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어보고(전시)

[서울시립미술관]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 展

Gijuzzang Dream 2007. 11. 10. 19:07

 

 

 [초현실주의의 거장 - 르네 마그리트 展]

 

 

  

전시일정 : 2006년 12월 20일~2007년 4월 1일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2, 3층

전시작품규모 : 회화(과슈,드로잉,판화 포함) 약120점,

                  : 사진 및 영상자료 포함 총 270여 점

 


<관람시간 >
평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토, 일요일 / 공휴일: 오전 10시 - 오후 8시(매주 월요일은 휴관).


 

<도슨트안내>

* 평일 : 오전 11시, 오후 1시, 2시, 4시, 7시
* 주말 : 오전 11시, 12시 오후 1시, 2시, 4시
* 영어 : 매일(평일/주말) 15시
 

 

 

 

 

 

 르네 마그리트(1898-1967)

 

벨기에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흔히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라 일컬어진다.

20대 초반 벨기에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하여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르네 마그리트는

초기 한때 입체주의와 미래주의의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1926년부터 1930년까지 파리에 체류하며 살바도르 달리와 후앙 미로, 시인 폴 엘뤼아르 등

여러 초현실주의 화가, 시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마그리트는 당대의 초현실주의자들이 주로 탐닉했던

자동기술법이나 꿈의 세계에 대한 편집증적 탐구와는 다르게, 현실의 신비 등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만의 독자적인 초현실주의적 태도라 할 수 있는 시적(詩的) 이미지를 창조해 나간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서 보여 지는 것처럼

논리를 뒤집는 이미지의 반란과 배신, 상식의 틀을 깨는 마그리트의 예술적 도전은

언제나 새롭고도 매혹적이며,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를 창조하면서

다른 초현실주의 작가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화법으로

초현실주의 화가로서의 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주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독특한 시적인 창조 작업은

일상의 물체들을 화면 속에 기묘하게 병치시키거나 매력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에 있었다.

밤의 신비나 꿈의 세계,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혹은 그 경계에 존재하는 어떤 환상들을

주요 모티프로 활용하여,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지만,

화면 속 대상들은 그와는 반대로 매우 사실적으로 정확히 묘사되어 있는 점이 이채롭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일상적 소재에 대한 기발한 발상으로

실재와 이미지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에게 관습적 사고의 거부와 시적 비전을 제시하며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현실 속의 모든 것들에 대해 질문과 의문을 던진다.

이로써 우리가 확신하는 일상 사물에 대한 고정된 시선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그만의 독특한 조형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마그리트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그의 작품은 아무런 의미도 감추고 있지 않은 가시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지만,

그의 조형세계는 인간 정신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기성과 현실의 경직된 질서 체계를

정확하고 세밀한 이미지를 통해

회화적으로 꼬집고 뒤집는 기묘하고도 야릇한, 비평적인 예술창작이다.

이러한 점에서 마그리트는 광적인 다른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시도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냉혹함을 보이는 비개성적 초현실주의자이지만,

그 의도에 있어서는 마그리트 역시 초현실주의와 궤를 함께 하고 있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초현실주의란 무엇인가?   

 

아마 미술시간에 누구나 한번은

종이에 물감을 바른 후, 접었다가 펴게 되면 이미지가 중첩되거나 두 배로 늘어나

처음에 내가 그렸던 것과는 아주 다른 그림이 되곤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겁이다.

이것이 데칼코마니아(decalcomania)라고 하는 건데,

바로 초현실주의자들이 사용한 데칼코마니아의 가장 쉽고 흔한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우연적인 이미지가 생겨나게 되는데

이 이미지에서 작가는 전혀 새로운 형상을 생각해 내게 되는 것이다.

 

또 프로타주(frottage)라고 하는 문지르기도 해보았을 터인데,

동전이나 나뭇잎 같은 질감이 있는 거친 표면에 종이를 대고 크레파스나 연필로 문지르면

종이에 나뭇잎의 줄기나 동전의 문양이 베껴져 나오는 기법의 그림을 말한다.

또 다른 초현실주의자 에른스트는 이런 방법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곤 했다.

 

이렇게 초현실주의는 ‘우연히 발생하는 이미지'를 강조한 그림을 그렸다.

초현실주의는 지금으로부터 83년 전인 1924년,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라는 사람이 <초현실주의 선언>이라는 발표와 함께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앙드레 브르통은 선언문에서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강조했는데,

이는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환상의 세계를 강조한 것.


초현실주의의 목표는

인간성의 진정한 근원인 환상, 꿈, 상상 등을 열어 보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초현실주의자들은 미술이 질서정연하고 합리적인 문화양식에 대항하도록 하였으며,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광기, 꿈, 환상, 욕정, 콤플렉스 등을 해방함으로써

정신의 완전한 자유를 얻고자 하였다.

 

르네 마그리트는 프랑스에서 발원한 초현실주의 일원들의 영향을 받긴 하였지만,

동시대 다른 화가들의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차별화된 작품 스타일을 보여준 독특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면이 두드려져

초현실주의 계보에서도 독특한 특징을 지닌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21세기는 상상력의 시

 

“내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조그만 현실을 다르게 보아도 현실은 신비롭게 다가올 수 있다.”라는 마그리트의 말처럼

그는 작품 속에서 생활 속 사물을 다르게 배치하거나 중첩시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21세기는 여성적 감성이 우월할 시대, 상상력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이러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일상의 사물, 우리가 흔히 인정해버리는 언어,

누구나 그렇게 믿고 있는 상식이나 철학 등을 다시한번 고민하고 회의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매우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현대문화의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마그리트의 이러한 상상력을 좋아했고, 그것을 응용했다.

음악에서 현대 락음악의 창조자인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마그리트 작품 속  ‘사과'를 응용하여 ‘Apple Records'사라는 음반회사를 설립했고,

 

락그룹 롤링스톤즈도 마그리트의 작품을 응용하여 레코트판을 디자인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끈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여러 명 복제된 장면은 마그리트의 대표작 <겨울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진중권의 베스트셀러 <미학 오딧세이>가 마그리트의 작품과 그의 작품 철학을 주로 인용하고 있고,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은

밤이면서도 낮인 마그리트의 초현실적인 <빛의 제국>의 작품을 실제로 인용한 소설이다.

2003년, 2004년 연세대 논술고사에서도

마그리트의 작품이 출제되어 단순한 암기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나왔다.

 

이렇듯 마그리트는 현대문화 전반에서 상상력이 가장 돋보이는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마그리트의 “상식에 대한 도전”은 문화가 중심이 되는 21세기에 와서 더욱 돋보이는 정신이다.

‘상식을 뒤집어보는 지혜와 용기', ‘매사에 질문을 던지는 자세',

이번 전시를 통해 상상력의 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