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세시도(歲時圖) - 서양의 민화 / 동양의 화투

Gijuzzang Dream 2009. 3. 8. 14:50

 

 

 

 

 

 세시도(歲時圖)

 

 

 

 

 

서양의 민화

 

서양에도 민간에서 사용되었던 그림, 민화(民畵)가 있었다.

민간에서 사용된 그림은 대개 ‘세시도(歲時圖)’이다.

달력을 겸하여 계절의 변화를 알고 일상생활과 농사에 쓰기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농사짓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므로, 이에 따라 그림의 내용도 달라진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산업화시대 이전에는 부(富)를 가져오는 유일한 방법이 농사였다.

농경이야말로 가장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주는 정직한 생업이었다.

농사에는 4계절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여 각 계절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농사일을 기준으로 4계절로 나눠놓고 있다.

일년을 4계절로 나누고 논리를 만들어 각 계절에 의미를 붙여 놓는다.

 

동양에서는 이를

‘원(元, 시작), 형(亨, 형통함), 리(利, 모든 것을 이롭게 함), 정(貞, 제자리로 돌아감)’이라 하여

각각 춘하추동(春夏秋冬)에 대응시켜 설명하였다.

서양에서도 이런 관념이 있어 이것을 ‘4기설(四氣說)’이라 하였다.

봄 - (탄생), 청춘, 비너스(미), 플로라(꽃)

여름 - 성숙, 케레스(농업의 신), 열매, 녹색밭

가을 - 초로(장년), 단풍

겨울 - 발칸(화로), 보레아스(북풍), 황토, 죽음 즉 탄생

 

계절

4기(四氣)

방위

원소

 

성격

기질

동물

탄생, 청춘, 꽃,

비너스(美)

남성

쾌활, 희망,

음악

다혈질

원숭이

여름

성숙, 열매,

케레스(농업신)

남성

우울

우울질

돼지

가을

초로의 인생, 단풍

여성

냉담, 무기력

점액질

새끼양

겨울

죽음

여성

성급함

담즙질

사자

 

 

 

<1월>

서양에서 1월은

머리가 두 개인 야누스가 낡은 집의 문을 닫고 새 집의 문을 여는 것을 그려서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야누스는 하늘의 문지기로서, 문의 수호신이다. 머리가 두 개라고 생각한 것은

모든 문은 두 방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궁중에서는 새해맞이 파티를 연다.

눈이 많이 와서 교통사정이 나쁜 2월이 오기 전에 백성들에게 임금의 따뜻한 정을 베풀고,

이웃나라들과 선린 우호의 정을 다져놓는 것이 좋다.

동화 속의 신데렐라도 1월에 열리는 궁중의 무도회에 참석했어야 맞는다.

 

 

1월 - 물병좌(aquaris)

나무를 베어 넘어뜨리는 농부. 춤추는 남녀.

과거와 미래의 신 야누스가 노인의 창문을 닫고 청년의 창문을 염.

야누아리우스-하늘의 문지기-새해를 염. 문의 수호신. 모든 문은 두 방향을 가로지고 있기 때문임

 

 

<2월>

서양에서 2월을 나타내는 그림은 난롯가에 가족이 모여앉아 불을 쬐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유럽의 2월에는 눈이 많이 오므로 집안에 틀어박혀 쉬면서 추위를 이겨 지내라는 뜻이다.

 

 

2월 - 물고기좌(Pisces)

월동, 난롯가에서 추위를 이겨 냄. 과수의 접목.

강풍에 미끄러지는 비너스와 큐피드. 세례를 나타내는 그리스도교의 상징.

작은 물고기(신자). 물고기의 못(세례반)

 

 

<3월>

3월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부와 포도덩굴을 전지하는 장면을 그려서 나타낸다.

3월에 농사일을 시작하되 포도덩굴에 물이 오르기 전에 전지할 것과

7월에 수확할 밀을 파종할 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3월 - 숫양좌(aries)

정지. 파종. 봄이 되어 밭을 갈고 씨를 뿌림. 농사일을 시작함. 포도나무 가지의 전정.

