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사지 출토유물을 통해서 살펴보는 보존처리
- 철제 / 철제 솥, 철제그릇, 청동함
- 청동 / 청동대발과 건조된 목제편물
- 도자 1 / 청자상감용문호(靑瓷象嵌龍文壺)
- 도자 2 / 청자상감유문매병(靑瓷柳文梅甁)
삼천사는 법상종의 중심사찰로 원효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법상종 종찰인 개경 현화사의 초대주지를 지낸 대지국사(大智國師) 법경(法鏡)이 주지로 있던 절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실시한 서울시 문화유적지표조사에서
다수의 와편과 도기편 및 건물지 등이 잇달아 발견됨으로써
삼천사지에 대한 정식 발굴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지역 문화유적에 대한 순수학술발굴조사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2005년 9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현장조사를 하였다.
삼천사지 탑비(塔碑)구역은 증취봉 능선 중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 덕양구 북한동 산 1-1번지에 위치해 있다.
삼천사지 출토유물 보존처리 - 철제 유물
2005년부터 2007년 12월말까지 삼천사지에 대한 발굴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발굴했던 탑비 지역은 고려에서 조선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출토유물로는 철제 솥과 철제그릇 등의 금속류를 비롯하여 도자기 편 등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2005년도에 수습된 철제 솥과 철제그릇을 비롯한 유물을 2006년 1차로 보존처리하였는데
특히 철정류(鐵釘類)가 많았으며
청동제유물은 숟가락과 기타 용도불명의 것이 몇 점 포함되었으나 부식과 파손이 심했다.
그중 완형을 이루는 것은 철제 솥, 철제그릇을 비롯한 철정이 대부분이었다.
나머지는 어딘가에서 탈락된 편들로
용도불명이거나 형태 파악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들이었다.
특히 동(銅) 합금류의 경우는 완형의 유물이 청동반구형 장식, 숟가락 몇 점이 있을 뿐,
그 외에는 그릇 편, 숟가락 편, 용도불명의 작은 편들이었다.
보존처리 전 / 보존처리 후
(1) 철제 솥
다리가 3개인 솥으로 구경 218㎜, 다리 높이를 제외한 솥 높이는 172㎜,
다리 길이는 부러진 것을 모두 합산하면 650㎜이다.
처리 전 무게 9,475g, 두께 5㏖, 전의 폭이 38.5㎜인 것으로 솥의 전 부분과 구연부가 파손되었고
다리도 부러져 있었다. 목 부분에는 16개의 선을 음각으로 둘러 장식하였다.
다리는 단면이 삼각형으로 바닥에 닿는 끝이 뾰족해서 세우거나 꽂아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물질 및 녹이 두텁게 부착되어 있어
니퍼 등의 도구로 1차 제거를 한 후 Air-Brasive로 남아있는 흙과 부식물을 제거하였다.
탈락된 편은 Araldite(rapid type)로 접합했고
유추 가능한 부분에 한해서 에폭시 수지로 복원해 주었다.
다만 다리의 편은 원상태로 접합했을 경우 3개 중 1개의 다리만 원형복원이 가능했으나
복원 후 다리의 길이가 나머지 2개의 것보다 길어져 보관상의 어려움이 있어
접합은 하지 않았고 복원한 부분을 색맞춤하여 마무리하였다.
(2) 철제 그릇
구연부 지름 255㎜, 높이 110㎜, 두께 3㎜, 처리 전 무게가 3,780g인 철제 그릇은
내부가 흙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릇의 겉면은 부식이 심해 문양 또는 다른 특이한 점은 없어보였으나
X-Ray 조사를 통해 그릇 속에 또 다른 그릇(합)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존처리 전 사전조사에서 청동합의 존재를 확인하였기에 이물질 제거를 신중하게 실시하였다.
철제그릇의 크리닝은 내부의 흙을 다 제거하고 청동합을 들어낸 후
표면의 이물질을 비롯한 부식물을 제거하였다.
