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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로니무스 보쉬 - 어리석은 자들의 배 / 마시스 - 은행가와 그의 아내

Gijuzzang Dream 2009. 1. 8. 11:02

 

 

 

 

 

 히에로니무스 보쉬 <어리석은 자들의 배>

 퀸틴 마시스 <은행가와 그의 아내>

 

 

비판과 해학을 담은 루브르 박물관의 창조정신이 돋보이는 작품

 

 

루브르 박물관은 본래 프랑스 왕이 거주하던 궁전이었지만

루이 14세가 루브르 궁을 '예술의 성전'으로 만들었다.

 

루브르에서 귀족들에게만 공개되었던 왕실 소장품들은

1783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 중에 환상과 자유로운 창조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

보쉬의 <어리석은 자들의 배>이다.

이 작품은 동시대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판과 해학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인물들과 기묘한 화면의 구성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다.

 

▲ <어리석은 자들의 배>, 1500년경, 목판에 유채,

58×33,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화면 아래 배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배 안에서 수도사와 두 명의 수녀 그리고 사람들은 정신없이 먹고 마시고 있으며

거위를 잡기 위해 돛대로 올라가는 사람,

화면 오른쪽에는 먹은 것을 토해내는 사람이 있으며 물속의 인물들은 배에 오르려고 하고 있다.
가운데 있는 루트를 든 수녀와 수도사는 매달려 있는 크래커를 먹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남자와 여자는 포도주 병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 작품에서 수도사와 수녀는 탐욕을 상징하고 있는데

당시에 왕성한 식욕과 성욕에 빠져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성직자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중앙 돛대는 풍요의 나무이며

광대는 어릿광대의 지휘봉을 들고 허리춤에는 종을 잔뜩 매단 채 풍요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이 작품에서 평범한 복장을 한 사람들 사이에 광대는

당시 사람들의 유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왕에게도 함부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보쉬는 당시 궁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광대를 모델로 해서 그렸는데 광대는 교활함과 죄를 암시한다.

 

황금색의 바다 풍경은 인류가 죄를 짓기 전 영원한 아름다운 세계를 상징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쉬(Bosch Hieronymus, 1450~1516)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화법을 사용해

북유럽 화가들 중 처음으로 일상을 통해 인류의 악을 다루었다. 그의 이 작품은

인문주의자 세바스티안 브란트가 지은 <어리석은 자들의 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으며

인류의 도덕적 무질서룰 고발하고 있다.

 


싹트는 자본주의를 은유적으로 표현

16세기 초 상업의 발달로 은행업이나 대출업이 생겨났다.

당시 은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그린 작품은 마시스의 <은행가와 그의 아내>다.

이 작품은 이와 유사한 테마로 그린 작품의 기원이 되고 있는데

현실적이고 윤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 <은행가와 그의 아내>, 1514년, 나무(패널)에 유채, 74×68,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남자는 저울에 수평을 재고 있으며

그의 아내는 기도서에 손을 올린 채 남편이 하는 일을 불안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아내가 읽고 있는 기도서에는 성모자상 그림이 나와 있다.

읽었던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도서에 손을 올리고 있지만

그녀는 기도보다는 남편이 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이 작품에서 아내의 행동은

당시 상업도시로 발전하고 있던 안트베르펜의 사회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데

장사에는 절대적인 것, 신성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화면 맨 왼쪽에 황금받침대와 뚜껑이 달려 있는 수정잔과 검은 벨벳 헝겊 조각 위에 진주가 놓여있다.

진주는 남자가 귀금속을 담보로 금융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테이블 위의 볼록 거울이 부부 앞에 놓여 있다.

거울에는 십자가 형태의 창문 옆에서 성경 구절을 읽어 주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십자가 형태는 종교적 의미를 상징하고 있으며 방안의 있는 부부의 현실적인 삶과 대조를 이룬다.

이 작품에서 저울은 전통적으로 황금이 지닌 선과 악의 이중적인 가치를 가리키고 있고

금화는 탐욕에 대한 상징물이다. 기도서는 종교적인 신앙심을 암시하고 있다.

금의 무게를 달고 있는 남자의 행동은 현실적인 부를 암시하는 것이고

기도서는 성스러운 것을 상징한다.

이 작품에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 실내의 풍경은

허영보다는 실리를 중요시한 인물의 가치관을 암시하고 있다.

퀸틴 마시스(Quentin Massys, 1460년경~1530)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한 장면을 포착한

이 작품에서 싹트는 자본주의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bluep60@hanmail.net

- 2009년 01월 07일, ⓒ ScienceTimes [명화산책]

 

 

 

 

 

 

 

쿠엔틴 마시스(Quentin Massys, 1464-1530)가 그린 <대금업자와 그의 부인>이란 제목의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그림은

16세기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이던 어느 네덜란드 상인의 일상을 그린 것으로

돈에 대한 의미를 잘 나타내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탁자 앞에서 금화의 무게 측정에 열중인 남편과

그 옆에 앉아 돈을 바라보는 부인을 주제로 삼은 이 그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뉘어 진다.

하나는 ‘등장인물의 교감 없는 상황에 미루어

부부의 사랑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당시의 세태를 풍자한 것’이라는 부정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대금업도 하느님이 주신 직업의 하나로 신성한 것임을 나타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마시스는 돈을 주제로 직업과 신앙이라는 두개의 상반되는 주제로 화면을 구성했다.

즉 남편은 저울을 들고 동전의 무게를 측량하는 세속적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옆에 앉은 부인은 성모자상이 그려진 기도서를 통해 신앙인으로서의 위치를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며 적어도 탐욕의 눈빛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시선은 돈이라는 하나의 사물에 모아져 있다.

따라서 이 그림은 결국 돈의 종교적 의미를 나타내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 진다.

 

자세히 살펴보면 화면 곳곳에는 종교적 암시가 숨겨져 있다.

가령 두 인물의 앞에 놓인 볼록 거울에는 십자가 형태의 창문이 비치고

그 배경 하늘에는 성당의 종탑이 보인다.

볼록 거울안의 풍경은 크기는 작지만 이들 부부를 둘러싼 환경 즉 신앙심을 크게 나타내는 요소들이다.

볼록거울 안에 십자가 창문과 교회의 종탑이

16세기 북유럽 특유의 세밀화법으로 그려져 있다.

 

이슬람의 경우 돈은 종교나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따라서 금융거래의 도덕성이 중시될 수밖에 없었고

금융거래를 관장했던 관리들은 종교의 엄격한 율법에 대한 지식을 기준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주화의 무게와 치수를 측정하고 위조품을 검사하는 일 역시 이들의 몫이었다.

가톨릭 국가의 경우 대금업자 또는 은행가로 가장 명성을 날렸던 집단으로서는

메디치 가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태리 르네상스의 주체이자 문예부흥의 후원자로서

또한 교황을 다수 배출한 가문으로서 메디치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화가 마시스의 그림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 앞에서 그 의미를 제대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그림을 바라보는 관점은 전에 없이 왜곡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그림을 바라보는 오늘날 우리들 시선의 타락에 있다.

그리고 타락에는 물신주의에 빠진 언론 매체의 극성도 한몫 거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 김영호 중앙대 예술대학교수

- 2008-10-08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