수금(竪琴, 하프)타는 목동. 칼과 횃불을 든 마르스

 

 

<4월>

4월은 묘목에 접붙이는 장면을 그려서 나타낸다.

그 이유는 4월이 접붙이기에 좋은 때임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귀족들이 쓰는 그림에서는 결혼식 장면을 그린다.

4월에 과수의 접을 붙이면 활착이 잘 되므로 결혼식도 이때 치렀다.

 

 

4월 - 황소좌(Taurus)

춘연, 봄맞이 잔치를 염, 나무를 접붙임. 포도선반 만들기. 꽃관을 쓰는 젊은이.

꽃다발을 쓴 황소가 처녀를 약탈함.

 

 

<5월>

5월에는 새로 돋아나 먹이가 될 만한 풀밭에 양과 말을 방목하여

겨울동안 먹지 못했던 신선한 풀을 뜯긴다. 더 일찍 방목하면 양과 말에게는 좋겠지만

풀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5월에 방목한다.

그리고 귀족들은 운동이 부족했던 말들을 몰고 사냥을 한다.

로빈 후드와 같은 유럽의 이야기 중에는 왕이 전용사냥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매우 사치스런 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귀족들이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하기 위하여 사냥터가 반드시 필요했고,

이때를 위하여 평소에는 사냥감인 짐승과 새를 백성이 범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귀족들은 전쟁 때 기병으로서 몸소 전쟁에 나가 농노들을 보호했으므로

당연히 훈련용 사냥감을 해치지 못하게 규제할 권리가 있었다.

 

 

5월 - 쌍둥이좌(Gemini)

방목. 새 풀이 돋는 들에 양떼를 방목함. 귀족의 매사냥. 농민은 나무그늘에서 쉼. 풀베기

 

 

<6월>

6월은 건초를 만드는 농부들을 그려 나타낸다.

5월까지 자란 풀을 베어서 사일로에 잘 저장하여 겨울에 말을 먹일 준비를 해야 한다.

말의 두수와 이 건초의 양이 맞지 않으면 겨울나기가 곤란해진다.

 

 

6월 - 게자리(Cancer)

벌채. 잠시의 농한기를 이용하여 벌채함. 건초 만들기. 건초 나르기

큰 낫을 가진 남자(시간의 신 크로노스).

 

 

<7월>

7월은 수확하는 장면을 그린다.

대개 7월은 보리를 수확하여 군마의 사료로 비축하고 8월에는 밀을 수확하여 사람의 양식으로 쓴다.

당시에는 지력을 보호하기 위한 영농법으로 삼포제(三圃制)라 하여

농지를 3등분하여 번갈아 짓는 법이 있었다. 지난해 겨울에 파종한 보리를 7월에 수확했다.

그러고는 작년에 갈지 않고 쉬게 한 밭(휴경지)에는 봄에 밀을 파종하여 그 해 8월에 수확했다.

또 양모를 깎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늦게 양들이 털갈이한 후에 깎게 되면, 털이 덜 자라 양모의 양이 적을 뿐만 아니라

양들의 털이 짧아 추운 겨울을 나기가 어렵게 된다. 무더운 8월이 오기 전에 깎아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7월 - 사자좌(Leo)

채초, 여름에 건초를 장만함. 낫을 갈고 곡물을 수확하는 농민. 볏단 나르기. 탈곡하기.

사자 가죽을 걸친 헤라클레스

 

 

<8월>

8월이 되면 농민들은 일 년의 식량인 밀을 수확하고, 귀족들은 들에서 매사냥놀이를 한다.

수확하느라 떨어진 이삭은 농민들이 줍지만,

줍고 남은 것들을 먹으러 온 들새(비둘기, 꿩, 참새)들을 사냥하면 전쟁에 대비한 훈련도 된다.

 

 

8월 - 처녀좌(Virgo)

수확, 밭곡식을 수확함(겨울밭, 겨울에 파종, 이듬해 밀, 라이보리 수확). 밀 이삭의 관을 씀. 곡물과 낫

개선차를 탄 세레스.

