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일상)

갈등(葛藤)

Gijuzzang Dream 2008. 3. 1. 14:19

 

 

 

 

 칡덩굴과 등덩굴 - 갈등/ (藤)

 

식물에게 배운다.
우면 몸을 움츠리고

밤에는 잎을 닫고

바람 불면 바람에 몸을 맡기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식물은

오히려 사람보다 나을 때가 있다.

풀밭에서 배우는 지혜는 소소하지만 매우 크기만 하다.


 

 

 

 

 

 

   

 

어느 숲에 칡과 등이 살고 있었다.

칡은 적당한 줄기의 싸리나무를 골라 감아 올라가고,

등은 옆에 있는 아까시나무를 감아 올라가며 평화롭게 살았다.

 

해가 길어질수록 칡과 등은 왕성하게 자랐다.

 

자라면 자랄수록 칡은 싸리나무를, 등은 아까시나무를 더욱 강하게 조이게 되었다.

더 이상 살기 힘들어진 싸리나무와 아까시나무는

서로 담합하여 칡과 등을 몰아내기로 했다.

싸리나무는 줄기를 매끄럽게 해서 칡이 감지 못하게 하고,

아까시나무는 줄기에 가시를 만들어 등이 찔리게 했다.

감고 올라갈 곳을 잃은 칡과 등은 서로 의지하며 살기로 했다.

칡과 등이 서로 감고 올라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서로 감고 올라가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허사였다.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반대였던 것이다.

 

칡은 물체를 감고 올라갈 때 왼쪽으로 감는다.

그러니까 위에 봤을 때 감고 올라오는 방향이 시계반대방향이라는 것이다.

칡과 반대로 등은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식물이다.

따라서 서로 감아 올라가려면 부딪치고 만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갈등’ 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갈은 칡을 뜻하는 한자 갈(葛)이고, 등은 말 그대로 등나무를 뜻하는 한자 등(藤)이다.

갈등은 칡과 등처럼 서로의 목표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적대시하거나 화합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소설이나 희곡에서 갈등은

등장인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립과 충돌

는 등장인물과 환경 사이의 모순과 대립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정서 생활을 혼란하게 하고 내적 조화를 파괴한다고 말한다.

또한 갈등상태는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거의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즉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꼭 나쁘기 만한 걸까?

화합과 균형만 존재하는 사회가 있을까?

국가와 국가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상사와 부하 사이, 형제자매 또는 동료 사이에

늘 갈등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다.

갈등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 중의 하나기 때문에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좀더 이해하고 나를 한 번 더 생각해보면서 대화를 한다면

갈등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칡과 등이 서로 감아 올라가려고 다투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칡이나 등은 각자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물체를 감아 올라가거나 자기들끼리 얽히고설키며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갈등이 칡과 등에서 유래된 것은 사실이다.
지금 혹시 주변의 누군가와 갈등 관계에 있다면

등나무가 있는 찻집에서 뜨거운 칡차를 마시며 대화를 해 보는 건 어떨까.
- 2008년 02월 28일/ 이억주 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

- 동아사이언스 [식물에게 배운다] 중에서

 

 

 

 

- 살다보면 / 권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