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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불교의 조사도(祖師圖)

Gijuzzang Dream 2008. 10. 28. 17:11

 

 

 

 

  티베트 불교의 조사도(祖師圖)  

 

 


티베트 불교에서 “라마”라 불리는 조사(祖師)의 존재는

티베트 불교가 라마교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티베트 불교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라마는 “무상자(無上者)”라는 의미로 덕 높은 승려에 대한 존칭이다.

따라서 티베트 불교사의 시초부터 불교가 전개되는 중요한 장마다

그 변화 발전을 주도한 라마들이 자리잡고 있다.

현존하는 불교미술 가운데 그들을 소재로 한 조사도나 조사상이 불보살의 존상도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티베트 불교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몫을 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티베트 불교에서 논쟁을 중시하는 전통과 함께

각 교파마다 스승이 제자에게 불법(佛法)을 직접 전수하는 오랜 전통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신비스러운 여러 가지 수행을 통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수행을 할 수 있는 입문식은 엄격히 제한된 사람에게만 주었으며,

그 입문식은 주석서나 해석서로 주기보다는 스승이 직접 제자에게 말로 전해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엄격한 전수의 과정 때문에 라마의 존재가 중시되게 되었고,

이러한 점들이 티베트 불교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조사도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제작, 봉안되었지만

주로 영정(影幀)의 의미로 제작되는 정도인데 비해

티베트에서는 중요한 라마를 신격화하여 제작하였고,

각 교파마다 독특한 색과 형태를 가진 복식(服飾)을 보여주며

조사도의 형식이나 양식도 독특하게 발전하였다.

 

티베트 불교의 교파의 전개는 그다지 단순하지 않으나

닝마파, 사꺄파, 카규파, 겔룩파, 카담파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티베트 불교는

우디아나(스와트) 출신 밀교 승려 파드마삼바바(蓮花生, 819년에 티베트에 옴)가

티베트에 와서 후기 인도 밀교와 티베트 재래의 본교를 융합시켜 독특한 밀교적 불교로 성장되었다.

 

티베트의 조사도 가운데 가장 많이 제작된 것으로 이 파드마삼바바를 주제로 한 조사도가 있다.

그는 인도 밀교(密敎) 전래 초기에 불교에 적대적이었던 티베트 토착신들을

밀교의 주술을 이용하여 차례로 조복시켜 흔히 악마퇴치가로, 또는 제2의 부처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파드마삼바바는 고파(古派)의 의미를 지니는 닝마파의 시조로 받들어지고 있다.

그의 조사도의 경우 주인공을 불상처럼 크게 중앙에 모시고

그의 일생의 중요한 사건을 표현한 장면들이 주변에 배치된 형식이 있으며(그림 1),

제자상과 함께 삼존상을 중심으로 주변에 기타 존상을 배치한 형식도 있다(그림 2).

그림 1. 파드마삼바바와 제자상, 티베트 14세기

그림 2. 파드마삼바바, 티베트, 16세기말-17세기전반


몽고 황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원(元)대 이후 정치적 실권을 차지했던 사꺄파의 조사도는

붉은 옷을 입은 두 조사를 나란히 마주보는 모습으로 배치한 형식을 주로 많이 제작했으며(그림 3),

특유의 붉은 색 모자를 쓴 모습으로 제작되어 적모파(赤冒派)라 불리기도 한다.

 

티베트에서 가장 사랑받는 聖者이며, 시인인 밀라레빠(1040-1123)는 요가수행자로서,

특히 평범한 티베트인으로서 최초로 아라한이 되고

더 나아가서 한 생(生)에 부처가 된 사람으로 추앙받는다.

그의 제자인 깜보빠(1079-1153)가 밀라레빠의 가르침을 체계화시켜 성립되었다는

카규파의 조사도 역시 고유의 붉은 모자를 쓴 모습으로 그 전통을 이어간다.(그림 4)

그림 3. 사꺄파조사도, 티베트 16세기

그림 4. 카규파조사도,티베트 17세기중반


明代에 티베트 불교의 일대 혁신을 이룩한 쫑까파(1357-1428) 겔룩파의 조사이며

쫑까파 이후 주요 교파로 발전한 겔룩파의 조사들은

위가 뾰족하고 누런색을 띤 특유의 모자를 쓰고 있어 황모파라 불린다(그림 5).

