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관5주년기념 ‘고려불화대전’]
고려불화대전
국내외에 소장된 고려와 조선 전기의 불화 60여 점,
고려시대의 불상과 사경, 불구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불화가 한 자리에 모였다.
동아시아 불화의 전통 속에서 고려불화의 예술성은 물론
고려의 문화 전반과 정신세계를 읽어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치 어제 그린 듯 생생하게 남아 있는 일본 단잔진사(談山神社) 소장 <수월관음도>,
현지에서 ‘붉은 석가’로 알려져 있을 만큼 여전히 아름다운 색채를 간직한
일본 쇼보사(正法寺) 소장 <아미타여래도> 등 고려불화의 명작들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아미타여래도/ 고려 후기, 비단에 색, 190.0×87.2㎝, 일본 쇼보사(正法寺) 소장
- 여의륜관음도/ 13~14세기, 비단에 색, 101.7×41.6㎝,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소장
전시되는 작품들 중에는
외국대여는 물론이고 외부공개마저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개인사찰 소장품도 많다.
이번 전시는 고려불화의 섬세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일생에서 다시 만나기 힘든 드문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도입부에서는,
고려불화의 종류, 고려불화의 재료 및 사용된 문양 등 고려불화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제1부 ‘깨달음을 얻은 존재, 부처’
비로자나불, 미륵불,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등 다양한 여래를 그린 불화를 소개한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종파의 발전도 두드러졌던 만큼
종파별로 특히 신앙하는 여래는 불화로도 다수 그려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화엄경』의 주존인 비로자나불도는『화엄경』사경변상도와 함께 소개하고,
고려불화 중 단연 많은 수를 차지하는 아미타계 불화는 아미타불이 홀로 그려지는 <독존도>,
두 보살을 협시로 거느리는 <아미타삼존도>, 여덟 보살을 협시로 거느리는 <아미타팔대보살도> 등
보다 세분하여 다각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제2부 ‘중생구제의 염원, 보살’
고려시대 보살도의 양 축을 이루는 <수월관음도>와 <지장보살도>를 소개한다.
특히 수월관음도에서 어린아이와 같이 깨끗한 마음으로 진리를 구하는 선재동자의 모습,
자애롭게 내려다보는 관음보살이 손에 들고 있는 금강저, 금강령 등은 실물로도 전시되어
고려시대 불교 공예품의 모습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제3부 ‘부처의 진리를 깨우친 수행자, 나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일본ㆍ미국 및 개인소장품을 보강하여
현재 세계적으로 14점 정도 알려져 있는 <오백나한도>시리즈 중 10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전시한다.
고려시대에는 나한에 대한 신앙이 성행한 만큼
나한에 비는 의식인 ‘나한재(羅漢齋)’를 거행한 기록이 다수 남아 있다.
당시에는 불교 의식을 위하여 불상과 불화를 다수 조성했으므로
현재 남아있는 여러 나한상과 나한도 역시 나한 관련 불교의식과 관련하여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제4부 ‘이웃나라에서 그려진 불보살의 모습’
고려불화와 동 시기에 그려진 중국과 일본의 불화를 함께 조명함으로써
당대 동아시아의 불화 전통 속에서 고려불화를 보다 폭넓은 시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南宋대의 <아미타여래도>, 元대의 <석가삼존도> 및
중국 닝보(寧波)지방의 공방불화로 유명한 남송의 육신충(陸信忠) 필 <시왕도>도 출품된다.
일본불화로서는 가마쿠라 13-14세기에 제작된 일본의 정토계 불화들을 중심으로 소개하여
아미타불, 관음보살, 지장보살을 주제로 한 고려불화와 보다 쉽게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프롤로그 ‘전통의 계승’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 전기 불화 5점을 전시한다.
조선 전기에 들어서면서 억불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불교의 위세가 축소되어가는 상황에서도
왕실 등 권력과 재력을 갖춘 계층이 발원한 불화들은
고려시대 왕실과 귀족의 후원으로 제작된 불화가 보여주던 섬세함과 화려함의 전통을 잇고 있다.
