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푸른 하늘과 붉은 노을 – 광산란(光散亂)의 두 얼굴
▲ 아폴로 11호가 달표면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의 일부분이다. 맑은 가을날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보며 그 속에 빠져들고 싶다는 느낌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런데, 고대로부터 푸른 하늘은 인류에게 정서적인 공감뿐만 아니라 왜 맑은 하늘은 파란색을 띨까라고 하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왔다. 빛이 지나가는 궤적이 우리 눈에 쉽게 확인된다. 벽을 향해 나아가는 빛이 방 안에서 떠돌아 다니는 먼지들에 의해 산란되면서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그 중 일부가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먼지가 없는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 손전등이나 레이저를 쏘게 되면 우리는 빛의 궤적을 확인할 수 없게 된다. 태양광을 산란시키는 것은 대기를 구성하는 질소, 산소 등의 기체분자들과 미세한 먼지 등이다.
▲ 하늘이 푸른색으로 보이는 원인을 이론적으로 밝힌 레일레이 경 백색인 태양광에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색깔성분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이 백색광이 대기의 기체분자들에 의해 골고루 산란된다면 하늘은 그저 이들의 혼합색인 하얀색으로만 보일 것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과학자인 레일레이(Rayleigh)는 빛의 산란 과정을 연구하면서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이 파장이 긴 붉은색 빛에 비해 더 많이 산란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보였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카시니 탐사선이 토성의 북반구 대기에서 푸른 하늘을 촬영하였다. 지구에서 파란색 빛을 더 많이 산란시켜 푸른 하늘을 만드는 산소나 질소 같은 기체분자 대신에 토성에서는 수소 분자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 탐사선이 찍은 토성의 북반구의 모습 (왼쪽 사진)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는 일출이나 석양 무렵의 태양광은 상대적으로 두꺼운 대기층을 비스듬하게 통과하면서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다.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하는 동안 산란이 잘 되는 파란색 빛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면서 빛의 세기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산란이 잘 되지 않는 붉은색 계통의 빛이 살아남아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석양의 아름다운 노을색을 감상할 수가 있다. 브레이크등의 붉은 조명광은 궂은 날씨에도 잘 산란되지 않기 때문에 뒤따라오는 차의 운전자에게 정지신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파란 하늘과 브레이크등의 붉은색이 빛의 산란 현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은가. (2) 병 주고 약 주는 자외선
▲ 자외선 방출 램프가 달려 있는 인공 썬텐 장치 1985년 지구 궤도를 돌던 인공위성이 남극 대기권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산소 원자(O)가 세 개 붙어 만들어지는 오존층(O3)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흡수해서 지표면에 도달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자외선 가리개’ 역할을 한다. 오존층이 더 심하게 파괴될 경우, 어쩌면 우리는 자외선을 피해 건물 내에서만 생활해야 할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장파장 자외선(UV-A: 320nm - 400nm), 중파장 자외선(UV-B: 290nm - 320nm), 그리고 단파장 자외선(UV-C: 200nm - 290nm)으로 구분된다. 태양에서 발생되는 자외선은 대부분 지구의 오존층에 의해 차단 당하지만 장파장 자외선과 중파장 자외선의 일부가 대기권을 뚫고 지표면에 도달한다. 재미있게도 대기 중의 산소로부터 오존층을 만들어 낸 것도 태양에서 온 강력한 자외선이었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해 각종 화학작용이나 살균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식당에서 컵을 살균하는 데 사용되는 자외선 살균기이다. 살균기의 문을 닫게 되면 위쪽에 달려 있는 살균용 수은등에서 254 nm 파장을 가진 자외선이 나오기 시작한다. 컵에 내리 쬔 자외선은 각종 미생물, 곰팡이, 박테리아의 DNA나 RNA를 파괴시켜 버린다.
▲ 프라하에서 공연하는 블랙라이트 마임의 한 장면 이러한 과정을 응용한 것이 자외선 램프를 달아서 피부를 태우는 인공선탠이다. 그렇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외선을 과도하게 쬐면 피부에 축적된 멜라닌 색소가 피부암의 원인이 되는 악성종양인 흑색종으로 발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블랙라이트에서 나오는 자외선 양이란 인체에 영향이 없는 정도의 매우 작은 양이기 때문이다. (3) 눈과 시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을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視覺)을 꼽을 것이다.
