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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시,서,화)

시왕도(十王圖)

Gijuzzang Dream 2008. 3. 3. 21:10

 

 

 

 

 시왕도(十王圖)

 삶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교 ‘생명 추구’ 가르침 

 

 

불교에서 바라 본 생(生)과 사(死)의 문제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죽음은 살아있는 존재라면 언젠가 꼭 경험해야 하는 일로 우리는 삶 속에서 죽음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인류는 처음부터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탐구해왔다.

사후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 곧 종교이며 그 안에 표현된 미술이다.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인 죽음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에서 더욱 더 값진 삶을 겸허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 세계의 수많은 종교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죽음을 다루고 있는 종교가 바로 불교이다.

불교는 인간의 삶과 죽음, 즉 생사(生死) 문제를 가장 중요한 화두(話頭)로 삼아

시종일관 인간이 그 굴레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생로병사(生老病死)와 생사윤회(生死輪廻)의 고통에서 해탈(解脫)에 이르는

진리의 길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는 죽음을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보고,

이런 냉혹한 자각을 통해 죽음이라는 실상을 초연하는 보다 높은 차원의 진실을 체득함으로써

현실적 죽음의 문제가 극복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이 극복을 통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불교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시왕도(十王圖) 중 제5 염라대왕',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

 

불교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죽은 뒤의 세상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인식이다.

즉 삶에도 번민하지 않고 죽음에도 번민하지 않는, 생명에 대한 추구이다.

죽는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은 삶과 따로 분리되어 있는 현상이 아니다. 이것이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천상 극락세계와 지하 명부세계

그리스도교의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세계관은 불교에서는 한층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된다.

불교에서의 세계관은 모두 10개로 체계화 하고 있다.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인간(人間), 천(天)의 여섯 세계를

각자 지은 업(業)에 따라 생사를 거듭하며 끝없이 윤회(輪廻)하는 육도(六道)라 하고,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 불(佛)의 세계는 수행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난 깨달음의 세계, 극락(極樂)의 세계라 일컫는다.

지옥, 아귀, 축생은 특히 삼악도(三惡道)라 하여 고통스런 형벌을 받게 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불교에서는 죽음의 세계, 즉 ‘명부세계(冥府世界)’를 관장하는 열 명의 시왕(十王)이

재판관의 역할을 한다.

 

이런 죽은 뒤의 지옥세계를 묘사한 그림으로는 ‘시왕도(十王圖)’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살펴보자.

 

우리가 잘 아는 지옥의 주인 염라대왕과 판관들 앞에서 ‘업경대(業鏡臺)’라는 거울에

자신이 생전에 지은 죄가 하나하나 그대로 비쳐지게 되어

그 죄에 따라 벌을 받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반면 살아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열심히 수행한 사람은 천상세계로 인도된다.

죽은 이를 영접하러 천상으로부터 내려온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아미타 부처가

직접 밝은 빛으로 인도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죽으면 환생하기까지 49일이 걸린다고 한다.

49일은 신성한 숫자 7의 제곱수로서 그 의미는 윤회의 세계 안에는 모두 일곱 세계가 있으며,

각 세계에는 일곱 단계의 진화가 있어, 모두 합해 49개의 정거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7은 오랫동안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신성한 숫자로 여겨졌으며,

생명의 일정한 주기와 현상을 지배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그렇게 49일은 과학적인 기반을 두고 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살면서 죽음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여 동전을 던져 버리면 곧 삶까지 내던져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다가 올 죽음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은 삶에서도 자유롭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무서워한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것이지만 애써 외면을 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기 위해서

눈앞에 펼쳐진 달콤한 현상과 유혹에 온 정신을 빼앗겨 정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 [명화로 보는 논술]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

 

 

 

 

 

 시왕도(十王圖)

  

     명부전(冥府殿) · 지장전 · 시왕전 등에 봉안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시왕도를 살펴보면

     고려시대에는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그 하단부에 시왕 · 제석천 · 범천 · 사천왕 등이 있는 지장시왕도가

     주류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東京) 정가당문고(靜嘉堂文庫)에 있는 것과

     오카야마(岡山) 닛코 사(日光寺)에 소장되어 있는 것 등은

     이와 같은 형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으며,

     제작 시기는 대체로 14세기 후반으로 짐작된다.

