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일상)

정월대보름 / 푸진 굿판 - 임실 필봉 풍물굿

Gijuzzang Dream 2008. 2. 20. 03:29

 

 

 

정월대보름날,
팽팽한 현실과 견고한 마음의 문을 밀어내고 여유 속으로 걸어 들어가
짜릿한 해방감으로 쉬었다 왔습니다.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마을(筆峰里)


각 마을에서 안녕과 화합을 바라며 마을 공동의 염원을 담아 굿판을 벌이는 풍물굿.
정월대보름굿이 임실의 조그마한 산골 필봉에서
푸진 굿판 한마당을 열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11-마호로 지정된 [호남좌도 임실필봉농악]

 

1920년대 유명한 상쇠 박학삼을 이 마을로 초대하면서부터
수준높은 풍물굿으로 발전하였으며, 송주호를 거쳐
필봉마을출신 양순용으로 하여금 필봉굿을 정리하고 그 체계를 완전하게 복원하였는데,
그의 아들 양진성이 그 대물림을 하고 있습니다.

 

필봉에는 필봉풍물굿전수관이 있어
1995년부터 전국적으로 모여들고 있는 풍물동호인 대학생과 일반에게 전수되고 있습니다.

현재 섣달 그믐날 치는 매굿, 정초에 치는 마당밟이, 정월 초아흐렛날 치는 당산굿,

대보름날 치는 노디고사굿 등이 전해내려 오고 있습니다.

 

이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판굿은

채굿, 풍류굿, 삼방진, 머지기, 가진영산, 노래굿, 춤굿, 수박치기, 등지기, 군영놀이, 도둑잽이, 탈머리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산악지대인 남원, 임실, 순창, 구례,곡성지역에서 생겨난 풍물굿 호남좌도굿은,

평야지대인 김제, 부안, 정읍, 고창 등에서 발생한 호남우도굿에 비해 남성스러운 특징을 보입니다.

 

 

풍물패의 구성은
농기, 영기, 대포수, 창부, 조리중, 양반, 무동, 농구, 화동, 각시
그리고 꽹과리, 장고, 징, 북, 소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임실 필봉풍물굿을 이끄는 이, 그는 상쇠 양진성입니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장입니다. 

 

 

풍물굿판을 시작해서부터 끝까지 장고와 함께하던 눈푸른 이방인도 신명냅니다.

이 마을 터전삼아 살며 오랫동안 풍물을 지켜온
하회탈 닮은 정겨운 할아버지도 참 푸근하기만 합니다.

 

 

필봉농악은 묵은 액을 털고 새해의 안녕을 비는 정월대보름굿을 올릴 때,
오후 3시경부터 마을 동청마당에서 '기굿'으로 시작,

마을 어귀에서 당산제, 공동 우물에서 '샘굿'을 펼친 뒤 가가호호를 도는 '마당밟이'를 합니다.

해가 지면서 채굿에서 영산굿까지 '앞굿'과, 참굿에서 탈머리굿까지 '뒷굿'이 이어지고

밤 11시 '달집태우기'를 합니다. 소망을 적은 종이를 꽂은 대나무 달집을 태웁니다.

 

 

"저 당산나무 앞에서 함부로 오래 살았다 하지 말자"

 

마을 입구, 당산나무에서 당산굿을 치고,

마을의 큰샘(공동우물)에 가서 샘물굿을 칩니다.

모두 어깨춤 덩실덩실 한 무리되어 뒤를 따릅니다.

 

 

 

마당밟기를 시작하는데, 집집마다 찾아들어 집들이 굿을 칩니다.
각 가정의 대문에 도착하면
'쥔쥔 문여소'라는 문굿을 치며 삼진삼퇴를 하면 집주인은 문을 열어줍니다.

 

 

이어 마당에 들어가서 마당굿을 치는데,
집주인은 준비한 술과 음식을 준비하고,
굿패는 "김난다 김난다 두부국에 김난다"라는 덕담과 함께
술굿을 치고나서 음식을 먹습니다.

 

음식을 먹은 뒤에는 상쇠가 참굿가락을 치면 굿이 다시 시작되고
부엌에 들어가 조왕굿을 칩니다.
조왕굿을 할 때 성주풀이 등의 소리도 곁들여지며
이때 따라 다니는 구경꾼도 함께 어우러져 소리도 하고 춤을 춥니다.

 

 

마을 각 집집마다 돌며 마당밟기가 끝나면
그 마을에서 가장 큰 마당을 선정하여 굿판을 벌이는데
이 굿을 '정월대보름판굿'이라고 합니다.

 

 

전라북도 임실 필봉풍물 판굿은

내고, 달고, 맺고, 푸는 4단계 형식을 뚜렷하게 나타내는데,
우도 풍물굿과 비교하여
가락이 투박하며 대박에 충실하고, 힘차고 꿋꿋함이 돋보이며,
가락이 전체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꽝과리 가락의 맺고 끊음이 분명해 가락이 힘차고 씩씩한 것이 특징입니다.

 

 

동네 마을회관 언저리에 에둘러서서 뜨끈한 국밥으로 저녁먹고 벌어지는

뒷굿은
풍물굿의 극적 연행형태를 잘 보여주며
놀이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어른, 아이, 남자, 여자, 마을주민, 외지손님, 풍물굿치는 이, 풍물굿 구경하는 이,

모두들 하나되어 돌고, 돌고, 덩실덩실, 들썩들썩, 힘찬 소리내어 보태고... 

