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로켓 기원보다 훨씬 앞선 ‘주화와 화전’ 말 타고 사용하기 편리한데 말 탄 사람이 허리에 끼거나 화살통에 넣고 달리면서 발사하면 맞은 자는 살아남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 광경을 보고 소리를 듣는 자는 모두 두려워서 항복한다. 밤에 쏘면 빛이 하늘을 비치므로 무엇보다 적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적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발사하면 연기와 불이 흩어지면서 적이 노출된다.’ 발사하면 불빛과 연기를 내면서 날아가는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주화가 곧 흑색 화약의 연소 분출에 의해 생긴 추진력으로 비행하는 분사추진 화살임을 보여준다. 주화는 최무선이 활약한 고려말 우왕 시대에 만들어졌는데 『국조오례서례』의 「병기도설」에는 약통 밑에 뚫린 구멍의 크기까지 정해두고 있다. 소(小)주화의 경우 구멍의 크기는 1푼 3리(약 4㎜). ‘리’라는 단위는 0.31㎜로 대단히 정밀한 수치다.
주화는 화전과는 달리 화살의 화약통에 불을 달아 자체 추진력으로 불화살이 날아가게 한 무기다. 화시는 화전과 같이 흑색 화약을 쓴 불화살이라고 볼 수 있다. 화전, 주화는 추진 화약의 작용에 의한 분사추진식 화살로서 추진 원리는 지금의 로켓과 같다. 화전의 비행거리는 1,300보로 되어 있다.
1379년 이탈리아의 카이오자 성에서 벌어진 베네치아와 제네바 사이의 전투에서 제네바 군대가 로켓(rocket)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로케타(rocchetta)’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들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로켓을 사용했던 셈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화전은 더욱 발전하여 임진왜란 때 그 위력을 발휘하는데, 이것이 바로 신기전(神機箭)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다. 소신기전은 약통과 외통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발사하면 추진체인 약통이 먼저 분사추진력을 내고 그 다음에 외통이 분사추진력을 내면서 2단 로켓처럼 비행한다. 중신기전은 약통, 외통 및 소발화의 세 부분이며, 대신기전은 약통, 외통, 지화 및 소발화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약통은 종이로 만들었으며 대신기전의 총길이는 5,588㎜, 소신기전은 1,152㎜였다. 중신기전을 복원하여 1992년에 발사 실험을 했는데 비행거리가 200~250m였다. 대신기전은 사정거리가 1.5㎞에서 2㎞나 되므로 주로 압록강 건너 오랑캐들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임진왜란 때 김시민의 진주성과 권율 장군의 행주산성 대첩에서도 신기전이 맹활약했다.
임진왜란 때 날아다니는 수레인 비거를 조선인이 발명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여암 신경준(申景濬)이 쓴 『여암전서』를 보면 30리 밖으로 날아갈 수 있는 비거가 임진왜란 당시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성의 대장에게 비거의 법을 가르쳐 이것으로 30리 밖으로 날아가게 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비차변증설(飛車辯證說)’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비거는 윤달규가 만들었으며 그것은 따오기와 같이 몸체도 있고 날개도 있으며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이 있었음을 뜻한다. 비거는 틀 안에 4명이 탈 수 있는데, 이 4명이 두 날개와 꼬리날개에 밧줄로 연결된 기계장치를 움직이면서 양쪽 날개를 상하로 움직일 수 있게 하였다. 동체와 날개는 가죽으로 만들었고 동체 안에 있는 큰 가죽주머니에는 압축공기가 들어 있는데 이륙할 때 이 가죽주머니의 아래쪽에 뚫려 있는 구멍 막은 문을 열면 압축공기를 아래로 분출하면서, 즉 비거 속에서 풀무질하면서 규칙적으로 강한 바람을 일으키면 반사작용으로 양력이 생길 수 있다. 이와 동시에 4명의 인원이 기계장치로 밧줄을 신축하여 날개를 상하로 움직이면 비거는 지면으로부터 떠오르면서 앞으로 전진하게 된다.
비거는 날개의 움직임과 분사추진력에 의한 양력과 밧줄로 날개를 조정하여 상승, 전지 비행을 한 것으로, 16세기에 실제로 4명이 탑승한 사실만으로 비행기 발전사에 획기적인 일이다. 현재 <과천국립과학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비거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 이종호 과학저술가 - 2008-11-06, 월간문화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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