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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연재자료)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5. 장비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④

Gijuzzang Dream 2008. 9. 26. 00:21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5)

 

 장비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④

 

발효주에는 과실주와 누룩으로 만든 것이 있는데 이중에서 장비가 과실주를 마셨을 리는 만무하다.

천하의 술꾼인 장비가 매우 단 맛이 나는 과실주를 마셨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장비가 누룩으로 만든 발효주를 마셨다고 생각하고 그가 마신 술의 양을 계산해 본다.


체구와 주량

유비의 키는 150~172Cm,

관우의 키는 180~207Cm,

장비의 키는 160~184Cm로 추정된다. 

우선 장비의 체구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는데

도원결의를 한 3형제 중 유비는 7척 5치, 관우는 9척,

장비는 8척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현재의 척당 30.3로 하면 그야말로 거인으로 

과거 중국의 국가대표농구선수였던 목철주의 키가

240, 세계의 거인이라고 불려도 250를 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과장이 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 수치를 당대의 자(尺)로 인식되는

20~22로 계산하면

유비는 150~172, 관우는 180~207.

장비는 160~184이다.

 

장비는 당대의 장수 가운데에서도 기골이 장대한 것으로 나오니 몸무게를 90 정도로 추산하자.

장비의 키로 이보다 더 많은 체중을 갖고 있다면

그가 전투에서 말을 타고 날렵하게 싸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한 수치이다.

일반적으로 50킬로그램 정도의 성인의 몸속에는 약 4(3.8ℓ)의 피가 있으므로

이를 장비의 몸에 단순히 대입한다면 약 7.2(6.8ℓ) 정도의 피가 있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혈중농도 0.5%이면 깊은 혼수상태에 들어가고,

0.6%에는 심장마비나 호흡중지로 사망하게 된다.

장비가 워낙 강골이고 술에 관한 한 타인의 주량을 초월한다고 하더라도

0.5이상 마셨다면 혼수상태에 빠졌을 것이므로

그 몸으로 그가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장비의 몸속에 최대 0.5%의 알코올이 들어있다고 계산하면

그는 최대 6,800cc x 0.005 = 34cc의 알코올까지 몸에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현재 시판되고 있는 발효주로 계산한다면 다음과 같다.

술 병에 알코올 표시로 맥주의 경우 4.5%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100cc에 4.5g의 알코올이 있다는 뜻이다.

① 맥주(4.5%) : 756cc
② 막걸리(6%) : 567cc
③ 포도주(11%) : 306cc
④ 청주(12%) : 283cc

위의 계산을 보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적은 양으로 인간이 혼수상태에 빠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비가 포도주 반 병, 막걸리 한 병 정도 마시고 혼수상태에 들어갈 정도라면

무언가 이 수치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인간의 간이라는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체력에 따라 다르지만 건강한 인간의 간은 1시간에 8~10g의 알코올을 분해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다소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장비를 혼수상태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앞의 숫자에서 10g을 더하면 된다. 즉 34cc가 아니라 44cc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막걸리 등 부피와 무게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동일하게 계산했다.

이 경우 숫자는 다음과 같다.

① 맥주(4.5%) : 978cc
② 막걸리(6%) : 734cc
③ 포도주(11%) : 466cc
④ 청주(12%) : 366cc

위의 양 역시 매우 적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감안해야 할 것이 있다. 

장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 8~10g씩을 10시간 계속 나누어서 마신다면

몸 속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시간 동안 10g씩 천천히 마셨다면 총 100g을 마셔도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위에 설명한 각 술의 용량에 2.94배를 곱한 양을 마셔도 무방하다는 것으로

장비의 경우 맥주 2.2ℓ, 청주 0.83ℓ 정도가 된다.

그러나 이 계산은 혈중 농도만으로 계산한 수치로 알코올은 혈액뿐 아니라

체내 전체에 균등하게 분포되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이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술에 취한다는 것은 술 마시는 시간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술 마시는 분위기 역시 큰 역할을 한다.

사마천의『사기』<골계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전국시대 초엽, 제나라 위왕(威王) 때 초(楚)나라의 침략을 받은 위왕은

순우곤을 조(趙)나라에 보내 원군을 청하게 했다.

