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더듬어보고(전시)

[국립고궁박물관] 573년만에 복원된 신자격루 - 타격루(?) / 해명자료

Gijuzzang Dream 2007. 12. 3. 12:21
 

 

 

시간 알리는 구슬 흐르다 멈춰… 사람이 흘려줘야

 

계측 8시간 동안 26분 빨라… “시계 기능 없다”

 

 

 

573년 만에 복원한 자격루(自擊漏)는 ‘공식 운행’ 첫날인 11월 28일부터 삐걱댔다.

이날 오전 9시에 맞춘 시계는 오후 4시30분쯤, 26분 정도 빨라졌다.

시간을 알리는 구슬이 종종 궤도에서 흐르다가 멈춰 사람이 구슬을 흘려보내야 했다.

스스로 시간을 알리는 ‘자격루’가 아니라 ‘타격루(他擊漏)’인 것이다.

 

자격루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의뢰로,

건국대 산학협력단(총괄책임 남문현 교수)이 중심이 돼 11억2000만원을 들여 복원했다.

 

복원된 자격루가 일반에 첫 공개된 28일 오전 9시10분부터 ‘하루 운행’을 마친 5시13분까지

8시간 동안 자격루를 살폈다.

 

고궁박물관은 “매 2시간 정각 종소리와 함께 12지신상이 나오고, 90분(경·更)마다 북을, 18분(점·點)마다 징을 치도록 했다”며 “28일 오전 9시에 사시(巳時·오전 9~11시)가 시작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측정 결과, 오전 11시에 등장해야 할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는 오전 10시45분10초에 나타났다. 14분50초 빨랐다.

 

오전 11시37분에는 시간(점)을 알리는 구슬이 통에서 나와 궤도에서 흐르다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 직원이 강제로 흘렸다.

 

미시(未時·오후 1~3시)는 낮 12시 35분 54초(24분6초 빠름)에 나왔다.

 

신시(申時·오후 3~5시)에는 구슬이 예정보다 25분 이상 빠른 오후 2시34분쯤 나왔지만, 또 흐르지 않았다.

 

유시(酉時·오후 5~7시)도 예정보다 26분 빠른 오후 4시34분 5초쯤 구슬이 나오다가 밖으로 튀었다.

 

이날 8시간의 운행 동안, 시간을 알리는 구슬은 28개 흘렀는데, 이중 7개가 제대로 흐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오차는 중요한 게 아니다. 자격루 같은 물시계가 하루 30분 오차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궁박물관은 지난 21일 “자격루의 하루 오차는 3~5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중양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과학사)는 “자격루는 조선 왕조의 공식적인 시계”라며 “8시간 운행해서 26분 틀렸다면 시계로서 기능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573년만에 복원돼 고궁박물관에 전시 중인 자격루.

시간 오차도 예상보다 컸고, 스스로 시간을 알리는 장치도 자주 고장이 났다.

시간을 알리는 구슬이 흐르지 않아 기자가 고궁박물관 직원에게 알려줘야 할 정도였다. 

 



28일 첫 운행에 들어간 자격루.

공식 운행 첫날부터 고장도 잦았고, 시간도 빨리흘렀다. /신형준 기자

 

 

[신형준 기자 hjshin@chosun.com]

[조선일보   2007-11-29 ] 

 

 

======================================================================================================================

 

 

「573년만에 복원된 신자격루는 ‘타격루’」

제하의 기사에 대한 국립고궁박물관의 입장

 

 

2007년 11월 29일자 조선일보 13면에 보도된 「573년만에 복원된 신자격루는 ‘타격루’」기사의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다음과 같이 국립고궁박물관의 입장을 밝힙니다.

자격루는 원래 24시간 동안 2시간마다 한번씩 종을 치도록 되어 있으며,

북과 징은 해가 지는 시각부터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를 기준으로

약 20여분 간격으로 울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낮 시간에 종뿐만 아니라

북과 징이 울리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밤시간으로 복원된 자격루의 운행시간을 바꾸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사에서 원래 울려야 하는 시각(매 2시간 간격)보다 빨리 운행되었다고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일 원래 정각 9시에 맞추어 운행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작동 준비 과정에서 오전 8시 40분경 원래 시간보다 20여분 정도 앞서 작동시킴에 따라

처음 종을 울리도록 하는 시간이 정시보다 20분만큼 빨리 울리게 되어,

이후에는 동일하게 20분 정도 빠르게 작동한 것입니다.

이는 복원된 자격루가 2시간마다 일정하게 운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슬이 종종 궤도에서 흐르다가 멈추어 구슬을 인위적으로 흘려보내었다고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작 이후 지속적인 실험과정을 거쳐 운행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마침 제작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미세한 나무찌꺼기가

우연치 않게 구슬이 구르는 홈통에 떨어져 그 운행을 방해하면서 발생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여 현재 정상작동하고 있습니다.

또 작은 구슬이 떨어지면서 홈통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 나오던 것은

일부 설비의 불완전 설치에서 기인하였으나,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완하였습니다.

