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통 지능 이론 VS 다중 지능 이론
‘지능’을 둘러싼 쟁점
전통적인 지능 이론은 갈튼의 연구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의 시도는 인간의 능력을 계량화해 과학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지능 이론은 비네의 지능 검사 등을 시작으로
실제 교육 현장과 여러 분야에 적용되면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군대, 직장 등에서는 적절한 업무 분담을 위해, 병원에서는 장애판별과 장애유형 구분을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인지적 장단점을 드러내기 위해 활용돼 왔다.
2차세계대전을 전후해 미국에서 쓰인 Army 알파/베타 검사는 유명한 예이다.
그런데 초기에는 지능 검사의 결과를 연구자들이 인종주의적으로 해석해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최근에도 DNA 발견자로 유명한 제임스 왓슨이 흑인의 지능이 백인보다 떨어진다는 취지의 말을 해서
소동을 야기한 바 있다. 게다가 IQ가 인간 능력 중 일부를 서열화해 이데올로기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장애(혹은 영재성)의 판별과 각자에게 적합한 인지 능력의 파악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인간을 ‘인적자원’처럼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IQ로 상대방의 능력을 재단하는 고정 관념 등도 이러한 폐해 중 하나이다.
다중 지능 이론의 등장
▲ 지능을 둘러싼 쟁점에는 '인지 능력 이외의 능력 포함 여부'가 문제의 관건이다. 사진출처(http://thesituationist.files.wordpress.com) |
이런 비판 속에서 학자들은 지능 이론을 발전시키면서 지능이 단일한 지수만으로 측정 가능한 것이 아니라, 여러 세부적 인지능력들로 나눠질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그러나 지능이 창의성이나 성격, 신체 능력 등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이에 대해, 과연 인간의 능력을 온전히 반영하는가의 문제가 지적됐다.
서스톤의 영향을 받은 가드너가 제창한 다중 지능 이론은 기존 지능 이론의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우선 기존 지능 이론이 지나치게 인지적 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반성 하에,
다중 지능 이론은 음악 지능, 신체 운동적 지능 및 영성 지능까지 포괄하는 지능 개념을 내세운다.
그래서 신체와 정서적 영역까지 포괄한 지능 개념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보다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기존 지능 이론이 보지 못한 잠재 능력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중 지능 이론의 이러한 입장은
주창자인 가드너의 예술적 배경 외에, 뇌 과학의 연구에도 일정 부분 기반을 두고 있다.
로저 페리 등의 좌우뇌 이론은 인간의 뇌가 분석적, 논리적 능력을 담당하는 좌뇌만이 아니라,
창조성과 감각적 능력을 담당하는 우뇌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좌뇌의 능력에만 초점을 둔 기존 지능 검사는 반쪽짜리이고,
지극히 중앙집권적인 검사라는 것이 다중 지능 이론의 입장이다.
‘지능’ 개념 정의에 대한 합의 여부가 중요
그런데 다중 지능 이론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문제는 다중 지능 이론이 주장하는 여러 지능들 각각이 과연 독립적인가하는 점이다.
각각의 지능들이 독립적일 수 없다면, 애초에 ‘다중’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성, 대인 지능 등이 과연 합리적인 지능 개념에 포함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는 무엇보다 이론적 개념의 문제인데, 지능이라는 말 자체가 측정 가능한 인지적 능력을 전제하는데,
다중 지능 이론이 이러한 ‘지능’이라는 개념을 전용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다.
게다가 아직 효과적으로 각각의 지능들을 측정할 도구가 부재하다는 점도,
현장 적용을 염두에 둘 때 한계라는 지적이 있다.
이런 논쟁 지형은 향후 다중 지능 이론이 어떤 검사 도구를 개발하느냐와
‘지능’이라는 개념의 정의에 대한 학계의 공통된 이해와 합의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오주훈 교수신문 기자, aporia@kyosu.net
- 2008. 10. 13
-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 ⓒ ScienceTimes
(2) 전통 지능 이론의 유효성
아직 전통 지능검사 대체할 대안 없어
아시다시피 인간의 지적 능력에 대한 관심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할 것입니다만
지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19세기에 이르러 갈튼(Galton)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갈튼이나 카텔(Cattell) 등 초기 연구자들은 심리학을 철학으로부터 분리하고,
인간의 사고를 과학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감각기능 등 수량화하기 쉬운 능력을 중심으로
지능을 정의했습니다.
