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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서울견문록 ②] 강남

Gijuzzang Dream 2008. 10. 3. 20:48

 

 

 

[新서울견문록②]

 

 

 강남구 땅값 합계 141조…

 돈과 사람 몰리는 ‘럭셔리 마을’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종합무역센터 일대의 밤풍경.

 

달밤의 양재천 블루스

 

19개월 된 아기 주아가 양팔을 한껏 벌리며 어깨를 들썩거린다.

구성지게 흘러나오는 색소폰 가락이 제 딴에도 흥겨운 모양이다.

엄마 강정민(32) 씨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아빠 김성한(36) 씨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임한기 씨(왼쪽), 양재천 무료 색소폰 공연.

추석 연휴 전날인 9월12일 저녁,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아파트에 사는 주아 가족은 양재천으로 산책을 겸해 ‘양재뮤즈클럽’의 무료 색소폰 공연을 보러 나왔다.

 

양재뮤즈클럽의 리더 임한기(58) 씨가 첫 곡으로 ‘고향역’을 연주했다.

건설회사를 경영하는 그는

4년 전부터 양재천 영동3교 구간에 나와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다. 강남의 낭만인이다. 바람 시원한 양재천이 좋고, 색소폰이 좋아 시작한 일.

운동하러 나온 강남 주민들이 그의 관객이 되어준다.

그 수가 수백 명으로 늘었고, 함께 연주하자는 동지들이 하나 둘 합류했다.

색소폰, 트럼펫, 키보드 등을 연주하는 멤버들은 사업가 아니면 의사, 대학교수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쁜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운동복 차림의 관객들이 박수 치며 함께 노래를 흥얼거린다.

강남의 대표 ‘네이처(nature)’, 양재천의 달밤은 깊어만 간다.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길이 3.75km의 양재천은

3.3㎡(1평)당 4000만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들을 남북으로 두고 흐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떠다니고

불량배가 출몰하는(?) 기피지역으로 취급됐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강남구청의 생태복원 프로그램에 힘입어

지금은 강남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강남에 살어리랏다

 

 

양재천과 탄천이 흐르고 대모산과 구룡산이 지역의 경계가 되어주는 강남구는

과거 경기 광주군과 과천군에 속한 땅이었다. 그러다 1963년 서울시에 편입됐다.

 

강남구청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12년 뒤인 1975년.

현재는 신사동, 논현동, 학동, 압구정동,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역삼동, 도곡동,

개포동, 일원동, 세곡동 등 26개 행정동으로 이뤄졌다.

인구는 57만959명(2008년 1/4분기 기준).

서울에서 송파 · 노원 · 강서구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사람 많은 강남구에는 돈도 많다.

강남구 땅값은 모두 합해 141조원(2008년 1월1일 개별공시지가 기준).

서울시 땅값의 총합이 949조원이니,

25개 자치구 중 1개에 불과한 강남구가 서울시 땅값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도 500만원이나 된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376만원 · 2008년 2/4분기 기준)보다 월등히 높다.

강남구청이 산출한 ‘평균 강남인’은 43세의 IT(정보기술)업계 종사자다.

그는 강남에 산 지 10년쯤 됐으며, 자가 소유의 강남 아파트에 산다.

 

잘사는 동네이니 출산율도 높겠다 싶지만, 평균합계 출산율이 0.71명으로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다(서울시 전체 평균은 0.92명).

추정되는 이유는 역시 집값 문제다.

강남 자녀들은 결혼 후 직장과 가까운 곳이나 서울 인근 신도시에 둥지를 튼다.

대치동 키드 출신인 이선영(29) 씨는 지난해 결혼해 경기 용인시에 신혼집을 차렸다.

주말이면 대치동 친정을 들렀다가 친구들을 만난다.

선영 씨는 “결혼해서도 강남 사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움을 받는다”고 했다.

이들에게 ‘고향’은 너무 비싸 가까이할 수 없는 얄궂은 존재다.

 

(왼쪽)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바라보이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단지

(오른쪽) 코엑스몰 복합상영관 메가박스

그러나 강남에는 의외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많다.

일원동과 수서동을 중심으로 2008년 7월 말 현재

4717가구 9166명이 기초수급자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7번째로 많은 규모다.

강남 부촌의 상징 타워팰리스에서

직선으로 2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서울 최대규모의 판자촌 구룡마을이 있다.

여기 무허가 주민들은 혹시나 ‘딱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 개발에 목을 맨다.