▲ 눈의 구조 우리가 사물을 보고 인지하는 과정을 신체의 생리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추적해 보자. 시각의 출발점은 사물들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가시광선이다. 보통은 태양광이나 조명등에 의해 사물에 쪼여지는 빛 중 일부분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온다. 당연한 얘기지만 빛이 없다면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 뇌의 구조 뉴런으로 불리는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점멸하는 전기적 신호를 뇌로 운반한다. 뇌에 전달된 전기적인 시각정보는 뇌의 뒤쪽 영역인 “후두엽”이라는 곳에서 처리되고 영상으로 전환된다. 인간은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마음 속에 시각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꿈을 꿀 때 사람의 눈은 매우 활발히 움직인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볼 수 있는 능력은 회복했지만 자신이 본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즉 그는 거리를 가늠할 수도 없었고 자신이 본 사물들 사이의 공간적 관계도 판단할 수 없었다. 오직 손으로 사물들을 만져보고 느낀 후에 그 사물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과정이 아닐까? (4) 신이 내린 축복, “시각”
▲ 망막의 단면 구조 및 원추세포와 간상세포(막대세포)의 개략도 사람의 눈은 오랜 시간에 걸친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눈이 우리에게 주는 놀라운 기능들을 살펴보면 흡사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대의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망막 상에 존재하는 시세포 중 원추세포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사람의 망막에는 대략 7백만개의 원추세포와 1억2천만개 정도의 막대세포(간상세포)가 존재한다. 흔히 투우 경기에서 사용되는 붉은 천은 황소를 흥분시키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황소는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흰색 천을 사용해서도 황소를 자극시킬 수 있다. 천의 색깔을 빨강으로 선택한 것은 황소보다는 투우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흥분시키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가령 바퀴벌레를 포함하는 대부분의 곤충들은 붉은 색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붉은 등을 켜 놓게 되면 바퀴벌레는 빛이 전혀 없는 암흑상태라고 느끼고 스멀스멀 기어 나와서 방안을 돌아다니게 된다. 꿀벌을 비롯한 몇몇 곤충들은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빨강, 녹색, 파랑 중 하나 이상의 색깔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흔히 ‘색각이상’(‘색맹’이라고도 불린다)이라 불리는 증상이다. 가장 흔한 색각이상은 빨강을 인식하지 못하는 적색각이상과 녹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녹색각이상으로서, 전자의 경우에는 빨강과 녹색을 구분할 수 없고 후자의 경우에는 녹색을 인식할 수가 없다.
▲ 색각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테스트 숫자들 (5) 황반과 맹점(盲點) 우리가 무엇을 볼 때에는 보는 대상에 대해 눈의 초점을 맞춘다. 이 경우 눈은 초점이 맞추어진 작은 영역에 대해서는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지만 초점을 맞춘 작은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리의 눈은 상당히 둔감한 편이다.
▲ 황반과 맹점의 망막 상의 위치 및 시세포의 분포. 여러분의 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작은 면적의 경우에는 아무리 작고 복잡한 글자나 기호가 있더라도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눈의 초점을 맞춘 영역의 바깥쪽에 대해서는 글자들이 있다는 것은 인지할 수 있으나 개개의 글자들이 무엇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밝은 환경에서 작동하는 원추세포는 우리 눈이 가지는 시야의 중심에 대응되는 망막 위의 장소인 소위 황반(fovea)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지름이 1mm 정도인 황반을 중심으로 해서 그 주위로 멀어질수록 원추세포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다. 눈의 초점이 맞추어진 영역의 이미지는 이 황반 위에 맺혀진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오직 시야의 중심에 들어오는, 그래서 황반 위에 맺히는 이미지만을 자세히 분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오래 전부터 천문학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밤하늘의 어두운 별을 관찰할 때 별을 직접 쳐다보게 되면 막대세포가 거의 없는 황반에 별의 이미지가 맺혀 이를 인식할 수가 없다(원추세포는 희미한 빛은 인식하지 못한다). 밤에 어두운 별을 잘 보려면 그것을 직접 겨냥해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황반 주위에 퍼져 있는 막대세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주의가 미치지 못하여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잘못된 점'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실제 망막 상에 존재하는 특정 부위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시신경들이 눈으로부터 나와서 뇌로 연결되는 부위가 바로 그것으로서, 여기에는 어떠한 시세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곳에 사물의 이미지가 맺히면 우리는 그것을 인식할 수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 지점을 맹점(blind spot)이라 부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뇌의 인지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는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 특히 맹점 주위의 정보를 이용해서 맹점의 영역에 있어야 할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서 채우는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했던 테스트를 떠올려 보자. 검정색 점이 보이지 않을 때, 점 주위의 흰색 여백이 검정 원의 위치로까지 확장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6) 수술복이 청록색인 이유는?
