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어보고(전시)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북경,동경 세 수도의 원형과 보존 (언론)

Gijuzzang Dream 2010. 11. 16. 15:09

 

 


                                                                                                               

 

 

 

 三京(서울, 북경, 동경) 風水

 

 

중국에는 북경(北京)이 있고, 일본에는 동경(東京)이 있다.

서울은 북경과 동경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순수 우리말인 ‘서울’을 굳이 한자로 표기해 본다면

가운데에 있다는 의미의 ‘중경(中京)’이 적당하지 않나 싶다.

 

동북아시아의 이 삼경(三京)은 갈수록 그 규모가 증가 추세에 있다.

 

현대의 대도시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바로 물이라고 본다.

대도시일수록 물이 많아야 도시가 쾌적해진다.

왜냐하면 대도시는 불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전기(電氣)도 불이고, 휴대폰의 배터리도 전기를 농축시킨 것이니까 불을 농축시킨 셈이다.

자동차, 컴퓨터, 냉 ·난방이 모두 불의 에너지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의 대도시는 온통 불이 타고 있으므로 여기에 사는 사람들도 불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도시의 삶 자체가 열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도시의 불을 식히기 위해서는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과제이다.

 

이런 각도에서 본다면 ‘삼경’ 중에서 물이 가장 풍부한 도시는 동경이다.

동경의 옛 이름이 에도(江戶)이다. 원래 동경은 그 입지조건이 강촌(江村)인 것이다.

강폭이 2.5km인 아라카와(荒川)를 비롯하여 무려 5개의 강이 동경을 감싸거나 관통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동경은 앞에 바다까지 끼고 있다. 물이 많으니까 쾌적하다.

 

중경(서울)은 북한산과 한강을 갖춘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조건이다.

전통적인 배산임수의 기준에서 보자면 중경이 동경이나 북경보다 한 수 위다.

산과 물을 아울러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도시풍수(都市風水)의 관점에서 보자면 중경도 물이 더 필요하다.

40~60층의 고층 빌딩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산의 역할을 하므로

대도시에서 배산(背山)의 역할은 고층빌딩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다.

 

앞으로는 ‘배산’보다 ‘임수’가 더 중요한 것이다.

삼경 중에서 물이 가장 부족한 도시는 북경이다.

북경에는 애당초 큰 강이 없다. 실개천 몇 개가 있을 뿐이다.

물이 부족하므로 도시 전체가 푸석푸석하거나 건조한 편이고 결과적으로 쾌적하지 못하다.

이는 북경이 지닌 풍수적 약점이다.

하천(河川)을 어떻게 인공적으로 보강할 것인가가 북경의 과제로 여겨진다.

- 조용헌, 조선일보

 

 

 

 

 

서울 베이징 도쿄

 

   
“도시는 바로 인간이 창조한 문화의 심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도시가 거대화 하고 복잡화 함에 따라 인간이 소외되는 도시로 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도시 속의 고독의 조건’)

시인 김광섭(金珖燮, 1906∼1977) 선생은 도시화에 따른 인간의 고립과 고독을 이렇게 우려했다.

도시는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된 역사와 문화, 정서가 어우러지면서 형성된다.

오늘날 급격한 도시화가 엄청난 폐단을 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화는 심화되고,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도시화의 추세는 오히려 가속이 붙고, 제동을 걸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겪는 문제이고,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 린위탕(林語堂, 1895∼1976)의 ‘베이징이야기’는

오늘날의 도시문제를 성찰하게 해 준다.

그는 “어느 도시나 그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오래된 도시들은 수 천년에 걸쳐서 성장하면서 변화를 거듭해 온 역사의 산물”이라며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 독특한 개성을 갖는 이유 세 가지를 꼽았는데,

바로 자연과 예술, 인간의 삶이다.

“자연은 매우 훌륭한 환경을 제공했고,

사람들의 예술은 탑과 누각, 궁전으로 표현돼 베이징을 장식했다.

또한 사람들의 생활방식, 빈부격차, 풍습과 명절행사는

한편으로는 도시생활을 아늑하고 고즈넉하고 풍요롭게 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온갖 상술을 동원한 돈벌이 귀신 같은 상인들의 소란스러움과

저속함이 판치는 곳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연과 예술과 사람의 생활이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색깔을 만들었다고 봤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대국으로 급성장하기 이전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발전으로 포장된 급속한 도시화는 허물을 벗듯 과거의 절멸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문가들이 만나

<서울과 베이징, 도쿄 세 수도의 도시 원형과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한 · 중 · 일 3국이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지만, 최근의 동북아 난기류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김상수 논설위원 ssookim@kado.net

- 2010년 11월 4일,  강원도민일보

 

 

 

 

 

 

 

교토(京都) - 전통에서 발견한 도시의 아이덴티티

 

"천년의 수도 경관은 공공재산" 엄격한 규제로 전통가옥 보존
"기와는 그을린 은색 동판 지붕은 녹청색 제한 외벽 재료는 광택 없어야…"
디자인까지 市조례로 규정
정부 지원 · 시민 기부 등으로 '거리 만들기 펀드' 조성해 사용

 

 

일본 교토(京都)는 한국의 경주와 닮았다.

