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문화)

'달(月)'에 대해서

Gijuzzang Dream 2011. 12. 14. 19:20

 

 

 

 

 

 

달은 매일 어떻게 뜨고 지나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고정 관념이다.

물론 해는 항상 낮에 뜨지만, 달은 새벽 오전 오후 저녁 한밤중 등 아무 때나 뜨고 진다.

예를 들어 눈썹 모양의 초승달은

아침에 해가 뜬 직후 바로 해를 따라 뜨기 때문에 해가 진 직후 서편 하늘에 잠깐 보이다 진다.

즉 초승달은 초저녁달인 것이다.

따라서 두 검객이 자정에 만나 결투를 하는 영화장면이나

깊은 밤을 배경으로 한 삽화에 초승달이 등장해서는 절대 안된다.

또한 초승달은 하늘 높이 떠 있게 그려도 안된다.

이처럼 잘못 인용되는 달의 모습을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 어제 밤 21시 남쪽 하늘에 달이 그림처럼 위치하고 있었다.

문제(1)-(3)은 정답에 가장 가까운 그림을 보기에서 고르고, 문제(4)는 옳으면 ○표, 틀리면 ×표 하시오.

 


(1) 어제 밤 22시 달의 위치는? (C)
(2) 오늘 밤 21시 달의 위치는? (A)
(3) 오늘 밤 22시 달의 위치는? (B)
(4) 만일 달의 공전주기가 3일로 줄어들면 달은 서쪽에서 뜬다. (×)


 정답 해설

지구는 하루에 한바퀴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해와 달, 그리고 별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하루, 즉 24시간에 3백60°를 회전하니까 1시간에 약 15°를 회전하는 셈이다.

따라서 해와 달, 그리고 별은 1시간에 15°씩 하늘에서 이동해야 한다.

따라서 문제(1)의 정답은 C 가 되겠다.

달의 겉보기 지름이 각도로 약 1/2°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달 지름의 약 30배 이동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그림에서 우리가 남쪽 하늘을 보고 있으니까

왼쪽이 동쪽이 되고 오른쪽은 서쪽이 된다는 점에 주의하자.

달은 약 27⅓일 걸려서 지구를 한번 공전하므로 하루에 3백60°÷ 27⅓ ≒ 13°씩 하늘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달의 공전방향은 지구의 자전방향과 같으므로 달은 하늘에서 매일 동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오른쪽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구의 자전운동이 달을 하늘에서 1시간에 15°씩이나 서쪽으로 회전시키므로,

하루에 13°씩 동쪽으로 움직이는 달의 공전운동은 이를 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달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달은 매일 13°씩 꾸준히 동진하므로

어제 달이 밤 8시에 지평선 위로 떠올랐다면 오늘 밤 8시에는 지평선 아래, 즉 더 동쪽으로 13°쯤 밑에 있다.

이 달이 지평선 위로 떠오르려면 13°× 4분 = 52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하늘이 1시간에 15°를 회전하니까, 1°회전하려면 약 4분 걸리기 때문이다.

즉 달은 매일 평균 52분씩 더 늦게 뜨고 진다. 따라서 문제(2)의 정답은 A 가 되겠다.

 

즉 달은 어제 밤 21시보다 약 52분 늦게 떠서 더 동쪽에 있는 것이다.

오늘밤 22시에는 21시의 위치에서 서쪽으로 15°더 회전했으므로 어제 21시 위치에 거의 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3)의 정답은 B 가 된다.

달의 공전주기가 3일로 빨라져도 지구의 자전주기보다 여전히 작으므로 달은 동쪽에서 뜬다.

따라서 문제(4)의 정답은 ×.


설명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 어제 밤 21시 밝은 세별을 배경으로 달이 아래 그림처럼 위치하고 있었다.

문제(1)-(2)는 정답에 가장 가까운 그림을 보기에서 고르고, 문제(3)은 옳으면 ○표, 틀리면 ×표 하시오.
(1) 어제 밤 20시 달의 위치는? (C)
(2) 어제 밤 22시 달의 위치는? (A)
(3) 만일 달의 공전 주기가 6시간으로 줄어들면 달은 서쪽에서 뜬다. (○)

- 2006년 10월 18일,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자정 결투장면에 뜬 초승달은 엉터리

 

 

도시 아이들에게 ‘밤하늘에 별이 몇개나 있을까’ 하고 물어보면 보통 열개, 스무개라고 대답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많은 도시 아이들이 달빛에 사람 그림자가 생긴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달빛 속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음미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 오늘 초저녁 남쪽 하늘에 달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문제(1)-(3)의 정답을 보기에서 고르시오.

(1) 오늘 자정 달의 위치는? (C)
(2) 4일 전 초저녁 달의 위치는? (C)
(3) 4일 후 초저녁 달의 위치는? (A)


 정답 해설  
지난호에서 지구는 1시간에 약 15°를 자전하므로

해와 달, 그리고 별은 1시간에 15°씩 하늘에서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제(1)의 정답은 C. 하지만 같은 날 달의 모양은 눈으로 봐서 변하지 않는다.

또한 달은 매일 평균 52분씩 더 늦게 뜨고 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제(2)의 정답은 C.

즉 4일 전 달은 오늘보다 52분×4≒208분, 즉 3시간 이상 일찍 졌기 때문에

초저녁에 서쪽 하늘에 있어야 했다. 물론 모양은 초승달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초승달이 초저녁달이기 때문에 깊은 밤이나 새벽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달의 모습이 정해지면 하늘에 떠있는 시간도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실수하기 쉽다.
예를 들어 자정에 두검객이 만나 결투하는데 하늘에 초승달이 떠있는 영화장면이 나온다면 이는 엉터리다.

문제(3)의 정답은 A. 물론 4일 후 달의 모습은 보름달에 가까울 것이다.

자연의 뜻이 담긴 화투에서 음력 정월과 8월을 의미하는 패에 보름달이 나온다.

솔광과 팔광이 그것인데 각각 정월 대보름과 추석을 의미한다.

특히 팔광은 초저녁 A에 있는 보름달을 나타낸 것이다.

동양에서는 보름달을 상서로이 여긴데 반해, 새벽에 뜨는 그믐달은 그리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믐달은 초승달과 정반대로, 새벽 A의 위치에 있어 곧 따라 뜰 해 탓에 ‘사라질 팔자’이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의미를 갖는 흑싸리 패에서 붉은 그믐달이 새 뒤에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설명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 맞으면 ○, 틀리면 × 하시오.


(1) 상현달이 지는 시각은 초저녁, 자정, 새벽 중 자정에 가장 가깝다. (○)
(2) 하현달은 지는 시각은 새벽, 정오, 초저녁 중 정오에 가장 가깝다. (○)
(3)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중 밤새 내내 떠있는 달은 보름달이다. (○)

- 2006년 10월 25일,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별은 매일 4분씩 일찍 뜬다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대전시민천문대가 지난(2001년) 5월 3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홍보도 제대로 안된 어린이날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우리 국민도 이제 우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줬다.

국내 최대 10인치 굴절망원경을 들여다보고 환호하는 어린이들의 눈동자에서

우리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 SF작가, 우주음악가, 우주미술가, 우주비행사가 되고

영화를 만들어도 한국판 ‘스타워즈’를 만들겠지 하며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2001년 6월 1일 과학동아에 실렸던 글입니다>


 

★ 어제 밤 21시 창살이 가는 작은 창문을 통해 보니 남서쪽 하늘에 아주 밝은 별이 그림처럼 보였다. 
 