▲ [그림 A] ▲ [그림 B] ▲ [그림 C] 우리는 보통 말로 듣는 것보다는 눈으로 직접 본 것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시각으로 받아들인 정보는 확실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서 눈은 우리에게 왜곡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아래 두 그림을 예로 들어 보자. 그림 A는 동일한 길이를 가진 선분에 화살표의 방향만 다르게 표시한 것이다. 길이는 똑같지만 화살표의 방향으로 인해 아래 선분의 길이가 더 길어 보인다. 파랑보다 빨강이 더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듯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색채 입체시’라는 현상으로서, 두 색상이 망막 상에 동시에 맺히지 못하고 파랑의 상이 빨강색 상의 뒤쪽에 맺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그림을 오래 보게 되면 눈과 뇌는 시야에 들어오는 전체 이미지의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수행하게 되어 시각체계에 상당한 스트레스가 주어지게 된다. 가령 빨강색을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하얀 벽을 쳐다보면 엷은 청록색이 시야에 남아 있는 잔상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사람 눈의 망막에 존재하는 세 종류의 시세포, 즉 각각 적, 녹, 청색 빛의 자극에 가장 민감히 반응하는 적추체, 녹추체, 청추체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7) 파란 바다와 전자레인지
▲ 물이 빨강색을 흡수함으로써 우리 눈에 파랗게 보이는 바다의 모습 여름이 다가온다. 넓게 트인 푸른 바다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각박하고 바쁜 살림살이지만 에메랄드 빛깔의 여름 바다로 달려갈 휴가를 꿈꾸며 버티는 직장인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수돗물을 유리컵에 받아 놓고 보면 투명하게 보이는 듯한데, 왜 항상 “파란”, “푸른”, 혹은 “에메랄드 빛” 바다만 있는 것일까? 오늘은 우리에게 가슴이 탁 트이는 신선함을 안겨 주는 바다의 푸른 빛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 종교건축물의 한 쪽 벽을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형광등 밑에서 잘 익은 사과 하나를 바라 보자. 형광등에서 나온 흰색 빛은 사과에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 온다. 사과 표면에 입사되는 빛은 분명히 흰색이지만 사과는 우리 눈에 빨간색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사과 표면이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주로 빨간색을 반사하고 나머지 빛깔들은 흡수해 버리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노란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햇빛이 병아리의 깃털에 부딪히면 주로 파란색 계열의 빛이 흡수되어 버린다. 흡수되지 않고 반사되는 빨간빛과 초록빛이 섞여서 눈에 들어 오면 우리는 노란색을 느낀다. 가령 투명 유리에 코발트를 첨가하면 파란 색유리가 만들어지는데, 그 이유는 햇빛이 이 유리를 통과하면서 주로 빨강과 녹색 계열의 성분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 물분자가 마이크로파를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해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이 정도에서 왜 바다가 파란 빛깔을 띠는지 눈치챈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물은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빨간색 계열의 빛을 약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햇빛이 바다 표면에 입사되면 비교적 덜 흡수되는 파란색 계열의 빛이 물 표면 근처에서 더 많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온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이다. 바닷속에서 수면을 바라보면 물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햇빛 중 빨간색 성분이 조금 흡수되면서 바닷물이 조금 푸르스름해지게 된다. 깊이 들어갈수록 이 색깔은 더 진해질 것이다.