내부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뭇잎과 같은 유기물편이 발견되었다.
얼핏 보기에는 나뭇잎이 썩은 흔적으로 보였으나 관찰결과 직물로 확인되었다.
그릇의 겉면 역시 직물이 부착되어 있었고,
구연부 정확히 말하면 그릇의 안과 밖을 감싼 직물까지 보였다.
철제 그릇은 단조된 것으로
특히 철제그릇은 내부에 있는 칠(漆)과 직물편의 분석결과 모두 칠(漆)로 확인되었다.
하지층이 드러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릇 내부에 칠을 하고 직물을 붙인 후 다시 칠을 한 것으로 보이며,
탈락된 칠(漆) 편을 살펴보면 심바르기로 사용된 직물(천)은 평직으로 직조된 것으로
직물편이 열화(劣化) 정도가 심하여 구성 섬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제작방법과 정황으로 볼 때 면(綿) 또는 베(布)로 추정된다.
그릇의 내부는 물론 바깥 면에도 직물 흔적이 남아있는데,
구연부 안과 밖을 감싼 것도 확인된다.
이것으로 볼 때 철제 그릇은 전체를 다 천으로 감싼 후 칠(漆)을 하여 제작한 것으로 사료된다.
(3) 청동 합
청동합은 철제 그릇 속에서 발견된 것으로 뚜껑이 덮여있었고 내부는 비어 있었다.
크기는 구경 67㎜, 높이 53㎜, 두께는 뚜껑이 1.2㎜이며 몸통은 2㎜이다.
뚜껑에는 2개 1조의 음각선을 뚜껑중심에서부터 가장자리까지 3조를 둘러 장식하였으며,
표면에는 검은 색 녹이, 내부는 말라카이트(Malachite : 푸른빛을 띤 청녹색)로 덮여 있었다.
청동합이 겉 표면은 깨끗한 편이어서 흙을 털어내는 정도로 하였고,
내부는 거친 면을 정리하는 선에서 크리닝하였다.
(4) 기타(용도 불명)
용도를 확인할 수 없는 용도불명의 동합금계 유물로 2점이다.
용도불명 1
크기는 가로 76㎜, 세로 102㎜, 무게 30.6g이다.
어떤 기물의 끝부분으로 여겨지는데 전체적으로 흑갈색을 띠고 있다.
용도불명 2
가로 12㎜, 세로 102㎜, 무게 202g이다.
표면이 흙으로 덮여있으며 문양이나 여타의 장식은 없다.
출토유물 중 금속유물 3점에 대한 분석결과
용도불명 1 유물에서 금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드러나 도금의 가능성을 생각했으나
분석 결과 황동으로 확인되었으며,
용도불명 2 유물은 현미경관찰로 금도금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붉게 보이는 부분이 동(銅)인지 확인을 위해 분석을 한 결과
금으로 나타나 금이 붉게 변색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성분 중 납청이 함유된 것은
주물을 뜰 때 유동성을 높이고 제작 후 가공성을 좋게 하기 위해 넣었던 것으로 보인다.
- 장은혜, 안계숙, 심명보, 문선영 / 서울역사박물관 보존처리과
- <문화재보존연구 3>. 2006. 서울역사박물관
■ 금속유물 보존처리
금속유물이란 철을 비롯하여 금, 은, 동합금 등 다양한 금속재질로 제작된 것으로
전래되거나 발굴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재질과 보존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부식되고 손상된 유물의 원형을 복원하고,
유물의 손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보존환경을 안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작업이다.
• 처리 전 조사
첨단 과학 장비를 이용하여 유물의 재질(성분)과 구조, 원형, 손상 원인 등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보존처리 방안을 설정한다.
조사장비(X-ray) 조사장비, 현미경 조사, 적외선 카메라, 주사전자현미경 등
• 크리닝(Cleaning)
유물 원형을 찾아주기 위한 작업으로 유물에 해가 되지 않는 도구와 약품을 사용하여
녹과 흙 등의 이물질을 제거한다.