 

 

문제 1-3의 정답에 가장 가까운 그림을 보기에서 고르시오.
(1) 어제 밤 21시 4분 이 별의 위치는? (D)
(2) 오늘 밤 21시 이 별의 위치는? (D)
(3) 오늘 밤 20시 56분 이 별의 위치는? (A)


 정답 해설

우리나라에서 남서쪽 하늘에 떠있는 별은 시간이 지나면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진다.

 

따라서 문제(1)의 정답은 D.

 

지구 자전에 의해 하늘은 시간당 약 15°씩 회전하므로 4분 동안에는 약 1°기울어야 한다.
지구는 자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한번씩 해를 공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구의 공전에 따른 하늘의 겉보기운동이 나타난다.

 

 

지구는 1년 걸려서 해를 한바퀴(360°) 공전하므로 하루에 약 1°를 움직인다.
따라서 전날 자정에 남중(천체가 남쪽하늘에 가장 높이 걸리는 현상)했던 별은

다음날 자정에 남중하지 않고 오른쪽 그림에서처럼 반드시 서쪽으로 약 1°씩 치우치게 된다.

이는 물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시간이 별이 아니라 해를 기준으로 정의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오’란 해가 하루 중 가장 높이 솟아 있는 시각을 보편적으로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자정’이란 해가 지구를 중심으로 관측자의 반대편에 있는 한밤중을 의미한다.
여기서 별들이 매일 서쪽으로 1°씩 치우쳐 간다는 말은

별들이 매일 1°만큼 동쪽에서 일찍 떠오른다는 말과 같다. 즉 별들은 매일 약 4분씩 일찍 뜬다.

따라서 문제(2)의 정답은 D,  문제(3)의 정답은 A 가 된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 맞으면 ○, 틀리면 × 하시오.
(1) 은하들도 매일 약 4분씩 일찍 뜨고 진다. ( )
(2) 지구의 자전주기는 24시간이 아니라 이보다 약 4분 짧은 23시간 56분이다. ( )
(3) 지구의 자전주기는 24시간이 아니라 이보다 약 4분 긴 24시간 4분이다. ( )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 2006년 11월 01일 동아사이언스

 

 

 

 

 

 

추석달이 1년중 가장 멋진 달일까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그루 토끼 한마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어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우리들은 달 속에 방아찧는 토끼가 산다고 생각한다.

달을 보면 어두운 지역이 무늬처럼 보이는데, 토끼 한마리가 상상이 된다.

계수나무,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몰라도 아무튼 달에는 계수나무가 있다고 한다.

또 달에는 두꺼비도 살고 있다.


달에 사는 토끼와 두꺼비

 

 

1500년 전 고구려 고분 속에 그려진 벽화에는 달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달 속을 잘 들여다보면 두꺼비와 토끼가 등장한다.

납작 엎드린 두꺼비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옆으로 누운 토끼가 앙증맞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이들이 나타난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의 시를 보면

달 속에 옥 두꺼비와 빨간색 영험한 약을 찧고 있는 흰 토끼가 등장한다.

‘광한옥토도’라는 민화 속에도 옥 토끼가 등장하고, 그림 위쪽에는 ‘광한전’이라 쓰여있는데

항아 선녀가 사는 곳으로 달 속에 있는 궁전을 뜻한다. 달 속의 등장인물이 하나 더 늘었다.


“태평성대의 요 임금 때 재앙이 닥쳤다.

하늘에 해가 갑자기 열개나 나타나 만물이 타들어가는 아비규환이 됐다.

해는 원래 하늘나라 임금의 아들들이었는데, 철부지 장난을 친 것이었다.

요 임금은 하늘에 간절히 빌었다.

정성에 감동한 하늘나라 임금은 명사수인 이예 장군을 땅위로 보냈다.

이예 장군은 그의 부인 항아 선녀와 함께 내려왔다.

지상은 마치 지옥과 같았다. 이예는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화살이 적중할 때마다 하늘엔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까마귀가 한마리씩 떨어졌다.

해의 정기가 바로 까마귀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들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던 하늘나라 임금은 이성을 잃었다.

그의 원래 의도는 이예의 간단한 무력 시위로 아들들의 정신을 차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늘나라 임금은 이예를 땅으로 추방했고, 항아도 덩달아 쫓겨났다.

두 사람은 신이 아닌 인간이 된 것이었다.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이예는 세상 구경을 떠났다가 불사약(不死藥) 두사람 몫을 얻었다.

그런데 항아는 남편 몰래 약을 모두 마셔버렸다. 그녀는 몸이 가벼워져 날게 됐으나,

아직 용서받지 못한 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달에 가서 사태를 관망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사약을 두사람 몫이나 먹었던 탓에 부작용이 생겨 몸이 오그라들더니,

그만 두꺼비로 변했다. 이리하여 달에는 두꺼비가 생겨났다.

물론 약절구 찧고 있는 토끼와

아무리 도끼로 찍어도 다시 아물어 버리는 신비로운 계수나무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원래부터 있었다고 한다.”

위의 이야기는 중국신화다. 하지만 고구려 고분에 나오는 토끼와 두꺼비는 무엇인가.

사실 활쏘기의 명수로 등장하는 이예는 동이족인 우리민족을 나타낸다.

항아 선녀나 달 두꺼비 역시 동이의 신화였던 것이다.

아무튼 달 토끼와 달 두꺼비는 수천년 전부터 달에 살고 있던 우주인이었나 보다.

물론 토끼와 두꺼비의 형상은 달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진 작품일 뿐이다.

1969년 아폴로우주선이 착륙했던 곳이 달의 바다(mare)다.

달에서 어둡게 나타나는 이곳은 표면이 평탄하기 때문에 아폴로우주선이 착륙지로 선택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천체망원경을 발명해 달을 보고 나서,

달에도 산이 있고 평야가 있음을 알았다. 갈릴레이가 가장 놀란 점은 구덩이(crater)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중에 좀더 큰 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달의 밝은 부분(고원)에는 구덩이가 많은 대신,

어두운 부분(바다)은 평탄하며 구덩이가 적었다. 이것은 달의 바다가 고원보다 젊다는 것을 뜻한다.

달의 구덩이는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인데,

운석이 일정한 비율로 떨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운석이 많은 곳이 오래된 지형이기 때문이다.


며칠간 달빛아래 모이려면 추석 때가 좋다

 

 

1년 중 가장 멋진 달은 추석의 보름달이라는데 사람들은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 그럴까? 사람들은 추석날 달이 1년 중 가장 크고 밝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천문학적으로도 맞을까?

천문학적으로 말해서, 달이 크게 보이려면

첫째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놓여야 하고, 둘째 이때 보름달이 돼야 한다.

지구 둘레를 도는 달의 공전궤도는 지구를 한초점에 놓은 타원인데,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운 때를 근지점, 가장 먼 때를 원지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근지점에 오는 것과 보름이 되는 것은 독립적인 현상이다.

보름달이 될 때는 태양, 지구, 달의 순서로 나란한 시기이고,

달이 근지점에 오는 것은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 달의 공전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추석 때 떠오르는 달이 1년 중 특별하게 클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한편 우리들이 통상 음력으로 부르는 달력에서는 양력적인 요소인 절기(節氣)를 채용해

양력의 잇점을 수용하고 있어 태음태양력이라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태음태양력에서는 절기 가운데 하나인 추분을 음력 8월에 꼭 넣기로 약속하고 있다.

그러므로 음력 8월 15일인 추석과 추분은 항상 며칠 차이가 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추분 무렵에는 저녁에 해질 무렵,

동쪽지평선과 하늘에서 해가 지나다니는 길인 황도가 이루는 각이 1년 중 제일 작다.

황도와 백도는 그 기울기가 6°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하늘에서 달이 지나가는 백도도 마찬가지다.