 

 

<9월>

9월을 뜻하는 그림은 포도를 수확하는 장면으로 나타낸다. 포도를 수확하여 포도주를 담근다.

포도주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베이컨 등 육류섭취로 인하여 체질이 산성화하기 쉬운 유럽인에게는 꼭 필요한 술이다.

 

 

9월 - 천평좌(Libra)

사냥, 사냥을 하고 돼지를 방목함. 수확한 포도 밟기. 포도주 항아리.

과일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세레스. 넘치는 포도. 풍요의 뿔. 천평을 가짐.

 

 

<10월>

10월에는 가을보리를 수확하고 밭을 간다.

 

 

10월 - 전갈좌(Scorpio)

매사냥. 귀족들의 매사냥. 돼지를 잡아 소금에 절임. 포도주 독 닫기

 

 

<11월>

11월에는 돼지를 산으로 몰고 가서 도토리를 털어 먹인다.

도토리를 먹게 하여 살찌운 돼지를 씨돼지만 남기고는 모두 잡는다.

이렇게 해야 월동용 사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잡은 돼지는 소금에 절여 베이컨을 만들어 보관해두고 일 년 동안 먹게 된다.

이때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후추가 필요했고

후추는 주요한 교역품의 하나였다.

 

 

11월 - 사수좌(Sagittarius)

유희, 모닥불을 피워놓고 흥겹게 놈. 섶을 모아 둠. 올리브 열매를 집음. 씨 뿌리기.

크리스마스용 돼지를 살찌움. 여자(디아네이라)를 유괴하는 켄타우로스

 

 

<12월>

12월은 보리를 씨 뿌리거나 일 년을 무사히 보내고 즐겁게 논다.

지방에 따라서는 겨울밭에 보리종자를 뿌리거나, 귀족들은 사냥개를 데리고 멧돼지사냥을 나간다.

 

 

12월 - 산양좌(Capricom)

탈곡, 여름밭의 작물(봄에 파종, 보리, 귀리 - 사료작물)을 수확하여 탈곡함. 밭을 갈아엎음.

크리스마스용 돼지를 잡음. 빵굽기.

한 님프(아리아드네)가 산양의 젖을 짬. 유아(큐피드)가 팔걸이의자를 가지고 있음.

 

- <서양화 읽는 법>, 조용진, 사계절,  pp 200-207 발췌

 

 

 

 

 

 

 

■ 동양의 화투(花鬪)

 

화투는 1543년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최초로 일본에 전래된 서양의 카드인 카루타(carta, かるた)에,

17세기 중엽 조선통신사를 통해 양반계층에서 유행하던 '수투(數鬪)놀이'가 접목되고,

일본 에도시대(江戶)의 우키요에(浮世繪)라는 풍속화가 결합하여 18세기 말에 완성된 것으로 

1900년대 대마도 상인들이 전통적인 세시도들을 월별로 모아 놀이기구로 만든 것이다.

화투(花鬪)는 일본에서는 화찰(花札, 하나후다)라 불렀다.

꽃이 그려진 카드를 던지는 게임, 또는 꽃이 그려진 카드를 맞추는 게임이라는 뜻

교토, 오사카, 에도 등지에 제조공장이 생겨나면서 귀족은 물론 일반서민에게도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급기야는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급기야는 사회문제가 되었고

도쿠가와 막부(德川幕府)는 덴쇼가루타를 이용한 도박행위를 금지시키기도 하였다. 

 

화투에는 1년 열두달을 상징하여 각 달에 해당하는 화초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月별로 각각 4매씩 총 48장으로 구성된 화투는 일본문화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화투의 낱장 하나하나에는 일본 고유의 세시풍속, 월별 축제와 갖가지 행사, 풍습, 선호, 기원의식,

샤머니즘 심지어는 교육적인 교훈까지 담겨져 있다.

 

민속학자들은 화투가 일제강점기에 급속히 확산됐다는 점에 주목,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저항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해 화투를 의도적으로 전파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의 정서차이>

 

화투에 담긴 계절은 바로 일본의 전통시가(詩歌)인 와가(和歌, わか)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화투 그림의 계절은 음력을 상징하며,

2, 3, 4월은 봄

5, 6, 7월은 여름

8, 9, 10월은 가을

11, 12, 1월은 겨울의 상징이다.