헤이안(平安)시대 이후 천 년 넘게 도읍지로서 서울을 뜻하는 '경(京)'자가 도시의 이름으로 굳었다.

문화유산과 전설이 거리마다 타래져 있고,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교토역은 이른 아침부터 붐빈다.

경주와 다른 점은 근세인 1868년까지 수도였다는 사실.

그래서 경제의 중심축이 도쿄 등으로 옮겨간 지금도 147만명의 많은 인구가 교토에 살고 있다.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떠나 생활기반의 현대화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가 거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토시는 2007년 도시의 전통 모습을 보존하기 위한 강력한 경관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市가 내세운 모토는 '교토가 언제까지나 교토로 남아있기 위하여'였다.

 


건물은 개인재산, 경관은 공공재산

교토를 감싼 히가시야마(東山) 산자락 산네이자카(三年坂)에 위치한 고찰 기요미즈데라(淸水寺).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엔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기요미즈데라를 찾는 사람들은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는 경내뿐 아니라,

이곳에서 고다이지(高台寺)를 거쳐

야사카진자(八坂神社)로 이어지는 산네이자카 옛길을 빠뜨리지 않고 찾는다.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빌려 입고 고풍스러운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야트막한 언덕에 꼬불꼬불 이어진 이 지역은 '몬젠초(門前町)'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국으로 치면 '사하촌(寺下村)'이다. 식당과 전통 여관과 기념품가게들이 담을 맞대고 줄지어 있다.

요란한 호객 행위가 떠오르는 한국의 사하촌과 달리 교토에선 몬젠초 자체가 관광 자원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다.

몬젠초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의 숫자는 기요미즈데라 내부 못지않게 많다.

 

산네이자카(三年坂)의 매력을 꼭 집어 설명하긴 힘들다.

유럽의 중세 도시처럼 건물들이 예술가의 손으로 지어진 것도 아니고,

마을이 수려한 절경 속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집 한 집 뜯어보면 특징이 없지만, 이들이 모여 이룬 마을은 특유의 멋과 운치를 자아낸다.

그 집합적 풍광이 바로 교토의 분위기, 나아가 일본의 분위기로 각인된다.

 

많은 일본인들이 교토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데,

그 푸근함은 문화재로 지정된 고성이나 사찰이 아니라

낡은 전통가옥들이 기와를 잇대어 이루어낸 정겨움에서 싹튼다.

교토시는 '마찌야(町家)'로 불리는 전통가옥 보존을 경관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산네이자카처럼 경관지구로 선정된 지역의 마찌야는 세세한 디자인까지 市 조례로 규정한다.

기와는 원칙적으로 그을린 은색이어야 하고,

동판으로 된 지붕은 소재 자체의 색이나 녹청색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외벽의 재료는 광택이 없는 것이어야 하고 색채는 황적색 계열로 채도 6이 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발코니나 울타리, 주차장의 형태도 기준에 따라 만들어야 한다.

교토시는 이런 규정을 교토시 경관정책의 골간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은 고유한 사유재산의 영역에 속한다고 여기는 한국인의 눈엔 몰상식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건물은 개인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경관은 시의 공공 재산'이라는 인식이

교토시의 이런 정책을 가능케 하고 있다.

 


과감한 규제와 지원으로 지켜가는 고도

대도시인 교토도 1960년대 이후 상업ㆍ업무 지구를 중심으로 고층 빌딩과 현대식 건물이 속속 들어섰다.

교토역이 위치한 중심가의 현재 풍경은 도쿄의 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대 부동산 버블경기는 교토도 비켜가지 않아, 도시의 외관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그러자 교토시는 2003년 -도심부 고도지구 강화 -특별용도지구 지정 -미관지구 확대라는 3가지 규제책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그리고 2007년 9월 한층 강화된 현재의 규제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현 규제는 가혹할 정도다.

市 전체적으로 건축 허가 고도가 이전에 비해 약 30% 낮아졌다.

경관의 중심이 되는 쿄마찌야(京町家ㆍ교토 전통가옥) 주변의 높이 제한은 기존 31m에서 15m로 낮아졌고,

도심 간선도로 주변 지구의 높이 제한도 45m에서 31m로 강화됐다.