 

     조선시대에는 본존인 지장보살의 좌우를 둘러싼 형태로 구도상의 변화는 있지만

     고려시대의 도상적 특징은 지속되었으며, 지장시왕도 제작이 매우 성행했다.

 

     조선시대 작품은

     가가와(香川) 미곡사(彌谷寺) 소장본(1546),

     히로시마(廣島) 고묘사(光明寺) 소장본(1562),

     오카야마 단조사(誕生寺) 소장본(1582) 등 거의 대부분 일본에 전하고 있으며,

     조선 전기의 작품만도 수십 점이 알려져 있다.

     한편 조선시대에는 고려시대에 볼 수 없었던 독립된 시왕도,

     즉 1폭에 1명의 시왕을 그린 10폭의 시왕도가 많이 제작되었다.

 

     이러한 시왕도는 화면의 윗부분 가운데에 왕을 그리고,

     그 좌우에 사자(使者) · 판관(判官) · 천인(天人) · 동자(童子) 등을 배치하고

     그 아래 부분에는 온갖 고통을 받는 장면,

     즉 지옥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왕신앙은 민간신앙과 결합했기 때문에

     사찰의 명부전 · 지장전 · 시왕전 가운데

     어느 한 곳에는 반드시 시왕도가 봉안되어 있으며,

     대개 조선 말기 이후의 것이지만 상당히 많은 수가 전하고 있다.

 

     고성 옥천사(玉泉寺)에 소장되어 있는 〈시왕도(1744)〉와

     통도사에 소장되어 있는 〈시왕도(1775)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제1 진광대왕(秦廣大王) 

 

명부에서 사람이 죽은 지 첫 번째 맞이하는 초칠일(初七日, 7일)이 되면 진광대왕 앞에서 처음으로 죄업을 심판받는다.

 

진광대왕은 여러 관리들을 거느리고 죽은 자를 질책하여 사람들이 악행을 그만두고 선행을 하도록 만드는 일을 맡고 있으며,

죽은 자들은 자신이 지은 죄에 따라 죽은 후 7일째 되는 날에 이 대왕 앞에 나아가 다스림을 받는다.

 

『예수시왕생칠경』에는 망인이 첫 7일에 티끌처럼 우르르 대열을 지어 초강왕 앞에 나아가 일제히 점검을 받는다고 되어 있다.

 

『시왕찬탄초』에 보면 진광왕을 만나러 가는 길을 묘사하고 있다.

이 길에는 여러 가지 고난이 있는데 죽어서 갈 때 단지 혼자서 아득하고 넓은 들판에서 헤매게 되어 길을 가려고 해도 어렵고 중간에 머물려 해도 멈출 만한 곳이 없다. 이름만 들었던 나찰들이 앞뒤로 따라붙어서 어쩔 수 없이 사출산(死出山)이라는 곳에 이르는데 이 산은 높고 험하고 바위 모서리는 칼날 같아서 걸으려 해도 걸을 수가 없다. 그때 옥졸은 쇠몽둥이로 내리쳐 숨도 잇기 어렵다.

이처럼 여러 가지 괴로움을 받으면서 울며불며 사출산 길을 넘어야 비로소 진광왕의 대궐에 들게 된다.

 

그곳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인들이 여러 가지로 묶인 채 어전에 줄지어 있다.

대왕은 죄인을 보고 “도대체 너희들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곳에 왔느냐. 그 수는 갠지스강의 모래로도 비유가 안 된다. 너희들은 모르느냐. 매번 지옥에서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때 옥졸이 쇠몽둥이로 때리며 인간으로 돌아가면 빨리 불도수행하여 성불하고 또다시 오지 말라고 정성껏 말해주었건만 그 보람도 없이 제멋대로 죄를 짓고 잠시만에 왜 또 왔느냐. 죄를 짓고 돌아와 고통을 겹쳐서 받게 되니 누굴 원망하겠느냐”라며 호통을 친다.

