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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 홍세섭의 영모, 화조화

Gijuzzang Dream 2009. 6. 10. 15:51

 

 

 

 

 

영모도(翎毛圖) 8폭

전홍세섭(傳洪世燮), 비단(絹)에 수묵, 세로 : 119.7 cm / 가로 : 47.9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작품은 영모절지도(翎毛折枝圖)를 그린 《영모팔곡병풍》으로

원래 8폭의 병풍으로 제작된 것인데 후에 내리닫이 족자로 꾸며져 현재에 전하고 있다.

소재, 화면의 분위기로 보아 사계절의 8경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소재는 오리(유압도), 해오라비, 백로, 따오기, 기러기, 까치 등으로

각각 두 마리씩 갈대와 수초, 매화 등과 함께 그려졌다. 

 

 

 

 

 

유압도(游鴨圖)

비단에 수묵, 119.7×47.9cm, 국립중앙박물관

 

수묵 위주의 화조화에서 또 다른 양상의 이색화풍을 이룬 사람이 홍세섭이다.

<유압도(游鴨圖)>는 홍세섭의 조류에 대한 지대한 관심, 뛰어난 구성력, 정확한 묘사력,

능숙하고 세련된 묵법 등을 잘 보여준다.

종래의 전통적 영모화와는 달리 시원한 구도와 대담한 시점의 조화가 화면을 생동감 있게 바꾸었다.

여기에 둥근 먹점이나 몰골로 처리된 수초, 배경의 선염 처리가 수채화같은 느낌을 주어

전체적으로 홍세섭 특유의 화풍을 보여준다.

 

화면 전체를 수면으로 가득 처리하고 한여름 더위를 식히려는 듯 물 위를 헤엄치는 두 마리의 오리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본 부감법으로 그려 매우 독특한 구도를 형성하였다.

 

진한 먹과 엷은 먹을 절절히 교차시켜 부드럽고 윤기 있는 오리 깃털의 질감을 느끼게 한다.

농담과 여백의 조화로 포물선의 물살은 힘찬 운동감과 함께 오묘한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헤엄치는 두 마리 물오리를 따라 수면에는 포물선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 수면의 물결은 엷은 파묵과 담묵의 변화로 표현되고

파문의 포물선 상에 뚝뚝 떨어뜨린 듯한 농묵의 반점을 찍어 오리의 헤엄치는 속도감을 설명하였다.

물결의 가장자리는 담묵 속에 스미는 약간 진한 선으로 묘사되고

물 속과 밖에 길게 자란 수초가 우측과 아랫면을 변화있게 감싸고 있다.

 

수면의 독특한 느낌이

마치 서양화에서 물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려 특이한 효과를 내는 마블링 기법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앞의 오리는 고개를 뒤로 돌렸고 뒤의 오리는 앞의 오리를 따라 헤엄치고 있다.

앞서가는 물오리가 고개를 젖혀 대화를 하는 듯,

전체 구성과 잘 어우러지며 정감 어린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발로 수면을 차며 다리는 이들은 살짝살짝 스치는 듯하게 붓끝의 맛을 살려낸 담묵으로

깃털의 방향에 따라 묘사되었다.

그 위에 농묵으로 깃털 끝을 정리하고 반점을 찍어 간소하게 표정을 마감하였다.

특히 오리를 그리는데 있어서 외곽선을 사용하지 않고

약간 진한 담묵의 처리로 수면 위에 부각되게 하였다.

즉 수면 위의 파문이나 오리의 표현은 대상의 외형 묘사에 의존하지 않고

주변과의 조화 속에서 물 위에 떠가는 오리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그려내었다.

 

헤엄치는 물오리의 동작 포착과 물살의 표현, 그리고 이에 부합되는 속도감 있는 필치는

신선한 묵감, 부감한 독특한 구도법과 아울러서

이 작품을 조선 말기 문인화의 새 기풍으로 손꼽을 수 있는 이색적이고 감동적인 분위기로 이끌었다.

 

 

 

해오라기=해오라비

비단에 수묵, 119.7×47.9cm, 국립중앙박물관

 

<해오라기>는 홍세섭의《영모팔곡병풍》중의 한 작품으로,

마치 북극의 물새를 그린 듯 배경이 매우 독창적이다.

두 마리의 해오라기는 모두 한 발을 들고 각자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깃털은 방향에 따라 붓끝이 살짝 스친 듯 빠르고 대담하게 표현하였다.

배경의 산은 눈이 내린 모습인지 추상적인 형태의 세 봉우리를 배치하였다.

바닷가인 듯 포말이 일고 세 봉우리 주위는 엷은 먹을 발라 봉우리의 흰색이 두드러진다.

다른 화조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특이한 구도와 자유분방한 묘사로 기발한 구상력이 돋보인다.

 

 

홍세섭(1832~1884)

조선 후기의 문인화가. 자는 현경(顯卿), 호는 석창(石窓).

1867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1881년 정시(庭試)에 급제했다. 그뒤 정랑과 우부승지를 지낸 사대부화가이다.

큰할아버지(홍대연, 洪大淵)와 부친(홍병희, 洪秉僖) 역시 그림에 뛰어났는데

특히 석창 홍세섭과 부친의 그림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했으며,

두 사람이 합작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영모화(翎毛畵)를 특히 잘 그렸으며,

좁고 긴 화면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구도와

담채 이상의 다양한 효과를 내는 수묵의 교묘한 운용이 돋보이며

다른 화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미감과 함께

사의화(寫意畵)로서의 격조 또한 느낄 수 있다.

 

부감법 구도의 대담한 화면구성과 배경의 추상적인 표현,

서구풍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시원한 수묵효과로

이색적이고도 근대적인 감각이 풍기는 독창적인 화풍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석창의 화명(畵名)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그의 작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근래의 일이다.

현재 남아있는 석창의 그림은 거의가 수묵만을 사용하여 그린 영모화(翎毛畵)의 연작(連作)이 대부분이며

8폭의 <유압도(遊鴨圖)>와 <야압도(野鴨圖)> 등 8폭의〈영모화: 국립중앙박물관〉,

삼성 리움미술관의 <영모화>,  간송미술관 소장〈진금상축도(珍禽相逐圖)〉등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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