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7)
장비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⑥
한국인들의 음주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 이른바 ‘폭탄주’는 어느 한 종류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맥주, 소주, 양주, 심지어는 포도주까지 섞어 만드는 술을 말한다. 때로는 이렇게 섞은 술에 음료수를 붓기도 한다. ‘폭탄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심하게 취하게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과학자들은 알코올의 농도가 약 20% 정도일 때 우리 몸에 가장 빨리 흡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알코올 농도 40%의 양주와 4.5% 정도인 맥주가 섞이면 그 농도가 약 20% 정도로 희석된다. 그래서 두 종류 이상의 술을 섞은 폭탄주를 마시면 알코올이 우리의 몸에 빨리 흡수돼 빨리 취하게 된다. 맥주에 소주를 섞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맥주에 알코올 농도가 높은 소주를 섞으면 맥주의 알코올 도수가 인체가 가장 잘 흡수하는 20%에 가까워진다. 술에 사이다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섞어 마실 때도 탄산이 알코올 흡수를 촉진해 빨리 취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 소주를 마시고 두 번째 자리에서 양주를 마시고 세 번째 술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식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여러 가지 술을 마셨을 때도 ‘폭탄주’를 마셨을 때와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술자리를 옮겨가며 마실 때는 한 종류의 술을 마실 때보다 더 쉽게 취하고, 술에 취하면 절제를 하지 못해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폭탄주 중에서도 특히 몸에 안 좋은 폭탄주가 있는데 바로 잔에 거품이 가득 차 있는 폭탄주를 말한다. 맥주의 거품 같은 탄산가스가 몸 안에서 알코올의 빠른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폭탄주가 해로운 것은 단순히 빠른 흡수 때문만은 아니다.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간에 독성이 많이 쌓인다. 술을 섞어 마시면 서로 다른 술에 섞여 있던 불순물들이 서로 반응해 간을 손상시키고, 혈관, 근육, 신경, 그리고 뇌세포 등의 중추 신경계를 교란시킨다.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숙취 역시 더욱 심해진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증류주를 마시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 항상 이용할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알코올 및 알데히드 분해효소의 생성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향기] 팀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아래 내용을 적었다. 시원한 콩나물 해장국과 북어국이 있다. 이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는 설명이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과 비타민C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들은 알코올분해효소의 생성을 촉진하고, 북어 속에 들어 있는 글루타치온 성분은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해 체내 세포의 지질과 단백질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알려져 있다. 음료 자체에 알데히드 분해효소를 넣은 제품도 있고, 호박산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생성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점을 이용해 호박산을 넣은 제품도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로열젤리가 숙취 제거에 좋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로열젤리에 들어있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근거를 차치하고서라도 나라별로 전통적인 숙취해소법은 다양한데, 몽골인들은 양의 눈알을 절여 이를 토마토에 섞어 먹는다고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쌀, 파스타, 유가공제품 등 흰색 음식을 먹고, 러시아인들은 식초에 절인 오이나 양배추국물을 주로 애용한다. 핀란드에서는 절인 청어와 맥주를, 유럽 일부국가에서는 보드카에 토마토 즙을 탄 칵테일을 해장술로 먹는다고 한다.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숙취제거법이다. 사우나에 가는 것은 혈관을 확대하여 결과적으로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지 않고, 맵거나 뜨거운 해장국을 먹는 것은 술로 인해 손상된 위벽이나 장에 자극을 더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 한두 잔의 커피는 이뇨작용을 도와 숙취에 도움을 주나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앞에서 몸무게 90킬로그램인 장비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5%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양이 된다고 설명했다. 체내 전체에 균등하게 분포되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경한 교수는 실제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5%가 되려면 그의 몸 전체로 볼 때 450ℓ의 알코올이 들어있어야 하므로 45%짜리 고량주 1,000cc를 마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소위 고주망태인 사람의 경우 온 몸에서 술 냄새가 나는데 이는 온 몸에 술이 퍼져있는데다 땀 등으로 알코올이 발산되기 때문이다. 장비가 마신 량은 약 7,500cc가 된다. 1ℓ짜리 막걸리 병으로 8병 정도를 마셨다는 것으로 만만한 양은 아니지만 술 마시는 시간을 충분히 조절하고 화장실을 부지런히 다녔다면 불가능한 양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생맥주 집에 갔을 때 심심치 않게 생맥주 10,000cc 마시기 시합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 역시 『기네스북』 시합과는 달리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조건은 있지만 말이다. 그의 몸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5% 이상이 된다는 것은 주량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인간의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가 0.5%이상이라는 것은 깊은 혼수상태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어떠한 상황일지라도 막걸리 8병 정도에 들어 있는 알코올이 장비의 몸에 들어있다면 혼수상태가 되었을 것이므로 더 이상의 술은 마신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조조의 제문 중에 ‘닭 한 마리와 술 한 말(斗)’란 말이 있다. 하만자(何滿子)는 이 글로 보아 당대에 술 한 말(斗)이 보통 일반인이 마실 수 있는 주량을 뜻한다고 적었다. 장비와 같은 주당이라 해도 막걸리병 8병 이상의 알코올이 몸에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중국인들이 이야기하는 10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6ℓ라면 막걸리 병으로 16병, 맥주병으로는 21병을 의미한다. 5말 정도도 상당한 주당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5말을 급하게 마시지 않고 밤새도록 천천히 마신다면 매우 놀라운 수치가 나타난다. 