• 안정화처리
녹 등의 부식인자를 제거하여 더 이상의 부식이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고
재부식의 가능성을 줄이는 과정이다.
• 강화처리
유물표면에 경화제를 도포하거나 경화제에 침적하여 약화된 유물 재질을 강화해주고
보호 피막을 형성하여 급속한 손상이 방지되도록 한다.
• 접합 및 복원
탈락되었거나 파손된 부분을 제자리를 찾아 접합하고
결손된 부분은 원형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한다.
• 색맞춤
접합, 복원된 부분이 유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비슷하게 채색해준다.
• 보관
유물의 보존처리가 끝난 후에는 보존처리 전후 상태와 처리과정의 내용을 기록하여
향후 유물의 재처리 및 관리가 용이하도록 한다.
그리고 외부환경으로부터 손상요인이 차단될 수 있도록 밀폐 비닐에 넣거나
제습제를 사용하여 습도 45% 미만의 상태로 보관한다.
삼천사지 출토유물 보존처리 - 목제편물
청동대발 내부에 있던 목제편물의 보존처리를 위한 내용이다.
목제편물은 파손이 심하여 건조된 상태였기 때문에
보존처리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한 결과
목제유물 보존처리에 사영되고 있는 방법 중 6가지를 택해 실험해본 결과
PEG #4,000 가온팽윤법이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사료되었다.
따라서 보존처리는 유물의 색상보다는 질감을 회복시키고 강도를 높여
추후 전시나 보관이 용이하도록 약제의 효과적인 충진으로 중량 및 두께의 변화,
처리 후 현상태 유지와 더불어 작업의 효율성을 살폈다.
목제편물은 삼천사지에서 출토된 청동대발 속에 있었던 것으로
가장 큰 편이 가로 30.5㎝, 세로 16㎝이다.
청동대발의 크기는 파손이 심해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나
저부의 직경이 최대 약 18-20㎝, 높이 약 24㎝로 추정된다.
목제편물의 재질은 육안으로는 초본류로 보였으나 수종분석 결과 목재임을 확인하였다.
편물의 외관은 검게 변한 상태이며 탄력을 잃고 건조되어 부서지기 쉬운 상태였다.
또한 무수히 많은 편들이 탈락되어 청동대발 속에 산재해 있었으며,
목제편물 표면에서 옻칠은 확인되지 않았다.
청동대발 속의 목제편물에서 탈락된 편들을 사용하였으며 평균 중량은 0.4g, 평균 두께는 2.68㎜이다.
시료의 수종 분석결과 옻나무와 옻나무속과 장미과 벚나무속 2종류로 나타났다.
수종분석에 사용된 시료가 목제편물에서 탈락된 편이 확실하고,
그 분석 결과 2종류의 수종이 확인된 현재 추정 가능한 것은
편물을 제작할 당시 재료로 사용된 수종은 2가지 이상일 수 있으며,
또한 1개 이상의 채반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하게 된다.
- 장은혜, 심명보 / 서울역사박물관 보존처리과
- <문화재보존연구 4>. 2007. 서울역사박물관
■ 목제유물 보존처리
목제유물이란 목조건축물에서부터 일상생활의 필수품인 목가구, 농기구, 문방구, 악기류 등
실생활에서 쓰이던 목물(木物)을 통칭하여 유물의 상태에 따라
크게 전승공예품과 출토품으로 나누어진다.
각 유물을 원형대로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하여서는 유물의 재질, 제작방법, 현재의 상태 및 손상원인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이에 적절한 보존처리를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 처리 전 조사
X-ray 촬영기, 주사전자현미경, 생물현미경, 적외선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수종, 재질, 구조, 표면상태 등의 유물정보를 파악하여 처리방안을 설정한다.
• 건식 및 습식 크리닝(Cleaning)
부드러운 솔과 증류수로 유물에 묻어 있는 먼지, 이물질 등을
유물의 고색(古色)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거한다.