문정왕후 발원 불화 2점을 비롯, 이번 전시에 출품된 조선 전기 불화들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 박혜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고려불화 귀향잔치
센소사 소장 수월관음도 ‘백미’
서하 · 고려 불화 비교하는 맛도
인연 1-100여년 전 실크로드의 서하 불화
1909년 러시아 고고학자 코즐로프의 탐험대는
중국 변방 고비사막 실크로드에서 뜻밖의 그림들을 발견한다.
12~13세기 송나라와 맞섰던 티베트계 서하왕국의 도읍 하라호토의 폐허에서 찾아낸 푸른빛 불화들이었다.
불화들의 정체는 중생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아미타불과 세지보살 · 관음보살이
손을 내밀어 저승에 오는 망자를 따뜻하게 맞는 내영도,
바위 위에 앉은 관음상이 선재동자와 문답하는 수월관음도로 밝혀졌다.
당시 탐험대는 중국 불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생각했고,
누구도 이 그림이 70여 년 뒤 재발견된 고려 불화와 불가사의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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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2-32년 전 이웃나라에서 부활한 고려불화
1978년 일본 나라현 야마토분카칸(大和文華館) 전시관에서 사상 처음 고려 불화 50여 점을 선보이는
'고려불화 - 일본에 청래(請來)된 이웃나라의 금빛 부처님들' 특별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고려불화 50여 점이 자리를 함께했다.
고려불화의 가치를 최초로 세상에 선보인 의미있는 전시였다
이 특별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고려불화가 일본에 전래된 동기를 '청래'(請來)라고 지목했다는 점이다.
청래는 글자 그대로 풀자면 '(일본이) 요청해서 왔다'는 뜻이다.
일본 내 소장처를 수소문한 일본 연구자들이 꾸린 이 전시는
고려 불화를 단박에 세계적인 미술사 명품으로 부각시켰다.
금물, 원색의 신비스런 색감과 정교한 필선으로 이름높은 고려 불화는
그때까지 미술사학자 고유섭과 일본 학자들이 소개한 단편적인 글 외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특히 전시 이후 실크로드와의 인연으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유명한 '수월관음도'와 '아미타내영도'다.
코즐로프가 실크로드에서 발견한 서하(西夏)의 푸른빛 불화와 색감은 달랐지만,
구름 위 부처가 망자를 반겨 맞이하거나 바위에 앉은 관음의 자태는 빼닮은 듯 비슷했다.
학계에서는 고려 불화가 중국을 거쳐온 서하의 불화를 모티브 삼아 금니(금물)와 원색의 색채,
화면 가득 촘촘한 무늬를 넣는 특유의 독창적 양식을 발전시켰다는 설이 유력해졌다.
이런 내력에다, 부처, 보살상의 옷과 몸에서 드러나는 품위 어린 원색과
다른 중 · 일 불화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하고 정교한 동식물 무늬들이 가득 들어찬
고려 불화의 화엄세계 앞에서 다시한번 고려불화의 우수성에 학자들은 열광했다.
이후 고려불화 특별전은
1993년 호암미술관과 동국대박물관이 공동 주최해 ‘고려, 영원한 미-고려불화특별전’이 열린 적이 있다.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고려왕조 - 깨달음의 시대'를 모토로 내건 이 전시에서
고려불화 24점이 선보였다. 이 특별전을 통해 다시금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한 '700년만의 해후 - 고려불화대전'은
출품작 61점에서 기존 전시를 압도한다.
나아가 고려불화의 본고장에서 열리며 동시대 중국과 일본 불화를 비교전시하는 한편,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 전기 불화와도 비교하는 자리도 아우른다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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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3-700년 만에 고향에서 만나다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불화대전’은 딸림 제목처럼 ‘700년 만의 해후’다.
약탈되거나 유출돼 이역 땅에 흩어졌던 고려 불화들의 인연들을 집대성한 귀향 잔치다.
실크로드와 일본에서 인연의 실타래를 푼 국내외 고려 불화들이 처음 고향에서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현재 일본에 130여 점, 미국 · 유럽 · 국내에 30여 점밖에 없는 작품들의 40%인 61점이 내걸렸다.
