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나아가는(문화)

인공지능의 구현을 둘러싼 철학자와 로봇 공학자 간의 쟁점

Gijuzzang Dream 2009. 1. 8. 22:18

 

 

 

 

 

 (1) 영화속 인공지능, 실제 구현가능할까 ?

 인공지능 둘러싼 논쟁

  

▲ 우리는 기계에 비해 더 이상 특권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까? 

SF 영화의 고전인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존재인 리플리컨트 중 한 명이 자신을 만든 과학자에게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리플리컨트는 그 과학자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I think therefore I am.”

인간의 고유한 특권이 이성에 있다는 저 데카르트의 언명을 인공지능을 지닌(곧 인간이 아닌) 존재가 말할 때, 우리는 더 이상 특권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까.

「블레이드 러너」,「터미네이터」,「아이 로봇」,

「A.I.」등 숱한 공상과학 영화는 인간의 지능은 물론이고, 감성까지 모방한 인공지능적 존재를 그려왔다.

개중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도 있다.

과연 이런 상상은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현대적 의미에서 인공지능의 개념적 기원은 천재 수학자 튜링에서 찾을 수 있다.

튜링은 지능에 대한 수학적이고 조작적 정의를 내리면서,

그 규정을 구현한 검사를 통과하는 기계는 인간만큼의 지능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뉴웰과 사이먼은 인간의 사고를 기호조작의 과정으로 파악했다.

이 경우 컴퓨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지능을 너무 협소한 의미로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인공지능 구현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는 자기 학습과 감성 능력이다.

스스로 지식을 생산하고, 그 지식과 경험을 통해 다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학습 과정은

인간의 명령에만 의존하지 않는 인공지능의 필수 기능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감성 능력도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

감성 능력이 확보된 인간 지능은

보다 능동적이고 실질적인 의사소통을 인간과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과 감성을 지닌 존재를 구현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물론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과 감성을 지닌 존재를 구현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자들은 실제 생물의 신경망을 모방해 인공신경망을 구상하기도 하고, 자연계의 진화 기제를 모방한 유전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하며, 심지어 자발적으로 학습 목표를 변화시키는 과정도 구현하고자 한다.

분명 지금의 기술 수준은 큰 눈길을 끌지 않지만, 비약적인 발전의 맹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철학자들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썰은 중국어방 논변을 통해 인공지능에 낙관적인 관점을 비판한다. 이 논변은 간단히 말해 컴퓨터가 행하는 기능적인 조작과 인간의 지능이 행하는 이해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리 프로그래밍이 된 인공지능에게 ‘너는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을 때,

그 인공지능이 ‘나는 지금 방에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인간이 동일하게 답을 했을 때,

둘의 답은 외적으론 같지만, 결코 동일한 의미론적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곧 인공지능에 비판적인 철학자들의 눈으로 볼 때, 인공지능은 제 아무리 발전을 해도,

인간의 마음만이 포착할 수 있는 의미와 관념들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많은 시냅스로 구성된 인간 뇌의 비밀도 해명하지 못했고,

설령 해명한다고 한들 그 복잡한 조직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능력도 없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철학자들의 비판은 여러모로 타당해 보이고,

인공지능에 대해 낙관적이기에는 기술 수준이 아직은 미약하다.

그러나 미래 어느 날 ... 실험 후 폐기했던 한 인공지능 로봇이 자의식을 형성해,

섭섭한 마음을 갖고 우리를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을까.

-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 2008. 11. 10

-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 ScienceTimes

 

 

 

  

 

 (2) 감정도 모델링 가능하다

 이미 감성 연구 진행 중 

 

▲ 시대적 요구사항은 로봇이 인공지능으로서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이성적, 감성적 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대적 요구사항은 로봇이 인공지능으로서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이성적, 감성적 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현재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로봇에게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에이전트 기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이는 소프트웨어 로봇이라고도 불리며 주어진 환경 내에서 자율적으로 위임자, 즉 인간을 대신해 능동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한 지능형 프로그램입니다.

이상적인 에이전트가 갖추어야 할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상공간을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임무수행을 위한 이동기능, 사용자의 명령 이외에도 주어지는 상황으로부터 습득한 경험을 통한 스스로의 성능개선 및 적응을 위한 학습기능, 주어진 임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한 계획기능, 분산된 멀티에이전트 간의 협조 행동을 통한 효율적인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협력기능 등이 있습니다.


에이전트 스스로 능동적인 판단 가능

이러한 기능은 완벽한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을 대신해 에이전트 스스로 능동적인 판단이 가능하며,

인공지능의 수준이 인간과 유사한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확실한 증거입니다.

두 번째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 있습니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지적능력의 확대가 가능하며

학습능력은 다른 개체와 인간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입니다.

이러한 학습개념이 인공지능에 적용될 경우는 하나의 문제를 수행한 후에,

그 추론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의 지식을 수정 및 보완해,

다음에 그 문제나 또는 비슷한 문제를 수행할 때에는

처음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응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학습과정이 가능한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기계학습입니다.

대표적인 기계학습으로 생물의 신경조직에서 착안, 모델링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엄청난 데이터에서 일반적인 규칙을 발견하는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

의사결정 트리(Decision Tree), 자연계에 있어서 생물의 유전과 진화의 메커니즘을

공학적으로 모델화한 최적화 기법인 유전알고리즘 등의 다양한 알고리즘이 존재합니다.

▲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로봇에게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불어 넣으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 번째로 적응 및 진화기술이 있습니다.