이윽고 순우곤이 10만의 원군을 이끌고 오자 초나라는 야밤을 타서 철수했다.

순우곤의 역할로 전화를 모면하게 된 위왕은 크게 기뻐하며 주연을 베풀고 순우곤에게 물었다.

“그대는 얼마나 마시면 취하는고?”
“신은 한 되를 마셔도 취하고 한 말을 마셔도 취합니다.”
“한 되를 마셔도 취하는 사람이 어찌 한 말을 마실 수 있겠는가?”
“경우에 따라 주량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만약 고관대작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마신다면 두려워서 한 되도 못 마시고 취할 것이며

또한 근엄한 친척 어른들을 모시고 마신다면 자주 일어나서 술잔을 권해야 하므로

두 되도 못 마시고 취할 겁니다. 
반면에 옛 벗을 만나 회포를 풀면서 마신다면 그땐 대여섯 되를 마실 수 있습니다.

동네 남녀들이 어울려 쌍륙(雙六, 주사위 놀이)이나 투호(投壺, 화살을 던져 병 속에 넣는 놀이)를

하면서 마신다면 그땐 여덟 되쯤 마시면 취기가 두서너 번 돌 것입니다.

그리고 해가 지고 나서 취흥이 일어 남녀가 무릎을 맞대고 신발이 뒤섞이며

술잔과 접시가 마치 이리에게 깔렸던 풀처럼 어지럽게 흩어지고 집 안에 등불이 꺼질 무렵,

안주인이 손님들을 돌려보낸 뒤 신(臣) 곁에서 엷은 속적삼의 옷깃을 헤칠 때 색정적인 향내가

감돈다면 그땐 한 말이라도 마실 수 있습니다.”

원래 이 말은 ‘배반낭자(杯盤狼藉)’라는 고사성어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순우곤이 주색을 좋아하는 위왕에게

“술이 극에 달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픈 일이 생기므로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간언할 때 삽입된 것이다.

즉 배반낭자는 너무 어지럽게 술을 마시다가 난잡한 상황이 된다는 것으로

지나친 술자리에 대한 경고의 뜻을 갖고 있다.

순우곤의 경고를 들은 위왕은 이후 철야로 주연을 베푸는 것을 삼갔다고 하며

순우곤을 제후의 주객(主客, 외국사신을 접대하는 관리의 우두머리)으로 삼아

왕실의 주연이 있을 때는 꼭 곁에 두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술이 취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오래 술을 마시던 분위기에 좌우되어 경각심을 갖든 안 갖든 혈중에 알코올의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천하의 장사인 장비에게 그야말로 코끼리에게 비스킷을 주는 것으로 비치겠지만

문제는 위에 적시된 술만 마셔도 매우 취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거구의 몸집을 자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작은 잔으로 맥주 한 잔 마셨는데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은 물론 구토까지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까닭은 알코올이 혈관신경을 자극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실제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한국음주문화연대>에서 ‘술 앞에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라는 구호를 만든 것도

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까닭은

알코올이 혈관신경을 자극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실제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분해되지 않는 알코올이 문제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술을 잘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음주측정결과를 보면 극단적으로 알 수 있다.

같은 술을 마시고 음주 여부를 측정할 때 혈중농도가 어느 사람은 많이 나오고

어느 사람은 적게 나온다. 심지어는 알코올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음주측정기의 성능을 믿지 못하겠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술을 많이 마셔도 다른 사람보다 덜 취하는 사람은

알코올을 금방 산화시켜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꾸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

즉 술의 산화속도가 빠른 사람이 바로 ‘타고난' 술꾼이다.

한국 사람으로 전설적인 주당은 전 K대학교 농구팀 P감독과 천하장사를 지냈던 L선수로 알려지는데

그들의 주량은 그야말로 놀랍다. 필자가 직접 목격한 사실은 아니지만

한국 국가대표 중에서 당대에 가장 키가 큰 농구선수였던 P감독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소위 폭탄주를 돌리며 마지막에 일어나는 사람이 누군가를 가린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농구선수라 기골이 장대하지만 P감독의 주량이 알려져 있으므로

똑같은 상황에서 주량 시합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P감독과의 불공평한 폭탄주 세례의 규칙이 다소 생소롭다.