달은 백도를 따라 하루에 약 13°씩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는데,

추분 무렵에는 지평선과 백도가 이루는 각이 1년 중 제일 작기 때문에

매일 달이 떠오르는 시간이 20-30분 정도 느려진다.

평균적으로는 달뜨는 시간이 매일 50분씩 느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추분 무렵에는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달이 떠오르는 것으로 느낄 것이다.

더군다나 보름에는 해가 질 때 달이 떠오르기 때문에 달을 구경하기에 적합한 시기는 저녁시간대다.

그러므로 달빛을 이용해 며칠간 계속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풀려면 추석 때가 1년 중에서 가장 적당하다.
추석 무렵에는 사람들이 3일 정도에 걸쳐 매일 커다란 달이 지평선에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지평선에 떠오르는 달은 착시 현상 때문에 중천에 뜬 달보다 매우 크게 보이므로

사람들은 추석 달이 1년 중 제일 크고 밝다고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오곡이 여물어 풍성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임에야.


신라의 전승기념일?

추석은 우리나라에서는 한가위라고 한다.

또 한자로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이란 뜻인데, 명절이름이 매우 시적이다.

추석이란 이름은 ‘예기’(禮記)에 적혀 있는 ‘봄날 아침해와 가을날 저녁달’(春朝日秋夕月)에서 왔다.

중국에서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는데, 한가을 명절이란 뜻이다.

추석은 우리겨레 고유의 명절이라고 한다. 먼저 한가위의 연원에 대해서 알아보자.

 

삼국사(三國史) 신라본기 유리왕 9년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9년 유리왕이 신라 서라벌의 6부를 고쳐서 각 부에 성씨를 하사했다.

유리왕이 6부를 정비한 뒤, 그것을 절반으로 나누어 둘로 만들고

두 공주를 시켜 각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해 패를 갈라 편을 만들었다.

(음력으로) 가을 7월 16일로부터 날마다 새벽부터 큰 부(部)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되

밤 열시경에 파하게 했다.
음력 8월 15일에 이르러 길쌈으로 만들어진 옷감이 많고 적은 것을 조사해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서 이긴 편에게 사례했다.

여기서 노래와 춤과 갖은 오락이 다 벌어졌으니 이것을 ‘가배’라 했다.”

 

가배란 것은 가운데란 뜻이며 후에 ‘가위’로 변했다.

앞에 붙은 ‘한’이란 말은 제일 크다는 뜻이니, 한가위란 ‘제일 큰 가운데 날’이란 뜻이다.

신라시대의 길쌈이란 다름이 아니라 누에고치를 풀러 명주실을 잦고,

이것으로 비단옷감을 짜는 것을 말한다.

온동네 부녀자들이 1달 동안 길쌈 대결한 후 음력 8월 15일에 벌였던 잔치는 금방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1달 동안의 피곤함도 피곤함이겠지만,

온갖 노래와 춤이 벌어졌다면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 새벽까지 보내지 않았을까.

이날이 휘영청 밝은 보름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편 한가위의 기원에 대해 이와는 아주 상반되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서기 9세기경 동아시아는 구법승이란 스님들로 들끓었다.

그 중에 엔닌(圓仁)이라는 일본출신 구법승이 있었다.

엔닌은 중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장보고 장군 휘하에 있는 배를 얻어 타고 돌아오기 위해

중국 산동성 적산현에 있는 법화원이란 절에 머물고 있었다.

법화원은 중국에서 장사를 하던 신라인들이 모이던 사원이었다.

서기 839년, 엔닌이 법화원에 머물 때가 마침 음력 8월 13일이었는데,

거기에 모인 신라사람들이 잔치를 하기 위해 떡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엔닌은 도대체 무슨 날인지 노스님에게 물어봤다.


노스님이 대답하기를, 그 옛날 발해와 전쟁을 해 이긴 날을 기념해

8월 15일을 중심으로 사흘 밤낮 동안 음식을 즐기고 춤추며 놀았다고 했다.

그러나 고대기록에 신라와 발해가 전쟁을 벌였다는 기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만 733년 발해의 무왕이 당의 떵조우(登州)를 해군을 동원하여 침공했는데,

이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당의 요청으로 그 해 겨울 신라가 당나라를 도와서 발해를 치려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눈이 한길 남짓이나 와서 병사들만 죽고 그냥 퇴각했다는 기록이 삼국사에 전한다.

시기적으로 봐도 추석과는 계절이 잘 맞지 않는다.

어떤 학자는 그래서 신라가, 발해가 아니라 고구려를 멸망시킨 날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삼국사 고구려본기에는 9월에 나당연합군이 평양성을 함락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8월과는 차이가 나긴 매한가지다.

다만 당시의 역법상으로는 오늘날 음력 8월이 9월이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결국 엔닌의 ‘입당구법순례기’에 언급된 한가위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추수월과 사냥꾼의 달

 

 

 

서양에서는 양력 9월의 보름달,

정확히 말해서는 추분에 제일 가까운 보름을 추수월(harvest moon)이라고 한다.

추분 즈음에 뜨는 보름달은 매일 달이 떠오르는 시간의 차이가 1년 중 가장 적기 때문에,

누렇게 익은 밀밭을 추수하는 농민들에게는 해가 질 무렵

곧이어 떠오르는 달은 노동시간을 약간 늘려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러나 서양사람들도 양력 9월의 보름을 그리 큰 명절로 취급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1년 중 가장 풍족한 때는 9월이 아니라 10월 상달이며,

이때 1년 수확을 기뻐하고 조상신에게 제사도 지내고 사냥도 했음이 고대사에 전한다.

서양에서도 10월의 보름달을 사냥꾼달(hunters’ moon)이라고 불렀음이 우연이 아니다.

우리 겨레만큼 추석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추석의 기원과 관련해 농사와 계절에 맞게 자연스럽게 생긴 명절이라기보다는

약간은 인위적으로 생긴 명절일 가능성도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어떤 전쟁에서 승리한 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석은 천문학적으로 분명히 의미가 있는 날이다. 추분에 가까운 추석 전후에 떠오르는 달은

매일 시간차이가 별로 없이 해가 진 후 바로 떠, 저녁시간을 밝게 비추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 일찍부터 남다르게 눈을 떴던 옛사람들의 지혜로운 관찰력에 놀랄 따름이다.

- 2005년 09월 09일 과학동아, 안상현 서울대 천문학과 박사

 

 

 

 

 

 

추석에 달이 커보이는 까닭은?

 

 

“삼촌, 추석 보름달은 왜 커?” “왜 크게 보이느냐면…. 음∼.” “삼촌은 어른인데 왜 그것도 몰라?”

김면박 씨(가명)는 지난해 추석 때 유치원생 조카가 했던 질문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답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 음력은 달의 모양 변화로 한 달 기준

추석 날짜는 왜 매년 변할까.

추석은 ‘음력’ 8월 15일. 달과 계절 변화를 함께 고려한 ‘태음태양력’이 기준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달력은 태양의 고도를 기준으로 1년을 나눈 ‘양력’이다.

음력은 달이 보이지 않는 합삭일에서 다음 합삭일이 되는 기간을 한 달로 정해 29, 30일이 반복된다.

음력을 사용하면 1년이 약 355일로 태양의 변화를 기준으로 하는 1년 365일보다 열흘이 부족하다.

이렇게 10년이 지나면 9월에 눈이 내리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줄곧 태음태양력을 사용하다가 1896년 고종이 양력을 채택하면서

1895년 11월 16일 다음 날이 1896년 1월 1일이 됐다.

민병희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천문연구센터 선임기술원은

“음력에서 3년에 한 번씩 윤달이 돌아오는 것은 부족한 열흘을 채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 달크기, 보는 위치따라 달라 보여 

그런데 추석 달은 정말 더 큰 걸까.