 

 

 

테이크아웃 커피점도 발렛 주차 서비스

 

코엑스 메가박스로 영화 데이트를 나오는 커플의 주요 데이트 장소다.

영화관, 대형서점, 음식점, 카페, 백화점 등이 밀집해 있어

굳이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다.

젊은 데이트족과 비즈니스 출장을 나온 외국인들이 뒤섞여

명쾌한 분위기를 빚는 곳이 바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종합무역센터 일대다.

 

이곳에는 코엑스전시장과 코엑스컨벤션센터, 아셈타워,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파크하얏트 호텔, 그리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코엑스몰,

도심공항터미널 등이 한데 모여 밤낮으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한다.

 

청담 · 압구정동 일대는 과거에는 경기 광주군의 시골마을이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맑은 못이 있어 청담(淸潭), 혹은 청숫골이라 불렸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강남 개발붐이 일면서 돈이 몰리는 땅이 됐다.

 

가는 곳마다 모델 탤런트 아닌 사람 없고 가는 곳마다 술과 고기가 넘쳐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중략) 해서, 세속도시의 즐거움에 동참하고 싶은 자들

압구정동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힘쓰는구나.

- 유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2 -욕망의 통조림 또는 묘지’ 중에서

 

 

1990년대에는 최초의 국산 스포츠카 ‘스쿠프’가 점령했던 이곳 거리에서

요즘은 외제 고급승용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택과 상업건물이 혼재된 좁은 골목길을 묘기 하듯 누비는 수입차들의 천국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커피빈’은

비용 부담에도 오직 강남의 매장들에서만 발렛 주차 서비스를 해준다.

강남 손님들, 특히 청담 · 압구정 일대에서는 대개가 차를 끌고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자동차도, 건물도 패션이다.

요새는 일명 ‘효리카’라고 하는 닛산의 큐브(운전석이 오른쪽에)가 주목받고 있다.

 

강남구청은 2년 전부터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을 선정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이 일대 건물들이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청담동의 ‘고소영 빌딩’도 2007년 아름다운 건축물에 뽑혔다.

요즘 청담동의 ‘뉴페이스’는 고가의 미술작품들이다.

강북에 뿌리내린 한국 상업화랑의 대표주자인 갤러리 현대까지도

9월 초 450평 규모의 강남분관을 열었다.

도쿄를 건너뛰고 지난해 11월 서울에 분점을 열어 화제를 모았던 국제적인 화랑

‘오페라갤러리’는 청담사거리 구찌 매장 맞은편 네이처포엠 빌딩에 자리한다.

이 빌딩에는 무려 18개 갤러리가 모여 있어 ‘갤러리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다.

쇼핑하듯 갤러리들을 두루 둘러보는 것, 새로운 강남 문화다.

 

일명 ‘고소영 빌딩’(왼),

20억원을 호가하는 달리의 작품(가운데), 김영애 씨(오른쪽)

 

‘오페라갤러리’에는

20억원 상당의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작품 ‘Buste de femme retrospectif(1977)를

비롯해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키스 해링의 수억원대 회화작품들이 요즘 주목받는

브리토(Britto), 톨라(Tolla), 콩바스(Combas)의 작품들과 함께 걸려 있다.

주요 고객은 40, 50대 사업가와 30, 40대 전문직 종사자들.

파리 본점에서 파견 나온 김영애 책임큐레이터는

“거실에 걸어두기 좋은 풍경화, 혹은 행복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강남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했다.

 

 

오후 8시, 대치동 학원가 빵집에는 빵이 동나고…

 

강남은 ‘메카’라는 단어와 자주 매칭된다.

‘미술재테크의 메카’로 떠오르는 청담동은

90년대 후반부터는 마포구 아현동을 제치고 ‘웨딩의 메카’로 군림하고 있다.

 

대치동은 ‘사설학원의 메카’이고 압구정동은 ‘성형외과의 메카’다.  

강남에 서울시내 성형외과의 70%가 몰려 있고,

그중 상당수가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에 포진해 있다.

 

맹정주 강남구청장은 얼마 전 중국 상하이 출장을 갔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상하이에서 만난 여성들이 묻더군요. ‘우리도 압구정동 가면 예뻐질 수 있나요?’”

 

지난 3월 결혼한 이현주(31) 씨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처음으로 강남에 살지 않는 것이 꽤나 서글펐다.