 

1월

'福과 건강'을

담은 송학(松鶴)

일본에서는 설날부터 1주일동안 조상신과 복을 맞아들이기 위하여 대문양쪽에 소나무(松, 마쯔, まつ)를 꽂아두고 학(鶴,츠루, つる, 장수와 가족의 건강 염원)등의 경사스러운 그림의 족자를 걸어둔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카도마쯔(門松, かどまつ)’ 세시풍속을 그린 것. 일본인들이 학을 의미하는 ‘츠루(鶴; つる)’가 소나무를 뜻하는 ‘마쯔(松; まつ)’의 말운(末韻)을 이어 받는 것도 일본식 풍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와 학은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상징.

 

**동양에서 정월을 나타내는 그림은 솔가지 위에 학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새해를 맞아 올해도 무병장수하고 건강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실은 학은 솔가지 위에 올라가지 않는데도 이렇게 그리는 형식이 생긴 데에는 ‘솔가지의 신(薪)’자가 ‘새 신(新)’자와 독음이 같고 그 위에 학이 뜻하는 장수를 얹어놓음으로써 ‘새해 위에 장수’ 즉 ‘새해를 맞아 올해도 무병장수 건강하라’는 뜻을 나타내려는 생각에서였다.

2월

매조(梅鳥)  

 

 

 

 

 

 

2월의 화투에 매화가 등장하는 이유는, 일본의 매화 축제는 2월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2월이 되면 동경도 오매시(靑梅市)의 매화공원을 비롯한 일본 전역의 공원에서 축제가 벌어질 만큼 매화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꽃이며 꾀꼬리류의 휘파람새(鶯, 우구이쓰, うぐいす)는 일본에서 초봄을 나타내는 시어(詩語)로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텃새이다.

꾀꼬리는 ‘우구이스다니(鶯谷, うぐいすだにえき)’라는 도쿄의 지명(地名)에도 남아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새다.

그러나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철새인 꾀꼬리가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시점은 대체로 4월 이후라고 하는데 2월에 등장하는 것은 꾀꼬리와 매화가 봄의 전령사임을 노래하는 대표적 시어(詩語)인 동시에 꾀꼬리의 일본어 표기인 ‘우구이스(うぐいす)’와 매화를 뜻하는 ‘우메(うめ)’간에 두운(頭韻)을 일치시키려는 일본인들의 풍류의식을 반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한다.

우리의 꾀꼬리는 일본에서는 ‘고려 꾀꼬리(高麗鶯, 코라이 우구이쓰, こらい うくいす)’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서의 꾀꼬리는 매화가 피는 이른 봄에는 볼 수 없는 여름 철새이다. 

 

**동양에서는 2월의 새는 매화가지의 까치로 나타낸다.

매화는 맨 먼저 꽃을 피워서 이제 봄이 왔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므로 춘선(春先)을 뜻하고,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속신이 있어서

이 둘의 의미를 합하면 ‘봄을 맞기 전 먼저 기쁜 소식이 있으라(희보선춘, 喜報春先)’는 뜻이 된다. 

3월

벚꽃

(사쿠라, 櫻花 ) 

벚꽃은 일본의 국화(國花)이며 3월의 벚꽃축제는 헤이안(平安)시대부터 출발하여 이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행사가 되었으며 광의 벚꽃 아래 대나무 바구니에 벚꽃을 담아놓은 것은 '만막(慢幕, 만마쿠, まんまく)'이라 불리는 것으로 지금도 일본인들의 경조사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휘장이며 벚꽃 축제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문헌에서 벚꽃을 감상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고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동양에서는 살구꽃에 제비를 그려 나타낸다.

옛날 과거시험이 농한기인 3월에 있었고,

이때 피는 꽃이 살구꽃이므로 임금이 과거급제자에게 살구꽃 가지를 꺾어 꽂아주었던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살구꽃 가지 대신 살구꽃 색깔의 분홍색 종이로 만들어서 꽂아주었던 것이 바로 어사화(御賜花)이다.