즉 앞의 계산대로라면 5말은 맥주병으로 10여 병, 막걸리 병으로 8병을 의미한다. 현대 주당의 주량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한 비교는 되지 않지만 중국에서 말하는 말(斗)이란 현대의 ‘되 또는 승(升)’ 정도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삼국지』등 중국 고대 소설에 나오는 10말이라는 주량을 보고 놀랄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 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3,000잔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술 한 잔 마신 후 시를 한 수 씩 지었다는 것이다. 그가 마시는 술잔은 조그마한 은행 껍데기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은행 껍데기로 술 한 잔 마시고 7분 동안 생각한 후 시를 지었다면 그가 3,000잔을 마셨더라도 취하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3,000편의 시를 짓기 위해서는 500시간 무려 20일이 필요하다. 이태백이 은행 껍데기 잔으로 3,000잔을 마시더라도 취하지 않았음이 틀림없지만 그가 잠도 안자고 계속 술 마시면서 시를 짓기 위해 거의 3주일이나 버틸 수는 없는 일이다. 주선으로 불리는 이태백의 주량도 현대인의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태생적으로 서로 다른 계층 간 문화의 차이로 꽁꽁 얼어붙은 마음도 녹이기도 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말이 많아지고 같은 소리를 또 하고 또 하며 예상치 못한 실수도 하기 십상이다. 여기에서 술에 대한 해악만 이야기하는 사람과 술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완전히 달라진다. 술자리에서 술 한 잔 하지 않는 사람은 술 마시고 같은 소리를 또 하고 실수하는 사람들을 책망한다. 술을 함께 마시는 사람은 상대방이 많이 마시면 소위 녹음기 틀어 놓은 것과 다름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술을 많이 마시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술좌석을 같이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나 자신이나 술 마실 때 같은 소리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실수하는 것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술 많이 마신 후 다음날 “술자리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며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품격 있는 자리보다 마치 대폿집처럼 어딘지 허술한 자리가 더 정겨운 것은 자신의 속내를 은연중 엿보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처럼 다소 허술한 대화를 서로 이해하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술이 취하고 말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주사의 문제점은 주사를 부릴 때 대부분 품위고 뭐고 내동댕이친다는 점이다. 장비와 같은 대장군이 부하에게 살해된 것도 대장군답지 않게 술 마신 후 행패를 부렸기 때문이다. 술 때문에 이혼에 이르는 사람의 경우 술만 마시면 주사가 심하여 밤새껏 난동을 부리고 시비를 걸며 폭행한다거나, 심지어는 살림살이를 집어던지고 부수며 아이들도 때린다.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심부름을 시키며 잠을 재우지 않는다. 그런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심성이 착하고 말이 없으며 온순하여 천사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소위 술만 마시면 천사가 악마로 변한다는 설명이다. 이혼을 하고 싶지만 자녀들 때문에 참고 사는데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비는 행패를 부리고 다른 주당들은 행패를 부리지 않는다. 학자들은 술주정 또는 주사는 술이 자기를 억누르고 있던 의식이라는 두뇌의 억압중추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즉 자기를 억누르고 있던 의식이라는 억압에서 느슨해지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주사를 부리는 사람은 술이 몸에 들어가게 되면 무의식 속에 응축됐던 에너지가 원시적인 감정까지 끌고 나와 이해할 수 없는 유치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주사(酒邪)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뇌의 취약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뇌의 이마엽(전두엽)이 공격받으면 판단이 흐려지고, 평소와 달리 떠들거나 공격적이 된다. 혀가 꼬부라지는 것은 브로카 영역, 말할 때 낱말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베르니케 영역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주사를 부리는 사람은 완전히 취한 것이 아니다. 완전히 취했다면 행패는 커녕 거동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상황에 따라 주사를 부리는 사람에게 술을 더 많이 마시게 하여 완전히 취하게 한 후 자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처방이라고 설명하는 이유이다. 자신의 심신을 절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결코 유전자 탓도 아니다. 주사가 비난 받는 것은 자신의 스트레스 등을 술을 빙자하여 발산하는데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주사를 살펴 그가 숨기려고 하는 것 또는 진실로 전달하려 하는 것을 이해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사를 부리는 사람이 주사부리지 않는 사람보다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주사 부리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비와 제갈량도 장비가 술을 마시면 주사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주의를 주었지만 결국 술을 마시고 부하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결국 살해됐다. 이런 예를 보아도 장비가 주사를 부리는 것은 장비가 소위 술을 잘못 배웠기 때문이다. 술을 마신 후 나타내는 행동이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사 부리는 사람의 행동이 상대방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천하의 주당이었던 장비도 유비와 관우 앞에서는 주사를 부리지 않았다. 장비가 도원결의한 형님인 유비와 관우 앞에서는 조심했기 때문이다.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에게 주사를 부린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사를 당하는 사람은 주사 부리는 사람에게 만만하게 보였다는 것을 뜻한다. 당하는 사람이라면 기분 나쁘지 않을 리 없다. 술은 어렸을 때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여하튼 술버릇이야말로 본인의 인격이 모자라고 자제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상대방을 얕보는 행동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사부리는 사람에 대한 상대 평가가 좋게 나올리는 만무한 일이다. 한 마디로 술 매너는 고쳐야하고 또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빙과학자 / mystery123@korea.com - 2008년 09월 12일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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