• 강화처리
탈락된 유물편과 갈라지거나 벌어진 부분을 전통접착재료인 아교를 이용하여 접착, 강화처리한다.
• 복원, 보강
제작 당시의 기법과 동일한 재료를 적용하여 복원하되
쇠못을 제거한 경우에는 대나무못, 나무못 등을 이용하여 보강하여 준다.
• 색맞춤
처리부분에 한정하여 유물에 따라 생칠, 주칠 등의 옻칠을 하거나
황토, 그을음 등의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색맞춤한다.
• 보관
처리 후에는 처리과정과 문제점을 기록하고 사진촬영과 실측을 한다.
특히 처리후 기록은 유물의 관리뿐만 아니라
차후 더 좋은 보존처리기법이나 재료가 개발되었을 때 재처리를 위한 자료로써 중요하다.
또한 보존처리 이후에도 목제유물의 보관에 알맞은 온습도환경을 유지하고
미생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IPM : Intelgrated Pest Management)을 갖추어
또 다른 손상을 방지하도록 한다.
삼천사지 출토유물 보존처리 - 도자기 유물
삼천사지 탑비 구역 발굴조사 결과 고려 ~ 조선시대에 속하는 유구와 유물들이 다수 출토되었는데
‘청자상감용문호’와 ‘청자상감유문매병’은 그 유물들 중의 하나이다.
‘청자상감용문호’와 ‘청자상감유문매병’은 그 유물 중의 일부로
출토 당시 수십개의 편들로 수습되었으며 보존처리 후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청자의 제작기술 및 원료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 도편을 취해
SEM-EDS, XRF를 이용한 성분분석을 실시하였다.
■ 청자상감용문호(靑瓷象嵌龍文壺)
(1) 보존처리 이전 상태
청자상감용문호는 출토 당시 50여 개의 편(片)으로 수습되었는데,
유물의 주된 손상원인은 물리적 충격에 의한 것으로 매장 당시 토압에 의해 파손된 채로 수습된 것이다.
(위)굴 당시 현장 상황 (아래) 수습된 유물(청자상감용문호)의 상태
가(假) 접합 후 유물의 형태와 문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태는 좌우가 약간 넓지만 전체적으로 둥근모양이며 입술은 밖으로 둥글게 처리한 항아리이다.
문양은 크게 어깨부분, 몸통, 하단으로 구획을 나누어 배치하였는데,
어깨에는 백상감 뇌문대(雷文帶)를 두르고, 그 아래로 흑백상감연판문대를 둘렀으며,
연판문대(蓮瓣文帶) 아래로 이중의 선(線) 상감을 하고
중앙에 간략한 초문대(草文帶)를 흑백상감하였다.
몸통 중심에는 두 마리의 용을 흑백상감하였으며,
하단부에는 두 줄 선상감을 하고 아래로 백상감연판문대를 둘렀다.
다리굽의 형태로 굽바닥에는 도구로 누른 자국이 있다.
전체적으로 망상(網狀)의 작은 빙열(氷裂)이 있고 기벽(器壁)이 두텁다.
색상은 번조조건에 따라 갈색과 회청색을 띠고 있으며,
유약은 담청색의 유약을 굽 안바닥까지 완전 시유하였으나 접지면은 닦아내었다.
출토된 청자상감용문호는 투명한 청회색 태토층에 흑, 백상감이 되어 있었고
그 위로 회녹색 유약이 덮여 있었다. 유약은 라임계열이다.
흑상감의 산화칼슘(CaO)은 4-6%로 유약보다는 낮으나 태토보다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백상감의 경우에는 산화칼슘(CaO)를 거의 함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흑상감은 산화철(FeO)을 함유한 알루미나(alumina, 산화알루미늄)가 높은 점토를 사용하였고,
백상감은 산화철(FeO)이 포함되지 않은 백토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2) 세척
보존처리의 첫 단계인 세척은
도자기 표면 및 파편 단면에 부착되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세척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표면의 이물질은 본래 지녔던 색깔과 장식, 그리고 표면의 조직을 가리기 때문이다.
