 여류시인 사포를 구성함으로서 고대의 환생적 의도를 드러내고

또 외면적으로는 다루기 힘들게 주어진 벽의 모양을 반감시켰다.

사포에서 비롯된 이 시인들의 인물군의 움직임은 삼삼오오의 소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이 화면의 오른쪽과 왼쪽의 인물들은 우리들이 실제로 바라보는 공간과

그들의 이상적인 영역을 연결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오른쪽의 늙은 시인은 그의 움직임과 방향과 모습에서 그리고 나이, 성별에서 사포와는 반대된다.

즉 사포가 현실 너머로 우리를 인도하여 아폴론과 뮤즈들의 아름다운 예술세계를 탐닉하게 할 때

그는 굵은 주름이 진 얼굴로 우리를 다시 현실로 이끄는것이다.

 

 

 

  

 

 

 

 

라파엘로

 

“하늘은 때로 대개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고귀한 재능과 무한한 부를

한 사람에게 모두 부여하는 관대함을 보이기도 하는데,

우르비노 출신의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1568년 조르지오 바사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사열전에서

이와 같은 문구로 라파엘로의 전기를 시작했다.

 

예술가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라파엘로는

고전의 신화를 소생시키고자하는 열망이 팽배했던 시대의 상징으로

페루지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화풍을 적절하게 흡수하여

르네상스의 미술을 완성단계로 이끌었다.

 

<성모 마리아의 결혼(1504)>은

그가 수련 기간 동안 그린 마지막 작품으로 시타 디 카스텔로(Città di Castello)의 산프란체스코 교회에

있는 산주세페 예배당의 패널화로 제작되었다.

원근법과 안정감 있는 구도, 조화로운 색감을 통해 평온한 감흥을 일으키는 이 작품의 특징적 요소는

페루지아의 두오모를 위해 그려졌던 페루지노의 제단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아치들이 반복되어 있는 신전의 둥근 열주는 화면에 운동감을 부여하며,

반원형태로 배치된 전경의 인물들에서도 반복되어 화면에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갓 스물을 넘은 젊은이였던 라파엘로는

대담하게 화면 속 신전의 중앙 아치 위에 RAPHAEL URBINAS MDIIII라는 서명과 날짜를 적어넣었으며,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16~1492)풍으로 인물과 공간과 건축을 조화롭게 연출함으로써

이미 스승을 능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승 페루지노가 1500-1054년에 그린 <성모의 결혼>과 비교해보면,

라파엘로는 페루지노보다 공간을 더 잘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신전은 페루지노의 작품에서보다 계단이 더 많은 기단 위에 세워져 있고

인물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더 크게 보인다.

뿐만 아니라 두 작품 속에는 같은 수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라파엘로가 페루지노 보다 공간과 인물을 더 조화롭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셉은 중앙에 사제를 두고 마리아에게 반지를 끼워주기 위해 나서고 있는 반면

마리아는 소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데,

요셉이 들고 있는 나무 끝에는 백합 꽃이 피어 있어 그가 마리아의 짝임을 상징한다.

다른 남성들은 절망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고 특히 앞의 남자는 막대기를 부러뜨리고 있다.

사이의 간격은 스승의 작품에서보다 여유로운 공간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서 있는 사제와 손이 닿기 전에 뻗쳐져 있는 그들의 팔은 우아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인물들 뒤에 기하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길을 통해서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후경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전경의 인물들의 반원구도는 신전 열주의 반원과 연결되면서, 화면전체에 원형의 운동감을 주고 있다.

  

 

 

 

배경에 보이는 건축물도 눈길을 끄는 요소이다.

라파엘로와 페루지노가 이 작품들을 제작할 때

그들이 과연 브라만테(1444~1514)의 <템피에토(1502)>를 알고 있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브라만테처럼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코의 패널화 <이상 도시>는 분명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설계된 도시 공간에 대한 초기 르네상스의 관심을 보여주는 <이상 도시>가

균형있고 뛰어난 조화를 이루면서도 건축물의 육중한 부피감을 결여하고 있는데 반해

브라만테는 이것을 재발견하였으며

라파엘로는 그 영향을 받으며 건축을 연구하고 영향을 받아 한걸음 나아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전성기 르네상스 고전주의 미술을 완성의 단계에 끌어올렸던 라파엘로 특유의 평온함과 우아함

그리고 개방적인 공간 처리, 짜임새 있는 구도 균형감각, 통일감, 인격이상이 달성된

이상적 인물표현을 통해 지나침없이 절제되고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강수정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1997년 '세계일보 명작산책' 원고 중)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