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요하네스 베르메르 - 우유를 따르는 여인

Gijuzzang Dream 2009. 7. 30. 19:37

 

 

요하네스 베르메르

요하네스 베르메르 (Jan Vermeer van Delft) - The Kitchen Maid (Milkmaid)

c. 1658 ; Oil on canvas, 45.5x41cm ; Rijksmuseum, Amsterdam

 

 

미술사에 등장하는 숱한 거장들 중에는 일반 대중들의 관심은 그다지 끌지 못하면서도

유독 전문가들에게 인기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크, 로코코의 화려한 조명 뒤켠에서 진흙 속의 진주처럼 반짝이는 인물,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는 그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동시대의 다른 거장들 즉, 루벤스와 같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는 물론이고

평생을 우울한 고독 속에서 살아갔던 렘브란트조차도

그럭저럭 구색을 갖춘 일대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반해

베르메르의 일생은 불확실한 의문, 추측의 베일에 철저히 가려져 있다.

 

베르메르 연구로 유명한 파스칼 보나푸조차도

결국 이 작가의 전기는 단 두 단어 “베르메르는 그렸다” 외에는 쓸 것이 없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이런 사정은 화가 자신이 일생을 통틀어 그다지 많은 수의 작품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작품들 거의 전부가 20호를 넘기지 않는 소품들이었으므로

세간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다소 부족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보면

그의 과작(寡作)이 결코 예술가의 게으름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스케치북보다도 작은 캔버스 안에 구현해 놓은 작은 우주를 보라.

창으로 스며들어오는 신선한 새벽 빛이 어느 농가의 부엌을 조금씩 밝혀주고 있는 중에

가사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의 아낙이 매일 반복되는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체의 흐트러짐이나 망설임 없이 확고하게 행해지는 의식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엄숙한 긴장감은 화면을 반으로 가르는 빛과 어둠의 절묘한 대비를 통해 배가되고

회칠한 벽, 탁자 전면의 부스러기가 묻어날 듯한 빵조각들과 금속주전자, 흙으로 구운 우유항아리

그리고 아낙의 의복 등 화면 구성요소들의 질감 대비에 이르러 최고조에 다다른다.

심지어 벽에 남은 못자국을 묘사해 놓은 곳에까지 시선을 돌아가면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에 쏟은 베르메르의 노력과 장인다운 치밀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바늘 하나 꽂을 틈이 없는 섬세하면서도 확고한 구성과

그 위를 뛰노는 베르메르의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을 통해

우리는 이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면이

대우주의 장엄함과 정밀함으로 승화되는 신비한 의식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 (1632-1675)

네덜란드 델프트 출신의 화가로 생애에 대해서는 자세한 것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17~18세기 플랑드르 지역에서 많이 그려졌던 장르화의 대가로 꼽힌다.

맑고 부드러운 빛과 색깔의 조화로 일상 속의 조용한 정취와 정밀함이 넘치는 그림을 그렸다.

특히 베르메르의 작품은 실내의 고요한 풍경을 그린 것이 대부분으로

지금까지 전해지는 그림은 40여 점 밖에 되지 않는다.

두 세기 동안 거의 잊혀졌다가 19세기에 들어와 재발견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델프트 풍경], [진주 귀걸이 소녀], [레이스 만드는 여자] 등이 있다.

 

- 임대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 세계일보 명작순례, 1997. 7.28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미술]

 

 

 

 

 

 

 

 

 

 

요하네스 베르메르(네덜란드어 : Johannes Vermeer 또는 Jan Vermeer)

동시대의 다른 화가가 그림 속 꽃병이나 새 등을 통해 ‘사랑’이니 ‘성’과 같은

상징적 의미의 소도구를 즐겨 그렸던 것에 비해 베르메르는 그런 종류의 메시지를 완전히 배제했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고요함이 넘친다.

The Kitchen Maid 는 두개의 사선으로 이루어져있다. 두 선은 여성의 오른 손목에서 만나게 된다.

이러한 의도된 기법으로 인해 베르메르는

사람들의 시선을 우유를 따르는 여성의 행동에 고정시킨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은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기본색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색의 대비와

생생한 공간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베르메르는 여성의 주위에 다양한 물건들을 배열했으며, 여러 덧칠로 그림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빛의 효과가 탁월하며, 가장 섬세하고 뛰어난 방식으로 빛을 처리하였다.

빛의 처리시 임파스토기법(유화를 두껍게 겹쳐 바르는 기법)을 사용했다.

베르메르는 이 그림에서 빛과 그림자의 역할을 충분히 살린다.

손위에 떨어지는 빛, 흰 벽에 나타나는 실루엣 그림자, 벽에 박힌 못의 그림자 등이

빛과 그림자를 나타낸다.

 

무심히 보면 자연스런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우유를 따르는 여인>의 테이블의 뒤쪽(화면 안쪽)으로 갈수록 넓어져 조금 어색한 느낌을 준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원근법을 정확하게 적용한 테이블의 모습을 수정해 보았더니

놀랍게도 우유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또한 오른쪽 구석에 있는 바구니는 조사 결과 베르메르가 그렸다가 지워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덧칠로 실제의 페인팅에서는 보이지 않는 바느질 바구니가 적외선 감식으로 밝혀진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다른 화가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전부 드러내기 위해

과잉된 그림을 그렸지만, 베르메르는 자신이 추구하는 회화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재능만을 조절하며 사용할 줄 알았던 화가였다.

 

 

베르메르가 살았던 17세기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오다 독립한 나라였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군주제가 아니었다.

왕족도 귀족도 없었기 때문에 시민계층이 사회의 주역이었다.

또한 가톨릭을 강요하던 스페인의 압제에 시달린 탓에 프로테스탄트를 국교로 삼았다.

이런 현실은 귀족이나 교회를 후원자로 두는 유럽의 화가들과 대조적인 현실로

베르메르는 자연스레 사회의 기반이 되는 시민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던 것이다.

-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한길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