11월 29일 개관 2일째에는 오전 9시에 작동을 시작하도록 하여 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

원래 시간에서 최고 2, 3분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원자나 전자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물을 이용해 작동하는 자격루의 경우 물의 온도에 따른 부피변화 등에 따른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종과 북, 징을 울리는 시간을 공지할 예정이며,

관람객들이 시보(종) 시간과 경점(북과 징) 시간을 점검해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일보의 관련기사를 보고 본 자격루의 복원 제작을 총괄한

건국대학교 남문현 교수가 보내온 해명자료를 첨부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2007년 11월30일

 

 

 

=======================================================================================

 

 

 

조선일보 11월 29일자 보도 해명자료

 

 

자격루 작동을 유심히 관찰하시어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주신 조선일보에 감사드리며,

몇 가지 사항에 대한 해명을 합니다.

 

 

1. 8시간 동안 26분 빨라졌다는 지적에 대하여,

9시에 작동을 첫 번째 종이 울리도록 교정한 시계이므로

다음에는 11시, 1시, 3시, 5시 경에 종이 울리고 시보인형이 나와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처음 두 시간 뒤에는 15분 정도,

그 후에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매번 26분씩 빨라졌습니다.

이것은 처음 8시 40분경에 물시계를 교정할 때

受水壺(계량호)에 물을 주입하는 시점(始點)을 잘못 맞추어서 생긴 오류입니다.

물을 주입한지 5분 정도 후에 8시 45분경에 9시 종이 울렸고,

후에 취재 중에 담당자가 시점을 잘못 맞추어

오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드렸다고 합니다.

 

당일 관객 중에 중간에 시각을 재 본 사람들은

이 시계가 26분 빠르다고 실망하신 분이 계셨을 줄 압니다.

이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하여는 아직 시계 운영과 관리에 대한 충분한 기술이 숙달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로 향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고로 당일의 시간설정은 보도 된바와 달리

12시와 경점을 알리는 종, 북과 징의 작동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12시간 앞당겨 오후 9시(亥時)에 시작되도록 맞추었습니다.

자격루는 每時의 初 (현대의 9, 11, 13시 등)시각에 종이 울리도록 제작하였으나

향후 관람의 편의를 위하여 시보시각을 바꿀 수도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참고로, 이 기사를 쓰신 기자분이

측정을 시작하였다고 한 시각(‘...28일 오전 9시 10분부터...)은

이미 첫 번째 시보가 울린 다음이고

보도기사에도 첫 번째 시각이 언제 울렸는지는 측정되어 있지 않아,

8시간 운행에서 26분 오차가 발생한 것에 대해,

그 기준이 되는 시각인 첫 번째 시보가 울린 시각이 언제였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시보가 9시정각보다 15분 이른 8시 45분에 울렸다고 하면,

8시간 운행의 오차는 26분이 아닌 11분이 됩니다.

 

 

2. 보도된 시계의 상대오차 (= 현재측정오차 - 이전측정오차)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보시각    :   실제 시보시각     :  누적오차  : 상대오차

오후 11시(子時) : 오후 10시 45분 10초  : + 14분 50초 :  -

오전  1시(丑時) : 오전 12시 35분 54초  : + 24분  6초  : + 10분 14초

오전  3시(寅時) : 오전  2시 34분          : + 26분         : + 1분 55초

오전  5시(卯時) : 오전  4시 34분 5초    : + 25분 55초 : - 5초

 

위의 계산 값에서 알 수 있듯이

물시계는 처음 두 시간에 14분 50초가 빨랐고,

다음 두 시간 후에는 앞서 보다 10분 14초,

다음 두 시간에는 + 1분 56초,

다음 두 시간 후에는 앞서보다 5초 늦게 시보되었습니다.

 

보도기사와 달리, 상대오차가 점점 줄어들어

5초의 상대오차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번에 복원된 자격루가 매우 정교하게 동작한다는 것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3. “8시간 운행해서 26분 틀렸다면 (공식적인) 시계로서 기능할 수 없다고 본다.”는 지적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물시계를 표준시계로 사용하는 이유는

시간 유지기능(Timekeeping)이 목적입니다.

위에서 누적오차는 시발점 설정의 오류에서 빚어진 결과로 본다면

시발점을 26분 이동하면 상대오차는 불과 5초 정도입니다.

이 말은 물시계의 정밀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물시계를 표준시계로 사용하는 이유는 시간 유지기능이 목적입니다.

위 보도기사의 자료를 기초로 계산해 본

이 물시계의 시간유지 정밀도(상대오차)는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줄어들어 5초 ~ 2분 정도가 되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시계로서 기능을 하는데 적합하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매일 해시계를 이용하여

물시계의 오차를 교정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4. 구슬이 시보장치로 굴러 들어가지 못하고 구르다 머물거나 밖으로 튀어 나오는 점에 대하여,

구슬은 대략 높은 것은 2미터 높이에서

낮은 것은 5센티미터 높이에서 낙하하는데

때로는 궤도를 벗어나 구슬받이 밖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5. “오차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과 관련

“요즘도 보통 물시계는 하루 30분 오차면 좋은 시계”라고 말 한 적이 있으나

“자격루와 같은 물시계가 하루 30분 오차면 굉장히 좋은 것”이라는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자격루의 특징은

물시계보다는 스스로 시간을 알려주는 자격장치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입니다.

