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며(자료)

불교조각의 감정

Gijuzzang Dream 2008. 2. 27. 03:17

 

 

 

 

 

 불교조각의 감정에 대한 소고

 

 

 

2년간의 오랜 작업 끝에

문화재청의 주관 하에 『문화재감정기준지침서』란 책이 올 12월에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1968년 2월 김포공항과 부산 수영비행장에

문화재감정관실이 설치된 이후 처음 나온 것으로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감정기준을 정하는 첫 작업이라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사실, 문화재 감정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더욱이 문화재 감정과 같은 전문적인 내용을 응축하여

알기 쉽고 또한 객관성있게 서술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동안 문화재감정관으로서 근무하면서

그 역할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였다.

 

이제 나름대로 생각해 왔던 불교조각의 감정법에 대해서 간단하게 적어볼까 한다.


불교조각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두운 밤 사찰의 법당 안에 홀로 있을 때에도 두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불상에 다가가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든지,

옷주름을 한번 만져 보고 불상의 밑바닥과 대좌를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된다.

이는 원래 무서움이 없는 성격 탓이 아니라

불력(佛力)에 의해 모든 잡신을 쫓아낸다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굳게 믿는 한편,

불상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하는 행동이다.

 

불상의 얼굴이나 옷주름의 표현, 법의의 착의방식 등을 눈여겨 살펴보면,

불상의 제작시기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불교조각은 종교적인 예배대상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불상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각 시대에 따른 도상과 양식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불교조각의 경우 명문이나 출토지를 알 수 없을 때에는

우선, 전체적인 형상과 신체비례는 어떠한지 보게 된다.

이에 따라 그것이 어떤 시대나 지역적 특성에 부합하는지 살피게 된다.


예를 들어,

삼국시대의 6세기에는 중국 남북조시대의 영향으로 얼굴과 손이 신체에 비해 큰 편이며 마르고 세장한 신체형태를 보여준다.

 

7세기부터는 점차 볼륨과 부피감이 늘어나며

8세기의 통일신라시대에는 몸 각 부분의 유기적인 연결이나 이상화된 신체비례 등

인체 묘사에 관심을 두면서 양감이 강조된 형태로 발전한다.

 

그러나 9세기 이후에는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

점차 점차 재현성이 강한 형태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형태,

장식적이고 단아한 형태가 공존하면서 다양한 질과 양식의 고려 불상들이 등장하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불교가 위축되면서 인체표현에 대한 관심이 현격하게 줄어들어

크기가 아담해지고 상체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아울러, 머리와 신체간의 비례가 짧아지고

고개를 숙여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자세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시대별 특성에 대한 경험적 인지를 바탕으로

해당 유물의 전체적인 형상과 비례 등은 불상 감정의 중요한 기준 요소가 될 수 있다.

그 다음, 불상의 얼굴 표현이나 법의를 입는 착의법, 옷주름 표현, 수인 및 지물 등이

시대적 특징에 부합하는지를 보게 된다.

특히 불상의 얼굴 전체에 반영된 특성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 쉽게 모방하기 힘든 것으로

위작을 가려낼 때 감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 명문의 글씨체가 시기적으로 맞는지,

재료에 따라 부식 및 도금상태가 적절한지,

풍화에 의한 마모인지, 조각기법이 치졸한지 등을 세부적으로 확인한다.

이러한 분석과정을 통하여 불상의 진위문제를 판단한 다음,

시대별 양식에 의거하여 조성시기를 추정하게 된다.


시대별 양식이란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불교조각에 나타나는 공통된 불상형식과 특징을 말한다.

이러한 시대별 불상양식은 모든 불상에 다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예외적인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경전상의 의궤를 따르고 있어 도상적인 규범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가령, 근래에 제작된 불상의 경우 도상적으로는 고식(古式)의 불상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얼굴이나 법의의 착의법, 옷주름 표현, 명문 등에서

서로 다른 시대적 특징이 나타나 있거나

조각기법 및 재질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면, 쉽게 모방작(模倣作)임을 판별할 수 있다.


몇 해 전 서울에서 열린 <2004 남북공동기획 고구려문화전>에 전시된 북한 고구려 불상 중

'연가7년명(延嘉七年銘)의 금동일광삼존상'은

간송미술관 소장의 '계미명 금동삼존불상'의 형태를 따르면서

광배 뒷면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연가7년명 불입상'의 명문을 새겨놓은 불상으로

위작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금동불이나 철불과 같은 금속제의 불교조각을 감정할 때에는

 

불상의 양식이나 도상적 특징 외에도

주조기법이나 재질과 세월에 의한 부식 및 녹 상태, 도금상태,

표면에 남은 작업시의 마무리 흔적 등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상의 무게 역시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일단 위작일 경우,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 부식되어 동(銅) 성분이 빠져 나갔기 때문에

진작의 불상보다는 무게가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불교조각은 갈수록 위작이 정교해지면서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이 나오면서

감정은 점점 어려워진다.

근래에는 북한에서 도굴된 문화재나 가짜로 만들어진 위작의 사진을

중국 고미술상에게 보내 인터넷에 올리게 한 후

한국이나 일본의 고미술상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전보다 훨씬 시간적으로 빨라지고 간편화되었다.

국내에서도 서울 옥션(aution)이나 코베이(kobay)와 같은 전문적인 인터넷 경매시장을 통하여

합법적으로 위작들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문화재에 대한 무분별한 도난행위와 불법적인 거래가 계속 행해지고 있고,

때로는 다량의 도굴품과 위작들이 중국을 거쳐 국내에 재반입되어 유통되면서

문화재의 기준과 가치에 혼란을 야기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일들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감정에 주의를 요한다.


불교조각의 감정에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왕도(王道)는 없다.

오랜 기간의 실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수준높은 감식안에 의한 진작과 위작의 구별법이라든지

실제로 위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제작과정을 많이 보고 연구하여

전문가적인 안목을 축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안목은 단시일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고 많은 실물을 접하면서 익혀야만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런 점들이 지속적으로 보완된다면,

지금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불상의 진위여부에 대해

보다 명확한 감정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재를 보존하고 지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 2007-12-18,  문화재청 인천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이숙희 감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