여기에 ‘잔치 연(宴)’자와 독음이 같은 ‘제비 연(燕)’을 그려서

‘과거에 급제하여 잔치를 열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4월

흑싸리가 아닌

등나무  

우리나라에서 잘못 알고 있는 흑싸리는 등나무줄기와 잎을 그린 것이다. 후지노하나(藤の花 : 등꽃)이다. 콩과식물인 등꽃이 늘어져 있는 모습이 싸리처럼 보였는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선 싸리로 둔갑하고 말았다.

일본의 전통시(詩)에는 계절마다 쓰이는 시어(詩語)인 계어(季語)가 있는데, 등나무(藤-후지, ふじ)는 초여름을 상징하는 계어(季語)이며 일본에서는 각종 행사시 가마에 장식하거나 가문의 문양(紋章)으로 쓰이는 등 친숙한 식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절개가 없는 덩굴식물이라 하여 그다지 사용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후지(藤)로 시작하는 이름들, 예를 들어 후지모토(藤本), 후지타(藤田), 후지이(藤井) 등의 이름이 많은 것도 '등나무'가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나무인가를 설명해주는 사례이다.

 

함께 그려진 새는 비둘기(鳩, 하토, はと)이다.

일본에서 비둘기는 '나무에 앉더라도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낮은 가지에 앉는 예절바른 새'로 평가된다. 즉 가문의 문장(紋章)에 쓰는 엄숙함이 담겨진 등나무인 만큼 거기에 앉는 새도 '예절의 상징'인 비둘기를 썼다는 것.

 

그러나 비둘기가 아닌, 달밤(하현달)의 두견새로 보기도 하는데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피어나는 등꽃과 더불어 여름을 알리는 새로 등장한다. 일본인들은 등꽃이 피고 두견이 날아와 울 때 여름이 온 것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두견새는 원조(怨鳥), 귀촉도(歸蜀途) 또는 망제혼(望帝魂)이라고 하여 불길한 징조를 상징하므로 이 경우 우리나라의 민화에서도 그려지지 않는 소재. 

 

**동양에서의 4월은 등나무에 벌을 그려서 나타냈다.

‘등나무의 등(藤)’자가 ‘오를 등(登)’과 독음이 같은 점을 이용하여 3월에 과거급제를 하였으니 4월에는 벼슬에 오르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5월

난초(蘭草)

- 사실은 붓꽃 

패에 그려진 꽃은 난초(蘭)로 잘못 인식되어 있지만 사실은 ‘창포(菖蒲, 쇼후)’이다.

5월에 해당하는 화초인 쇼후(菖蒲, 창포)라 불리는 붓꽃(杜苕)은 보라색 꽃이 피는 관상식물로서 아이리스(Iris)를 말하며 화투에 담겨진 내용은 습지의 야쯔하시라는 다리를 걸으며 붓꽃을 감상하는 전형적인 일본의 여름을 상징하는 시어(詩語) 풍취를 상징하고 있다.

5월의 10점짜리 화투에 나오는 3개의 작은 막대기, T자 모양의 막대는 붓꽃을 구경하기 위해 정원 내 습지에다 만들어 놓은 산책용 목재 다리이며, 3개의 작은 막대기는 목재 다리를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목재 다리를 ‘야츠하시(八橋,  やつはし)’라고 부른다.

우리도 5월5일 단오(端午)날 창포물에 머리감는 풍속이 있다. 

 

**동양에서는 5월이면 벼가 뿌리를 내려 자라는 때이다.

이때는 병충해가 생기는 때이기도 하다. 농사의 충재를 예방하기 위하여 단옷날 창포뿌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머릿속의 기생충인 이(슬, 蝨)를 없애고 잎사귀의 모양이 칼처럼 생기고 벌레도 타지 않는 창포를 그림으로 붙여진다.