 

당시 저는 취재기자가 작동을 검증하는지 몰랐으며,

물시계에 대하여 궁금해 하길래 몇 가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마치 오차 계측을 방해하는 말로 들렸다면 오해입니다.

저는 당시에 방송사와 인터뷰 약속이 있어 그 자리에 갔습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연하여 그 날 나눈 대화를 생각나는 대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대화내용 요약 :

취재기자와 자격루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던 중

“박물관에서는 하루 3-5분이라고 하는데 정밀도는 어떠냐”고 하여

물시계가 매우 정밀한 것이었을 터인데

하루에 얼마라고 기록돼 있지 않아 참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물시계는 온도에 민감하여 조건이 달라지면 유량이 달라지고 시간이 달라진다.

하루에 그 만한 정도의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시간 오차는 계측할 때마다 차이가 난다.

이것은 온도와 그 밖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옛날에는 궁 안에 금루정(禁漏井)이라는 보루각 전용우물을 두었는데,

어느 때 御井의 물이 나빠져 금루정을 어정으로 하였다는걸 보면

물시계의 용수관리를 매우 잘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급수 군사도 2명이 있어 물을 져 나르고.

옛날 송나라의 심괄(沈括)이라는 학자는

겨울에 시계가 여름보다 빨리 가는 것을 보고

천체운동이 겨울에 빠르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온도가 중요한 요인이다.

 

보루각기에는 “간의와 참고하여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았다”고 하니 매우 정밀하였을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가 없고

다만 우리는 옛 방식대로 수수호의 용량을 참작하여

시간당 유입량을 시행착오법으로 계량하여 제작하였다.

당시에는 하루를 계측할 수단도 없었다.

다만 그 때도 시간당 시간을 물의 무게로 계산하였을 것이라 여겨

우리도 그런 방법을 활용하였다.

 

물시계의 교정은 오정에 해시계로 맞추어 시작을 하였을 것이고,

다음 날 午初를 알리는 종을 치면 물시계는 교체하였다.

따라서 물시계의 오차는 다음 날 물시계에서 누적되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요즘에도 보통 물시계는 하루 30분정도 오차면 좋다고들 한다고 하는데,

우리 물시계를 실험해보니 이보다 훨씬 정밀하다.

자격루의 특징은 물시계 쪽보다 시보장치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는 등의 대화를 나누었다.

 

 

6. 조선초기의 시각교정에 대하여

원래 자격루는 간의(簡儀)나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의 해 그림자가 나타내는 시각에 맞추어 물시계를 교정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기구들이 갖춰지지 못해

현재의 표준시간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보루각기에 물시계의 정확도에 대하여

“간의를 참고하면 털끝만큼도 틀림이 없다(與簡儀參究 不失毫釐)”고 되어있습니다.

얼마인지는 몰라도 매우 정확하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잣대의 1각(현대 시간으로 환산하면 14.4분)을 12등분한 것을 보면

정밀도는 매우 높았으리라 추정됩니다.

 

그러나 당시의 시간감각이 요즘과 같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더구나 해시계나 천문의기의 정밀도를 현재로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자격루가 설치된 보루각은 간의대와 일성정시의대와 떨어져 있어

오정이나 자정 등 시각을 교정할 때 동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하루 길이를 정확하게 계측하기가 쉽지 않던 시절에는

오직 해시계와 별시계에 의존하여 물시계의 시작을 알 수 있었을 뿐입니다.

 

참고로 분초(分秒)에 대한 개념이 일상화되는 데는

서양에서도 13세기에 기계시계가 등장하고 500여년이나 걸려 분침이 나왔습니다.

하물며 조선 초기에 어떠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조선 초기 간의나 일성정시의가 경복궁 내에 복원되면

자격루의 시각교정을 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자격루의 정밀도를 알아내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바입니다.

 

 

7. 당부의 말씀

자격루는 15세기의 첨단기술의 산물로서

이번 복원 제작에서는 당시의 기술 상황을 재현하도록 최선을 다하여

전통기능 보유자로 하여금 거의 수작업으로 제작하였으므로

시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시각눈금과 관련된 부품들이 약간씩의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시계 잣대가 나타내는 시각과

종, 북, 징소리와 보시신(12지신 인형)의 전시 시각이 동일하지 않고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구슬이 통로를 따라 이동하고 기구를 작동하는데 따른 시간지연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관람에 임하여 주시고,

오랜 만에 복원된 자격루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격루 운영에 대한 좋은 의견을 보내주시면

전시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건국대학교 교수 남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