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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연재자료)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6. 장비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⑤

Gijuzzang Dream 2008. 9. 26. 00:23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6)

 

 

 

 장비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⑤

포도주 저장고, 포도주도 발효주로 숙취 요소가 들어있으므로 아무리 비싼 포도주라도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기 마련이다. 

 

외국인들은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거나 추태를 부리지 않는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술에 취해 길을 갈지 자(之)로 걷거나 구토를 하는 등 추태를 보이기 일쑤라며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음주 습성을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비난이 전부 옳지는 않다.

박택규 교수는 한국인을 포함하여 동양인들의 대부분이 선천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산화효소 등 분해효소가 거의 몸 속에서 분비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마크 슈키트 교수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의 40%가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할 수 없는 효소를 갖고 있어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진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의 10%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속이 메스껍고 두통, 구토 등을 느끼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외국인들은 취하지 않는데

한국인들은 곧바로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해효소가 관건

전문가들은 술을 잘 마시는 한국인들은
분해효소 등이 적게 분비되거나

분해할 수 없는 효소가 있는데도 술을 많이 마시므로 몸이 거꾸로 술에 적응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는 분해효소의 양은 노화에 따라 양이 줄어드는 것 외에는 변하지 않지만 에탄올산화계효소(MEOS)의 경우 음주량이나 음주 빈도에 따라 많이 생기고 활동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술이 약한 사람도 술을 많이 마시면 주량이 느는 것은 MEOS의 작용으로 인식한다.


여하튼 한국인의 이러한 특수 체질은 술에 관한 한 유리한 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는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면 경찰에 체포되기 쉽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은 무조건 ‘알코올 중독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국인이 한국인을 볼 때 알코올산화효소가 적게 분비되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술을 이기지 못하여 구토를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술을 마시면서도 알코올 중독자가 많지 않다는 설명도 있다.

이것은 외국인들은 마시는 술을 모두 몸에서 받아들이므로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반면

한국인들은 알코올을 흡수하지 못하므로 외부로 뱉어내기 때문에 중독자가 적다는 뜻도 된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고 구토하는 것은 몸에 매우 나쁘다고 지적한다.

ALDH2가 부족한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침에 생긴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할 수 없어

소화기관의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스웨덴 헬싱키대학 미코 샐라스푸로 박사는 모든 사람이 술을 마실 때

침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생기는데 그 농도가 높을수록 소화기관의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적었다.

ALDH2가 부족한 사람은 침의 아세트알데히드 수치가 2∼3배 높았다.

침을 만들어내는 주요기관은 양쪽 귀 옆에 있는 이하선(parotid glands)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 1.5ℓ 정도의 알칼리성 침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치아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한다.

또한 표피세포를 박테리아로부터 보호하고 소화를 돕기 위해 약간 끈적끈적하다.

런데 알코올이 이하선에 들어가면 알코올이 암을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ALDH2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소화기관의 암을 막기 위해서라도

술을 줄이고 입안을 청결히 할 것을 권장한다.

흡연자이거나 구강 위생이 좋지 않은 사람은 더욱 위험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흡연까지 한다면 소화기관의 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여하튼 한국인에게 알코올을 소화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으므로

술을 슬기롭게 마시는 것이 좋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인의 체질을 연구한 바에 의하면

한국인은 대체로 1일에 25% 도수, 360ml 용량의 소주 한 병 정도를 소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12∼15%의 청주로 따지면 대체로 600∼700ml가 되며 막걸리의 경우 1000∼1500ml가 된다.

한편『국민건강지침』에 의하면

‘덜 위험한 음주량’은 막걸리 2홉(360cc), 소주 2잔(100cc), 맥주 3컵(600cc), 포도주 2잔(240cc),

양주 2잔(60cc) 정도다. 이는 하루에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양보다 약간 적은 양이며

그 이상을 ‘과음’으로 간주하는데 상당히 적은 양부터 ‘과음’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주는 머리가 안 아프다

소주고리, 한국의 전통주는 일반적으로 머리를 아프게 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기 위해 소주고리를 사용했다. 

