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구스타프 클림트 - '다나에'

Gijuzzang Dream 2007. 11. 22. 11:31

 

 

 

 

 

 

 

 클림트 '다나에'의 황금비

 

 

친구의 딸 사랑한 클림트, 신화를 모티브로 절묘한 러브신 그려내


 

 

클림트의 '다나에'

캔버스에 유채, 77×83㎝, 1907~1908

20세기 초, 수많은 예술가와 염문을 뿌렸던 여인이 있다. 금발의 미녀 알마 말러 베르펠(1879~1964).

그녀는 세기말 비엔나의 꽃으로 불리며 많은 예술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선사했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를 시작으로 바우하우스의 창설자 발터 그로피우스, 시인 프란츠 베르펠, 작곡가 쳄린스키, 표현주의 화가 오스카 코코슈가 등 9명의 예술가와 연인으로 지냈다.

이들 중 정식으로 결혼한 사람은 쳄린스키뿐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이었던지 한 신학자는 55세의 그녀에게 반해서 추기경 지위를 버릴 정도였다.

 

예술가의 작품 속에도 살아 있는 알마는,

관능적인 여성그림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연인이기도 했다.

 


관능미로 그린 신화 속의 다나에

여성을 소재로 세기말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는 한편

'빈 분리파'를 창시하여 진보적인 미술운동을 주도한 화가 클림트.

 

 

 

1907년 그는 알마를 모델로,

에로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나에(Danae)'를 그린다.

붉은 빛깔의 머리카락, 지그시 감은 눈, 벌어진 입술, 무엇인가를 감아쥔 손,

발그레한 볼, 그리고 터질 듯한 허벅지와 가는 종아리.

한 여자가 태아처럼 웅크린 채 꿈을 꾸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그림은 '제목'에 얽힌 내용을 모르면, 단순한 누드화로 봐 넘길 수 있다.

더욱이 장식적인 구성 때문에

내용에 어두워도 여자의 관능성만으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농염한 관능성은 배가된다.

그림의 원천은 그리스신화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우스의 딸인 다나에. 그녀는 신탁 때문에 불행에 처한다.

딸의 아들 즉, 외손자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받은 아크리우스는

다나에를 절해고도의 철탑에 감금한다.

그런데 미모의 그녀를 발견한 '바람둥이' 제우스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아내 헤라의 질투를 피하고자 황금비로 변신한 제우스는 철탑 잠입에 성공한다.

다나에는 제우스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훗날 메두사를 퇴치한 영웅 페르세우스를 임신하게 된다.

신탁의 예언은 적중한다. 아크리우스가 외손자의 손에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이 신화에서 클림트가 주목한 것은

황금비로 변한 제우스가 다나에를 범하는 순간이다.

그림을 보면,

왼쪽의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황금비가 다나에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간다.

폭포수 같다. 클림트의 뛰어난 점을 여기서 확인된다.

 

황금비를 소재로, 음란물 등급 판정을 받을 만큼

'진한 러브신'을 절묘하게 승화시킨 것이다.

이 황금비를 보면 즉시 연상되는 것이 있다. 바로 남자의 정자다.

사정된 정자가 난자를 향해 돌진하듯이 황금비가 들어가고 있다.

그것도 관능의 색인 금색이다. 클림트는 색으로 황홀한 심리를 가시화한다.

다나에는 지금 성적 황홀경에 빠져 있다.

많은 예술가가 다나에를 주제로 삼았지만 클림트처럼 그리지는 않았다.

클림트는 신화에서 주제를 빌려오되,

신화적인 내용을 거세하고 희열에 빠진 다나에의 모습만 강조한다. 이유가 있다.

자신의 성적 환상을 은폐하기 위해 클림트가 곧잘 신화의 주제를 애용한 까닭이다.

 

친구의 딸에게 반한 화가

클림트가 알마를 처음 본 것은 그녀가 19세 때였다. 알마는 동료화가의 딸이었다.

처음 보자마자 그녀의 미모에 반한다. 그 후 알마를 모델로 많은 작품을 제작한다.

클림트는 알마를 만나 후

우아하면서도 에로틱한 표정의 관능미 같은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었다.

클림트 특유의 관능미가 살아 있는 '다나에' 역시

알마를 통해 신화 속의 인물을 재해석한 걸작이다.

게다가 다나에가 화면에 꽉 찬다.

다른 그림들에 비해 인물의 상하좌우에 여유 공간이 없다. 왜 그랬을까?

지하의 밀실에 감금된 절박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창틀에 낀 인물처럼 갑갑하다.

또 허벅지가 풍만한 반면 종아리는 상대적으로 가냘프다.

이 극적인 대비는 관능성을 극대화시킨다.

클림트가 묘사하는 여인들은 아름답다. 그것은 여인을 잘 아는 사람의 솜씨다.


사실 그는 '빈의 카사노바'로 불릴 만큼 여자관계가 복잡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알마부터 에밀리 플뢰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인을 품었다.

그 사이에 자그마치 14명의 사생아가 태어났다.

알마는 클림트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뮤즈'였다.

예술가에게 창조적 영감을 부여하는 존재인 뮤즈 말이다.

루 살로메와 릴케, 클로델과 로댕, 엘뤼아르와 달리, 오노 요코와 존 레논,

오키프와 스티글리츠 등이 대표적인 뮤즈와 예술가들이다.

앞의 여인들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만든 싱싱한 창조적 에너지였다.

클림트는 알마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미술사에 굵은 자취를 남겼다.
- 정민영(주)아트북스 대표의 그림 속 작은 탐닉,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2008.05.21 ⓒ 국제신문(
www.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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