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신사임당 - '초충도' 중에서 '쥐' 의미

Gijuzzang Dream 2008. 1. 31. 00:12

 

 

 

 

 

 2008년 戊子年은

쥐처럼 부지런함으로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는 해가 되길

 

 

 

신사임당 <초충도>

 

2008년은 쥐의 해이다.

쥐는 현실에서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동물로 표현된다.

과거 곳간에 있는 쌀 등의 곡식을 축내거나,

이빨이 빨리 자라 이를 갈기 때문에 집의 들보나 단단한 나무를 쏠아버려 피해를 주기도 하였다.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 때 쥐잡기가 대대적으로 벌어져

학교에서 쥐꼬리를 가져오라는 숙제를 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쥐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동물이다.


하지만 쥐의 상징은 이러한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굿할 때 부르는 무가(巫歌) 중에서 세상을 창조한 내력을 말하는 <창세가>에는

쥐를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지혜가 뛰어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륵님이 여러 동물들에게 물과 불의 근원을 알아보고자 했는데, 그 답을 쥐가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똑똑하고 영리한 동물에게 미륵님은 온 세상의 곳간을 주었다는 것이다.


역사에 나타난 쥐는 예조(豫兆)의 능력을 지닌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삼국유사』의 <사금갑조(射琴匣條)>처럼 왕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쥐의 행동은 좋은 예이다.

 

민간에서 쥐의 예지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배서낭을 들 수 있다.

배서낭은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서 배에 모신 서낭인데,

배에 위험이 닥치기 전에 마치 쥐가 울듯이 찍찍거려서 알려준다는 것이다.

특히 출항하기 전에 쥐가 내리면

풍랑 등의 사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예 출항을 금하는 것이 어촌에서 전승되던 관행이었다.

 
이런 모습과 달리 쥐는 부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표현되기도 한다.

조선 후기 유득공의 『경도잡지』를 보면 정초에 윷을 세 번 던져 점을 치는 풍속이 있다.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 중의 하나가 ‘도 · 도 · 개’인데, 마치 쥐가 창고로 들어가는 격이라고 한다.

 

즉 쥐는 재복을 가져다주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속담에서도 ‘쥐가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쥐가 재물을 가져다주는 업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적인 능력을 토대로 한 상징으로는 자손번창을 들 수 있다.

쥐의 생식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쥐는 임신기간이 짧아서 1년에도 6-7회 임신이 가능하며, 한 번에 새끼도 6-7마리를 낳는다.

이러한 쥐의 생산력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믿음을 주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여성들의 자식생산을 강화시켜준다고 하는 믿음이다.

 

그러한 좋은 예로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들 수 있다.


<초충도>는 여러 가지의 곤충과 풀 등이 그려진 그림인데, 이중에 들쥐와 수박 그림이 있다.

여기에서 수박은 씨가 많은 과일이다. 그리고 수박을 갉아먹는 들쥐는 생식력이 왕성하다.

이것이 합해졌을 때 무수히 많은 자손을 생산할 수 있으며,

그러한 주술적인 기원이 바로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해석된다.

게다가 그림 위쪽의 나비들은 바로 남녀를 상징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처럼 쥐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에 부정적이지만,

동시에 영리하고 부지런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우리 조상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제 새로 맞는 2008년 무자년은 바로 쥐의 해이다.

모든 사람들이 쥐처럼 부지런히 일해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 박물관신문 2008년 01월(제437호), 김종대(중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