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분청사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도자기는 분청사기와 백자로,
분청사기는 조선의 미감을 잘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분청사기는 무늬를 장식하는 기법을 기준으로
상감, 인화, 조화, 박지, 귀얄, 철화, 분장(덤벙) 분청사기로 나뉜다.
그 중 철화분청사기는 호방한 필치와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진 무늬가 특징을 이루며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철화분청사기의 제작지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와 전남 고흥군 운대리가 알려져 있는데,
고흥 운대리 가마에서는 매우 적은 양이 확인되어
계룡산 학봉리 철화분청사기와 비교할 때, 양과 질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학봉리 가마에서 만들어진 철화분청사기는 먼저 그릇에 두텁게 백토를 바르고
산화철 안료를 붓으로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려진 무늬는 물고기, 연꽃, 모란, 넝쿨, 풀, 여의두가 대표적이다.
물고기 무늬
물고기 무늬는 '魚'의 중국어 발음이 '여(餘)'와 같은 데서
'재산이 넉넉하다' 또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알을 많이 낳기 때문에 자손 번창의 의미도 있으며,
입신양명, 효, 부부금슬 등을 상징하는 무늬로 널리 사용되었다.
학봉리 철화분청사기에 그려진 물고기는 다른 무늬보다 다양한 형태로 그려졌으며,
눈에 띄는 특징을 지닌 대표적인 무늬이다.
물고기 단독으로 그려지거나 연못 속에서 연꽃 사이를 한가롭게 헤엄치듯 묘사되기도 하고,
물고기 두 마리가 서로의 꼬리를 향해 헤엄치듯 묘사된 것도 있다.
이처럼 쌍을 이루고 있는 물고기는 조화 또는 부부의 화합을 상징한다.
또한 몸통에 점박이가 그려진 것이 있는데, 이것은 이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쏘가리일 가능성이 많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높이 29.7㎝,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 조각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높이 26.8㎝, 1927년, 학봉리 6호 가마
연꽃 무늬
연꽃은 늪이나 연못의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결, 순결의 속성이
불교의 초탈, 정화의 교리와 연결됨으로써 종교적인 상징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진흙에서 나와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모습을
세속에 물들지 않는 청아하고 고고한 모습을 간직한 군자에 비유하여
유교에서도 불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연꽃은 고려청자부터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에 이르기까지 즐겨 사용되었다.
학봉리 철화분청에서도 다양한 연꽃무늬가 있는데,
연못 속에서 물고기와 함께 묘사된 경우, 연꽃을 단독으로 묘사한 경우, 연꽃과 넝쿨이 결합된 경우,
그리고 연잎을 도안화한 연판무늬의 형태로 항아리의 저부에 표현한 경우가 있다.
연꽃과 함께 물고기가 그려진 그림은 '연년유여(延年有餘)'
즉 해마다 여유 있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연(延)과 년(年)은 연(蓮)과 동음이고, 어(魚)는 여(餘)와 같은 발음이 나기 때문이다.
분청사기 철화 연꽃넝쿨무늬 편병 조각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1927년, 학봉리가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모란 무늬
모란은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꽃으로 각종 공예품에 자주 사용하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당나라 측천무후 때 장안에 모란이 크게 번성하여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하며,
송나라 주돈이가 애련설에서 국화와 연꽃, 모란을 비교하는 가운데
모란을 일컬어 '꽃 가운데 부귀한 것'이라고 한 이후로 부귀와 풍요를 상징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봉리 철화분청에 그려진 모란은 만개한 모란꽃을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모란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와 그 주위의 잎이 복합되어 도안화되어 나타난 것,
모란 잎을 간략하게 변형하여 철화로 그 윤곽선만 그린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로 장군, 병, 대형 항아리 등에 표현되었다.
분청사기 철화 모란무늬 병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높이 31.7㎝,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분청사기 철화 모란무늬 장군 조각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1927년, 학봉리 가마
-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 분청사기실, 강경남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의 대화, 제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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