6월

모란(牡丹) 

모란(牡丹)은 일본에서는 ‘보탄(牧丹, 보탄)’이라고 해서 꽃중의 꽃, 고귀한 이미지의 꽃으로 인식, 일본인들의 가문(家門)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6월의 시어(詩語)로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귀한 이미지를 가진 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양에서 꽃의 으뜸으로 장미를 가리킨다면 동양에서는 모란을 가리킬 만큼 꽃 중의 왕으로 불리고 있다.

6월을 의미하는 화투에는 일본화(日本畵)의 관례대로 모란과 나비가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한국화(韓國畵)에서는 신라의 선덕여왕이 ‘당태종이 보낸 그림에 나비가 없음을 보고 모란에 향기가 없음을 알았다’고 말한 일화가 있어 모란에는 나비를 그리지 않는 것이 관례로 전해오고 있어 모란에 대해 우리와 일본은다른 문화적 메시지가 부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화투의 6월에 모란꽃이 그려진 것은 우리와는 맞지 않는다.

화투가 만들어진 일본의 계절에 따른 것이다.

해양성기후인 일본의 여름은 우리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온다.

우리나라에서 모란은 5월 상순에 핀다.

7월

홍싸리 

일본에서의 싸리는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 7월의 들녘 여기저기에 붉은 꽃이 피어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줍은 듯 붉은 빛을 띠고 있기에 ‘홍싸리’라고 불리는 싸리나무(萩, 하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빗자루를 만드는 천한 수종이었으며 시조문학에서는 단 한 번도 인용된 적이 없는 일본인만의 독특한 정서를 상징하고 있다.

함께 그려진 멧돼지(猪, 이노시시, いのしし)는 근대 일본에서 성행했던 7월의 사냥철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 역시 우리와는 다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에서 7월에 거는 그림은 채연도(採蓮圖)이다.

활짝 핀 연꽃과 넓은 잎이 어우러진 연못에 일엽편주를 띄워놓고 길게 누워 피서하는 장면을 그린다.

8월

공산

(空山, 空山明月)

본격적 가을에 접어든 8월의 문양에는 산, 보름달, 기러기 3마리가 등장한다. 이는 일본에서도 8월이 ‘오츠키미(달구경, おつきみ)’의 계절인 동시에 봄철에 시베리아 지역으로 날아갔던 철새인 기러기(雁, 가리, がり)가 대이동을 시작하는 시기임을 알려주는 일종의 문화적 암호다.

원래 일본화투의 8월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7가지 초목(秋七草)=억새, 칡, 도라지 등’ 이 가득히 그려져 있으나 우리의 것에는 생략되었다. 밝은 달밤과 세 마리의 기러기가 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8월 문양에서 검은색으로 처리된 것은 山이고, 10점짜리와 피에서 흰색으로 처리된 부분은 하늘을 의미한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함께 산 위에는 보름달이 떠오른다. 이를 우리는 ‘공산명월(空山明月)’이라 한다. 8월 15일을 추석이라 하여 조상에 감사드리는 성묘와 차례로 이어지는 최대의 명절인 것에 비해 일본에선 둥근 달을 보며 과일 같은 것을 창가에 두고 달에게 바치는 소박한 명절인 월견자(月見子: 오츠키미, おつきみ)를 나타낸다. 

 

흔히 고도리라 불리는 2월의 꾀꼬리, 4월의 두견새, 8월의 기러기 3마리를 합하면 모두 5마리가 되므로 고도리(五鳥)라고 하는 것인데, 고도리는 야쿠(約, やく, 화투놀이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패)를 가리키는 말로 게임 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동양에서 8월에 거는 그림은 기러기에 보름달이 있는 그림이다. 8월 추석에 기러기가 오지는 않으나 달과 함께 그려서 안락함을 나타낸다.

