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4)
장비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③
장비가 마신 술이 무엇인지도 관건이다.
2003년, 서안(西安)시 북문 부근에서 전한 시대의 묘지가 발견되었는데 이곳에서 발굴된 한 청동기 안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물질이 나왔다. 묘지는 이미 도굴되어 내부구조와 부장품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묘실 속에서 101개의 옥편, 측실에서 청동종(靑銅鐘) 2개와 청동기 15개가 발견되었다. 발굴 팀은 술 향기가 나는 초록색 액체를 유리 용기 안으로 옮겼는데 분량은 모두 25리터나 되었다. 한마디로 2천여 년 간 보존된 전한시대의 술이었다. 결론은 장기간 술이 보관될 수 있는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청동종의 뚜껑을 막고 있던 흙과 녹, 뚜껑을 막은 생칠이 밀폐된 환경을 만들어 술의 보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추정한다. 술은 청동종 안에 담겨져 있었으므로 청동기의 산화반응에 의해 초록색을 띄므로 술 역시 초록색을 띠게 된 것이다. 중국황주협회 회장 모조현(毛照顯)은 “술의 냄새를 맡아보니 황주(黃酒)가 틀림없다. 현대 황주에 대한 정의는 벼쌀, 조쌀 양식 등 농작물을 증류 발효 과정을 거쳐 걸러내어 생긴 것이다. 전한의 술은 이 정의에 부합하고, 보통 말하는 미주(米酒) 역시 황주의 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문헌상으로 볼 때 전한시기의 술은 대개 과일주로 발효시킨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사기』에서도 서역의 대월씨(大月氏)국에서 포도주가 나타났다고 한다. 포도주를 대표로 하는 과일주는 전한 말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일반적으로 장건이 서역을 다녀온 이후 도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일부 학자들이 기자조선의 기자(箕子) 후예가 설립한 것으로 추정하는 중산국(中山國)의 유적인 하북성(河北省) 평안(平安) 삼급현(三汲縣)에서 기원전 4세기경 중산국의 왕릉과 성터가 발견되었다. 이는 기원전 4세기경에 이미 중산국이 조· 위· 한· 연과 더불어 왕(천자)을 칭했음을 방증해주는 자료로 제시되었다. 그런데 출토품 가운데 밀폐된 술병들이 다수 나왔고, 그 안에 술이 들어 있었는데 성분을 분석한 후 곡주(穀酒)로 추정되었다. 이것은 중국에서 발견된 술중에서 가장 오래된 증거품이다. 3년 후 깨어난 사람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그 술 냄새에 3개월간이나 취할 정도라는 전설도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어떤 것은 물을 탄 후 다시 누룩을 넣기도 한다. 소위 오늘날 한국의 막걸리로 볼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포도주와 같은 과일주로 즙액을 ‘례(醴, 감주)’라고 달리 불렀다. 맛이 달콤하여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했다. 이들 술은 도수가 10도를 초과하지 않는다. 근래 중국의 대표적인 술인 증류주 즉 고량주가 아닌 발효주 근래의 막걸리와 거의 유사하다고 추정한다. 그것은 적어도『삼국지』의 주인공들이 현재 중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증류주를 마시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금나라 전까지는 과일이나 곡식으로 발효시켜 만든 발효주를 제조했지 증류주를 만들지 않았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증류주인 소주는 옛날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원나라 때부터 나타났다. 진한 술과 조를 용기에 담아서, 끓여서 증기가 오르게 하여 그릇에 떨어지는 술 방울을 받아 담는다. 상한 술은 모두 증류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것은 이 시기에 발효주뿐만 아니라 발효시킨 것을 증류하는 양조법이 개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과거에 증류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알코올 농도를 일반 고량주와 같이 40%로 한다면 알코올 농도 6%의 막걸리보다 6.7배, 알코올 농도가 4.5%인 맥주의 8.9배를 몇 말 씩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의 몸에 알코올이 많이 들어가 자제력을 잃었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0.1%는 혈액 100ml당 0.1그램의 알코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에 비례하여 우리의 뇌는 영향을 받고, 또 각기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맥주 한 컵이나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면, 혈액 내 알코올 농도는 1시간 이내에 0.02~0.03%에 달해 긴장이 완화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알코올이 몸에 좋다는 말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0.06~0.09%에 도달하면 몸의 균형이 약간 흐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고와 판단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혈중농도가 0.10~0.12%에 이르면 몸의 균형이 깨질 뿐만 아니라 올바른 판단력을 잃고 횡설수설하게 된다. 나아가 0.12~0.15%가 되면 언어구사, 사고 및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0.2%가 되면 뇌의 중추신경 기능이 상당히 떨어진다. 알코올 농도 0.3%에서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0.4%에서는 의식을 잃는다. 여기서 계속 술을 마실 경우 알코올이 축적되어 0.5%에 달하면 깊은 혼수상태에 들어가고, 0.6%에서는 심장마비나 호흡중지로 사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혈중농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교통사고, 안전사고는 물론이거니와 음주자의 건강도 깨지고 나아가 생명을 잃는다.