달의 크기는 일정하지만 지구에서 보는 달의 크기는 시시각각 변한다.

달이 지구 주위를 타원형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을 때는 약 35만 km, 멀리 있을 때는 약 40만 km 떨어져 있다.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는 때는 매년 다르다.

사람들이 추석 보름달을 유독 크다고 느끼는 것은 시각적 효과 때문이다.

머리 위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그믐달이나 초승달에 비해

보름달은 상대적으로 우리 눈과 가까운 지평선 부근에서 나타난다.

달빛이 대기와 부딪치면서 산란이 일어나면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일 수도 있다.
- 동아사이언스, 2011년 09월 09일

 

 

 

 

 

 

 지평선의 보름달이 커보이는 이유

 

 

큰 바위나 나무 앞에서 제사지내는 행위는 세계 공통의 습성이다.

덩치가 큰 것 앞에서 위압감을 느끼고, 그래서 자연적으로 굴복하는 인간의 본능이 그 원인일 것이다.

절이나 교회의 건물을 크게 짓는 일 역시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 같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기도 역시 대개 중천에 뜬 달보다는 지평선 위로 막 떠오른 달을 보며 한다.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이 훨씬 커보이기 때문이다.


지구대기의 굴절 때문 아니다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은 지구 대기의 굴절 때문에 상하로 찌그러진다. 

 


왜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이 커 보이는 것일까? 

물리학을 공부한 사람들 중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답을 빛의 굴절 때문이라고 쉽게 말한다.

즉, 태양 빛이 달 표면에서 반사된 후 지구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는데,

지평선에 달이 있을 때 굴절이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지평선의 달이 더 커보인다는 설명이다.

언젠가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퀴즈프로그램에서도

지평선의 달이 커보이는 이유를 빛의 굴절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언뜻 듣기에 상당히 그럴 듯하지만 말도 안되는 얘기다.

오히려 빛의 굴절 때문이라면 지평선에 뜬 달은 하늘 높이 뜬 달에 비해

상하로는 작게, 옆으로는 비슷한 크기로 보여야 한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일수록 달의 아래쪽에서 출발한 빛은

달의 위쪽에서 출발한 빛보다 지구대기를 더 길게 통과하면서 심하게 굴절돼 지표면에 도달한다.

지표면에 도달한 달의 위와 아래 빛을 연장해보면 그림처럼 원래의 달보다 상하로는 작아져 보이게 된다. 반면에 달의 좌우에서 나란히 들어온 빛은

같은 정도만큼 굴절을 일으키므로 달의 좌우 크기는 변화가 거의 없다.

그리고 달이 하늘 높이 떠오를수록 굴절효과가 감소되므로 점차 원에 가까운 달의 제모습을 갖게 된다.

따라서 지평선 가까이 뜬 달은 중천에 뜬 달에 비해 상하로는 작게, 옆으로는 같은 크기로 보이게 된다.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과 중천에 뜬 달을 각각 사진으로 찍어 인화한 후

달의 상하와 좌우의 길이를 자로 재어 비교해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같은 날 밤, 달의 전체모습을 다 담을 수 있는 보름날 밤에

지평선과 중천에서 각각 찍은 사진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몇일 간격으로 찍은 달 사진으로 비교해서는 안된다.

달은 지구 주위를 타원운동하면서 한달 동안 지구에 접근하기도, 멀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졌을 때와 가장 멀어졌을 때 나타나는 겉보기크기의 차이는 최대 약 17%나 된다.


보는 것을 믿지 마라

지평선에 가까운 달이 중천에 뜬 달보다 크게 보이는 원인이 빛의 굴절 때문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천문학자나 물리학자, 그리고 심리학자들은 그 답이 착시, 즉 눈의 착각이라고 오랫동안 믿고 있었다.

인간이 물체를 보는 과정은 물체에서 나온 빛, 또는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사람의 눈동자를 거쳐 시신경에 초점을 맺게 되고,

시신경에서 얻어진 빛의 정보가 뇌에 전달되면 뇌가 그 신호를 분석하는 일이다.

즉, 인간의 뇌에는 시신경으로부터 온 신호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있다는 것이다.

그 알고리즘은 사람에 따라 약간씩은 다르겠지만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동일한 물체를 봤을 때 비슷한 분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뇌 속에 들어 있는, 사물을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쉽게 확신한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좋지 못한 습성이다.

사실은 본대로 믿는 바람에 속는 경우도 허다하다.

착시가 대표적인 경우다. 눈은 보이는 대로 보고 뇌는 눈이 본 대로 인식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거리의 야바위꾼에게 속아 주머니 돈을 다 날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착시의 원리는 마술사들에게서도 자주 사용된다.

착시는 크게 두 경우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구돼온 흔히 말하는 착시현상인데

이는 일정상황 하에서 비교를 통해 착시를 일으키기 때문에 ‘비교착시’라 말할 수 있다.

비교착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쵤너 착시는 수직으로 나란한 여러개의 줄에 각각 빗금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쳐 놓으면

줄들이 마치 나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포겐도르프 착시는 빗금의 중간을 자른 후 잘라진 두부분에 수직으로 선을 그으면

빗금이 마치 아래위로 틀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폰쪼 착시는 원근법을 이용했을 때 동일한 크기의 물체가 서로 다른 크기로 보이는 현상을,

티체너 착시는 동일한 크기의 물체라 할지라도

큰 물체 옆에 있을 때가 작은 물체 옆에 있을 때보다 작아보이는 현상을 나타낸다.

그런데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이 커보이는 이유를

그동안 많은 학자들은 티체너가 제시한 비교착시에서 찾으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지평선 가까이에는 산이나 건물 등이 있기 때문에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이 비교 대상이 없는 중천에 뜬 달보다 커보인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그럴듯하다. 그래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학자들이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이 커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이용됐다.

그러나 왜 작아보일 수도 있는데, 하필 커보이는가. 특히 티체너 착시는 비교되는 물체가 작아야 커보인다.

그런데 주변 산이나 건물은 겉보기에 달보다 훨씬 더 커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평선의 달이 중천의 달보다 작아보여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좀더 구체적으로 따져 물으면 얼버무리는 수밖에 없었다.


맨눈과 망원경의 차이


 

지평선에 떠오른 보름달은 지평선의 어떤 사물보다 멀리 있다.

관측자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어 지평선의 보름달을 크게 키우는 것이다. 

 

 


착시의 또다른 하나로 ‘거리착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시신경으로부터 전달된 정보 즉, 화상을 분석한다.

이때 화상 속에 있는 어떤 물체의 크기를 물체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짐작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겉보기 크기를 원래보다 큰 것으로 착각하는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되는데, 이를 거리착시라 한다.

목성의 겉보기크기는 대략 달의 1/30 정도이다.

따라서 배율이 30배인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면 맨눈으로 본 달의 크기와 비슷해야 한다.

그러나 망원경을 통해 본 목성은 맨눈으로 보는 달보다 훨씬 작다고 느낀다.

만약 목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달이 위치해 있을 때

한눈으로는 망원경을 통해 목성을, 다른 눈으로는 달을 직접 보며 비교해보면

그제야 두개의 겉보기크기가 거의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왜 그럴까?

맨눈으로 보는 달은 실제 그런 것처럼 아주 멀리 있다고 느끼지만

망원경을 통해 본 목성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같은 겉보기크기라 할지라도 멀리 있는 물체가 커보이는 착시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망원경으로 지상의 물체를 볼 때에도 동일하게 느껴진다.

필자는 운좋게도 경관이 좋은 방을 연구실로 배정받았다.

창너머로는 멀리 떨어진 전파천문대 건물이 보이고 그곳으로 가는 굽어진 도로도 보인다.