2년 전부터 일본 등의 소장 사찰과 수장가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박물관 기획자들의 열정 덕분에
이 전시는 앞으로도 전무후무한 고려 불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처와 보살, 나한 등 고려 불화의 여러 소재들과 같은 시기 중 · 일의 불화, 후대 조선초 불화까지 조망한 이 전시에는 매혹적인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그 백미로 꼽는 작품이 사진으로만 전해지다 처음 공개된 일본 도쿄 센소사 소장 '수월관음도'다.
바위에 앉은 여느 수월관음도와 달리, 해변에서 우수에 찬 표정으로 서 있는 고고한 관음의 입상이다.
녹색톤의 은은한 색감을 깔고, 정연한 몸매에 가늘고 미세한 흰선을 수백번 덧칠해 표현한 투명 사라(베일)를 쓴, 이 관음상의 자태를 많은 관객들은 한숨을 쉬며 올려다보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고려 불화의 소재로 가장 사랑받았던 아미타부처와 지장보살 그림들이다.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소장한 서하의 아미타 불화 3점과 고려 아미타 불화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만났다.
서하 불화를 빼닮은 명품인 리움 소장 아미타삼존 내영도를 견주어 감상할 수 있다.
‘붉은 부처’로 불리는 일본 쇼보사 소장 '아미타불'과
화려하고 정교한 무늬로 가득 찬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지장보살도',
처음 모인 '시왕도', '나한도' 그림들 또한 스쳐갈 수 없는 눈대목이다.
문양과 색감, 구도에서 차이가 뚜렷한 중 · 일 불화와
문정왕후가 발원한 400탱 불화 같은 조선초 불화를 보여주면서 전시는 끝난다.
일본 센소사 소장 수월관음도. 물방울 모양 광배가 인상적이다. 그림 아래 해동 승려 혜허가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
- 2010-10-15 한겨레
고려불화 엿보기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존재
형과 색, 선과 무늬가 이뤄내는 섬세함과 조화의 극치
수 십 점의 고려불화를 한 자리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행운
고려를 대표하는 미술품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라고 질문을 하면,
‘청자’가 아닌가요? 라고 되물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틀린 대답은 아니며
이는 그만큼 고려청자가 우수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고려불화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미 우수한 미술품임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존재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고려불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려불화는 150여 점이 알려져 있으나 미국, 유럽의 10여 점을 제외하면
130여 점이 일본에 전하고 있으며, 국내에 전하는 작품은 애석하게도 고작 10여 점으로,
그나마도 근년 일본, 미국 등지에서 구입한 것이 대부분이다.
고려불화는 이미 700여 년의 모진 세월을 견뎌냈기에 그려질 당시의 원래 모습을 잃고 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 변색으로 인하여 외견상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사례도 있어
흘깃 보아서는 아름답다 라든지 호화롭다 라는 일반적인 평가가 그다지 실감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는 고려불화 묘선(描線)과 각종의 문양이 섬세ㆍ치밀하여
관심을 가지고 세부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진면목을 발견하기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고려불화의 표현상의 특징과 더불어 관심 있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에 대해 언급해보면,
고려불화의 채색은 붉은색, 녹청색, 군청색 세 가지 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색상이 명료하게 보인다.
그 이유는 안료를 혼합하면 채도(彩度)가 떨어져 탁해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색상이 단조롭고 원색만을 사용했음에도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금(金)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했기 때문이다.
고려불화의 금은 모두 순금인데, 거의 모든 윤곽선, 옷주름선 그리고 각종 각양의 무늬를 금으로 그렸다.
이들 금선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수월관음상이 걸치고 있는 베일이다.(도 1)
(도 1) 수월관음도 부분/ 105.5×54.3㎝/ 후지이사이세이카이유린칸(藤井齊成會有隣館) 소장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고려 후기, 비단에 색, 115.2×59.1cm, 일본 게조인(華藏院) 소장. 지장보살과 시왕 등을 한 폭에 그렸다. 지장은 중생을 교화 · 구제하는 보살이고, 시왕은 죽은 자에 대한 죄의 경중을 다루는 10명의 왕이다. 지장은 맨머리로 표현되나, 고려불화에선 두건을 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보관에서부터 전신을 감싸고 있는 베일의 윤곽선 및 주름선은
밑선인 먹선을 따라 금선을 중첩하여 그어 나타냈는데,
그림에 따라서는 먹선 위에 흰선을 긋고 다시 금선으로 강조하는,
즉 삼중선(三重線)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그 묘선들은 베일을 투명한 듯이 묘사해야 한다는 표현의지에 어울리게 매우 섬세하고 유연하다.