세척은 크게 물리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방법에는 가벼운 먼지를 붓으로 털어내는 것부터
메스와 같은 치과용 소도구를 이용하여 제거하거나 탐침(探針)해야 하는 것,
그리고 좀 더 발전된 스팀세척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것들까지 그 방법이 다양하다.
화학적 방법은 과산화수소나 유기용제 등 약품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이 방법으로 세척할 경우에는 어떤 약품을 사용하던지
반드시 그 약품의 유해여부를 먼저 테스트한 다음 사용하여야 한다.
청자상감용문호의 경우 유물편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고 유약층이 안정적이어서
화학적 방법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물을 이용하여 세척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3) 접합
도자기의 깨진 부분을 접합시키는 것은 조각들의 유실을 막아주기도 하고,
깨진 모서리 부분에 얼룩이 생기는 것을 막거나 손상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줄 수 있다.
깨진 유물을 접합하는 이유는 우선 가능성이 있는 유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며,
또 장식된 유물의 형태나 미학적인 측면을 복원하기 위해서이며,
마지막으로 유물을 전시할 때 좀 더 의미 있는 상태
즉, 역사적인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유물로 되돌리기 위해서이다.
청자상감용문호의 경우, 50여 개의 편(片)으로 파손된 상태여서
접합을 통해 접합순서를 정하였다.
이렇게 유물의 조각들을 미리 조립해 접합순서를 정하는 것은
파편간에 틈이 많이 벌어지거나 어긋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가(假) 접합시 사용한 접착테이프는
도자기의 표면에 접착자국이 남아 지저분해질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제거하는 것이 좋다.
가(假) 접합 후의 상태는 동체 곳곳에 없어진 파편이 많았으며
특히 구연부와 몸체가 많이 결손되었다.
(4) 복원
유물을 접합한 후 없어진 부분을 채우거나 다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접합 작업에 쓰인 순간접착제는 물체의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장력에는 강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비트는 힘에는 매우 약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보강을 해주는 것이 좋으며 주로 에폭시수지가 사용된다.
이런 작업과정을 ‘복원’이라고 한다.
복원작업은 그 유물의 손상정도에 따라 복원범위를 결정하는데
미적으로나 보관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가와 협의하여 복원정도를 결정하게 된다.
청자상감용문호의 경우 일반적인 형태의 추정이 가능하고
복원 후 전시자료 및 보관상의 장점 등을 고려하여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청자상감용문호는 파편이 많고 결손된 부분의 형태가 다양하여
직접 복원재로 충진하는 방법 외에도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한 방법으로 복원하였다.
복원제로는 에폭시수지인 L-30을 탈크(talc)와 혼합하여
수지를 페이스트(Paste) 상으로 만들어 성형작업이 용이하도록 하였다.
또한 청자상감용문호처럼 구연부가 비교적 좁은 유물을 보존처리할 경우
접합 후 내부의 복원이 어려우므로 접합과 복원작업을 동시에 실시하였다.
구연부처럼 모양이 비교적 복잡한 부분을 복원할 때는
알지네이트(Alginate)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결손부 주위의 모양을 떼어낸 다음
그 거푸집을 이용하여 복원부위를 제작하였다.
알지네이트(Alginate)는 흔히 알긴산염으로 불리며
치과에 가면 의사들이 치아의 모형을 본뜨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재료는 칼슘 알긴산염과 규조토(硅藻土, Diatomite, Diatomaceous Earth, DE)의 결합체인
천연물질이므로 인체에도 안전한 제품이다. 특히 작업시간이 빠르고 매우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수분증발에 의한 수축현상이 있어 일회용 형틀을 만들 때 적합하다.
(5) 색맞춤
색맞춤 작업은 실질적으로 도자기 보존처리의 마지막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로서 세심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색맞춤 방법에는 붓으로 칠하거나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방법,
그리고 스펀지 등 도구를 이용한 방법 등 다양하다.