자동차가 세계적으로 일반에게까지 보급된 현 상황에서 음주와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음주운전이다. 술을 마시면 먼 거리의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이나 어둠속에서 물체를 가려내는 능력이 25%정도 떨어진다. 음주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은 혈중 알코올농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하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과 차이가 없으나, 0.05~0.09%가 되면 사고율이 1.2~2배 증가하며, 0.10%면 5배, 0.15%면 10배, 0.18%면 20배나 높아진다. 한국의 경우도 이에 결코 소홀하지 않다. 혈중농도 0.10이상은 형사입건 및 면허가 취소되고 0.26이상일 경우 영장이 청구되며 2년간 면허 취득 자격을 잃는다. 0.36이상은 사고유무를 불문하고 영장 청구와 더불어 면허가 취소됨은 물론이다. 음주가 이런 상태이면 타인의 생명도 위협하게 된다. 음주로 인한 치명적인 추락사고의 비율은 17~53%에 이르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0.05~0.1이면 3배, 0.1~0.15는 10배, 그 이상이면 60배 이상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추락사고 사망자의 최고 70%, 부상자의 최고 63%가 음주와 관련이 있다고 할 때 음주가 개인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인디아나주 경찰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당시에는 풍선처럼 생긴 플라스틱주머니에 숨을 불어넣었을 때 변하는 색깔의 정도를 보고 음주여부를 판독했다. 풍선 모양의 주머니 안에는 중크롬산칼륨과 유산을 실리카겔에 흡착시킨 물질이 들어있었다. 측정대상자가 숨을 불어넣으면 그 숨에 포함되어 있는 알코올이 산화되면서 적황색의 중크롬산칼륨을 녹색의 유산크롬으로 바꾼다. 즉 당시의 음주측정기는 숨을 내쉴 때 나오는 알코올 양을 측정해 간접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기기였다. 측정하는 방식으로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를 활용한 것이다. 술을 마시면 체내로 들어간 알코올 성분이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알코올이 측정기 안의 백금 양극판에 닿으면 푸른색의 가스로 변하고 금속판에 닿으면 전자가 방출되어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 전류의 양을 측정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알아내는데 숨 속에 알코올이 많을수록 전류가 많이 발생하므로 일종의 연료전지라 볼 수 있다. 고온으로 가열된 반도체금속 산화물의 표면이 알코올이 흡착될 때 흐르는 전류의 변화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휘발성이 있는 기체의 분리추출에 사용되는 기체크로마토그래피 방법도 사용된다. 그런데 현재 휴대폰에 부착된 음주측정기가 시판중인 것은 물론 특허청에는 음주한 사람이 탔을 때 시동이 걸리지 않는 기술 등 음주측정과 관련된 특허가 가장 많이 제출되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과학 기술의 힘으로만 음주운전을 사라지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시 한 번 말하면 인간의 의지가 없으면 금주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간들이 워낙 개성이 강한 동물이므로 음주운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 2008.08.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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