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 2009년 5월19일 - 6월28일
전시장소 : 국립부여박물관
나무 속 암호, 목간(木簡)
글을 쓴 나무조각, 목간(木簡)은 옛 사람들이 남긴 1차기록자료로서 근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문화재다.
나무는 종이에는 없는 내구성 덕택에, 종이가 사용되던 시대에도 고유의 독특한 역할을 하였다.
국내에서는 1972년 경주 안압지에서 통일신라 목간이 출토된 이래
지금까지 줄잡아 약 5백점의 목간이 알려져 있다.
한국 목간은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비해 형태와 서체가 독특하다.
산화되어 검게 타버린 목간의 글자를 판독하는 데는
적외선카메라와 같은 과학적 장비의 힘을 빌려야 한다. 어렵사리 글자를 읽어낸 후에도,
외형과 재질 등의 분석과 함께 역사, 문화적 맥락을 진단해야 한다.
이같은 긴 여정은 마치 나무라는 미로 속에서 암호를 찾아내는 작업과도 같다.
고생 끝에 찾아낸 암호 즉 패스워드는
옛사람들의 생활터를 직접 여행할 수 있는 타임머신의 입장표가 된다.
경주 안압지 목간에서는 신라 궁중에서 가오리 등 생선과 돼지를 식재료로 사용하였으며,
젓갈과 같은 보존식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함안 성산산성 목간은 낙동강 물길을 활용하여 보리, 피 혹은 조 등 곡식과 철 등
각종 물질과 사람이 이동하였음을 말해준다.
경주 월성해자 목간에서는 왕경 마을의 모습과 한자를 우리말식으로 표현한 이두 등
언어생활을 추적할 수 있다.
부여 능산리절터 에서 나온 남성 성기모양의 목간에서
왕실불교사원을 무대로 한 백제사람들의 의례와 정신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태안 해저인양 고려목간을 통해서는 14세기 강진에서 생산된 청자가 개경으로 주문 생산되고
중간상을 통해 유통된 상업사회의 구조를 볼 수 있다.
목간을 통해서만 알 수 있게 된 옛사람들의 생활사, 문화사를
일반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가공하여 배달한다.
공동주최기관인 국립가야문화연구소와 손발을 맞추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국립부여문화연구소,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및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소장 목간을
수집하였으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을 비롯한 관계기관에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목간 특별전은
국립박물관 개관 100주년과 국립문화재연구소 4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되었다.
- 이용현,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사
- 2009년 5월1일, 박물관신문,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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