 

그리하여 진광대왕의 어전에서 선악의 경중이 아직 정해지지 않을 때는 다시 두 번째 대왕에게로 보내진다고 한다.

 

제1 진광대왕이 거느린 부하로는 대산유판관, 대산주판관, 도구송판관, 대음하후판관, 나리실귀왕, 악독귀왕, 부석귀왕, 대쟁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월직사자 등이 있다.

 

제2 초강대왕(初江大王) 

 

초강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두 번째 맞이하는 칠일(14일)째를 관장하는 관리이다.

 

초강(初江)가에 관청을 세우고 망인이 건너는 것을 감시하므로 초강왕이라고 부른다. 『시왕생칠경』에서는 사람이 죽은 후 진광대왕의 처소에서 7일을 보내고 죽은 지 14일만에 나하진이라 부르는 큰 강을 건너서 초강왕의 관청에 다다르는데 길을 인도하는 우두옥졸(소머리를 한 옥졸)은 어깨에 몽둥이를 메고 길을 재촉하는 귀신 옥졸은 손에 작살을 들고 있다고 한다.

 

죽은 자가 초강대왕을 만나러 가는 길은 매우 험하다.

『발심인연시왕경』에서 보면 죽은 자가 제 1왕에게 재판을 받은 후 초강왕 법정에 가기 전에 삼도천이라는 내를 건너야 하는데, 그 건너편에는 두 늙은이가 기다리고 있다가 하나가 죄인의 옷을 빼앗아 건네주면 다른 늙은이가 옷을 받아 옆에 있는 나무에 건다. 첫 번째 늙은이는 죄인의 옷을 빼앗는다는 뜻으로 탈의파(奪衣婆)라 부르며, 두 번째 늙은이는 나무에 건다는 뜻으로 현의옹(懸衣翁)이라 부른다. 옷을 거는 나무는 의령수(衣領樹)라 부르는데, 옷의 무게에 따라 죄의 무게를 달아서 강을 건너는 삼도를 정한다고 한다.

 

또 『시왕찬탄초』에는, 초강대왕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삼도하라는 큰 강이 있는데 나루터가 세 개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며, 혹은 나하(奈河)라고 부르기도 한다.

맨 위에 있는 나루터는 물이 얕아서 무릎에 차지 않으므로 죄가 얕은 사람은 여기를 건넌다.

가운데 있는 나루터는 금, 은, 칠보로 된 다리가 있는데 선인만이 이곳을 건넌다.

아래에 있는 나루터는 악인만이 건너는 곳이다. 이 나루터는 물살이 화살같이 빠르고 물결의 높이는 큰 산과 같다. 파도 속에는 독사가 있어서 죄인을 다그치며 삼킨다. 또 위에서 큰 반석이 흘러 내려와서 죄인의 몸을 부수어 가루로 만든다. 죽으면 되살아나고 되살아나면 또 부순다. 물밑에 가라앉으려 하면 큰 뱀이 입을 열고 삼키려 든다. 뜨려고 하면 또 귀왕과 야차가 활을 쏜다.

 

이같이 큰 괴로움을 받으며 일곱 낮 일곱 밤을 지나서 건너편 기슭에 닿게 된다. 길을 이끄는 우두(牛頭, 소머리를 한 옥졸)는 어깨에 방망이를 쥐고 길을 재촉하는 귀신은 칼을 뽑아들고 있다. 우두가 뒤에서 쫓아와 방망이로 두들겨 때리면 귀신은 기슭에서 기다리다가 죄인을 들어올린다. 기슭 위에 의령수라는 큰 나무가 있는데 도깨비가 몰려와 죄인의 옷을 벗겨 빼앗아서 위에 있는 도깨비들에게 건네주면 곧바로 받아서 나뭇가지에 건다고 한다.

 

초강대왕이 거느린 부하들은 대산재판관, 대산왕판관, 대산양판관, 도추노판관, 나리실판관, 상원주장군, 삼목귀왕, 혈호귀왕, 다악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 있다.

