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어보고(전시)

[서울역사박물관 5/23-8/26] 중국국보展 - 2

Gijuzzang Dream 2007. 11. 4. 22:59

<중국 국보 展> : 5/23~8/26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中國 국보展" Treasures from a golden age of China BC 206 - AD 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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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국보전’

 

           

 

-  이건무 교수 / 현 용인대교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중국 국보전’ 개막을 앞둔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지난 21일 오후 들어서면서 나는 “아” 하고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중국 고대 1200년 역사가 전시장 코너마다 알알이 녹아 있었다. ‘중국 국보전’은 왜 중국이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인가를, 왜 한(漢)과 당(唐)의 문화가 중국 고대 문화를 대표하는가를 나에게 웅변했다.

알록달록한 채색을 사용했기에 ‘당삼채(唐三彩)’로만 알고 있던 당나라 여인상은 알고 보니 지금 보아도 나풀거리는 비단옷에 망사(網紗)를 입고 있었다. 1400년 세월을 견딘 비단옷과 망사는 절정의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비단옷에 붉은색 분칠을 한 여인은 분명 ‘미스 당나라’쯤 됐는가 보다.

 

무덤을 지키고 있던 길이 2m가 넘는 한나라의 돌짐승은 조형미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볼륨감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했다.

 

2000년 된, 고량주를 담은 청동 술단지를 보노라면, 그 같은 술단지에 술을 담아 “낮이나 밤이나 술자리를 벌여 떼지어 수십명씩 서로 줄을 서서 땅을 밟으며 장단을 맞췄다”(후한서 동이전 한조)는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네 다리 모두 무릎 꿇은 양 모양 청자나 봉황머리 형태가 장식된 ‘은으로 된 봉수(鳳首)형 병’ 등은 북방 초원 문화, 더 나아가 페르시아나 그리스 등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런 유물들로부터 ‘DNA’를 물려받은 것이 경주의 신라 유적에서도 출토된 바 있다.

     


    역시 문화는 물처럼 자연스레 흐른다. 그 흐름을 막을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실크로드를 개척한 한이나, 중국 고대사에서 가장 국제성을 자랑하는 당은 ‘문명의 교차로’였다.

    요즘 FTA(자유무역협정)로 시끄럽지만, 이미 2000년 전에 동아시아 세계는 ‘문화 FTA’를 열었던 셈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중국이나 만리장성 너머 초원문화, 북방문화 등과 밀접한 교류를 통해 성장했다.

    우리가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다.

     

    ‘중국 국보전’에 전시된 유물은 그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그래도 놀라운 것은 그 문화적 요소들을 ‘우리 것’으로 소화해 내고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좀 더 일찍 이런 전시를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마저 드는 이유는 그런 까닭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이런 전시는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했다.

    아니, 중국에 가도 막상 이런 전시는 보기 힘들다. 중국 전역의 39개 박물관과 연구소의 대표 유물을 어떻게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겠는가.

    전시장의 마지막은 1000여년 전 풍휘(馮暉)라는 세력가의 무덤에서 나온 28명 악사와 무용수 상(像)이었다.

    각종 현악기와 타악기 리듬을 연주하고, 그에 맞춰 춤추는 조각상을 지켜보면서 나는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중국 고대 문화의 총화가 빚어내는 광휘,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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