그 도로 한곳에는 지름 1m 정도의 반사거울이 설치돼 있다.

굽어진 도로에서 상대방 차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것이다.

그리고 필자의 연구실에서 그 거울까지의 거리는 약 1백10m가 된다.

재미있는 점은 연구실에서 볼 때 그 거울의 시직경은 0.5°, 즉 달의 크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비록 달의 아름다움을 따를 리는 없겠지만 가끔 그 거울의 뒷모습을 보곤 한다.

착시를 느껴보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실 창에 10원짜리 동전을 하나 세워놓는다.

크기가 2.3cm인 동전을 2.5m 정도 떨어져서 보면 역시 달의 겉보기크기와 같아진다.

그리고 그 동전과 1백10m 떨어진 거울의 뒷면을 번갈아 보면서 겉보기크기를 비교해본다.

그러면 놀랄 정도로 거울이 커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혼자만의 착각일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실 앞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비교해보도록 했는데,

그 결과 모두가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동전의 겉보기크기가 거울보다 약 1.5배 정도 돼서야 두개가 서로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예리한 관찰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천체투영관에서 본 북두칠성이 실제 밤하늘에서 본 북두칠성보다 훨씬 작아보인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 모두가 거리착시 때문이다.


멀리 있다고 생각해 커보인다

금년 초 미국 심리학자 로이드 카우프만과 물리학자인 아들 제임스 카우프만이

거리착시에 관해 재미있는 실험을 수행했다. 그들은 특수장치를 통해 입체적인 달 이미지를 구현했다.

즉, 특수장치에서 나온 달 이미지가 마치 실제하늘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달 이미지는 두개를 사용했는데 하나는 배경에 고정시키고 또다른 하나는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카우프만 부자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움직일 수 있는 달을

자신들과 배경(배경에는 고정된 달이 있다) 사이에 중간지점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위치시키도록 요청했다.

이때 배경하늘은 각각 지평선의 하늘과 중천으로 바꿔가며 실험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움직이는 달을 지평선에 고정된 달이

배경으로 있을 때 중천의 경우보다 더 먼 곳에 위치시켰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지평선의 달이 중천의 달보다 더 멀리 있다고 착각했다.

지평선의 달은 거리착시 때문에 커보였던 것이다.

필자 역시 국립중앙과학관의 천체투영관에서 이와 유사한 실험을 해보았다.

천체투영관에서는 별들뿐만 아니라 달도 돔 벽면에 비춰볼 수 있다.

그래서 중천에 뜬 달과 동쪽에서 방금 뜬 달의 겉보기크기를 비교해볼 수 있었다.

그 결과 방금 뜬 달, 즉 지평선 가까운 달이 약간 더 커보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원했던 만큼 커보이지는 않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상적 실험상황이 못됐기 때문이다.

즉, 돔의 반지름은 10m 정도에 불과해 이에 따른 거리효과가 심하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똑같은 크기를 가진 두개의 애드벌룬을

하나는 긴 끈에 연결시켜 높은 건물꼭대기에 매달아 하늘 높이 띄우고

또 하나는 관측자로부터의 거리가 공중에 뜬 것과는 같지만 땅바닥에 둔다면,

하늘 높이 뜬 애드벌룬이 훨씬 작아보일 것이다.

- 출처 : 과학동아, 김봉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무던히도 달을 좋아하는 민족

 

 

서양인들에게는 낮은 신이 지배하고 밤은 악마가 지배한다는 통념이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자연히 밤의 상징인 달이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보름달은 서양인들에게 거의 공포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예를 들어, 13일 금요일에 보름달까지 뜨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외출을 나가지 않을 정도다.

귀신이나 유령이 나타나는 것, 또는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것, ……, 모두 보름날 밤에 이루어진다.
여기에 반해 동양에서 보름달은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도깨비나 귀신들 또한 달이 없는 밤에나 활동하지 감히 보름달이 뜬 밤에는 나오지 못한다.

우리는 달이 밝으면 ‘달맞이’를 가는 것이다.


보름달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달

 

추석날 온 가족이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린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에 앉으면

보름달은 동산 위에, 마치 화투의 8광 모습처럼 걸려 있게 된다.

이 보름달이야말로 ‘태평연월’인 것이다. 실제로 8광은 음력 8월 보름달, 즉 추석 달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화투 1광에 나오는 음력 1월의 천체는 정월 대보름을 의미하는 달일 수도 있고

솔이나 학과 함께 연하장을 만드는 해일 수도 있다.



 

초승달과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 모양의 그믐달은

새벽 동쪽 하늘에 떠 있다가 해가 뜨면 곧 여명 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그믐달은 동양에서 유일하게 인상이 좋지 않은 달로 알려져 있다.

시와 문장에서 비운의 주인공들이 그믐달에 자주 비유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화투에서도 좋지 않은 의미를 지닌 음력 4월 흑싸리 패에 그믐달이 나오는 이유 또한 바로 이것이다.

자세히 보면 종달새 뒤에 빨간 그믐달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화투는 오락기구에 불과하지만 자연을 담고 있기 때문에 눈여겨볼만한 가치가 있다.

음력 2월에는 매화가, 음력 3월에는 벚꽃이, ……, 피는 것이다.

하지만 음력 12월에 비가 오는 것으로 미루어 화투는 원래 우리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맨눈으로 보이는 달나라 토끼


우리는 어려서부터 토끼가 달에서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아마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최초의 SF(Science Fiction, 과학소설)가

바로 달에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 이야기일 것이다. 토끼는 고구려의 무덤 벽화에도 등장하고 있다.

관심만 가지면 맨눈으로도 잘 보이는 이 ‘토끼’의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사람이 너무 많다.

보름달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기 바란다.

은 부분이 마치 토끼와 절구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토끼는 왼쪽에 앉아 있다. 맨보름달 윗부분에 커다란 토끼의 머리가 있다.

 

 

 

천문학 공부의 시작은 달에서 토끼를 찾는 데에서 시작된다.

문제는 교사들도 거의 자기 눈으로 직접 토끼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어떻게 달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교에서 달의 크기는 지구의 1/4이고 중력은 1/6이라는 식으로

숫자만을 배우면서 정작 진짜 달을 유심히 볼 기회는 놓쳐버린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니까 과학은 재미없는 과목이 되어버리고

결국 머릿속에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달에서 토끼를 찾는 일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다.

최근 보름달을 이용한 광고, 영화, 예술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주의 깊게 보면 토끼가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경우가 참 많다. 즉, 필름을 뒤집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작품은 일단 세계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꼭 토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남북이산가족들이 만났다가 아쉽게 헤어질 때 남기는 말,

‘달을 보며 서로를 잊지 말자’ 속에는 달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정서가 녹아들어 있다.

화려한 해보다 은은한 달을 더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이 우리 민족 특성 중의 하나이다.

 


자주 틀리는 달 모습 인용


달은 매일 모양이 변하는데

음력 3∼4일에는 눈썹 모양의 초승달이 떴다가

점점 더 살이 쪄서 음력 7∼8일에는 반달, 상현달이 된다.

상현달 이후 다시 또 살이 쪄서 음력 15일에는 둥근 보름달이 된다.

보름달이 지나면 살이 빠지기 시작하여 음력 22∼23일에 이르러

모양이 상현달과 반대인 하현달이 된다.

그리고 살이 더 빠지다가 음력 26∼27일에는 다시 눈썹 모양의 그믐달이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배우는 내용이지만 모르는 어른들이 의외로 많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와 달의 겉보기 크기가 같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해가 달보다 지름이 약 400배 큰 대신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약 400배 더 멀기 때문이다.