 

제3 송제대왕(宋帝大王)

 

 

송제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세 번째 맞이하는 칠일(21일)째 되는 날, 대해(大海)의 동남쪽 아래의 대지옥에 거주하면서 대지옥 안에 별도로 16지옥을 두어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죄인을 각각의 지옥으로 보내는 일을 맡으며, 주로 사람들의 사음(邪淫)의 일을 다스린다.

 

죽은 자가 송제대왕을 만나러 가는 길은 여러 경전에 표현되어 있다.

『시왕생칠경』에는 죽은 자가 삼칠일째에 송제대왕을 지나가는데 두려움에 싸여 비로소 저승길이 길고 험함을 깨닫게 된다고 하며, 각각 이름을 점검하여 있는 곳을 알려주고 무리를 지어 보내게 된다.

 

또 『시왕찬탄초』에 보면, 송제대왕에게로 나아가는 길에는 관문이 있어 업관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문을 지키는 도깨비가 하나 있는데 그 형상은 비교할 만한 것이 없을 정도이다. 머리에 뿔이 열여섯 개 있고 얼굴에는 열두 개의 눈이 있다. 이 눈을 움직일 때 번개같은 빛이 나오고 입에서는 불꽃을 내뿜는다. 죄인이 도깨비를 보고서 갑자기 넋을 잃는다.

도깨비는 눈을 부릅뜨고 크게 성내며 “이 관문에 올 정도의 죄인은 사람을 죽이고 남의 물건을 억지로 빼앗는 부류이다. 이와 같은 류의 죄는 모두 손발로 만드는 것이니 너의 손발을 관세로 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죄인의 손발을 싹둑싹둑 잘라내어 철판 위에 늘어놓는다.

 

송제대왕은 죄인이 평생 지은 죄업을 신이 모두 기록하니 소상히 들으라고 말하고 직접 읽어준다. 살아생전 지은 살인, 도둑질, 음란, 나쁜 말 등 중한 죄와 남도 모르는 마음속에 묻어둔 곳의 죄 등을 일일이 털끝만큼도 감추지 않고 소상히 읽어서 들려주면 죄인은 이것을 받아서 이러쿵저러쿵하지 못하고 다만 눈물로 흐느껴 운다고 한다.

 

송제대왕이 거느린 부하로는 사명판관, 대산하판관, 대산서판관, 사록판관, 대산유판관, 하원당장군, 백호귀왕, 적호귀왕, 나리실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 있다.

 

제4 오관대왕(五官大王)

 

 

오관대왕은 명부에서 다섯 가지 형벌을 주관하는 대왕으로 죽은 자의 네 번째 칠일(28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이다.

 

세 강 사이에 큰 궁전을 짓고 중생들의 망령된 말의 죄를 다스리는데, 업칭(業秤)이라는 저울에 사람들의 죄를 달아서 그 경중에 따라 벌을 내린다.

 

오관은 수관, 철관, 화관, 작관, 토관으로서 각각 살인, 도둑질, 사음, 망어, 음주를 금하게 하는 일을 맡아본다.

오관왕도 원래는 도교 안의 인물로 염라대왕 밑에서 지옥의 여러 일을 맡아보았으나 후에 불교 체계 안에 흡수되어 시왕 중 네 번째 왕이 되었다고 한다.

 

오관대왕의 심판 장면을 경전에서 살펴보면 『시왕생칠경』에 오관대왕 앞에는 업칭(業秤)이 공중에 걸려 있고 좌우에 동자들이 죄인의 행실을 적은 업부를 완벽히 갖추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시왕찬탄초』에서 보면 오관대왕에게로 가는 길에는 폭이 오백리나 되는 큰 강이 있는데 업강이라고 한다. 그 물결은 잔잔하면서도 뜨겁기는 열탕과 같다. 죄인이 강을 건너려 하지 않으면 옥졸이 방망이로 밀어 넣어, 힘이 달려 건너면 신체가 갑자기 흐트러져 괴롭기 한이 없다.