붓으로 칠하는 방법은 사용자의 제어가 편리하고 문양을 그릴 때 효과적이다.
특히 색맞춤의 범위가 좁은 경우에 제어가 편리하므로
주위의 도자기 표면을 필요이상 침범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백자나 청자처럼 단색으로 된 광택이 많은 도자기의 경우 붓자국을 남기기 때문에
표현이 어렵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에어브러시는 압축된 공기의 압력에 의해 물감이 좁은 호스를 통해
공기의 흐름에 따라 분무되므로 색맞춤이 어려운 가장자리 부분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에어브러시 사용은 칠하면 안되는 부분, 필요이상의 넓은 부분을 칠하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마스킹테이프 등으로 경계부분을 가려서
다른 범위를 침범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청자상감용문호의 경우 색상의 변화가 많고 광택이 많아
에어브러시로 밑칠을 한 다음 붓칠로 보완하는 방법으로 색맞춤을 하였다.
또한 문양은 정확히 알 수 없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므로
왜곡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표현하였다.
색상을 맞춘 후 유약층을 복원하였는데,
에폭시수지의 하나인 EPO-TEK 301로 광택을 조절하였다.
(EPO-TEK 301은 본래 광 필터용으로 개발되었지만
현재 도자기 복원에 많이 쓰이며 점도가 매우 낮아 광택을 내는데 표과적이다)
다음은 보존처리 전, 후의 '청자상감용문호' 상태이다.
■ 청자상감유문매병(靑瓷象嵌柳文梅甁)
(1) 보존처리 이전 상태
청자상감유문매병은 출토 당시 100여 개의 편들로 파손된 상태이며
표면에 이물질이 고착되어 있고 유약층이 벗겨져 나간 부분도 있었다.
가(假) 접합 후 형태를 확인한 결과
완만하게 팽배한 윗몸통과 짧고 잘록한 아래 몸통을 가진 매병으로
어깨는 흑백상감 연판문대를 돌렸고, 그 아래에 백상감의 뇌문대를 차례로 배치하였다.
몸통에는 유문(柳文)을 흑백상감하였고, 아래 몸통에는 연판문(蓮瓣文)을 백상감하였으며,
굽은 안다리굽으로 모래를 받치고 구운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도자기 내부에 물레로 제작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청자상감유문매병은 투명한 연한 담록색 유약층(유약은 라임계열이다)인데
유색이 좀 더 갈색을 띠고 있는 편이다.
흑, 백상감 일부가 남아 있었으며,
백상감의 경우 몸통아랫부분 유약층이 벗겨져 청회색 태토층이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알루미나(alumina, 산화알루미늄)가 매우 높고
용융(鎔融, 고체가 열에 녹아서 액체상태로 됨)제 함량이 낮은 청자상감유문매병의 백상감은
용융되지 않고 유약층과 분리되어 남아 있었다.
청자상감유문매병은 백상감의 산화알미늄(AL2O3)이 43%로 아주 높게 나타났다.
이는 높은 소성온도가 요구되는 조건으로 태토 및 유약 등 다른 부분이 소성되는 일정온도에서도
백상감은 소성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청자상감유문매병의 백상감이 용융되지 않은 채
유약층과 분리되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 세척
증류수에 침적 후 유물표현이 이물질은 솔로 닦아 제거하고,
파편의 단면은 스팀분사기를 이용하여 세척하였다.
이러한 방법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세척보다 좀 더 쉽게 제어할 수 있고 덜 위험하다는 장점이 있다.
(3) 접합 및 복원
접합에 필요한 접착제는 깨어진 조각을 유지할 수 있는 강도를 가져야 하고
접합에 요구되는 양과 취급의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파손된 파편의 접합순서, 접착제가 굳는 동안 변형되지 않게 고정하는 도구 등이
사전에 준비되어야 한다.
우선 가(假) 접합을 실시하여 접합순서를 확인하고 결손부위의 상태 등을 확인하였다.
가(假) 접합 실시 후 순서에 맞게 저부에서 구연부로 올라가면서 접합하였다.