P감독이 농구선수에게 폭탄주 한 잔 씩 돌린 후에

P감독은 농구선수 모두로부터 폭탄주 한 잔 씩 받는 것이다.

한마디로 환영회에 참여한 사람이 15명이라면 15 : 1의 시합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항상 P감독이었다고 알려진다.

천하장사를 지냈던 L선수도 이와 못지않은 주량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다.

이를 보면 P감독과 L감독의 경우 다른 사람과 다른 체질을 갖고 있는 타고난 주당이라고 볼 수 있다.

과도한 음주는 몸에 좋지 않다.

(사진 이정용) 

술을 마시면 입과 식도의 점막에서 극소량이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간다.

알코올의 10∼20% 정도는 위(胃)에서 그대로 흡수된다.

부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산화효소에 의해 수소를 뺏겨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어 혈액으로 들어간다.

여성은 위의 알코올산화효소가 남성보다 훨씬 적어 술에 빨리 취한다.

또 술을 마실 때 위 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알코올 흡수가 지연돼 덜 취한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이유이다.

나머지 80% 정도는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에서도 일부는 대장에서 흡수된다.

이렇게 혈액 속에 들어간 알코올은 ‘인체의 화학공장’인 간으로 들어간다.

간에서는 알코올산화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며

이는 또 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2(알데히드탈수소효소-2(Aldehyde dehydrogenase-2 : ALDH2)에

의해 초산으로 바뀐다. 초산은 혈액을 따라 돌면서 몸 곳곳의 세포에서 탄산가스와 물로 바뀐다.

탄산가스는 허파를 통해 ‘술냄새’로 배출되고, 물은 소변이나 땀으로 빠져나간다.

분해되지 않은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는 혈액 속에서 온몸을 돌면서 온갖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우선 간의 정맥을 통해 나가서 하부대정맥을 거쳐 심장에 모인다.

심장의 혈액은 허파를 거쳐 다시 심장으로 왔다가 온몸으로 빠져나간다.

문제는 인간의 뇌로 들어간 술이다.

인간의 뇌는 많은 혈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면 뇌에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며

이 중에 하나가 술에 취하는 것이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취하는 이유는

뇌 속의 알코올이 신경세포 사이의 정보 교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몸으로 들어오면 위와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들어가 간에서 처리하는데

간의 처리 능력을 넘어선 알코올이 뇌를 비롯한 전신으로 운반된다.

인간의 뇌에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아 주는 ‘혈뇌 장벽’이라는 방어 체계가 있는데

불행하게도 알코올을 비롯한 지용성 물질은 쉽게 통과된다.

그러므로 음주속도가 분해속도를 앞지를 때에

알코올이 시냅스 연접부위를 거쳐 가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정보교환을 엉망으로 만든다.

학자들은 사람이 취할 때 먼저 대뇌에서 천천히 시작하여

소뇌와 뇌간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한다.

소뇌가 영향을 받으면 균형감을 잃고 비틀거리게 된다.

숨골(연수)에 알코올이나 아세트알데히드가 미량 침투하면

노래를 부를 때 음정과 박자를 무시하게 되고, 다량 침투하면 ‘숨을 못 쉬게’ 되는 경우도 벌어진다.

과음 뒤 숨지는 사고는 대부분 숨골의 이상 때문이다.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등 발기와 관련된 부위가 공격받으면 발기부전이 생긴다.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라이디히세포를 파괴해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동시에

성욕 감퇴, 고환 퇴화 및 위축 등을 부른다.

알코올은 뇌 외에도 온몸을 통해 번져나가 세포들을 죽이기 때문에

모주망태는 온갖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잦은 음주는 소화기에서 식도염과 위염, 이자염, 간질환을 일으킨다.

신경계에서는 치매, 중풍의 원인이 되며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특수한 질병(베르니케, 코르사코프 증후군), 소뇌 퇴행,

정신분열증, 다리 감각이상, 손저림증 등의 원인이 된다고 이정권 교수는 주의를 요했다.

참고문헌 :
『다섯 계절의 노래』, 이동식, 나눔사, 2008
「술, 肝에만 치명타? 온몸을 갉는다」, 이성주, 동아일보, 2002.11.17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빙과학자 / mystery123@korea.com

- 2008년 08월 28일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