지구는 달보다 약 4배 더 크므로 해는 지구보다 약 100배 더 큰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고정 관념이다.

물론 해는 항상 낮에 뜨지만, 달은 새벽, 오전, 오후, 저녁, 한밤중, …, 아무 때나 뜨고 진다.

초승달은 초저녁달이다.

초승달은 해가 질 때 해 근처에 머물다가 해가 지면 곧 따라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검객이 자정에 만나 결투를 하는 영화 장면이나

깊은 밤을 배경으로 한 삽화에 초승달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잘못 인용되는 달의 모습을 우리는 주위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문의 만평을 보면 배경이 깊은 밤인 경우가 있는데

달은 여전히 초승달로 그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질 무렵 해와 달의 모양에 따른 상대적 위치.


 

상현달은 해가 질 때 남쪽 하늘 높이 떠 있다가 자정 무렵 지게 된다.

보름달은 해가 질 때 뜨고 해가 뜰 때 진다.

군에서 보름날 작전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달이 밝아서가 아니라 달이 밤새도록 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현달과 모양이 반대인 하현달은 해가 뜰 때 남쪽 하늘 높이 떠 있다가 정오쯤 지게 된다.

초승달과 모양이 반대인 그믐달은 해가 뜰 때 해 근처에 머물다가 해가 떠오르면 사라진다.


- 국정브리핑 2004년 11월 9일에 게재된 글.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2005년 01월 17일, 동아사이언스

 

 

 

 

 

 

 

 우주를 숭상하는 우리 민족

 

 

 

천체 한두 개를 상징으로 만들어진 국기는 꽤 많다.

예컨대 바로 우리 이웃인 일본의 국기는 해를 상징하고 있다.

반면 태극기는 세계의 수많은 국기 중 유일하게 ‘우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것만으로도 지구상에서 우리 민족만큼 우주를 사랑하고 숭상해 온 민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민족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자랑스러운 ‘우주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다.

심지어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축복받지 못한 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많다니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민족에 대하여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 일은 시대를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늘에 빌지 않고는 직성 안풀려

 

태극기와 마찬가지로 애국가에 나오는 ‘하느님’ 또한 우주를 숭상하는 우리 민족의 전통을 말해 주고 있다. 오죽하면 ‘개천절’, 즉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공휴일까지 가지고 있을까.

외국인들은 초현대식 빌딩을 짓고 나서도 돼지머리 놓고 고사를 지내는 한국인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행위 자체가 바람직하다 아니다 논하기에 앞서,

그것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지내온 ‘제천행사’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하늘에 빌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우주민족인 것이다.

나는 미국 유학시절 한 외국인의 질문에 무척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 질문은 바로 한국인의 ‘공통정신’에 관한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3·1 정신, 새마을정신, 국민교육헌장, 충무정신, ……,

어느 것 하나 나의 가슴을 진정으로 채우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던 것이다.

국내에서 대학까지 나온 내가 그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 것이 한심하였지만,

문제는 그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었다.

나는 같은 질문을 주위의 한국인들에게 수없이 던져 보았지만

시원스럽게 들리는 대답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나오지 않았다.

나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되어 몇 년이나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우리는 우주민족이고 공통정신은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려는 정신이다.

우주의 섭리를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우리는 ‘선비’라고 부르며 추앙하였다.

‘천벌’을 두려워하며 의로운 삶을 추구하다 보니

‘가난한 선비’가 자연스럽게 우리 민족의 영원한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옛 그림에는 언제나 선비가 나온다.

그림에 나오는 낚시꾼은 단순한 어부가 아니라 세월을 낚는, 자연을 관조하는 선비이다.

모든 선비들이 귀거래 후 누리고 싶은 ‘선비다운 삶’이 그림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우리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가장 의미 있는 삶이다.

하지만 앞으로 내 칼럼에서 정의되는 선비는 꼭 ‘공부를 많이 한 양반 남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비란, 예를 들어, 음식에 음양오행의 원리를 담으려고 노력한 옛날 여인들,

약초를 연구하던 사람들, ……, 등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선비라는 점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나라가 융성할 때 천문학도 발전

 

 

 

우주를 숭상해온 민족이니 관찰 또한 게을리 했을 리가 없다.

수천 년 된 고인돌에 새겨져 있는 별자리들이 증명해 주듯이 우리 민족은 태곳적부터 우주를 관찰해왔다. 이러한 전통이 있었기에 국사에 기록된 사실만을 토대로 살펴보더라도

첨성대, 서운관, 관상감 등의 독립된 국립 천문기관들이 연연히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사를 통해 살펴보면 나라가 융성할 때는 반드시 천문학도 발전하였다.

예를 들어, 고대 서양에서 지중해의 상권을 페니키아가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페니키아 천문학 덕분이었던 것이다.

이는 천문학 없이는 항해술이 발달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중의 하나가 바로 해군 천문대라는 사실도 이를 증명해준다.

우리 민족의 훌륭한 천문학 덕분에 고려는 해상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을 보면 반드시 천문관이 등장하는데

이는 물론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주로 점을 치고 앉아 있는 천문관의 역할이다.

해상왕국인 고려에서 천문관은 틀림없이 제갈 공명과 같은 책사의 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잃어버린 우리 천문학사' 있을 것


그 이전에 통일신라시대 장보고는 어떻게 인도나 중국까지 항해를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사실까지 고려한다면 국사학계에서 주장하는 ‘잃어버린 우리 상고사’ 만큼이나

‘잃어버린 우리 천문학사’도 존재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주에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나는 언제나 해, 달, 별이 있다고 대답한다.

과학적으로도 틀리다고 할 수 없을뿐더러 유치원 아이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해, 달, 별 같이 아름답고 순수한 우리말이 살아 있다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해, 두 해, ……, 하는 해가 바로 하늘의 해요, 한 달, 두 달, ……, 하는 달이 바로 하늘의 달이다.

즉 지구가 해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해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달인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해, 달, 별 같은 말이 살아 있는 것도

우리 민족이 태곳적부터 우주와 하늘을 관찰하여온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멋진 해라는 이름을 두고 굳이 ‘태양’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옛날 달을 부르던 ‘태음’이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 국정브리핑 2004년 11월 9일에 게재된 글.
- 2005년 01월 17일 동아사이언스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달은 왜 크기가 변할까

 

둥근 보름달이 떠오른 날 등산을 하거나 시골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밤길이 그다지 어둡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밝은 달빛이 만든 그림자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런 날에는 표면의 밝고 어두운 부분이 선명해 예로부터 토끼나 사람의 얼굴을 연상하기도 했다.

밤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의 친구 달은 우주의 신비에 다가서는 첫번째 관문이다.


음력을 알면 달이 보인다



달의 겉표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떠오르는 달은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천체다.

음력 한달을 기준으로 달은 초승달에서 시작해, 상현, 보름, 하현, 그믐까지 모양을 바꾼다.

이러한 변화를 반복하는 이유는

태양과 지구, 달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태양빛을 반사하는 달 표면이 다른 각도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음력으로 초하루가 지날 쯤이면 해진 후 서쪽 하늘에 가느다란 눈썹 모양의 초승달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때 “야! 초승달이 떴다!”고 말한다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초승달은 이른 아침에 이미 떠올라 저녁때는 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온종일 하늘에 떠 있던 초승달이 밝은 태양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음력 7, 8일이 되면 달은 ‘반달(상현달)’이 되고 밝기도 밝아진다.

물론 달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자정까지로 길어지게 된다.

음력 15일 경에 볼 수 있는 보름달은 해질 무렵에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를 채비를 서두른다.

반달에 비해 10배 가량 밝은 보름달은

밤새 밤하늘을 밝히고 새벽에 이르러서야 서쪽 지평선 너머로 지게 된다.