적응진화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들로 소프트컴퓨팅, 공진화 학습 등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인공신경망, 퍼지, 유전알고리즘 등의 지능형 알고리즘 간의 융합을 통한 상호단점 보완 기술인 소프트 컴퓨팅은 보다 나은 성능의 시스템 제공을 위한 진화기법입니다.

공진화 학습의 경우 기존의 진화연산알고리즘과 다르게 목표가 동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목표에 대한 정의가 완전히 외부에서만 정의되는 것이 아닌 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하는 특징을 지닙니다.

이는 기본이 되는 틀만을 제공하고 나머지 임무 수행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습득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 기능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감성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학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많아

그런데 정말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감성적 행동을 취하고

사람과 능동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 감성에 대한 연구는 사람의 생체적 반응을 통해 측정되는 정량적 지표를 기반으로

단편적인 감정을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돼 왔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표현에 대한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동적이며

스스로 생각해 반응하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에서

단순히 무의식중의 명령에 의한 행동수행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인공지능으로서의 기능이 제한적입니다.

즉,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공학적 접근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복합적인 인간의 감정정보를 정량화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감성에 대해 생각 및 추론을 하고

임의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각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 기반기술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오감과 유사한 형태의 센서를 통해 감성, 상황정보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 처리해

주어진 환경에서 적절한 감정과 반응을 추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감성에 대한 연구로는 MIT의 Kismet, Leonardo, 와세다대의 WE-4RII, 지능시스템의 Paro,

NEC의 PaPeRo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간이 어떻게 상황에 반응하고 감정을 느끼는가를 관찰해

모델링하고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하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또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심귀보 중앙대교수, 로봇공학

- 2008. 11. 10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 ScienceTimes

 

 

 

 

 

 (3) 자연지능,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없어

 지능 · 정서는 고유한 진화의 지능 산물

 

 

 

▲ 인간의 지능이나 정서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이 수많은 진화과정을 통해 환경이 제공하는 복잡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진화의 산물이다. 

수학자 튜링(Turing)은 자신이 제시한 검사를 통과한 기계가 있다면 그것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즉 만약 어떤 기계가 인간으로 오인될 만큼 지능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기계는 인간처럼 지능적이라는 것입니다.

튜링이 제시한 지능에 대한 조작적 정의의 적절성에 대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목표 중 하나는 튜링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기계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1956년 다트머스 학술대회에서 ‘인공지능’이라는 학술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고 그것을 구현하려는 목표는 시간이 흐르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선언됐습니다. 그리고 엘리자(Eliza)와 같은 몇 가지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튜링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연지능 구현할 수 없어

그러나 많은 철학자들은 인공지능 연구가 제시한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지능을 갖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의 대부라고 불리는 뉴웰과 사이먼의 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일종의 기호조작과정이고 기계 또한 기호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를 단순히 규칙을 준수하는 기호조작과정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견해입니다.

철학자 드라이퍼스(Dreyfus)는 인간의 지능과 전문성은 일차적으로 의식적인 기호조작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본능에 의존하며 그러한 본능은 형식적 규칙에서는 포착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한편 철학자 썰(Searle)은 유명한 중국어방 논변(Chinese room argument)을 통해

설사 어떤 프로그램이 튜링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연언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드라이퍼스와 썰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게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자연지능을 구현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그러한 비판들이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못한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기존의 기호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인간의 뇌를 본뜬 인공신경망 접근이나 감각기관을 갖춘 로봇 연구를 통해

철학자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달성될 수 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들이 기호조작에 치중하는 전통적 접근에 비해

패턴인식과 같은 장점들을 갖는 것은 분명하지만

철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극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 컴퓨터 프로그램은 아무리 정교하게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자연지능을 구현할 수는 없다. 

썰은 중국어방 논변에서 인간의 사고는 ‘무엇에 대한 것’이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렌즈를 달고 카메라를 장착함으로써 그것의 기호가 무엇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 무엇의 내용은 분명히 인간의 내용과는 다를 것입니다.

과연 컴퓨터는 ‘말(馬)’이나 ‘귤’이라는 단어에 대해 인간이 느낀 것처럼 동일한 느낌을 경험할까요.

이제 인공지능 컴퓨터가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말한 썰은 인공지능을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우선 약한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을 구비한 컴퓨터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매우 효율적인 수단을 제공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약한 의미의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마음을 갖는다’와 같은 존재론적 주장을 하지 않고 단지 ‘컴퓨터는 마음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다’와 같은

방법론적 측면만을 강조합니다.


약한 인공지능 vs 강한 인공지능

반면에 강한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을 구비한 컴퓨터가 인간의 심성 상태를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문자 그대로 마음을 갖는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철학자들이 굳이 인공지능을 비판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과 그 작용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컴퓨터만큼 효율적인 도구는 없기 때문입니다.

약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음을 모의하는 것이지 실제로 마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약한 인공지능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그들이 연구하는 지능은 인간의 자연지능과는 무관한 문자 그대로의 ‘인공지능’일 것입니다.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정서는 뇌의 변연계에서 축발돼 전두엽에서 실행된다고 합니다.

인간의 정서 체계는 수많은 시간 동안의 진화의 산물임을 의미합니다.

어떠한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요소에서 그러한 진화 과정을 모의할 수 있을까요.

혹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인간종주의’ 또는 ‘단백질주의’라고 지적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지능이나 정서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이 수많은 진화과정을 통해

환경이 제공하는 복잡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 이영의 강원대교수, 과학철학

- 2008. 11. 10

- 학술 전문 주간지 <교수신문>(www.kyosu.net)과의 공동기획ⓒ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