 

과음하면 알코올은 완전히 산화되지 않고 중간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의 형태로 남는데, 이것이 바로 음주 후의 두통과 숙취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숙취란, 술을 마시고 수면에서 깬 후에 느끼는 특이한 불쾌감이나 두통, 또는 심신의 작업능력 감퇴현상 등이 1~2일간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미주신경, 교감신경내의 구심성신경섬유를 자극하여 구토 및 어지러움, 동공확대, 심장박동 및 호흡의 빨라짐 등 흔히 말하는 숙취를 일으키는 것이다.

여기에서 미주신경(Vagus Nerve)은 운동과 지각, 내장의 기능과 관련이 있는 신경이고, 교감신경(Sympathetic Nerve)은 신체가 외부환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작용하는 신경이다.

결국 우리가 ‘숙취를 느낀다’는 것은 체내에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히드가 남아있어 지속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술이 깬다’는 것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에 주로 숙취를 느끼게 되며,

심할 경우 보다 오래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아세트알데히드는 공장폐수나 오염된 공기 중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 유해물질이다.

새집증후군 및 암모니아와 함께 생활냄새의 주범이기도 하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약자에게는 두통, 구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인기가 있는 공기청정기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당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양주는 많이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막걸리나 청주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아마 비싼 양주나 외국산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몸에 좋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다.

그것은 앞에 설명한 발효법으로는 8∼16% 정도 농도의 에틸알코올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틸알코올의 농도가 증가하면 효모균 스스로 자신이 만든 알코올에 중독되어 발효활동을 정지한다.

따라서 모든 발효주에는 음주 후의 두통과 숙취의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들어 있다.

때문에 술을 마신 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막걸리나 청주 등 우리나라 술을 마셨기 때문에 숙취가 있고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다.

아무리 비싼 프랑스산 포도주라도 많이 마시면 머리 아픈 것은 마찬가지이다.

인간들은 이 골치 아픈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방법 또한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증류주다.

어느 정도 이상의 농도를 가진 주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발효에 의해 만든 알코올 용액을 증류하여 그 농도를 증가시키는데

증류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사라진다.

위스키, 코냑, 아르마냑 등 거의 모든 양주가 증류방식을 거쳐 만든 것이다.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은 알코올의 끓는점(78도)이 물의 끓는점(100도)보다 낮으므로

알코올이 물보다 먼저 증발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발효주를 끓여서 증발하는 기체를 모아 적절한 방법으로 냉각시키면

다시 액체로 되면서 본래의 발효주보다 알코올 농도가 훨씬 더 높은 액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류주를 만들려면 필히 그 전 단계인 발효주가 있어야 하는데

맥주 등을 증류하면 위스키나 보드카, 진이 되며 포도주를 증류하면 브랜디가 된다.

이 브랜디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코냑이나 아르마냑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정통주인 소주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증류주인 소주(燒酒 : 잘 알려진 희석식 소주를 뜻하는 것이 아님)는

농도가 20%를 넘으므로 양주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한국산 정통주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에탄올의 농도는 증류법에 따라 약 95%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고급술의 에탄올 농도는 40∼50%이다.

에탄올의 농도를 50%까지 높이면 에탄올 분자와 물 분자의 움직임이 가장 느려지는데

이때가 숙성시기로는 가장 좋고 동시에 술맛도 좋다.

술의 에탄올 농도는 도(proof)로도 표시하는데 이것은 ‘%’ 농도의 두 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50도라는 것은 에탄올 농도가 25%인 술을 의미한다.


필름이 끊겼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알코올 중독자인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루었는데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은 술을 무질서하게 마시는 질병으로 간주한다. 

폭음 뒤 ‘필름이 끊겼다(black out)’는 말을 자주한다.