웨딩컨설팅업체, 웨딩드레스 숍과 웨딩촬영 스튜디오, 예단침구가게, 한복집, 미용실 등이 모두 청담동에 있는 까닭이다.

그는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직장에서 퇴근해 청담동을 들렀다가

평촌 집으로 돌아가는 멀고 먼 코스를 두어 달간 감내해야 했다.

 

9월16일 오후 8시 무렵. 1층 해물탕집 위로 2·3·4층에 나란히 수학학원이 있고

미국 유명 펀드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업형 사설학원들이 즐비한

대치동 학원가. 이곳에 있는 파리바게트 매장은 벌써부터 빵이 동났다.

진열대에는 텅 빈 바구니가 수두룩하다.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학원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간식거리로 빵을 사가기 때문이라는 게 점원의 설명.

       대치동 학원가(왼), 카페 그랑데.

여기서 ‘원주 소녀’ 김보현(15) 양을

만났다. 중학교 3학년인 보현이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대치동으로 달려와 외국어고 시험 대비 강의를 들은 뒤 밤 11시 다시 강원도 원주의 집으로 출발한다.

밖에서는 엄마가 차를 가지고 대기한다.

보현이는 저녁식사 대용으로 초콜릿머핀 하나와 우유를 골랐다.

“외고에 가면 ‘프라이드’가 생기잖아요. 대학도 더 잘 갈 수 있고요.”

 

지난해 많은 화제를 불렀던 TV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집필한 김현희 작가는

이 드라마에서 강남의 특목고 열풍을 다뤘다.

그런데 정작 강남엄마들에게서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단다.

특목고 진학은 이미 ‘클래식’이 됐고,

지금은 국제중 진학 준비가 뜨거운 이슈라는 것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국제중 대비반’ 플래카드를 내건 학원버스 차량들이

휙휙 지나갔다. 강남은 언제나 한발 앞선다.

 

 

 

강남의 허파, 대모산

 

강남은 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와 고층 아파트라는 이미지로 점철돼 있다.

그러나 강남구의 끝 쪽, 삼성서울병원 뒤편 대모산 자락으로 올라가면

‘여기가 강남인가’ 싶을 정도의 자연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는 강남에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역사와 마주치게 된다.

 

13만여 평의 광평대군 묘역(서울시 유형문화재 제48호)과

조선 성종 때 건립된 전통한옥 필경재(必敬齋 · 전통건조물 제1호).

     이병무 씨(왼), 필경재(오른쪽)

필경재에서는 광평대군 후손들이 지금까지 대를 이어 살고 있다.

이곳은 인조반정(仁祖反正)의

산실이었고,

지금의 서울시장에 해당하는

한성판윤이 20명이나 배출됐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맥을 잇고

있는 명가 고택이다.

 

필경재를 전통궁중 음식점으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는

 광평대군 21대손 이병무(65) 씨는 강남에서 나고 자란 보기 드문 ‘강남 토박이’다.

그의 유년시절, 이곳은 청량리와 동대문 일대 재래시장에 채소며 과일을 대는

농촌마을이었다. 필경재 앞으로는 맑은 내가 흘렀다.

그러나 지금 필경재는 개발 붐의 여파로 고층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오직 집 앞으로만 녹음이 펼쳐질 뿐이다.

조용헌 원광대 교수는 이곳을

“중국에도 없고 일본에도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음택(陰宅)문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런 필경재가 요즘 위기에 처했다.

필경재 앞으로 펼쳐진 녹음에 20층짜리 고층아파트를 짓겠다는 정부 계획 때문이다. 이병무 씨는 “필경재를 찾는 외국 귀빈들이 딱 하나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통가옥과 어울리지 않는 주변의 고층아파트들”이라며

필경재 앞 녹지까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그는 그 녹지를 아파트단지가 아닌 생태문화공원으로 만들어

강남에는 드문 역사적 명소로 재탄생시키길 희망한다.

조선시대 이 녹지에는 1685년에 창건된 수곡서원 등의 문화유적지가 있었다.

그것을 되살리는 게 자신의 책무라고 이병무 씨는 생각한다.

 

 

여유가 고플 땐 가로수길로 오세요

 

도산공원에서 웨딩 촬영 중인 예비부부.

최근 1년 사이에 강남의 핫 플레이스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신사동 가로수길로 바뀌었다.

 

이곳은 뉴욕의 소호나 런던의 브릭레인, 파리의 마레지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중이다.