▲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된 물분자의 개략도 비슷한 일이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속에서도 일어난다. 전자레인지는 1 초에 24억5천만 번 정도 극성이 바뀌는 마이크로파를 음식에 쬐어 준다. 그러면 음식 내 포함되어 있는 물분자들이 마이크로파의 장단에 맞추어 끊임없이 회전을 하면서 음식을 구성하는 다른 분자들과 부딪힌다. 북적대는 파티장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열을 내듯이, 물분자의 회전 운동은 마이크로파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음식을 데우는 열에너지로 바꾸어 놓는다. 물기가 전혀 없는 유리컵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려 해도 뜨거워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8) 밤의 장막을 걷어낸 백열전구
▲ 토머스 에디슨 노력하는 발명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1931)을 생각하면 우리는 흔히 축음기, 전구, 영사기 등을 떠올린다. 이 중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발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인류의 밤을 밝히는 인공조명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백열전구(白熱電球)를 꼽고 싶다. 백열전구가 발명된 지 벌써 100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 조명등은 오늘날에도 우리 생활의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둥그런 유리구 내에 꾸불꾸불한 필라멘트가 지지대와 도입선에 의해 고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원 스위치를 켜게 되면 필라멘트의 온도가 자체 저항으로 발생하는 열에 의해 무려 섭씨 2천600도 정도로 달구어진다. 고온으로 달구어진 물체는 항상 빛을 방출하는데 이를 열복사(熱輻射)라 한다.
▲ 백열전구. 지지대와 도입선에 의해 고정된 텅스텐 필라멘트가 노란색 빛을 내는 것이 보인다. 고온의 물체가 내는 빛의 색깔은 물체의 온도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뜨겁게 달구어진 용광로 내부 쇳물이 내는 빛의 색깔은 쇳물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붉은 색에서 점차적으로 흰색으로 바뀌게 된다. 수천 도의 온도를 정확히 잴 수 있는 온도계가 없던 옛날에는 쇳물에서 나오는 빛의 색깔로 온도를 추정하곤 했다.
▲ 에디슨의 백열전구를 소개하는 광고문구 필라멘트가 끊어지면 백열전구의 수명은 끝이 난다. 수명이 다한 백열전구를 가만히 흔들어 보면 끊어진 필라멘트가 흔들리면서 가벼운 소리가 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백열전구는 필라멘트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빛을 내놓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는 텅스텐 필라멘트를 사용한다. 이렇게 높은 녹는점을 가지고 있는 텅스텐 필라멘트도 백열전구 내에서 고온으로 달구어지면 끊임없이 증발하면서 전구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텅스텐의 증발을 막기 위해 오늘날에는 보통 질소나 아르곤과 같은 가스를 전구 내에 함께 봉입한다.
▲ 에디슨이 발명한 초기의 백열전구 본격적인 인공조명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다. 각종 탄소 필라멘트는 1910년 미국의 쿨리지(Coolidge)가 텅스텐을 가늘게 뽑아 내는 데 성공하면서 텅스텐 필라멘트로 교체되게 되었다. 백열전구의 개념은 이전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 1860년에 영국의 조지프 스완이 탄소 필라멘트를 시도한 바도 있다. 에디슨이 진정으로 발명한 것은 장시간을 버틸 수 있는 필라멘트의 재질과 더불어 전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조명등을 밝힐 수 있도록 한 ‘전기 조명 시스템’이었다. 그는 기업자본의 재정 지원을 끌어들이면서 현대적인 의미의 대규모 연구실을 운영하였고 이를 통해 전구뿐 아니라 발전기, 도선 및 절연체 등 조명 네트워크의 각 요소에 대해 끊임 없는 실험을 수행했던 것이다. 백열전구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사용하는 총 전기에너지의 불과 5% 정도만을 빛으로 바꾼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 백열전구의 작동원리를 나타내는 개략도 (9) 스타워즈의 광선검
20여 년 전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크 사이의 결투에 사용된 광선검(light saber) 소품이 베버리 힐즈 영화기념품 경매에서 6만달러(약 6천만원) 이상의 가격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뉴스가 최근 방송을 탔다. 손잡이에 달린 버튼을 이용해 빛의 막대를 튀어나오게 하거나 길이를 조정하기도 하는데 고대 제다이의 거점으로 알려진 오수스 행성에서 가져온 수정의 색에 따라 광선검의 색이 바뀐다고 한다. 광선검의 외관은 매우 밝은 형광등, 혹은 형형색색의 빛을 만들어 내는 밤거리의 네온사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전 램프들은 유리로 둘러싸인 내부 공간에서 빛이 방출되기 때문에 제다이 기사들이 한 번만 휘둘러 부딪치면 그 몸체가 산산조각나 버릴 것이 분명하다. 레이저는 퍼지지 않고 똑바로 진행하는 성질인 직진성이 강하고 단위 면적당 에너지의 강도가 매우 높은 빛이다. 이런 특성으로 금속을 절단하거나 용접을 하는 산업용 레이저도 만들 수 있다.