▲ 지능검사가 학업 수행과 사회적 성취 모두를 성공적으로 예언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
그러나 이러한 지능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반영하지 못했고
이어서 등장하는 공식적인 지능이론들에 의해 추론(reason), 계획(plan), 문제해결(problem solving), 추상적 사고(abstract thinking), 이해(comprehension), 언어(language), 학습능력(learning) 등을 총괄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돼 왔습니다.
그러나 지능은 창의성(creativity), 성격(personality), 특성(character), 지식(knowledge), 지혜(wisdom) 등과는 구분되고 있습니다(Sattler, 1988).
다만 이러한 지능을 하나의 전반적인 능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학자에 따라 달라 스피어맨(Spearman)은 2요인론(일반 지능과 특수 지능), 서스톤(Thurstone)은 7가지 기본정신능력(언어 유창성, 언어 이해, 시공간 개념, 수, 기억, 추론, 지각적 속도)을 주장했고, 카텔은 일반 지능을 다시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으로 구분했습니다.
이러한 분화적 입장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인 길포드(Guilford)는 180개 이상의 독립적인 요소의 조합으로 구성된 지능구조를 주장했습니다.
즉 전통적인 지능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논쟁점은
인간의 모든 지적 수행 능력을 관장하는 일반 요인이 있는지,
아니면 서로 구분될 수 있는 세부 요인으로 나눠지는지와 관련돼 있습니다.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은
바로 지능요소를 분화시킨 서스톤의 영향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80년 가까이 학계에서 인지적 영역에 국한됐던 지능을 신체적, 정의적 영역 등으로 넓힌
가드너의 MI 이론은 엄밀한 의미에서 기존의 지능이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론이라고 하겠습니다.
골먼(Goleman)의 정서지능(EQ) 이론에 대해서도 본인은 정서 ‘지능’이라는 용어보다
지능과 대비할 수 있는 ‘정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가드너의 접근을 학계에서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인간 능력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예언하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와 관련해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MI이론은 심리측정적으로 훌륭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MI 이론, 실용성 측면에서 해결할 문제 남아
서스톤의 7가지 지적 능력들이 엄밀한 심리측정학적 분석에서
각각 분리될 수 있는 지능으로 도출되기보다 일반 요인(g)로 묶여
오히려 일반 지능의 존재를 입증했던 것처럼 가드너의 MI이론도 전통적인 지적 영역뿐 아니라
사회성과 영성을 포함해, 일부 MI의 지능들은 서로 분리되기 어렵고 또한 일부는 서로 상관이 거의 없어
지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인문 사회과학의 많은 주제들의 정의는 그것이 옳고 그른가 하는 측면보다
그 정의가 얼마나 유용한가에 따라 논의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 지능이론은 지능검사라는 도구를 통해 실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습니다.
비네(Binet)의 지능검사를 시작으로 볼 때 이제 100살을 넘은 지능검사가 아직도 유용한 이유는
바로 실용성입니다.
세계대전에 돌입한 미국이 신병의 업무 배치를 위해 지능검사를 사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고
하는 주장은 과장된 점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지능검사만큼
간단하면서도 훌륭하게 인간의 행동을 예언할 수 있는 도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능검사가 학업 수행과 사회적 성취 모두를 성공적으로 예언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져 있어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분화된 지능요소이론인
길포드(1967)의 지능구조 모델(Structure of Intellect Model)에 의한 검사도구는
기존 지능검사를 해석하는 데 주로 사용됐으며 지능검사로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가드너의 MI이론도 아직 각 영역의 능력을 간편하게 측정하는 신뢰할 수 있는 도구의 개발이 어렵고
따라서 이론의 활용도가 낮습니다. 골먼의 정서지능(EQ) 이론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지능을 능가하는 유용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드너의 이론은 실용성의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자칫 오해하기 쉬운 지능과 지능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유용한 도구들이 유용히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1세기에는 눈부신 과학 특히 뇌과학의 발전을 고려할 때
생리적 지표를 활용한 지능이론 등이 등장할 것인지 무척 기대됩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과학의 발전은 현재의 지능검사보다도
실용적이면서도 타당도와 신뢰도가 높은 지능검사의 개발을 가져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전통적 지능 이론과 지능 검사를 대체할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박혜원 교수, 울산대 · 심리학
- 2008. 10. 13
-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 ⓒ ScienceTimes
(3) IQ 개념 대체할 다중지능(MI) 이론
창의, 리더십 설명하는 가장 효율적 패러다임
모든 인간을 단일 능력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인간의 잠재 능력에 대한 낭비이자 모독입니다.