보름달 이후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한 달은 음력 21일 경에는 다시 ‘반달(하현달)’이 된다.

하현달은 자정 무렵부터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달이 뜨는 시간은 점점 새벽으로 가까워지며

음력 29일 경에는 이른 새벽 동쪽에서 그믐달을 볼 수 있다.

음력의 날짜보다 더 정확히 달의 모양을 표현하는 것은 ‘월령’이다.

월령은 말 그대로 달의 나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삭(달이 안 보이는 때)을 월령 0일로 해서 달의 모양 변화를 날짜 단위로 나눈 것이다.

삭에서 다음 삭까지는 29.5일이며 월령 14.8일은 보름달을 나타낸다.

음력날짜를 보면 월령을 짐작할 수 있지만 날짜는 실제로 월령보다 1-2일 정도 앞서 간다.

그 이유는 달이 ‘삭’인 날에 월령은 0일이지만 음력에서는 그날을 1일로 삼기 때문이다.

음력과 월령을 알면 달의 뜨고 지는 시각과 밝기, 겉모양 등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달에 관한 7가지 상식

1. 지구가 농구공이라면 달은 야구공이다.

달의 지름은 3천4백76km로 지구 지름의 약 1/4에 해당하며,

미국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는 것보다 약간 작다.

2. 달의 물질은 지구의 물질보다 가볍다.

질량으로 치면 달 81개를 합쳐야 지구와 맞먹는다.

야구공 81개의 부피가 농구공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달을 이루고 있는 물질의 밀도가 지구의 것보다 훨씬 작음을 알 수 있다.

3. 달에서는 지구에서보다 힘이 세진다.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1/6이다.

따라서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은 달 표면에서는 10kg 밖에 나가지 않는다.

지구에서는 못 드는 역기도 달에서는 쉽게 들 수 있다.

4. 한번 찍은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달에는 공기가 거의 없어 침식작용이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스트롱이 찍어놓은 발자국은 수십만년이 지나도 보존될 수 있을 정도다.

5. 낮에는 여름옷, 밤에는 겨울옷을 입어야 한다.

달에서는 일교차가 심해 햇빛이 비치는 곳은 약 1백20℃로 치솟으며,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은 -1백80℃ 정도까지 춥다.

지구에서처럼 대기가 열을 골고루 섞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6. 달의 크기는 날마다 변한다.

달은 타원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지구와 가까워지는 근지점에서는 시직경이 33.5′로 커 보이고

원지점에서는 29.4′로 작아 보인다.

그러나 두 위치의 달을 동시에 놓고 비교해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7. 달의 자전축은 공전면에 대해 6.6°만큼 기울어져 있다.

또한 달의 공전궤도면은 지구의 공전면에 대하여 약 5°가량 기울어져 있다.

만일 달의 공전궤도면이 이처럼 경사져 있지 않다면 한달에 한 번씩 일식과 월식이 일어나게 된다.


달은 왜 곰보인가

 

 

달에 찍힌 우주비행사의 발자국

 

 

달을 보았을 때 검고 평평하게 보이는 지역을 ‘바다’라고 부른다.

이 지역이 어두운 색조를 띠는 이유는 현무암질의 용암대지로 돼있기 때문이다.

17세기 초의 관측자들은 이들 어두운 지역이 물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믿고 바다라고 불렀던 것이다.

바다 지역은 대체로 매끈한 평원처럼 보이며, 그 가장자리에는 산맥들이 둥그렇게 감싸듯이 발달해 있다.

달 내부의 용암이 흘러나와 바닥을 매끈하게 채운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달 표면에서 바다를 제외한 지역으로, 바다보다 밝은 색조를 띠고 있는 고지대를 ‘대륙’이라고 부른다.

이 곳에는 각양각색의 크레이터들이 빽빽하게 밀집돼 있는데,

대륙에 분포된 암석에는 칼슘(Ca)과 알루미늄(Al)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밝게 보인다.
달 표면의 크레이터들은 대부분 운석의 충돌로 만들어졌는데

이외에도 화산이 폭발하거나 표면이 꺼져내려서 생성되기도 한다.

달이 아주 어렸을 때 운석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는데,

운석이 달 속으로 파고들면서 표면을 파헤치고 구덩이를 만들었다.

또 이때 퉁겨져 나온 물질들이 사방으로 퍼져 빛줄기(광조)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반반한 모래에 돌멩이를 세게 던지면 이와 비슷한 구덩이가 만들어지는 것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된 분화구들은 평평한 바닥과 뾰족하고 둥근 테두리를 갖고 있으며

중앙에 봉우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달 표면에는 서울시가 수십개나 들어갈 수 있는 크기(60-3백km)의 크레이터들도 2백여개나 있다.

달 표면에는 폭이 좁은 줄무늬들을 많이 볼 수 있는 데 이들을 ‘열구’라고 부른다.

열구는 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기도 하고 뱀처럼 꾸불꾸불 굽이친 듯이 보이기도 한다.

열구는 아직 확실한 생성원리가 알려져 있지 않다. 물이나 용암에 의해 형성됐다고도 하고,

용암이 흐르던 튜브같은 터널이 붕괴된 것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달 모양이 변하는 이유

●준비물
큰 손전등, 배구공 또는 농구공

●실험방법
방안을 어둡게 한 다음 한손에 공을 들고 있자. 그리고 한쪽 구석에 손전등을 놓고 배구공을 비추게 한다. 손전등과 배구공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이루는 각도를

0도에서부터 약 30도 간격으로 1백80도까지 바꾸어 가며

손전등의 빛으로 밝게 보이는 배구공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자.

배구공과 손전등을 일직선상의 같은 곳에 위치시킨 다음

배구공은 정지시킨 채 배구공 주위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며 배구공의 모습을 살펴본다.

각 위치에 따라 초승달, 반달, 보름달과 같은 모습을 가지는 배구공을 볼 수 있다.

●확인하기
달의 모습이 바뀌어 나타나는 것을 위상변화라 한다.

실험에서 보듯이 달의 위상변화는 달과 지구, 태양이 이루는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에는 달 이외에도 위상변화를 보이는 2개의 행성이 또 있다.

수성과 금성이 그것으로 이들도 망원경으로 수개월 관측해보면 모양이 달과 같이 변한다.

내행성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각도가 변함에 따라 위상이 변하는 것이다.


달 표면의 크레이터 만들기

●준비물
나무상자, 흙, 밀가루, 돌멩이 또는 구슬, 의자.

●실험방법
나무상자에 흙을 채운 다음 맨 위에 밀가루를 뿌려 얇은 층을 만들고 다시 얇게 흙을 덮는다.

나무상자에 돌멩이나 구슬을 던져 크레이터를 만들어 보자.

돌멩이가 부딪히는 순간 흙 아래에 있던 밀가루가 밖으로 노출되며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달 크레이터 옆으로 퍼져나간 빛줄기(광조)와 같은 원리를 보여준다.


이번에는 상자에 물을 뿌려 진흙과 같은 상태로 만든다.

그런 다음 진흙 위에 작은 돌멩이나 구슬을 던진다.

그냥 떨어트려 보기도 하고 세게 또는 약하게도 던진다.

돌멩이의 무게나 던지는 속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크레이터가 만들어진다.

●확인하기
달의 크레이터는 주로 운석이 충돌해 생긴 것이다.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들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크기가 작은 것들은 타서 없어지지만,

대기가 없는 달에는 작은 운석들도 달 표면에 크레이터를 만들게 된다.

