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제리코 - 메두사 호의 뗏목

Gijuzzang Dream 2009. 1. 8. 12:24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

 

자연 재해로 광란에 빠진 사람들 표현

 

 

 

거대한 자연의 힘을 가장 근접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다다.

파도가 잔잔하게 일렁거리는 바다는 아름답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보면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광폭함을 절절히 느낀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바람에 따라 해류를 만들면서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서양 미술역사상 거대한 해류에 떠밀려 난파된 배를 그린 그림으로는

테오도르 제리코(Géricault, Théodore, 1791~1824)의 <메두사호의 뗏목>이 있다.

이 작품은 1816년 7월 2일, 일어난 실제 사건을 재현함으로서 낭만주의를 뿌리 내리게 했다.

▲ <메두사 호의 뗏목>, 1818~1819년, 캔버스에 유채, 419×716,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1816년 망명 귀족 출신인 뒤루아 드 쇼마레가 지휘하던 왕실 해군 소속 메두사호가

서아프리카 세네갈로 항해하던 중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되었다.

당시 배에는 프랑스 군인들과 이주민들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구명보트가 얼마 없어 승선자 149명은 뗏목에 탔어야만 했었다.

 

그러나 뗏목에 연결된 보트에 타고 있던 선장은

자신의 안전만 생각해 뗏목과 연결된 밧줄을 끊고 도망갔다.
149명의 사람들은 뗏목에 의지한 채 세네갈 해안을 12일간 떠돌면서 굶주림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었다.

12일 동안 망망대해에서 떠돌던 뗏목은 아르고스 함대에 발견되어 15명만이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육지에 도착한 15명의 생존자 중 5명은 도착하자마자 죽었다.
10명의 생존자 중 프랑스로 돌아온 코레아르와 사비니라는 두 명의 생존자가

난파 당시 상황을 글로 발표함으로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난파된 지 이틀 만에 폭동이 일어났고

셋째 날에는 배고픔에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정부는 무능한 뒤루아 드 쇼마레를 메두사호의 책임자로 위임한 사실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신문을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된 제리코는

자연 재해로 인해 불안과 공포로 광란에 빠진 사람들을 표현하고자 이 작품을 제작한다.

이 작품에서 바람에 돛은 부풀어 있고 파도는 금방 뗏목을 덮치려고 넘실대고 있고

하늘에는 잔뜩 먹구름이 끼여 있으며 바람은 뗏목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왼쪽 하단에 두 구의 시체 중 하나는 바다로 서서히 미끄러져 가고 있는데

시체의 모델은 화가 들라크루아다.

난파당한 사람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화면 왼쪽 수염을 기른 생존자는

아들의 시체 옆에서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앉아 있고

뗏목 중앙 무릎을 꿇은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으며

화면 오른쪽 한 남자가 큰 통 위에 올라가 수평선 너머 배를 발견하고는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천을 흔들고 있다. 

돛대 근처에서 바다를 향해 손을 들고 있는 남자와 옆에 있는 사람이 두 명의 생존자 코레아드와 사비니다.
오른쪽 하단 파도에 의해 얼굴이 보이지 않는 시체는 나중에 그려진 것으로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생존자들이 천을 흔들고 있는 방향의 작은 배는 뗏목을 구조하기 위한 배를 상징한다.

구조의 순간, 즉 희망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죽음을 통해 진정한 절망과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제리코는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두 명의 생존자들을 만나 당시 상황을 전해 듣고

실물과 같은 거대한 뗏목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죽은 사람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지역의 병원 시체실에서 시신을 연구하기까지 했다.

1819년 이 작품이 살롱전에 발표되었을 때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제가 프랑스 아카데미 풍에서 벗어난 이 작품을 당시 국가에서 구입하지는 않았다.

이에 실망한 제리코는 기획사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순회 전시회를 열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후에 제리코가 낙마 사고로 죽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구입한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bluep60@hanmail.net

- 2009년 11월 25일, ⓒ ScienceTimes [명화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