9월

국준(菊俊)

일본에는 고대 중국의 기수민속(奇數民俗)의 영향을 받아 중앙절(中陽節-9월 9일)에 술에 국화꽃을 넣어 마시며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기원하는 일본의 관습을 나타내며 잔에 목숨 수(壽)자가 있는 것도 그런 연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홀로 늦가을 서리 속에 피어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지조 있는 국화가 인고(忍苦)와 사색(思索)을 의미하며 일본의 무병장수(無病長壽)와는 다른 문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9월의 문양에는 ‘목숨 수(壽)’자가 새겨진 술잔이 등장한다. 이는 9세기경인 헤이안시대부터 ‘9월 9일 중양절에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꽃을 덮은 비단옷으로 몸을 씻으면 무병장수를 한다’는 일본의 전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국화가 일본의 왕가(王家)를 상징하는 문양임을 고려할 때, 그것은 일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놓고 국화주를 마시면서 자신들의 권세와 부귀가 영원하기를 기원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술잔을 의미하는 ‘사카즈키(さかずき)’와 국화를 뜻하는 ‘키쿠(きく)’간에 말운(末韻)과 두운(頭韻)이 연속성을 갖는 점도 흥미 있는 일이다.  

 

**9월을 나타내는 동양그림은 국화그림이다.

국화는 9월9일 중양절을 나타낸다.

9가 양수(陽數)이므로 양이 두 개 겹친 날이라는 뜻이다.

10월

  단풍(丹楓)

일본에서 10월은 전통적으로 단풍놀이의 계절인 동시에 본격적인 사슴 사냥철이다.

10월의 단풍은 '낮에는 홍엽(紅葉), 밤에는 홍등(紅燈)' 이라 하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때 그 색채의 변화를 즐기는 일본인들의 풍취를 상징하며 함께 그려진 사슴은 근세에 성행했던 사슴 사냥철을 의미하고 있다. 사슴을 의미하는 ‘시카(鹿; しか)’와 단풍을 뜻하는 ‘카에데(丹楓; かえで)’간에도 말운(末韻)과 두운(頭韻)이 일치하고 있다.

단풍놀이는 우리에게도 세시풍속 중 하나였으나 풍류를 즐기면서 가을을 만끽하는 즐거운 단풍절에 하는 사냥은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다.

11월

오동(梧桐)

11월과 12월을 의미하는 화투는 한국에서 ‘오동’은 11월의 화투이고 ‘비’는 12월의 화투인데 반해, 일본은 그 반대이다. 즉 일본에서는 ‘비’가 11월의 화투이고 ‘오동’은 12월의 화투이다. 일본에서 ‘오동’이 12월의 화투가 된 것은, ‘오동’을 뜻하는 ‘키리(きり)’가 에도(江戶)시대의 카드였던 ‘카르타(かるた)’에서 맨 끝인 12를 의미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한 해를 잘 마무리 짓도록 신에게 기원하는 마음에서 봉황과 오동을 그린 것으로 본다.

 

오동(梧桐)과 봉황(鳳凰)은 일본왕의 도포에 쓰이는 문양으로 왕권을 상징하며, ‘오동(梧桐)’을 뜻하는 ‘키리(きり)’라는 말이 '끝'을 의미하는 '키리(切)'와 발음이 똑같아 마지막달인 12월에 배치했다고 한다.  

 

오동잎은 일왕(日王)보다도 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던 막부(幕府)의 쇼군을 상징하는 문양이며, 지금도 일본 정부나 국공립학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 화폐 500엔(¥)짜리 주화에도 오동잎이 도안으로 들어가 있다. 봉황머리 또한 막부의 최고 권력자인 쇼군의 품격과 지위를 상징한다.

 

오동이란 본래 벽오동(碧梧桐)을 말하는 것이며, 군자가 천자의 지위에 오르면 출현한다는 영물인 신조(神鳥) 봉황은 벽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는다 하여 고귀하고 품위 있고 빼어난 것의 표상으로 사용되었다. 

12월

 비[雨]  

  

 

 

 

 

 

 

일본에서는 11월로 사용되며,(우리의 11월과 12월이 바뀐 상태) 문양을 보면 양산(카사, かさ)을 쓴 선비, 수양버들(실제로는 녹색인데, 검은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사이로 구불구불한 실개천, 개구리(카에루, かえる) 한 마리가 앞다리를 들며 일어서려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또 색동옷을 걸친 제비가 나오고, 정체불명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비’광의 그림이 에도시대에 성행했던 일본의 풍속화 ‘우키요에(浮世繪; うきよえ)’를 연상시킨다.