이 실험에서는 돌멩이의 무게나 던지는 속도,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크레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크레이터를 만든 흙 표면에 천천히 물을 부어 보면

크레이터들이 평평하게 매워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용암 분출에 의해 달의 바다 지형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과학동아
- 김지현, 김동훈 안성천문대

 

 

 

 

 

 

달은 원래 두 개였다?

 

과학이 어렵다는 기존의 생각을 깨드리는 시간, ‘신나는 과학뉴스’입니다.

오늘은 달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준비돼 있습니다.

‘수천만 년 동안 지구에는 2개의 달이 떠 있었다’고 하는데요.

연구결과를 발표한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에릭 애스포그(Erik Asphaug) 박사와

스위스 베른대의 마틴 젓지(Martin Jutzi) 박사를 모셨습니다.

에릭 : 안녕하세요? 에릭 애스포그라고 합니다.

마틴 : 마틴 젓지입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8월 4일자 ‘네이처’에 ‘달이 2개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이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에릭 : 네, 정말 깜짝 놀랄 결과입니다.

달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면과 뒷면이 무척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달의 앞면은 우리가 ‘달의 바다(마리아)’라고 부르는 낮고 평평한 땅이 많아요. 이곳은 마치 용암이 흘러내린 것처럼 보이죠.

반면 달의 뒷면에는 평지가 적어요. 또 높고 거대한 산지로 이뤄져 있고요.

달이 왜 이렇게 생겼을까를 연구하다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우리가 주로 보는 부분이 달의 앞면이죠?

달의 자전주기(달이 스스로 한 바퀴 도는 시간)와 공전주기(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가 같다 보니

지구에서 달의 한쪽 부분만 볼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마틴 : 그렇습니다. 지구에서 보이는 부분이 달의 앞면입니다.

우리가 달의 뒷면에 대해 알게 된 건 아폴로15호가 만든 달 지형도 덕분이죠.

달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먼저 달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아야 합니다.

여러 가설이 있지만 이중 가장 유력한 건 ‘대충돌설’이에요.

에릭 : 대충돌설이라면? 어떤 행성들끼리 부딪치는 것 말인가요?

마틴 : 맞습니다. 태양계 초기, 지구는 화성만 한 크기를 가진 행성과 부딪혔는데요.

두 행성이 합쳐져서 지금의 지구가 됐고, 나머지 물질이 지구를 돌다가 다시 뭉쳐서 달이 됐다는 겁니다.

대충돌 때 생긴 영향이 워낙 커서 지구뿐 아니라 달 전체에도 마그마가 바다처럼 넓게 퍼졌을 겁니다.

이 마그마가 식으면서 딱딱해지고 달의 맨틀과 표면을 이루게 됐고요.

그렇다면 달 전체에는 마그마가 굳어서 만들어진 물질이 많겠네요.

에릭 : 네, 하지만 실제로 마그마가 식으면서 생긴 물질들은

달 전체가 아니라 달의 앞면에 주로 퍼져 있습니다. 신기하지 않으세요?

마틴 : 결국 달의 앞면과 뒷면에서 발견되는 물질이 다르다는 건데요.

이것도 두 개의 달이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각을 이루고 있던 물질이 달랐을 테니까요! 와우!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뛰네요!

충돌하고 남은 물질들은 지구나 달로 끌려들어갔을 것 같은데요. 달이 하나 더 있는 게 가능한가요?

에릭 : 물론 대충돌 후 나머지 물질은 중력 때문에 지구나 달로 끌려갔죠.

하지만 달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은 어떨까요?

이곳에 있던 작은 천체들은 어느 쪽으로도 끌려가지 않겠죠.

덕분에 이런 지점에 있던 머무르는 천체들은 오랫동안 살 수 있습니다.

여기를 ‘라그랑주 지점’이라고 하고, 여기에 머무는 천체를 ‘트로이 소행성’이라고 해요.

우리 연구 결과 과거 지구와 달 사이에도 이런 ‘트로이 달’이 있었어요.

지름은 달보다 3배 작고 질량도 달의 4% 밖에 안 되는 작은 녀석이었답니다.

달과 같은 궤도를 돌던 트로이 달이 달과 부딪치고, 달의 뒷면에 산지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① 트로이 달이 초속 약 2.4㎞의 느린 속도로 달과 부딪힌다.

② 완전히 굳지 않았던 달 표면의 마그마가 트로이 달과 충돌해 일그러진다.

③ 트로이 달은 달과 합쳐져 혹처럼 보이는 높은 지형을 만들었다.

④ 시간이 지나면서 달은 다시 공 모양에 가깝게 변했다.

사진 출처 : 네이처

 


아하! ‘트로이 달’이라고 하니까 잘 이해가 되네요.

그게 ‘달의 뒷면’이나 달의 앞면과 뒷면을 이루는 물질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마틴 : 두 개의 달이 충돌했다는 걸로 그걸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트로이 달은 달고 따로 지구를 돌고 있었는데요. 아주 느린 속도로 달과 부딪치게 됩니다.

그래서 달의 뒷면에는 산지가 있고, 달의 앞면과 다른 물질이 된 거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보니

트로이 달과 달의 충돌속도가 초속 2.4km 정도일 때 지금의 지형이 나타났어요.

초속 2.4km라면 1초에 2.4km를 간다는 건데 그게 느린 편인가요?

에릭 : 일반적으로 소행성이 지구나 달에 부딪치는 속도는 초속 7~20km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아주 느린 편이죠. 보통 빠른 속도로 떨어진 운석은 커다란 구덩이(크레이터)를 만들고,

녹아서 없어집니다. 하지만 아주 느리게 충돌한 트로이 달은 녹지 않고 그대로 달에 합쳐졌어요.

그대로 합쳐졌다고요? 천천히 부딪쳐서 그런 효과가 나타난 건가요?

마틴 : 맞아요. 트로이 달은 아마 충돌한 부분에 빈대떡처럼 납작하게 들러붙었을 거예요.

그리고 이 부분에 높은 산이 만들어진 거죠.

또 트로이 달이 부딪치면서 원래 달에 있던 마그마는 옆으로 밀려나게 됐어요.

그래서 달의 마그마가 굳어진 물질은 주로 달의 앞면에 있는 거죠.

그러니까 달의 뒷면에 있는 높은 산지는 트로이 달이 천천히 붙어서 생긴 지형이라는 설명이네요.

또 달의 앞면과 뒷면을 이루는 물질이 다른 것도 충돌 때문에 마그마가 밀려갔던 거고요.

에릭 : 만약 달에서 찾은 암석이 만들어진 시기가 다르다면 우리 연구의 좋은 증거가 될 겁니다.

트로이 달은 달보다 크기가 작아서 마그마가 일찍 굳었을 겁니다. 먼저 암석이 됐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달의 앞면은 트로이 달이 부딪칠 때까지도 완전하게 굳지 않았어요.

트로이 달이 부딪친 달의 뒷면에는 먼저 만들어진 암석이 있고,

달의 앞면에는 마그마가 늦게 굳으면서 만들어진 물질이 있겠죠.


마틴 : 달의 뒷면에서 찾은 암석이 달의 앞면에서 발견된 암석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면

우리의 가설을 증명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달의 뒷면에서 가져온 암석은 없답니다.

그렇군요. 앞으로도 연구할 게 많아 보입니다.

마틴 : 2009년부터 활동 중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궤도 탐사선(LRO)의 자료와

이번 9월에 발사될 달 중력장 탐사선(GRAIL)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에릭 : 언젠가 달의 뒷면에 사람이 가서 암석 표본을 가져온다면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도 있겠죠!

두 박사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달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같았습니다.

왠지 이번 추석에 보름달을 보게 되면 색다른 느낌일 것 같네요.

앞으로도 달의 비밀을 멋지게 풀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1년 09월 04일 동아사이언스, [항우연의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