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는 1922년에 태어나 1973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조각가이다.
그의 작품은 1950, 60년대 유행했던 추상조각과는 전혀 다른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고 또한 재료에 있어서도 테라코타, 건칠 등을 다룸으로써
동시대 다른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그의 작품세계가 지닌 본래의 의미보다는 그
의 죽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도 하다.
마치 이중섭의 작품이 작가의 삶이 지닌 궤적에 따라 지나치게 얽매어 있어
작품에 대한 진정한 연구가 작가에 대한 연민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과 유사하다.
권진규는 1950년대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할 당시
부르델의 영향을 받은 시미즈 다카시에게 사사하였다.
당시 제작한 작품들은 사실주의적인 표현에 따르기는 하였으나
표현주의적 조형미를 살린 경향이 보인다.
권진규는 1959년 귀국한 뒤 흙을 이용한 테라코타 작업과 건칠에 집중하면서
단순화된 형태감, 거친 표면으로 인하여 원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제작하였다.
주제에 있어서는 남녀인물, 동물, 추상 등 다양하게 전개하였고
환조, 부조, 드로잉 등 많은 작품을 제작하였다.
특히 테라코타와 건칠작품의 경우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손의 느낌이
재료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결합하여 더욱 표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동물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는 해학적인 표현도 묻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