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竹圖, 靑竹圖)
조선 17세기, 종이에 엷은색, 족자, 100.9 x 5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좌의정까지 지냈던 문신 조익(趙翼, 1579-1655)의 그림으로 전해지는 작품이다.
자는 비경(飛卿), 호는 포저(浦渚), 존재(存齋)이다.
시호를 내리기 전에 그를 평하는 내용이 전하는데,
"두루 보고 널리 통했으니, 선도(禪圖), 문장, 음율, 서화, 병법, 복서(卜筮, 점) 등에 모두 능통하였다"
라고 한다.
원손보양관, 이조판서, 대사헌직을 명받았으나
아버지를 봉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양할 만큼 효성이 지극하였다.
그림의 오른쪽에는 통죽과 통죽 마디에서 나오는 새 가지를 담묵으로 그리고,
화면의 중심에 꼿꼿하고 생기 넘치는 대나무를 깔끔하게 그렸다.
주제가 되는 대나무는 줄기는 담묵으로 그리고,
대나무 잎은 정리된 모습으로 농담의 차이없이 일률적인 녹색으로 칠했다.
화면 하단에는 이제 막 돋기 시작한 듯한 파릇파릇한 잔풀을 함께 그려
청신한 분위기를 더욱 돋우고 있다.
대나무는 보통 먹으로만 그리는 '묵죽도(墨竹圖)'로 그려졌으나,
이 그림은 밝은 녹색으로 그려 대나무의 청신한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조익은 대나무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지만 남아있는 작품이 극히 드물어 그의 화풍을 짐작하기 어렵다.
화면의 중앙을 수직으로 뻗어 올라 상단에서 갑자기 꺾여 수평으로 향하고 있는 대나무를 그린
이 그림은, 윤곽선으로 형태를 묘사하고, 그 안에 청록으로 채색을 가한 구륵법(鉤勒法)을 구사하여,
조선 중기의 묵죽과는 색다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의 오른편에는
마디 부분의 생태를 정확히 파악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굵은 대나무가 담묵으로 그려져 있다.
화면의 상단에서 꺾인 대나무 줄기의 모습이나, 몇몇 잎새들에서는 약간 경직된 분위기도 느껴지지만,
지면위의 풀들 묘사를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섬세한 필치의 효과를 잘 나타내고 있다.
-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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