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청화 꽃 과일무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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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청화 꽃 과일무늬 주자
중국 명대(1368~1644)와 청대(1636~1911)는 청화백자를 비롯하여
투채(鬪彩) · 오채(五彩) · 분채(粉彩) · 법랑채(琺瑯彩) 등 백자를 기본으로 한
다채롭고 화려한 자기가 등장했던 백자의 황금시대이다.
특히 청화백자는 흰 바탕에 푸르게 수놓아진 고유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각종 채색자기 발전의 토대로서 그 위치와 역할은 지대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청화백자의 명대 초기 모습을 잘 보여주는 명품으로,
2003년 하반기에 구입한 <백자 청화 꽃 과일무늬 주자 [白磁 靑畵 花果文 注子]>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락(永樂,1402~1424) 연간에 만들어진 이 주자는
당시 제작되던 청화백자 주자의 특징을 고루 갖춘 대표적인 예이다.
몸체(높이 26.6cm)는 입이 넓게 벌어지고 목은 좁으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완만하게 벌어지면서 풍만한 양감이 살아있는
이른바 ‘옥호춘병(玉壺春甁)’이 기본형으로, 우아하고 유려한 주구와 손잡이가 달려 있다.
손잡이 위쪽에 달린 작은 고리로 미루어 본래 뚜껑이 함께 갖춰졌을 것으로 여겨지고,
특히 주구 위쪽과 목 사이에 구름 모양의 장식대가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주자를 가리켜 ‘집호(執壺)’라고 하는데
이는 금속기의 형태를 본떠서 만든 것으로,
금속기의 예리하고 세련된 미감과 백자의 중후하고 단아한 풍모가 잘 어우러져 있다.
장식은 다소 어두우면서 깊이 있는 남색의 청화 안료를 사용하여
여러 가지 식물무늬로 빈틈없이 화려하게 꾸몄다.
영락 연간에는 청화 안료로 서아시아에서 들여온 ‘소마리청(蘇麻離靑)’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보랏빛이 섞인 진하고 화려한 푸른색과 번진 듯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 주자에서는 특유의 번진 모습은 두드러지지 않고, 안정감 있는 청색이 돋보인다.
목에는 파초 잎무늬를 겹으로 두르고,
아래에는 세 줄의 횡선 사이에 연꽃넝쿨무늬를 간결하게 베풀었는데,
이러한 주변 구성은 당시 청화백자 주자에 빈번하게 쓰인 듯하다.
몸체 양측은 두 줄로 된 능화 안에 각각 꽃과 열매가 달린 복숭아나무와 비파나무 가지가 중심무늬로
자리하고, 능화 주위에는 모란가지와 국화가지무늬가 감싸고 있다.
특히 비파무늬는 영락과 선덕(宣德,1425~1435) 연간에 유행한 장식 소재 가운데 하나로,
제작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주구에는 과장될 만큼 구불거리는 넝쿨무늬가 가득 찬 반면
손잡이에는 명청대 애용되었던 영지무늬가 일렬로 늘어서 있고,
구름 모양 장식대에는 구름무늬가 더해져 소용돌이치는 형태가 보다 강조된다.
이 모두를 간략하게 도안된 연꽃잎무늬가 떠받치고,
끝으로 정형화된 넝쿨무늬가 굽 측면에 펼쳐진다.
여기에 푸른빛이 살짝 감도는 투명유가 깔끔하게 입혀져 유약이 고인 사이로
영청(影靑)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양식의 주자는
명청대 자기 생산의 중심인 장시 성(江西省) 경덕진요(景德鎭窯) 발굴(1982~1994)을 통해
이미 홍무(洪武,1368~1398) 연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고,
아울러 영락 연간의 것으로 이와 똑같은 예가 출토되어 주자의 제작 시기를 확인시켜 준다.
이 밖에 ‘대명선덕년제(大明宣德年製)’의 관(款)이 있는 예도 알려져 있어
선덕 연간에도 그 자취를 살필 수 있다. 한편 이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조선 전기 백자가 있어 흥미롭다.
호림박물관 소장의 국보 281호 <백자주자>는 무늬가 없는 순백자로
기형이 매우 흡사하고 뚜껑이 갖추어져 양국간 공예문화의 소통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눈여겨 볼만하다.
푸른색으로 피어난 수려한 자태의 이 주자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관 중국실에서 관람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 이정인(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학예연구사)
- 박물관신문, 2006년 5월호(제 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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