고려불화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는 다양한 무늬의 탐색이다.
고려불화는 무늬의 세계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금으로 그린 각종 각양의 무늬로 가득 차 있다.
연화나 보상화를 비롯해 각종의 꽃무늬가 곳곳에 드러날 듯 말 듯
자리 잡고 있으며 봉황, 용 등 동물무늬 또한 적지 않다.
(도 2) 지장시왕도 부분/ 게조인(華藏院) 소장
심지어는 부처와 보살의 머리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사례도 있다.
(도 3) 아미타팔대보살도 부분/ 1320년, 마쓰오사(松尾寺) 소장
<아미타구존도(阿彌陀九尊圖)>는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를 중심으로 좌우 또는 아래에 8명의 보살이 배치되어 있는 도상으로 아미타불화 가운데 하나. 이 도상은 불공역(佛空譯) 〈팔대보살만다라경(八大菩薩曼茶羅經)〉을 근거로 성립된 밀교도상(密敎圖像)의 하나이며, 이 도상을 일반적으로 <아미타팔대보살도(阿彌陀八大菩薩圖)>라 일컫는 것은 그와 같은 소의경전(所依經典)이 있기 때문이다. 경전에서의 팔대보살은 관음(觀音) · 문수(文殊) · 보현(寶賢) · 금강장(金剛藏) · 제장애(除障碍) · 허공장(虛空藏) · 미륵(彌勒) · 지장(地藏) 보살이다. 그러나 고려나 조선시대 불화에서는 허공장보살 대신에 세지(勢至)보살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미타구존도의 형식은 설법도(說法圖)와 내영도(來迎圖)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설법도는 본존인 아미타여래가 앉아 있고 그 아래 또는 좌우에 8명의 보살이 정면을 향하고 서 있는 모습, 내영도는 9존이 약간 측면을 향하는, 즉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현존하는 작품 가운데 설법도 형식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1307)과 일본 마쓰오사[松尾寺] 소장본(1320)을, 내영도 형식으로는 일본 도쿠가와 미술관[德川美術館] 소장본과 죠교사[淨敎寺] 소장본을 꼽을 수 있다. 아미타구존도(1320), 비단 바탕에 채색, 177.2×91cm, 일본 마쓰오 사[松尾寺] 아미타구존도는 밀교도상으로 성립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종파에 관계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으며, 특히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도상은 중국의 초기 도상과 다를 뿐 아니라 중국·일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으로 한국 불교도상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 가운데 ‘연화당초원문(蓮花唐草圓文, 도 3)’은
고려불화의 대표적 무늬로 부처의 법의는 물론 보살의 천의에서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특히 이 '연화당초원문'은 고려불화에서만 보일 뿐
중국은 물론 일본의 어느 시대 어느 종류의 불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려 독창적인 무늬이다.
따라서 이 무늬가 어디에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고려불화를 보는 재미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은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인 형, 색, 선, 무늬의 조화와 섬세함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먼 거리에서의 관찰만으로는 고려불화의 참 모습을 알 수가 없다.
이럴 때 망원경 역할을 하는 ‘갤러리스코프’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국미술을 대표할 만큼 급격히 부상한 고려불화를 볼 기회가 여전히 드문 상황에서,
수십 점의 고려불화를 한 자리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며
고려불화의 미지의 아름다운 세계에 빠져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 정우택, 동국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
고려불화대전 - 기획, 유물수집, 전시까지
고려문화의 정수 고려불화의 우수성과 그 위상을 재조명하기 위하여
2년여의 기간을 걸쳐 총 42개의 국내외 소장처와 접촉, 협의하여
한국에 빌려주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일본의 소장자를 설득하는 등
마침내 전세계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불화의 약 40%가 한 자리에 모였다.
고려불화를 주제로 한 전시는
1978년에 일본 야마토문화관(大和文華館)에서 개최한
특별전 ‘고려불화-일본에 청래된 이웃나라의 금빛 부처들’이 최초의 전시이다.
