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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 뇌경/ 독 나르는 사람/ 이건명 초상/ 의송관단도

Gijuzzang Dream 2008. 3. 7. 05:03

 

 

 

 

 

 

 

밭갈기(뇌경, 牢耕)

 

 

 양기훈(楊基薰, 1843-? ) / 조선 19세기 / 종이에 엷은색(지본담채)

 

양기훈은 조선말기의 화원으로 자(字)를 치남(穉南), 호를 석연(石然)이라 했다.

주로 평양에서 활동한 화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창덕궁 소장품에 그의 작품이 남아있는 점으로 보아

궁정 화원으로도 명성이 적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는 41세(1883) 때 주한미국공사 푸트(L.H. Foote)의 내한에 대한 보빙사(報聘使)로

미국을 방문한 민영익을 따라가 미국의 풍물을 그린 '미국풍속화첩'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그는 영모화에 뛰어났고 특히 노안(蘆雁, 갈대와 기러기=노안(老安)과 음이 같아

편안한 노후를 뜻한다]을 잘 그렸다.

 

녹음이 짙은 여름날, 소에 쟁기를 매어 밭을 가는 농부의 모습을 그린 풍속화이다.

힘쓰는 소의 몸체는 먹의 농담을 적절히 조절하여 표현했으며,

우직해 보이는 농부의 얼굴을 진지하게 그려냈다.

 

선염으로 소와 흙의 입체감을 표현하였고,

나무 표현에 묵법(墨法)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이전의 풍속화에서 보여준 필법 위주의 표현방식에서 벗어나

묵법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왼쪽 위 여백에 "뇌경(牢耕)"이라 묵서하고

주문(朱文)의 "楊基薰印", 백문(白文)의 "石然" 도장을 찍었다. 

 

 

        

 

 

  독 나르는 사람(부옹, 負翁)

 

 

 

                               오명현(吳命顯) / 조선 18세기 / 비단에 엷은색(견본담채)

 

오명현은 조선 후기(18세기)의 화가로 평양에서 났으며,

자를 도숙(道叔), 호를 기곡(箕谷)이라 했다.

그의 생애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으며,

일상의 단면을 담담하게 구사한 풍속화 몇 점이 전해지는데

이 그림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이다.

 

지게에 옹기를 져 나르는 더벅머리 총각을 재치있게 묘사하였다.

덥수룩한 차림새와 즐거운 표정이 보는 사람에게 흥취를 불러 일으킨다.

물기 있는 먹으로 대담하게 표현한 바위와

엷은 녹색으로 점점이 찍은 풀숲이 그림에 운치를 더하고 있다.

 

18세기 풍속화(風俗畵)의 멋과 시대감각을 또렷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몸을 앞으로 약간 굽힌 채 항아리를 지고 걷는 인물이 화면의 중앙에 그려 있다.

다 해진 평량자형 모자를 눌러쓰고 그 아래로 머리칼이 빠져 내려온 모습이나

바지를 걷어 올려 드러난 무릎과 종아리에 털이 숭숭한 모습이

아직 총각인 머슴을 떠올리게 한다.

 

넓적한 얼굴의 주먹코와 게슴츠레한 눈에는 술독의 무게에 힘들어하기보다 마냥 즐거운 듯한

흥취마저 감돌고, 헐거운 복장의 간결한 선맛과 담채 처리로 우직스런 감정을 적절히 살리고 있다.

정확한 묘사를 위해 유탄과 엷은 담홍색의 밑선으로 조심스럽게 수정한 흔적도 보인다.

 

엉거주춤한 자세, 얼굴 표정, 팔과 손, 무릎과 장딴지 근육, 지게와 어깨띠의 무늬,

짙은 먹으로 균형을 잡은 모자와 짚신 등 실물 사생에 의한 설명적 의도가 농후하다.

그리고 아래와 오른쪽 언덕의 나무와 잡풀은 담채와 먹의 선염 효과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오른쪽 비스듬한 절벽은 물기많은 붓질과 점묘로 표현한 덩굴로 부드럽게 나타낸 반면,

더벅머리 총각은 간단한 옷주름에 각이 지고 표정 있는 묘법을 사용하였다.

정강이 털이나 벙거지 밑으로 불거져나온 흐트러진 머리, 눈동자의 표현에서는

사실적인 묘사력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적인 묘사와 각이 지고 힘찬 묘법에서 생동감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이 형식은 조선 중기 산수화풍의 잔영으로 윤두서나 조영석(1686-1761)의 산수인물화와도 통한다.

바로 이 점이 시대감각을 짐작케 하는 표현기법이다.

그러면서도 오명현의 배경 처리는

선배들의 화풍에 비해 아교포수(阿膠泡水)된 비단 바탕에 풀어낸 먹의 번짐이 한층 가볍고 싱그럽다.