 

몽고에 포교하고 헌종(憲宗, 1251-59)에게서 국사(國師)의 칭호와 함께 검은 모자를 하사 받은 후부터

흑모파(黑冒派)로 불리게 되었다는 까르마 까규파의 라마는 특징적인 검은 모자를 쓰고 있으며

(그림 6),

까르마 카규파는 카규파의 지계로서 적모(赤冒)를 쓴 카르마파와 구분된다.

이 파는 이어서 14세기에 다른 파에 앞서 전생(轉生) 라마제 를 도입하고

까규계 여러 파 중 가장 큰 세력를 형성했는데,

계속 환생을 거듭하면서 그 대를 이어간다는 믿음에서 생겨난 전생라마제는

티베트 불교의 중요한 특징을 이루며 현재에도 지켜지고 있다.

그림 5. 겔룩파조사도, 16세기후반

그림 6. 까르마 까규파조사도, 티베트 18-19세기


이외에도 각 교파의 라마의 계보를 거대한 집합체인 나무로 표현하여

그 교파의 권위를 과시하는 이른바 촉싱이라 불리는 독특한 도상이 있다(그림 7).

각 종파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촉싱은 집회수(集會樹)와 복밭(福田)의 의미가 있다.

또한 이 도상은 예배나 숭배를 위한 것 뿐 아니라 수행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그림 7. 라마최빠 촉싱, 티베트, 연대미상

 

 

이와같이 티베트의 조사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독특한 전개 양상을 보여 양적으로도 풍부하고 형식적으로도 다양한 편이다.

참고로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을 알아보면

먼저 카규파가 중시하는 탄트라와 요가수행이 있다.

탄트라는 티베트 불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가장 친밀하게 들어온 용어인데

그 어원을 찾아보면 지식을 넓히는 것, 지식의 확장으로 설명되며,

그 목적은 진리를 감득하기 위한 실천방법을 제시하는 것,

실재를 감득하기 위한 비교적(秘敎的)인 방법의 역설을 들고 있다.

 

불교에서 탄트리시즘은 다수의 이질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만트라(眞言)의 영창과 독송, 여러 가지 신비적 도형의 묘사, 몸짓이나 손짓의 행위,

다수의 반인반신(半人半神)과 다른 종류의 존재들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남녀신들에 대한 예배, 다양한 명상과 경례,

간혹 성(性)관계를 포함한 중요한 요가의 실천 등이다.

 

이러한 진언이나 신비주의적 요소, 여러 가지 예배와 명상의 실천 등은

대승불교 후기의 불교가 인도에서 성장하면서

힌두교와 불교 쌍방의 공통 유산이기도 한 이들 실천의 대부분을 섭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논서의 해석이나 설명을 중시하거나, 고행을 중시하기도 하고,

신비스러운 밀교수행을 중시하기도 한다.

 

수행의 보조적인 방법들을 알아보면 의식이동, 꿈 요가, 뚬모 수행 등의 방법이 있다.

뚬모는 생명열(生命熱)을 뜻하는데

호흡 수련을 통해 생명 에너지를 조절함으로써 개발되는 신체내의 열을 말한다.

이 열은 척추아래 부분에서 각성되는데 수행이 깊어짐에 따라 지복(至福)을 느낀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요기들은 이러한 뚬모를 개발하여

추운 굴 속에서도 얇은 옷 한 벌을 입고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조사상을 조각으로 나타낸 경우는 회화처럼 많지 않고

각 교파에 따른 도상의 특징도 회화처럼 잘 드러나기 힘든 조건이나,

조각상의 도상이 회화와 일치하는 경우도 있고 독특한 도상을 지녀 구분이 쉬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많은 조사상들도 남아있다.

 

- 문현순, 문화재청 평택국제여객부두 문화재감정관실 문현순 감정위원

- 2008-10-27 문화재청, 문화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