출품유물도 약 50여 점으로 ‘고려불화’ 특별전 사상 최대 규모로
고려불화의 가치를 최초로 세상에 선보인 의미 있는 전시였다.
이후 1993년 호암미술관과 동국대학교 박물관 공동주최로 열린
‘고려, 영원한 미-고려불화특별전’을 개최하여 다시한번 고려불화의 우수성을 세상에 드러냈고,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개최한 ‘고려왕조-깨달음의 시대’에도
약 24점이 출품되어 전 세계적으로 고려불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후 한층 높아진 고려불화의 위상에 비해 이전의 규모만큼 전시되지 못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시대에 걸맞은 주제로 고려불화가 이상적인 전시로 판단되었다.
특히 2010년은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이전개관 5주년으로 ‘고려불화’ 전시의 최적기라 판단하고,
1년간 일본에 파견, 다녀온 민병찬 학예연구관(현 전시팀장)의 강력한 제의로
'고려불화 展'을 추진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불화는 나한도를 포함하여 전 세계에 약 160여 점 정도가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 소재한 고려불화는 약 20여 점(나한도 포함)이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 약 10여 점, 일본에 약 130여 점이 있어
일반인들은 물론 불화 전공자들도 쉽게 접할 수 없어
국내에서는 고려불화의 분포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러한 여건과 일본의 정서를 감안하여
2009년 1월에 나라국립박물관 측과 접촉하여 ‘고려불화’展의 성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한 결과
예상외로 적극 협력하겠다는 회신이 돌아왔다.
이후 2009년 4월에는 일본 문화청 및 도쿄국립박물관측과 접촉하여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얻었으며
도쿄국립박물관측은 일본의 대표기관으로서 일본 내 국립중앙박물관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울러 관동지역은 도쿄국립박물관, 관서지역은 나라국립박물관,
규슈지역은 규슈국립박물관이 대표기관이 되어 각 지역의 사립박물관 및 사찰, 개인 소장가와
대여관련 교섭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출품교섭과 유물조사를 위해 방문한 각 소장처에서 처음 접한 고려불화는
종교화이기 이전에 하나의 예술품으로서 숨이 막힐 정도로 화려한 자태을 뽐냈다.
섬세하고 단아한 형태, 붉은색ㆍ녹색ㆍ청색 등 원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색채와
호화로운 금니, 흐르는 듯 유려하면서도 힘있는 선묘 등 고려의 미감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고려불화는 작품이 워낙 귀하기 때문에 한 기관에서 여러 점을 소장한 경우가 드물다.
총 42개 기관에 달하는 국내외 소장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고려불화가 일본에 많이 소장되어 있는데,
일본의 정치상 한국에 빌려주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일본 소장자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안심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고,
심지어 작품 운송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주저하는 소장 기관도 있어 우리의 속을 태웠다.
반면 ‘사토가에리[歸鄕]’란 일본어 표현에서 살필 수 있듯이
누구나 언젠가는 고향에 한번은 다녀와야 한다는 일본의 정서를 들어 흔쾌히 승낙해준 소장처도
여러 기관이 있다. 특히 이 특별전을 위해 일본 도쿄, 나라, 규슈국립박물관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2년여에 걸쳐 공들인 결과 특별전 개최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
전시는 대주제로 분류하고 다시 소주제로 분류하여 크게 6부로 나누어 전시하였다.
도입부 - 화편에 펼친 진리의 세계, 고려불화
제1부 - 깨달음을 얻은 존재, 부처
제2부 - 중생구제의 염원, 보살
제3부 - 부처의 진리를 깨우친 수행자, 나한
제4부 - 이웃나라에서 그려진 불ㆍ보살의 모습
프롤로그 - 전통이 이어지다
이번 전시는 고려불화의 아름다움과 고려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전시하였다.
즉 동 시기의 중국불화 및 일본불화, 그리고 고려시대 공예품과 불상 등을 비교 전시하였다.
아울러 고려불화의 화려함을 전시 그래픽과 영상물을 활용해 극대화했다.
고려불화대전은 전 세계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불화 가운데 약 40%가 출품되는
사상 최대규모의 전시로 평생 두 번 다시 접할 수 없는 고려불화의 화려함과 우수성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 배영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 2010년 10월1일, 박물관신문, 국립중앙박물관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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