인류 역사에 공헌한 비범한 인재 혹은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은 IQ가 높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잠재 능력의 계발과 발휘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무지개가 7가지 색으로 구성된 것처럼, 인간의 소질과 능력의 본산인 잠재능력은 다음과 같은 8가지 지능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
IQ는 과연 저마다 개성과 재능을 가진 우리의 지능과 능력을 파악하는 유일한 기준일까요.
단 하나의 척도로 사람을 평가해 ‘머리 나쁘면 평생 고생’이라는 말로 타인을 깎아내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자조해야만 할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각자의 강점을 살려 서로에 대한 우월감이나 열등감 없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 100년 동안 군림해 온 IQ 이론의 결점과 한계를 통렬하게 지적하고 새로운 지능이론을 제시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중지능(다중지능, Multiple Intelligences : MI)의 이론을 제시한 가드너(Gardner) 교수가 그런 학자들 중의 하나입니다.
H. 가드너는 원래 음악에 정열을 쏟던 피아니스트 지망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학문의 세계에 들어와 심리학을 연구하게 됐는데
심리학이 예컨대 창조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 능력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는 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컨대 음악에 대한 소질과 적성과 능력은 IQ와 어떻게 관련되는 것일까요.
불행하게도 그는 오래 누적된 IQ 연구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IQ라는 장막에 가려져서 좀처럼 찾을 수 없었던 인간 잠재능력의 진면목을 발견해 보려는
가드너 교수의 노력은 매우 주목받는 작업이었습니다.
인간이 가진 모든 능력은 뇌에서 나옵니다.
뇌를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어떤 능력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다중지능 이론은 뇌에 대한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특히 1981년 미국의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로저 페리(Roger Perry)가 발표한 좌우뇌 이론이
다중지능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대뇌는 왼쪽 뇌와 오른쪽 뇌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반대편에 있는 몸의 지각과 운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뇌출혈이나 사고 등으로 한쪽 뇌를 다쳤을 때, 그 반대쪽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왼쪽 뇌는 언어 뇌라고 하며 언어 중추가 있습니다.
따라서 왼쪽 뇌가 발달하면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뛰어나게 됩니다.
오른쪽 뇌는 이미지 뇌라고 하는데
그림이나 음악 활동, 스포츠 등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IQ 검사는 주로 언어 및 수리와 관련된 두뇌의 기능을 측정한 것으로
좌우뇌 이론에 비추어 볼 때 왼쪽 뇌의 능력만을 측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IQ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
그렇기 때문에 가드너는 두뇌 양쪽의 전반적인 기능을 모두 포괄하는 능력에 주목했고,
이 능력 중의 더 기초적이고 근원적인 능력 요소를 다중지능이라고 보았습니다.
뇌를 통해서 발현되는 능력이 하나의 다중지능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두뇌의 어떤 부위와 깊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무지개가 7가지 색으로 구성된 것처럼,
인간의 소질과 능력의 본산인 잠재능력은 다음과 같은 8가지 지능의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이 8가지 다중지능들은 각각 특정 두뇌부위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언어지능은 좌측두엽(왼쪽 뇌의 측두엽 : 왼쪽 귀의 안쪽 뇌)과 전두엽의 기능과 관련돼 있는데,
그 부분의 뇌가 손상을 입으면, 언어지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신체운동지능은 소뇌, 기저핵 그리고 대뇌의 운동피질과 관련돼 있으며,
인간친화지능은 전두엽, 측두엽 그리고 변연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자기성찰지능은 전두엽, 두정엽 그리고 변연계와 관련되며,
논리수학지능은 두정엽의 좌측부분과 우반구가 관련돼 있습니다.
공간지능은 우반구의 후반부, 음악지능은 우반구의 측두엽과 관련이 깊습니다.
다만 자연친화지능은 아직까지 두뇌의 특정 부위와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두뇌 부위와 다중지능은 상호 깊이 관련돼 있습니다.
따라서 다중지능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두뇌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더욱 발전시키는 노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다중지능이론은 창의성이나 리더십 등 인간 속에 잠재된 고유한 능력에 대한
접근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혁시키고 있습니다.
가드너가 피카소, 아인슈타인, 프로이드, T.S 엘리어트 등의 창의성 분석에 심취했고,
간디, 루즈벨트, 루터 킹 목사, 대처 수상 등의 리더십 분석에 몰두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마도 다중지능 이론은 칙센미하리의 몰입이론과 함께
장차 창의성과 리더십을 설명하는 가장 효율적인 패러다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문용린 서울대교수, 교육학
- 2008. 10. 13
-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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