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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앙투안 와토 - 키테라 섬으로의 여행

Gijuzzang Dream 2009. 1. 8. 10:43

 

 

 

 

 

 

 장 앙투안 와토의 <키테라 섬으로의 여행>

 

 

상상과 현실 세계의 절묘한 조화가 특징 

로코코 미술을 대표하고 있는 와토는 허구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로코코 미술은 조개껍질의 나선 모양을 본뜬 실내장식에서 유래하고 있는데

당시의 일상을 우아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로코코 미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작품이 와토의 <키테라 섬으로의 여향>이다.

연인들이 사랑의 섬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장면을 묘사한 이 작품은

상상과 현실 세계의 절묘한 조화가 특징이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당시 유행하던 옷을 입고 있고 있지만

그들이 환상의 세계에서 이룩하고자 했던 것을 표현한 것이다.

 

▲ <키테라 섬으로의 여행>, 1717년, 캔버스에 유채, 129×194,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이 작품에서 키테라 섬은 그리스 신화에서 비너스가 태어난 곳이다.

해안으로 밀려온 파도의 거품에서 비너스가 태어나면서부터 키테라 섬은 사랑의 섬이 되었다.

키테라 섬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키테라 섬에 간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화면 왼쪽에 멀리 배가 보이고 연인들은 배에 오르고 있다.

꼬마 천사들은 연인들을 에워싸고 있고

오른쪽 큰 나무 아래에는 비너스의 조각상이 여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기 천사가 비너스의 몸에 월계수 화환을 두르려 하고 있고

비너스의 발 밑에는 책과 무기와 갑옷, 수금이 놓여져 있다.

월계수 화환은 ‘사랑은 모든 행위를 이긴다’는 것을 상징하며

책과 무기는 ‘사랑은 지식이나 전쟁, 예술보다 강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조각상 비너스의 모습은 우아한 옷차림의 여인들이 나체일 때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비너스 여신은 큐피드의 활과 화살통을 들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비너스와 큐피드가 함께 등장하고 있는 작품은 사랑을 상징한다.

조각상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는 숲에서 장미꽃을 꺾어 연인에게 건네주고 있다.

장미꽃은 비너스를 상징하는 꽃으로 사랑을 나타낸다.

조각상 아래 푸른색의 드레스 위에 붉은색 겉옷을 입은 여인이 부채를 들고 앉아 있고

연인인 남자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채는 당시 연인들만의 은밀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쓰였는데

연인들은 감독하는 사람 앞에서만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

그 옆에 있는 커플은 막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고

화면 중앙 지팡이를 들고 있는 뒷모습의 남자는 오른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잡고 재촉하고 있지만

여인은 머뭇거리며 뒤를 바라보고 있다.

인물들은 전체적으로 행렬을 구성하는 것과 동시에

각자 개별적인 행동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남녀의 연속적인 움직임은 사랑의 단계를 나타내고 있는데 오늘날 TV 드라마 같다.

남녀가 쌍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에서

연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연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관계이고

뒤를 돌아보는 것은 사랑의 후회를 상징한다.

화면 왼쪽 큐피드들은 둥근 원을 그리며 범선 주위를 날고 있는데

큐피드는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고대 신이며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범선은 키테라 섬을 떠나지 않는 연인들을 태우기 위해 출항을 준비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배가 장식품처럼 보이는 것은 당시 유행하던 연극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기 때문이다.

범선 앞에 큐피드들이 연인들을 범선으로 안내를 하고 있지만

언덕 위의 소녀는 키테라 섬을 돌아보며 아쉬워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을 정점으로

음악의 악보처럼 인물들은 선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장 앙투안 와토(Watteuu, Jean-Antoine, 1684~1721)가

프랑스 왕립 아카데미의 정회원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제작한 이 작품은

당시 혁신적인 기법이었지만 인정을 받았다.

와토는 환상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bluep60@hanmail.net

- 2008년 12월 31일, ⓒ ScienceTimes [명화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