그런데도 집을 찾아 온 후 다음 날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집을 찾아왔는지 모르겠다며 신기해한다. 술을 과하게 마신 경우 종종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는 기억상실증과는 다르다.

필름이 끊기는 것은 알코올이 대뇌의 옆 부위에 있는 가장자리계(변연계)의 해마(기억의 임시 저장소)를 마비시켜 뇌의 정보 입력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

이때 알코올이나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소가 뇌세포를 직접 파괴하지는 않고, 세포와 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교란시킨다.

아예 뇌에 정보가 입력되지 않은 것이므로 능숙한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어도 당시 상황을 기억할 수 없다. 이 부위가 영향 받으면 감정 조절에도 문제가 생긴다.

흔히 이와 같은 현상은 ‘입력시킨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PC를 끈 상태’에 비유된다.

저장된 정보가 없으니 출력할 정보도 없다.

필름이 끊긴 사람이 무사히 자기 집을 찾아가는 것은 과거 뇌에 저장돼 있던 정보를 출력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억상실증은 뇌의 출력 과정이 고장 난 것이다.

그런데 필름이 끊기는 경우는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미국 듀크 대 연구팀은

2002년 대학생 772명을 대상으로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경험한 것을 조사했다(중복 응답 가능).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가 33%로 가장 많았다.

돈을 함부로 사용(27%)하거나 성적인 문제(25%), 싸움(16%), 기물 파손(16%) 등이 뒤를 이었다.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운전을 한 학생도 2.5%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런 이상 행동은 알코올이 뇌에 영향을 끼치면서 감정이 조절되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뇌는 다른 장기에 비해 혈액 공급량이 많아 알코올에 손상을 입기 쉽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근래 주목을 받는 것은

해마의 신경세포 재생을 억제한다는 것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뇌에 지속적인 손상이 와서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 번 필름이 끊겼던 사람은 술만 마셨다 하면 자동적으로 필름이 끊긴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필름이 반복해 끊기는 것은

유전이나 개인 특성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음주 행태가 고쳐지지 않은 탓이다.

‘필름 끊기기’는 술 마시는 양과 속도에 비례해 발생한다.

최인근 교수는 ‘필름 끊기기’를 피하려면

음주량과 음주 속도를 줄여 알코올이 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음주량과 속도가 간에서 알코올이 충분히 분해될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실 때 가급적 천천히 마시라고 권하는 이유이다.

한편 뇌과학자들은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겼다는 얘기가

정신과 몸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좋은 증거라고 설명한다.

한국은 외국처럼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이 심각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이들 중독의 유전자를 찾아 완치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자들은 그들이 중독 유전자를 찾는 것은 실패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이들 중독증이 단 몇 천 년 동안에 생긴 증상이므로

그런 유전자가 특별히 따로 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사실 술은 천연에서 자연적으로 과일주가 생긴 이후 농경을 하면서

곡물을 효모로 발효시킬 수 있게 된 후 만들어진 것으로 길어야 몇 천 년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문헌
「술 마시고 얼굴 빨개지면」, 한겨레21, 2000년 7월 20일(제317호)
「알코올 의존증은 식욕촉진 호르몬 분비 이상」, 김대진, 과학과기술, 2005년 2월
「술 마신 후 2∼3일은 쉬자」, 민태원, 『과학과 기술』 2003년 12월호
「숙취는 왜 생기는 것일까?」, 사이언스타임스, 2005.1.7
「포도껍질 효모가 빚어낸 신비의 맛」, 김준철, 『과학과 기술』 2003년 12월호
『프랑스의 과학기술정책 및 한?불 과학기술 협력』, 이종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2007
「또 필름 끊겼어… 잘못된 음주 습관이 문제」, 박태균, 중앙일보, 2007.12.5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빙과학자 / mystery123@korea.com
- 2008년 09월 04일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