 

갓을 쓴 선비는 일본의 3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오노도후(小野道風 894-966)이며 개구리가 버드나무에 오르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노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오노도후의 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며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렸다고 한다.

오노가 붓글씨에 몰두하던 중 싫증이 나서 잠시 방랑길에 올라 수양버들이 우거진 어느 길목에 다다랐을 때, 개구리 한 마리가 수양버들에 기어오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개구리는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또 오르려다 미끄러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그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기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오노는 개구리의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고는 “미물(微物)인 저 개구리도 저렇게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인 내가 여기서 포기해서 되겠는가?”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 곧장 왔던 길을 되돌아가 붓글씨 공부에 정진하였고 결국 일본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비가 11월에 배치된 것과 수양버들이 등장하는 것은 파란풀이 월동할 만큼 온난하며 11월에도 비가 내리는 일본의 아열대성 기후를 나타내는 것으로, 화투가 만들어진 오사카나 교토지방은 우리나라 기후와 비교하면 훨씬 따뜻한 지역이어서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에도 비가 내린다. 시구레(時雨, しぐれ)라고 불리는 겨울비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며, 옛 일본인들의 시심(詩心)을 자극시키기에 아주 좋은 소재가 되었던 것이다.

 

비 쌍피의 문양은 ‘죽은 사람을 내보내는 일종의 쪽문’으로 ‘라쇼몬(羅生門, らしょうもん)’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이 패가 대접받는 것은 이 문에 붙어있는 귀신을 대접한다는 의미인데, 라쇼몬이 죽은 시신을 내보내는 문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귀신이 붙어있을 것이고 따라서 귀신을 잘 대접해야만 해코지를 면할 수 있다는 일본인의 우환의식(憂患意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1950년에 다이에이(大映)영화사가 ‘라쇼몬’이라는 영화를 제작(감독: 구로자와 아끼라, 주연: 미후네 도시로, 교마치코, 원작: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에서' 소설)하여 큰 관심을 거두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던 명작이다.

 

 

⊙ 청단·홍단’에 얽힌 일본 이야기

홍색, 길조…청색, 불운”

‘꽃들의 싸움’으로 해석되는 화투를 고안한 사람은 일본인이다.

일본인들은 화투를 일명 ‘하나후다’라고 불렀는데,

19세기말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뱃사람들에 의해 한국에 유입되면서 화투로 불리게 됐다.

그 전까지 조선에선 숫자가 적힌 패를 뽑아 우열을 겨루는 ‘수투(數鬪)’가 널리 행해지고 있었다.

일본 화투가 들어오면서부터 수투가 화투에 밀려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 1년 열두 달 중 8월과 11월을 의미하는 공산과 오동을 제외한 나머지에 등장하는

청 · 홍색 띠는 일명 ‘단책’이라고 불린다.

일본에선 ‘하이쿠’라는 일본의 전통 시구를 적을 때 이 종이를 사용한다.

한국에선 빨간색이 사망, 공산당, 화재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만,

일본에서의 빨간색은 쾌청한 날씨, 경사, 상서 등을 나타낸다.

홍단의 구성요소는 송학(1월), 매조(2월), 벚꽃(3월).

일본인들에게 1, 2, 3월은 매우 상서로운 달임을 시사해 준다.

또 모란(6월), 국준(9월), 단풍(10월)에는 청단이 있는데,

일본에서 청색은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일을 암시하는 색상으로 여긴다.

실제 일본에선 6, 9, 10월에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수재민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평균적으로도 1년 중 이기간에 각종 사건 · 사고가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서양화 읽는 법>, 조용진, 사계절,  pp 200-207 발췌

- <게다도 짝이 있다> , 한국일어일문학회 저, 글로세움, 2003

- <하이쿠(俳句)와 우키요에(浮世繪) 그리고 에도 시절>, 마쓰오 바쇼 외, 다빈치, 2006

- <MAXIM KOREA> 2005년 6월호 (주) 디엠제트미디어

 - 2007. 4.25. 스포츠서울 <일요시사>, 김덕수 공주대학교 사범대 교수의 논문 '화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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