정월대보름달 떠올라 있는 밤하늘에 신명을 보태고 또 보탭니다.

얼~~쑤 !!!

 

 

마지막으로 달집태우기를 하며, 소원을 빕니다.
달집에는 이미 소원을 적은 종이꼬리들을 끼워넣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로∼또~" 하고 소리쳤습니다.

 

태우고 태우고 또 태우고,  활~활~~

연기 피어오르고, 재가 되는 때,

빨갛게 얼어 시린 손 호주머니에 넣고,

켜켜로 가슴 속에 쌓인 그늘 실컷 태워 둥근 보름달에 보내버리고 발길 돌리며

... 그래, 참 푸지게 잘 놀았다 ... 합니다. 

- 2004년 정월대보름 풍물굿에 다녀와서.....

 

 

(벌써, 3-4년 지난 때의 기록이 되었네요. 이젠 굿판에 어울릴 뿐, 사진도 찍지않는 기주짱. )

                                                                                                    - Gijuzzang Dream

 

 

 

 

 



 

 

 

  불 놀 이 

 

 

詩 : 주 요한

 

아아 날이 저믄다. 서편(西便) 하늘에, 외로운 강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빗놀 .

아아 해가 저믈면 해가 저믈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날

큰길을 물밀어가는 사람 소리만 듯기만 하여도 흥셩시러운 거슬

웨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업는고?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싯별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우에서 나려다보니,

물 냄새 모랫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어시 부족하야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절믄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우에 내여던지나,

무정한 물결이 그 기름자를 멈출리가 이스랴?

 

....... 아아 꺽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업건마는, 가신 님 생각에 사라도 죽은 이마음이야,

에라 모르겟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와 버릴가, 이 서름 살라 버릴가,

이제도 아픈발 끌면서 무덤에 가 보앗더니

겨울에는 말랏던 꽃이 어느덧 피엇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 도라 오는가,

 

찰하리 속 시언이 오늘 밤 이 물 속에. 그러면 행여나 불상히 녀겨 줄 이나 이슬가...... 할 적에

퉁, 탕, 불티를 날니면서 튀여나는 매화포,

펄덕 정신(精神)을 차리니 우구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 더 강렬(强烈)한 열정에 살고 십다.

 

저긔 저 횃불처럼 엉긔는 연기, 숨맥히는 불꽃의 고통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십다고 뜯밖게 가슴 두근거리는 거슨 나의 마음 .

4월달 다스한 바람이 강을 넘으면, 청류벽, 모란봉 노픈 언덕 우헤 허어혀켜 흐늑이는 사람 떼,

바람이 와서 불 적마다 불비체 물든 물결이 미친 우슴을 우스니,

겁 만흔 물고기는 모래 미테 드러벡이고,

물결치는 뱃슭에는 조름오는 니즘의 形象이 오락가락 ......

 

얼린거리는 기름자, 닐어나는 우슴소리,

달아 논 등불 미테서 목청껏 길게 빼는 어린 기생의 노래,

뜯밖에 정욕(情欲)을 잇그는 불구경도 인제는 겹고,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끝업슨 술도 인제는 실혀,

즈저분한 뱃 미창에 맥업시 누으면 까닭모르는 눈물은 눈을 데우며,

간단(間斷)업슨 쟝고 소리에 겨운 남자들은

때때로 불니는 욕심에 못 견듸어 번득이는 눈으로 뱃가에 뛰여 나가면,

뒤에 남은 죽어가는 촛불은 우그러진 치마깃 우에 조을 때,

뜯잇는드시 삐걱거리는 배잣개 소리는 더욱 가슴을 누른다 .

 

아아 강물이 웃는다. 웃는다. 괴샹한 우슴이다.

차듸찬 강물이 껌껌한 하늘을 보고 웃는 우슴이다.

아아 배가 올라온다. 배가 오른다. 바람이 불 적마다 슬프게 슬프게 삐걱거리는 배가 오른다 .

저어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능라도까지,

물살 빠른 대동강을 저어 오르라.

거긔 너의 애인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으로 곳추 너의 뱃머리를 돌니라.

물결 끝에서 니러나는 추운 바람도 무어시리오.

괴이(怪異)한 우슴 소리도 무어시리오,

사랑 일흔 청년의 어두운 가슴 속도 너의게야 무어시리오,

기름자(그림자) 업시는 발금(밝음)도 이슬 수 업는 거슬

오오 다만 네 확실한 오늘을 노치지 말라.

오오 사로라, 사로라! 오늘밤!

 

너의 발간 횃불을, 발간 입셜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발간 눈물을 .

 

 

----- 1919년 《창조(創造)》 창간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 1924년 첫 시집 《아름다운 새벽》에 수록되어 있으며, 한국 최초의 3연으로 된 자유시이다.

-----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 객관적인 사물까지를 변형시키는 이 《불놀이》에서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서정시다운 최초의 서정시라고 일컫는다.

 

 

                                                                   

 

 

 

 


 

    ♬ 불놀이야 - 옥슨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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