 

또, 쇠이빨이 있는 독벌레가 우글우글 모여 죄인의 몸에 들러붙어 피를 빤다. 이와 같이 일곱 낮 일곱 밤의 큰 고뇌를 받고서야 오관대왕의 어전에 든다.

 

오관대왕은 노하면서 “네가 마음으로 작은 죄라 생각할지라도 괴로운 벌을 받을 때는 반드시 큰 것이다. 네가 명부의 관리를 의심하고 분하게 여기나 그럴 이유가 없다. 어차피 네 한평생의 악행을 하나도 빠짐없이 너의 몸속에 묻어둔 것을 아는 저울이 있으니 이것이 업칭(業秤)이니라.”

 

저울돌은 오십장이나 되는 큰 반석이고 죄인의 몸은 겨우 오 척이나 이것을 서로 달아 보니 돌은 가볍기가 토끼털과 같고 죄업은 저울돌과 같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생전에 인간이 행한 모든 행위는 사후 오관대왕전에서 업칭(業秤)에 달려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오관대왕이 거느린 부하들은 대산승판관, 대산숙판관, 사조배판관, 제사검복판관, 비신귀왕, 전광귀왕, 나리차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다.

 

제5 염라대왕(閻羅大王) 

 

염라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다섯번째 맞이하는 칠일(35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이다.

야마, 염마 등으로도 불리며, 원래 인도에서는 천상의 교주였다고 하나 지옥신앙이 발달하면서 지하 지옥의 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염라국을 보면 ‘광명원(光明院)’이라는 현판이 걸린 염라국의 건물 아래에는 받침대에 ‘정파리경(淨?璃鏡)’이라 쓰인 거울이 있는데 깨끗이 투명하게 본질의 근원을 살펴 밝힌다는 뜻으로 아홉면을 가진 이 업경(業鏡) 앞에 죄인이 서면 한평생 지었던 죄업이 남김없이 비친다.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몇몇 경전에 묘사되어 있다. 『시왕생칠경』에서는, 염라대왕 앞에서 죄인이 머리채를 잡힌 채 머리를 들어 업경을 보고 비로소 전생의 일을 분명히 깨닫게 되며, 이 업경에는 죄인들의 생전에 지은 일체의 선행과 악행이 비춰진다고 한다.

 

『시왕찬탄초』에서는, 염라대왕전에서는 전보다 죄인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고 염라대왕은 호통을 치면서 “네가 여기에 온 것이 옛부터 몇 천만인지 그 수를 모르겠다. 생전에 착한 일을 하여 다시 이 악처에 와서는 안된다고 매번 알아듣도록 얘기했건만 그 보람도 없이 또 오게 되었느냐. 너라는 죄인은 의심이 많고 이치에 닿지 않는 말만 하는구나.” 하고

도깨비와 함께 죄인의 조서를 읽고 죄인의 양손을 되찾아서 아홉면을 가진 업경 앞에 이 죄인을 두니, 하나하나의 거울에 한평생 동안 지었던 죄업이 남김없이 비친다.

염라대왕도 인정은 있어서 죄업을 평가할 때 죄를 덜 지은 인간보다 여러 번 죄를 지은 죄인을 혹독하게 다뤘다.

 

옥졸이 머리카락을 잡아채고 얼굴을 잡아당겨 거울에 들이대며 보라고 나무랄 뿐만 아니라, 방망이로 두들겨 패면 처음에는 소리를 내서 울부짖지만 나중에는 숨도 다 끊어지고 몸이 티끌처럼 부서진다고 한다.

 

염라대왕이 거느린 부하들은 주사빙판관, 대산홍판관, 악복조판관, 도사조판관, 의동최판관, 천조귀왕, 감수귀왕, 낭아귀왕, 대나리차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다.

 

제6 변성대왕(變成大王) 

 

변성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여섯 번째 맞이하는 칠일(42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이다.

 

앞의 오관대왕과 염라대왕 앞에서 업칭(業秤)에 죄를 달고 업경에 죄를 비추어 재판을 받고도 죄가 남은 사람이 있으면 지옥에 보내 벌을 받게 하는 일을 맡으며, 사람들에게 악을 멈추고 선을 행하도록 권장한다.