접합과정 중에 복원작업도 함께 진행하였는데
이는 구연부가 좁은 형태이므로 저부에서부터 도자기 내부의 복원까지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결손부위는 SN-시트를 사용하여 보강을 하고, 에폭시수지인 L-30 수지를 사용하여 충진하였다.
(4) 색맞춤
청자상감유문매병의 경우 복원부위가 많지만
그 면적이 넓지 않아 붓을 사용하여 색맞춤을 실시하였다.
아크릴물감을 사용하여 유물 표면의 색상과 어울리게 색맞춤하였는데
아크릴 물감은 아크릴 에스테르 수지를 이용해서 만든 것으로
부착력이 강하여 모든 바탕 재료에 착색할 수 있고 건조가 빨라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건조할 때 강한 수지 피막이 형성되어
기상의 변화나 자외선에도 변색이나 퇴색될 염려가 없으며
내구성이 강해 보존처리 시 색맞춤 작업에 유용하게 쓰인다.
청자상감유문매병의 경우 색맞춤한 다음 유약층을 복원하였는데
광택도가 낮은 편이어서 Gloss Varnish를 물에 희석시켜 광택을 조절하였다.
색맞춤 작업시 주의할 점은 필요이상 넓은 부분을 칠하게 된다는 점인데
가능한 주의의 유물표면까지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색맞춤을 실시하였다.
다음은 청자상감유문매병의 색맞춤 전, 후의 상태이다.
- 박기정, 서울역사박물관 보존처리과
- <문화재보존연구 4>. 2007. 서울역사박물관
■ 도기, 토기유물 보존처리
도기, 토기유물은 천연광물인 흙으로 반죽하여 불에 구워낸 기물을 말한다.
소성온도에 따라 토기(土器), 도기(陶器), 석기(石器), 자기(磁器)로 나눌 수 있으며
다른 유물에 비해 화학적으로는 인정하지만, 물리적 충격에 약하다.
• 처리 전 조사
X-ray, 자외선램프, 현미경 등 비파괴검사 장비를 사용하여
균열여부, 복원여부, 유약상태, 제작기법, 문양 등을 조사하여 처리방안을 설정한다.
• 크리닝(Cleaning)
표면이나 균열부분 등에 묻어 있는 오염물을 증류수 또는 화학약품을 사용하여 제거하는 과정으로
초음파세척기, 스팀분사기(Steam Cleaning) 등의 장비를 이용하기도 한다.
• 강화처리
태토가 연약한 연질토기나 약해진 토기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희석된 경화제를 도포하거나 침적시킨 후 상온에 건조시킨다.
• 접합
접착제를 사용하여 원래의 형태에 맞게 각 편들을 접합하는 단계로
접합 전에 반드시 가접합을 실시한 후 실행되어야 한다.
• 복원
결손된 부분에 에폭시(Epoxy) 수지 등의 복원제를 이용하여 원형대로 복원하되
유물에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사전에 조사하고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복원한다.
• 색맞춤
복원된 부분을 주변과 비슷하게 안료 및 물감 등으로 색맞춤한다.
• 보관
도기, 토기 유물의 보관에 알맞은 온도는 20±2℃, 습도는 45% 정도이며, 발열성 조명등은 피한다.
전시하지 않을 경우에는 규격에 맞는 보관상자(오동나무상자)를 제작하여 보관대에 보관한다.
- 정리 : Gijuzzang Dream
'더듬어보고(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역사박물관] 삼천사지 발굴유물 특별전 (0) | 2008.11.21 |
---|---|
[서울역사박물관] 삼천사지 발굴유물 특별전 살펴보기 (0) | 2008.11.21 |
강운구 사진展 - 저녁에 Kangwoongu (0) | 2008.11.19 |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사라져버린 우리 배(韓船)의 흔적을 찾아서 (0) | 2008.11.08 |
[국립고궁박물관] 궁궐의 청기와(靑瓦) 8점 (0) | 2008.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