먼지나 공기 분자가 전혀 없는 우주 공간의 전투장면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레이저빔, 그리고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인 공기가 전혀 없는데도 굉음을 내며 날아가는 우주선의 모습 등은 우주 SF 영화들이 저지르는 실수들 중 단골 메뉴이다. 오직 컴퓨터 그래픽 기술만 이용해서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오늘날에는 광선검 정도 처리해 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디지털 기술일 것이다. 그렇지만 1970년대에는 쉽지 않았다. 결국은 배우들로 하여금 막대기를 들고 싸우게 한 후에 광선검 애니메이션을 그려 넣는 ‘로토스토핑 기법’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10) 터널 내 조명등이 황색 빛깔을 띠는 이유는 ?
▲ 동일한 양의 빛이 색깔별로 어느 정도로 사람 눈에 인지되는가를 나타내는 비시감도 곡선 및 나트륨 등이 내는 황색 빛의 위치(589 nm)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고속도로는 산과 바다로 향하는 가족 단위의 차량들로 북적일 것이다. 장거리 운전에 몸은 피곤하겠지만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에 마음만큼은 설렘으로 가득 찰 것이고, 창밖의 풍경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 저압 나트륨등의 구조 터널 내에 쓰이는 황색 빛깔의 전등은 “나트륨등” 혹은 “나트륨 램프”라고 불리는 전등이다. 나트륨(Na, Sodium)은 원자번호가 11번인 가벼운 원소로서 소금(NaCl)을 구성하는 주성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통 네온과 나트륨을 램프 내부에 같이 봉입하는데, 램프를 점등시키게 되면 처음에는 네온 가스가 붉은 빛을 내지만 등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나트륨이 증발되면서 나트륨의 방전색깔인 황색 빛이 발생한다. 이 황색 빛은 보통 나트륨의 D선이라 불리는, 파장이 589 나노미터(nm)인 빛으로서 다른 색깔의 빛이 섞여 있지 않은 순수한 단색광(單色光)이다. 황색 빛만 방출하는 전등 밑에서는 물체의 색깔들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색깔의 구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장소, 특히 야간의 옥외용 조명으로서 나트륨등은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 나트륨 증기의 압력에 의존하는 나트륨등의 스펙트럼 우선 나트륨등은 단일 색깔을 내는 광원이기 때문에 물체의 형태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는 특히 야간에 도로 위에 존재하는 요철들을 잘 식별할 수 있게 해 준다. 두 번째로, 나트륨등이 내는 황색빛은 안개나 매연이 있는 조건에서 보다 멀리까지 퍼져 나간다. 이것은 보통 빛의 파장이 길어질수록 산란이 덜 되고 멀리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기인한다. 브레이크등으로서 가시광선 중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 램프를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트륨등은 안개가 끼여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의 투시성을 좋게 해서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데 일조한다.
▲ 1931년 최초로 나트륨등이 가로등으로 설치된 네덜란드 남부의 에인트호벤 거리 사람의 시각체계는 동일한 양의 빛이 들어오더라도 그 빛의 색깔에 따라 차별대우를 해 받아들인다. 인간의 시각은 파장이 555 나노미터인 녹색빛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반면에 파랑과 빨강색으로 갈수록 인지하는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들의 바깥 쪽에 존재하는 자외선과 적외선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높은 밝기를 유지해야 하는 터널 내 조명등으로 나트륨등은 매우 이상적인 광원이라 할 수 있다. -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 한국일보 / ⓒScience Times [빛으로 보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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