비교적 저렴한 집세 덕분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이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아기자기한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생긴다. 그 다음 그곳을 찾는 외지인들이 점점 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상업색이 짙어져 간다.

 

가로수길은 젊고 실험적인 패션디자이너들의 작업실과 봉제공장, 갤러리, 액자집 등이 몰려 있는 거리였지만, 1~2년 전부터 아기자기하고 외국풍이 물씬 나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하나 둘 생기더니 현재는 스타벅스가 입점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도산공원 앞 노천카페의

손님들.

 

홍익대 입구가 언더 문화색이 짙고

삼청동이 어른 중심이라면

이곳은 커리어우먼들과 패션피플의 천국이다.

 

소주 파는 집은 찾기 어렵고 와인이 대세다.

여기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택시기사 10명에 9명이 가로수길이 어딘지 알게 됐다”며 유명세를 실감한다.

 

가로수길은 ‘외국문화를 제대로 푼 최초의 동네’로

평가받는다. 쿠바 카페, 스페인 레스토랑, 일본식 덮밥집이 공존한다.

가게 주인들은 패션이나 문화 업종에 종사했거나 외국 유학파가 태반이다.

         가로수길의 밤풍경.

돈 버는 목적보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살기 원하는 사람들이 가게 주인을 자처해,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 여유를 즐기는 ‘가로수길 소울(Soul)’이 자라고 있다.

 

‘지중해 시골 카페’를 표방하는

‘카페 그랑데’는

와인을 요염한 와인잔이 아니라

투박한 물컵에 따라준다.

어쩌다 들른 사람들은 의아해하지만

단골손님들은 지중해 시골마을처럼 격식 없음에 환호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강남에는 돈 많은 이와 돈을 좇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산다.

강남 사람들은 누구나 나보다 잘사는 이웃을 알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의 ‘안티 강남’ 정책을 털어내주기를 소망한다.

 

“종합부동산세는 수학적으로 말하면 결국 재산을 몰수하는 것과 같다”고 발언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경에서는 권력 자랑하지 말라’는

대치동 선경아파트 주민이다.

세금 체계를 뜯어고치고 재건축 규제가 완화된다면

강남의 부(富)는 더욱 견고해지겠지만 ‘안티 강남’ 정서는 심화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강남을 선망하는 동시에 ‘그들만의 울타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 위태한 줄타기 위에서 강남은 어떤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까.

 

INTERVIEW

 

●맹정주 강남구청장
“존경받는 도시 되도록 각별한 노력”

맹정주(61· 사진) 강남구청장은 경제기획원 공무원 출신으로 2006년 제4대 민선 강남구청장에 당선됐다.

1980년대 중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다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옮겼고,

3년 전부터는 도곡동 렉슬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강남구 파워엘리트’에 속한다.


- 구청 안 복도마다 미술작품이 걸려 있어 분위기가 화사하다.
“민원서류나 발급받는 곳이라는 구청 이미지를 탈피하고

주민들이 편안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2006년 10월부터 ‘복도 안의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도 견학 장소로 인기가 좋다.”


- 요즘 강남 사람들의 가장 큰 화두는 세금과 재건축인데….
“종합부동산세는 이중과세 성격이 짙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양도소득세도 좀 낮춰져야 하지 않나 싶다.

강남구 전체 아파트 11만 세대 중 4만6000여 세대가 노후아파트다. 재건축으로

‘있는 자리’에서 주택공급이 늘어야 강남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에는 영구임대아파트 설립 문제로 노원구와 갈등을 빚었다.
“영구임대아파트 대지로 지목되는 대모산 일원의 녹지를

생태공원으로 가꾸고 싶다.

또 일원 · 수서 지역에는 이미 4개의 영구임대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안 짓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건축, 또는 역세권 개발 물량으로 흡수하겠다는 게

강남구의 입장이다. 돈을 들여서라도 환경 보전을 하는 시대다.

대안이 있는데 굳이 자연을 파괴하며 아파트를 지을 이유가 없다.”


- 강남구는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자치단체다. 이 때문에 재산세 공동배분 등 갈등이 생기곤 한다. 나머지 자치단체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취임할 때부터 강남구를 ‘존경받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 일환으로 해외동포와 산간벽지에 책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태안 기름유출 사고현장 봉사활동, 중국 쓰촨성 지진피해 지원 등

어려움이 있는 곳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강남구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 주간동아, 2008.10.07 655호(p48~53)

- 글·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 사진· 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