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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 -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Gijuzzang Dream 2009. 1. 8. 13:25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엘 그레코(Greco, EL / Domenikos Theotokopoulos, 1541~1614)는

16세기 극단적인 장식성을 추구한 매너리즘의 정점을 이루고 있는 화가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방식에서 벗어나 신비스러운 스타일의 새로운 예술을 시도했다.

그는 당시 따뜻한 붉은 색조를 사용했던 화가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차가운 푸른 색조를 선택해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했다.

엘 그레코는 고향 그리스를 떠나 스페인 국왕 펠레페 2세의 궁정화가가 되기 위해

1577년경부터 툴레도에서 활동을 한다. 마드리드 외곽의 도시 툴레도는 당시 스페인 종교 중심지였다.
엘 그레코가 톨레토에서 초창기에 성공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작품이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이다.

▲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1586~1588, 캔버스에 유채, 480×360, 톨레도 산 토메 교회 소장 


이 작품은 1586년 산 토메 교구의 사제 안드레스 누녜스 데 마드리드가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의 기적을 그려달라고 의뢰해서 만들어졌다.

사제는 이 작품을 통해

백작의 후손들에게 오르가스의 유언을 상기시켜 경제적 이득을 노골적으로 취하고자 했다.

1357년에 죽은 오르가스 백작은 임종하면서 매년 산 토메 교회에 기부하도록 유서를 남겼지만

16세기 후손들은 유언상의 지불을 거부했다.

전설에 의하면 14세기 초 톨레도의 산 토메 교회에서 신앙심이 깊었던

스페인의 귀족 돈 곤잘레스 루이스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에

하나님은 성 스테파누스와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지상에 보냈다고 한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늘이 열리고 성인과 천사들에게 둘러싸인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엘 그레코는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을 제작하면서 14세기에 일어났던 일을 재현하지 않고

인물들에게 당시 유행하는 옷을 입혀 동시대의 사건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 작품은 화면이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아래쪽은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례식이 사실적으로 묘사됐으며

상단부 천상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흐릿하게 묘사했다.

하단부 갑옷을 입고 죽은 사람이 오르가스 백작이다.

그의 머리 위에 황금색의 아름다운 주교복을 입은 사람이 성 아우구스티누스며

부제복을 입고 백작의 다리를 안고 있는 사람이 성 스테파누스다.

성 스테파누스의 옷에는 돌에 맞아 순교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화면 오른쪽 레퀴엠을 읽고 있는 사제가 이 작품을 의뢰한 안드레스 누녜스이며

화면 왼쪽 손가락으로 오르가스의 기적을 가리키고 있는 어린아이가 엘 그레코의 아들 조르주다.

이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는 조르주의 주머니 밖으로 나온 손수건에 태어난 해 1578년이 적혀 있다.

조문객 중에 화면 오른쪽 측면 얼굴만 보이는 흰머리의 남자는

안토니오 데 코바루비아스 이 레이바(1524~1602)다.

그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명으로서 엘 그레코의 친구였다.

엘 그레코는 장례식의 조문객들을 톨레토 시민들의 모습으로 바꾸어,

영원히 기념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했다.

상단부 맨 위에 예수 그리스도와 붉은 색의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가 천상의 중심에 있다.
화면 상단 왼쪽의 성모 마리아가 이제 막 숨을 거둔 백작의 영혼을 받아들이고 있고

그 옆에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있는 노란 옷을 입은 남자가 성 베드로다. 

성 베드로는 백작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성모 마리아 반대편에는 세례 요한이 신의 자비를 중재하기 위해 있다.

화면 중앙 지상과 천상 중간에 있는 천사가

형태를 갖추지 못한 백작의 작은 영혼을 안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화면 오른쪽 상단 하나님과 선민들 사이에 주름 레이스깃의 옷을 입은 남자가 펠레페 2세다.

그는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생존해 있었다.

엘 그레코의 이 작품은 집단 초상화로서 실제로 오르가스 백작의 무덤의 걸 예정이었다.

엘 그레코는 실제 걸리게 될 장소에 맞추어 작품을 구성했으며

성인들도 오르가스의 시신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bluep60@hanmail.net

- 2008년 10월 29일, ⓒ ScienceTimes [명화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