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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시,서,화)

혜원 신윤복 - 미인도

Gijuzzang Dream 2008. 2. 27. 01:49

 

 

 

 

 

 
 <미인도> - 한양 양반 유혹하던 쌍꺼풀 없는 고운 눈매  


도시적 풍속화의 대가 신윤복

풍속화로 유명한 화원화가였던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년-?)이 그린 ‘미인도(美人圖)’이다.

신윤복은 세련된 도시감각으로 가늘고 섬세한 필치와 화려한 색채의 효과를 최대한 살려

당시 서울 상류사회의 세련된 풍류생활상을 격조 높게 묘사해 낸 풍속화와 함께

조선시대 여인 초상화 중에 으뜸인 이 ‘미인도’를 남겼다.

 

 

 

 혜원 신윤복(1758~ ) / 미인도 / 114.2cm x 45.7cm 비단에 채색 / 간송미술관


엄격한 유교적 도덕이 지배하고 있던 조선시대에도

18세기 이후부터는 경제적 발달과 도시화로 향락적 소비문화가 발달했다.

당시 한명의 여인을 묘사한 ‘미인도’를 통해 조선후기 사회의 변모를 알 수 있다.

그림 속 주인공에게서 맨 먼저 눈에 뜨이는

트레머리(가르마를 타지 않고 뒤통수 한복판에 틀어 붙인 머리)는

조선후기사회의 사치풍조를 말해주고 있다.

양반가와 평민들 사이에서 여인의 트레머리는

그 크기로 신분과 지위를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행하였는데

영조, 정조 년간에는 트레머리 값이 비싸 결혼식 날 하루 빌리기 위해

논과 밭을 팔정도로 사치가 심해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유교적 사회제도상 여염집 규수는 외간 남자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으니

아마 이 그림 속 주인공은 풍류세계에 몸담고 있는 기생이나 지체 있는 어느 선비의 애첩일 것이다.

삼단같이 윤이 나는 트레머리 한 쪽에 자줏빛 댕기가 살짝 보이고,

가슴이 드러날 정도로 단이 짧고 소매통이 팔뚝에 붙을 만큼 좁아진

삼회장저고리(노랑이나 연두 바탕에 자줏빛 천으로 깃 · 끝동 · 고름과 겨드랑이 부분에

자줏빛 곁마기를 댄 평상복으로 입는 저고리)에

무지개 치마를 받쳐 입어 열두 폭 큰 쪽물들인 회청색 치마가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차림새는

여인의 요염하고 관능적인 자태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고개를 살포시 숙인 앳된 얼굴에 초승달같이 가느다란 실눈썹과 쌍꺼풀 없는 고운 눈매,

다소곳한 콧날에 단정하게 다문 좁은 입과 앵두같이 붉은 입술,

그리고 귀밑에 하늘거리는 머리털, 가늘고 긴 흰목과 좁은 어깨는

선시대 미인의 전형을 여실히 보여준다.

거기에 고름을 매는 것인지 푸는 것인지

섬섬옥수의 가늘고 흰 손가락으로 마노 삼작노리개를 매만지는 고혹적인 자태에

부푼 치마 아래로 발을 심하게 뒤튼 것인지

왼발이 바깥쪽으로 향해 살포시 드러나는 외씨같이 하얀 버선발은

그리움이 가득해 보이는 맑고 그윽한 눈빛과 더불어 절묘한 느낌을 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뛰게 한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인의 내밀한 속마음까지 표현해 낸 이 그림은

단아한 여인의 아름다움은 물론 한복의 아름다움까지 한껏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 여인을 쌍꺼풀이 없어도, 요새 많이 보이는 서구형의 미인이 아니더라도 미인이라고 한다.

미인의 조건은 시대, 지역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경국지색의 미인이라 알려진 당나라의 양귀비는

오늘날의 깡마르고 너나없이 다이어트에 열중하고 있는 44사이즈의 미인이 아닌 꽤나 풍만했다고 한다.

올 겨울 흥행인 한 영화에서도 예쁜 여자와 그렇지 못한 여자의 성공과 좌절을 다루고 있다.

주연 여배우는 인터뷰에서 못생긴 여자를 연기할 때면 자신도 위축이 되지만

예쁜 여자를 연기할 때면 자신감이 생겨 일을 더 잘하게 된다고 했고,

마음은 아무리 메이크업을 해도 보이지가 않아

남자한테 인기가 없어서 성형수술을 했다는 모 여자 연예인도 있다.

 

여직원을 채용할 때 용모단정이란 조건을 없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회적 통념상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 것을 볼 때

과연 미인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구태의연한 얘기이지만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는 자연미인과 성형미인의 논의는 계속 될 것 같다.
- 조선일보,  2007-01-25  [명화로 보는 논술]
- 최혜원 /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 · 경희대 미술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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