 

『시왕생칠경』에는 죽은 자가 지옥에 머무는데 절박하고 두려워하는 죄인들은 어리석게 집착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유족들이 자신을 위해 공덕을 쌓아주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변성대왕의 대궐에서는 유족들이 죽은 자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 죽은 자가 좀 더 좋은 곳으로 전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시왕찬탄초』에 보면, 변성대왕에게 이르는 길에는 철환소라고 하는 어려운 곳이 있는데 거리는 팔백리나 떨어져 있고, 둥근 돌로 꽉 차 있어서 한 곳에 쌓여있지 않고 서로 굴러다니며 맞부딪치는 소리가 번개와 같고 돌마다 빛을 발하는 것이 전기와 같다. 죄인은 무서워서 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옥졸이 뒤에서 막 몰아대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그러는 사이에 힘이 딸려서 뛰어들면 온몸을 맞아서 죽게 된다. 이렇게 꼬박 칠일을 거친 다음에 변성대왕의 어전에 나아가게 된다고 한다.

 

변성대왕이 거느린 부하들은 법조호판관, 공조정판관, 대음주실판관, 대산굴판관, 주모귀왕, 주화귀왕, 아나타귀왕, 주식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다.

 

제7 태산대왕(泰山大王) 

 

명부에서 죽은 자가 일곱 번째 맞이하는 칠일(49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로서 염라대왕의 서기이며 인간의 선악을 기록하여 죄인의 태어날 곳을 정한다.

즉 이 왕 앞에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사람, 천(天의) 육도(六道)가 있어서 죄인을 그 죄에 따라 적당한 곳에 보내는 일을 정한다고 한다.

 

태산대왕은 본래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도교의 신이었던 태산부군에서 유래하였는데 불교의 많은 신들 중에 흡수되어 시왕 중 일곱 번째 왕이 되었다.

 

태산대왕의 심판장면을 여러 경전에서 찾아보면, 『시왕생칠경』에는 일곱 번째 칠일, 즉 죽은 지 49일째를 지나는 죄인들이 여전히 자신이 어디에서 새로이 태어나게 될지 모르는 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시왕찬탄초』에서는 태산대왕의 어전에서 모든 죄인은 태어날 곳을 지정받기 때문에 태산대왕의 어전에는 여섯 기둥문이 있다고 한다. 이 여섯 기둥문은 육도, 즉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아수라도, 인간도, 천상도로 각각 향하는 문이다.

태산대왕이 죄인이 태어날 곳을 자세히 정해 주면 모든 죄인은 제각기 태어날 곳으로 향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때가 49일째이므로 유족들은 죽은 사람이 태어날 곳을 잘 지정받도록 49재를 지내 주어야 한다는 불교적 풍습이 생겨났다.

 

그러나 시왕이 열 명이고 8, 9, 10왕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죄인들은 계속 남은 왕들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여겨져, 죄인의 심판은 태산대왕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왕으로 계속된다.

 

태산대왕이 거느린 부하들은 대산황판관, 오도굴판관, 장인판관, 대산설판관, 주재판관, 장산판관, 주축귀왕, 대아나타귀왕, 주금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다.

 

제8 평등대왕(平等大王)

 

 

평등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맞이하는 백일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로서, 8한8열지옥(八寒八熱地獄)의 사자와 옥졸을 거느린다. 공평하게 죄와 복을 다스린다는 뜻에서 평등왕(平等王) 또는 평정왕(平正王)이라 부른다.

 

평등대왕에 관하여 『발심인연시왕경』에서는 안으로는 자비를 머금고 밖으로는 분노의 상으로 나타나 교화를 베풀면서 또한 형벌을 가하는 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

 

『시왕생칠경』에서는 죄인이 백일째에 평등대왕을 지나는데 더욱 더 두려워지고 몸은 형틀에 매여 채찍질로 상처를 입지만 노력하여 공덕을 쌓으면 자비로 천당을 보게 된다고 설하고 있다.