 

이렇듯 오명현의 풍속화에는 현장 사생의 참신함을 살린 묘사기법에 조영석의 영향이,

배경 처리에는 조선 중기의 산수화풍과 조영석, 이인상의 남종화풍이 함께 소화되어 있다.

그래서 풍속화다운 재미도 재미이려니와 풍속화의 양식적 발전사상 중요한 위치에 놓인다.

특히 조영석의 영향이 감지되면서도 오히려 날고기 같은 조영석의 소묘풍에서 벗어나

회화적인 설채 효과를 경쾌하게 살린 개성미가 얹혀 있다.

(이태호, 조선후기 회화의 사실정신, 학고재, p 182)

 

 

 

                                   

   

 

 

이건명 초상(李健命 肖像)

 

                 

         

                                              조선 18세기, 비단에 색(견본채색)

 

이건명(李健命, 1663-1722)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전주이다.

김창집(1648-1722), 이이명(1658-1722), 조태채(1660-1722)와 함께

이른바 노론 사대신(四大臣)의 한 명이다.

 

경종 즉위 후 노론의 영수로서 연잉군의 왕세제 책봉을 둘러싸고 소론과 대립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유배되었다가 유배지에서 사사되었다.

영조 즉위 후 신원되어 '충민(忠愍)'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이 초상화는

숙종 연간에 활동하였던 문신, 학자들의 초상화를 모은 화첩 가운데 한 면이다.

담홍포에 사모관대를 한 시복(時服 : 조선시대 관원들이 공무를 볼 때 입었던 옷) 차림의

반신상으로 당시 문신초상화첩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바다를 건너는 신선(仙人渡海圖)

 

 -= IMAG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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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鄭敾, 1676-1759) / 조선 18세기 / 종이에 먹(지본수묵)

 

 

조선 후기의 화가 정선은 진경산수화 이외에도

산수, 산수인물, 화조, 영모 등을 모두 잘 그렸다.

인물화 가운데서는 특히 고사인물화를 많이 그렸으며,

도교 신선이나 선종(禪宗)의 조사(祖師)을 그린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는

별로 전하지 않는데,

이 그림은 정선이 그린 신선 그림 가운데 대표적인 그림이다.

 

구름에 살짝 가린 달 아래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위를 걸어가는

선객(仙客)의 모습을 그렸다.

달과 구름은 엷은 먹과 부드러운 붓질로 나타내고,

긴 석장(錫杖)을 든 늙은 신선은 짙고 힘있는 선으로 그려 시선을 집중시켰다.

 

달빛을 보려는지 고개를 돌린 신선의 얼굴 표정은 온화하고 흐뭇하여

그림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돋운다.

넘실대는 파도는 긴 붓질로 부드럽고 그윽하게 표현하였고,

발 아래 이는 물거품을 경쾌하게 묘사하였다.

거침없는 필치와 절묘한 묵법은 밤바다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표출해 냈을 뿐만 아니라,

화면 위에 쓰인 제시와도 잘 어우러져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야정해도일만리 명월비석하지풍. 겸재

(夜靜海濤一萬里 明月飛錫下之風. 謙齋)

고요한 밤바다의 아득한 파도 속을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바람따라 석장타고 나네.

 

 

 

 

 

 

 

 

의송관단도(倚松觀湍圖)=의송관수도(倚松觀水圖) 

  

 

 

 정홍래 / 조선 18세기 / 비단에 엷은색(견본담채) / 30.7×22.3㎝

  

 

정홍래(鄭弘來, 1720-? )는 조선 후기의 화원화가로, 호는 국오(菊塢), 만향(晩香).

화초, 영모, 범, 매 등을 잘 그렸다고 한다.

 

1744년 영조가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기사경회첩(耆社慶會帖)> 제작에

참여하였다.

1748년(영조 24) 당시 초상화의 명수인 장경주, 장득만과 함께

숙종의 어진을 모사하는 데 참여하여 그 공으로 동반(東班) 계열에 올랐다.

 

소나무에 기대어 계곡 물을 보며 담소하는 두 선비를 그렸다.

소나무에 기대어 물을 바라보는 '의송관폭'의 주제는 전통적인 산수인물화를 따른 것이고,

비탈에 어렵게 뿌리를 내린 틀어진 소나무는 다소 관념적으로 느껴지지만

인물의 표정과 서 있는 선비의 손짓, 갓과 도포는 현실감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장면은 산수, 자연에 노니는 은일적인 인물을 관념적으로 그린

소경(小景) 인물화에서도 자주 그려졌다.

 

이 그림에서는 인물을 갓과 도포 차림에 소매를 걷은 현실적인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더위와 무료함을 피해 계곡을 찾은 여름날의 평범한 일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소경 인물화와는 다른 풍속화적인 면모가 느껴진다.

 

 

 

 

 

 

 

                                 

 

- A Perfect Moment / Chris Glassfield (클래식 기타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