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고향은 어디인가? | ||
정 병 모 (경주대학교 문화재학부 교수)
김홍도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그의 고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둘로 갈린다.
하나는 그의 고향이 안산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마포라는 주장이다.
안산이 고향이라는 설은 변영섭교수가 처음 제기하고 유천형선생이 그 주장을 보강하였다. 강세황이 쓴 「단원기(檀園記)」에 김홍도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집에 드나들어 그 재능을 칭찬하고 그림 그리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고 하는 내용을 그 근거로 삼았다. 강세황이 관직에 나가기 전 약 30년동안 처가가 있는 안산에 살고 거기서 어린 김홍도가 그림 공부를 했기 때문에 안산이 고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반면에 마포설은 오주석에 의해 제기되었다. 김홍도가 초년에 사용한 호인 서호(西湖)가 한강인 마포 강가라는 점을 들어 마포가 김홍도의 출생지임을 암시하였다.
그런데 이들 주장 모두 김홍도의 출생지에 대하여 추정일 뿐,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료와 연구 내용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김홍도가 어린 시절 강세황의 집에 드나들며 그림을 배웠다는 것이다. 이밖에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김홍도가 그림을 배운 강세황의 집이 어디냐가 중요하다. 어린 시절이라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그곳이 고향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홍도, <매해파행> 비단에 옅은 채색, 71.5×37.4cm,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소장.
김홍도의 진품이나 다름없는 <매해파행(賣蟹婆行,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소장)>에 적힌 강세황은 평문을 보면, 그가 안산에 살았을 가능성을 시사하여 준다.
"내가 일찍이 바닷가에 살 때, 아이를 업고 광주리를 인 십여 명의 젓갈 파는 아낙들이 무리를 지어 길을 가는 것을 보았다. 바닷가 하늘에 태양이 처음 떠오를 때 갈매기와 물새들이 다투어 날아오르고, 거칠고 차가운 풍물이 한 무리를 이룬 것이 또한 필묵의 밖에 있고, 바야흐로 도도히 흐르는 속세의 티끌 속에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이로 하여금 돌아가고픈 생각이 일게 한다." (余嘗居海畔 慣見賣穰婆行徑 負孩戴筐 十數爲群 海天初旭 鷗鷺爭飛 一段荒寒風物 又在筆墨之外 方在滾滾城塵中 閱此 尤令人有歸歟之思 豹菴)
그 바닷가는 그의 처가가 있는 안산임에 틀림없다.
김홍도의 작품 가운데 이 작품과 빼어 닮은 것으로 <행려풍속도병> 중 <매해파행(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 있다.
이 작품에 적혀있는 강세황의 제발에는 광주리와 항아리에 담겨진 어물이 무엇이고, 언제 어디서 출발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다.
"성게, 새우, 소금으로 광주리와 항아리에 그득 채워 포구에서 새벽에 출발한다. 해오라기 놀라서 날고 한 번 펼쳐보니 비린내가 바람에 코를 찌르는 듯하다." (栗蟹鰕 滿筐盈缸 曉發浦口 鷗鷺驚飛 一展看 覺腥風鼻)
포구의 여인들은 성게, 새우, 소금을 광주리와 항아리에 담아서 이고 가고 있다. 그들이 새벽부터 부지런히 포구를 출발해서 향하는 목적지는 어디일까? 그곳은 필시 한양(서울)일 것이다.
서화에 재능을 가진 문장가인 유한준(1732∼1811)이 바닷가 풍물을 그린 풍속화인 "게 파는 여인"에 대해 시로 쓴 평에서 인천과 부천 사람들은 바닷가에 나는 방게를 주어 무리를 지어 한양, 즉 서울로 가서 옷과 바꾸어 돌아온다고 했다.
이들 지역과 붙어있는 안산의 풍속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안산은 조선시대에 서해의 어장 중 가장 우수한 지역으로, 궁중에 생선 등 어물을 진상하는 사옹원분원(司甕院分院)이 관할하는 안산어소(安山漁所)가 자리 잡고 있던 곳이다. 이 고장의 여인들은 어물들을 직접 이고 한양까지 가서 내다팔기도 했다.
김홍도의 두 그림에 적혀 있는 강세황의 제발을 통해 볼 때, 강세황은 젊은 시절에 안산에 살고 김홍도가 어렸을 적에 그의 집을 드나들며 그림을 배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곧 김홍도가 안산 태생임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홍도가 어린 시절 강세황에게 배웠다면, 그의 고향이 안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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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4 문화재청 문화재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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