교토를 감싼 여섯 개의 산봉우리에는 '대(大)'자 등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매년 8월 중순 우리의 쥐불놀이에 해당하는 '다이몬지 고잔오쿠리비' 축제 때 불을 놓는 자리인데,

교토시는 궁극적으로 고도 제한으로 시내 어디에서나 이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옥외광고물
도 엄격히 규제한다. 크기, 색깔의 제한은 기본이고

건물 옥상 등 옥외에 설치하는 광고물과 점멸식 조명을 이용한 광고물은 시 전체에서 금지된다.

교토 시내엔 시니세(老鋪)로 불리는 100년 이상 된 상점이 많지만,

이들도 역사를 자랑하는 유별난 간판을 내걸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별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 낡은 가게가 5대, 6대째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장소임을 발견하는 것도

교토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규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토에는 시 예산과 중앙정부의 지원, 시민들의 기부로 조성된 '쿄마찌야 거리 만들기 펀드'가

마찌야의 보전ㆍ재생 작업에 사용되고 있다.

주택의 재건축과 수선을 도와주는 어드바이저 파견 제도, 내진 진단 지원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이는 주택을 양질의 경관 자원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지진 등의 재해를 입었을 때

市의 경관정책에 따른 재건축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이다.

주민들의 자생적 보존 노력도 교토를 지키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비영리기구인 쿄마찌야 재생연구회 등 4개 단체가 모여 있는 '쿄마찌야 ENT'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2005년부터 시민들이 전통가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음악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가옥주들이 마찌야를 보수할 때 설계 상담 등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은 규제를 피해 고층건물을 짓는 건축회사와 소송도 불사한다.

불편을 감수하고 기꺼이 전통의 보존에 앞장선 시민들의 존재가

바로 오늘 교토가 일본인의 고향으로 남게 된 배경이다.

 

 

 

 

교토에서는 전통가옥이 더 높은 가격에 거래 '개발=이익' 더 안통해

 

 

 

"도대체 누구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거죠?"

교토의 경관정책에 대해 물으러 찾아간 무네타 요시후미(宗田好史) 교토부립대 생명환경학부 교수는

처음부터 거칠게 질문을 되돌렸다.

한옥 보존을 놓고 서울시와 일부 주민들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 얘기를 서두에 꺼냈는데,

그것이 10여 년 째 마찌즈쿠리(まちづくりㆍ마을 만들기) 운동의 논리를 구축해온 그를

답답하게 만든 듯했다. 그는 민주주의 원론까지 들먹이며 전통 경관 보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땅과 집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고, 그 중 보존을 반대하는 사람은 더 소수입니다.

그들을 위해 시민 전체의 재산인 도시 경관을 무너뜨리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맞는 일일까요?

개인이 점유하는 사유재산의 가치를 절대화하는 것이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에요."

무네타 교수는 역사도시 재생 정책에 관한 연구로 교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유엔지역개발센터(UNCRD)를 거쳐 교토부립대에서 재직하고 있다.

도시 재생에 있어 지역과 역사라는 요소의 중요성을 이론화하는 것이 그의 주된 작업이다.

교토의 경관정책 수립에도 관여한 그는 교토의 사례를 조목조목 짚으며

'개발=이익'이라는 등식의 허위성을 드러내려 했다.

"개발이 반드시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재개발된 부동산은 웃돈이 얹혀 거래돼야 합니다.

하지만 교토에서는 쿄마찌야로 보존된 부동산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건 서울의 북촌에서도 마찬가지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개발을 외치는 건 개발 과정에서 이득을 볼 건설업자의 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교토부립大 무네타 교수>

보존이라는 큰 틀에 동의해도 시가 정한 일률적 규제와 디자인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교토의 경관은 분명 고풍스럽지만 특유의 갈색 톤은

미적 감성에 따라 다소 칙칙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네타 교수는 "이 같은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시민들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자기 집을 개축할 때는 규제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 규제는 이웃집을 수리할 때도 똑같이 적용돼요.

자기 바로 앞집, 옆집이 전체적 조화를 무너뜨리는 '튀는' 집으로 바뀌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자기 집보다는 이웃집에 적용되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

모두 결국 市의 규제에 동의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교토는 왜 14개나 되는 시내의 세계문화유산을 두고

마을을 전통 경관 보존의 핵으로 삼게 됐을까.

 

말미에 던진 질문에 무네타 교수는 다소 뜻밖의 대답을 들려줬다.
"황궁의 시설을 확충해 '일본적인 것'의 중심으로 삼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이나 중국에 그 '일본적인 것'이 어떻게 비칠까요?

과거 황궁이나 신사 중심이었던 일본 학생들의 교토 수학여행 코스도

이제 전통 마을 탐방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건 의미있는 변화입니다.

마을만들기를 통한 교토의 경관 보존 노력에는 그런 역사적 성찰과 정화의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 2010/06/17 교토= 유상호기자 ⓒ 인터넷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