 

한편 『시왕찬탄초』에서는, 평등왕의 대궐에 이르는 길에는 철빙산(鐵山)이라고 하는 너비 오백리 되는 곳이 있는데 보통의 얼음이 아니라 두꺼운 쇠얼음으로 되어 있어서 죄인이 건너려고 발걸음을 옮기면 온몸이 추위 때문에 사시나무처럼 떨게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아직 얼음이 닿지도 않았는데 살이 갈라져 피가 흐르며 차가운 바람이 얼음을 부숴대는 소리는 천둥과 같다. 죄인이 얼음에 들어갈 때 슬퍼서 멈추기라도 하면 옥졸이 뒤에서 야단을 친다. 얼음의 두께는 사백리로 죄인이 들어가기를 기다리는데, 얼음은 곧바로 부서지지 않고 죄인이 다 들어가면 닫혀서 가려진다. 가리는 것뿐 아니라 얼음이 마치 긴 칼날처럼 몸을 부순다.

 

이처럼 고통을 겪은 후에 평등대왕의 어전에 나가게 된다고 하며, 죄인이 고통을 면하게 되려면 남은 유족들이 불공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평등대왕이 거느린 부하들로는 대산능판관, 공조사보판관, 대산목판관, 주산귀왕, 주수귀왕, 사목귀왕, 주매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 있다.

 

 

제9 도시대왕(都市大王)

 

도시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맞이하는 1년째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로서, 도제왕(都帝王) 또는 도조왕(都弔王)이라고도 하며 사람들에게 법화경 및 아미타불 조성의 공덕을 말해 주는 왕이다.

 

도시대왕이 있는 곳에 관하여 『시왕생칠경』에서는 죄인이 일년째 이곳을 지나기가 더욱 고난스럽고 육도윤회(六道輪廻)는 여전히 미정이나, 경전과 불상을 만들면 미혹한 나루를 벗어날 수 있다고 하여, 죽은 자의 태어날 곳을 정하기 위해서는 친족들이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발심인연시왕경』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죽은 이를 위해 법화경을 제작해야 한다든가, 아미타불을 조성하면 춥고 뜨거운 고통을 없애준다든가, 불경의 힘에 의해 다시 태어날 곳이 정해진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또한 『시왕찬탄초』에서는 죄인이 도시대왕의 어전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여태까지 오는 길 도중에 있던 괴로움은 참고 견디기 어려웠습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죄업도 다 끝나려고 하니 만약 더 남아 있더라도 오로지 자비로써 그냥 놓아주소서” 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나온다.

 

도시대왕이 거느린 부하로는 부조진판관, 육조황보판관, 대산동판관, 대산호판관, 주명판관, 대산웅판관, 오목귀왕, 주질귀왕, 주음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 있다.

 

 

제10 오도전륜대왕

(五道轉輪大王) 

마지막인 오도전륜대왕은 죽은 자가 맞이하는 3년째(三回忌)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로서, 2관중옥사를 부하로 거느리고 중생의 어리석음과 번뇌를 다스리는 왕인데, 죽은 자는 사후에 여러 왕을 거치며 그 죄를 심판받고 최후로 오도전륜대왕 앞에 이르러 다시 태어날 곳을 결정하게 된다.

 

오도전륜대왕에 관하여 『시왕생칠경』에서는 죽은 자가 3년을 거친 후에 비로소 나루가 열리니 그 좋고 나쁨이 모두 행한 일들의 인연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또, 『시왕찬탄초』에서는 이승인 사바세계에서 죽은 자를 위해 선행을 행해 주면 좋은 곳으로 보내야 마땅하지만 명복을 빌어주지 않는다면 이제부터 건너갈 수도 없는 지옥으로 보내져야 한다며 여태까지의 괴로움은 지옥고통과 비교한다면 큰 바다의 물 한방을과 같고 그것이 불편할지라도 자업자득의 이치만으로는 힘이 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유족들이 죽은 자를 위해 좋은 일을 쌓고 불사를 행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오도전륜대왕이 거느린 부하들로는 대산정판관, 대조목판관, 대산오판관, 대산조판관, 대산이판관, 시통향, 중원갈장군, 산앙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태산부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