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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의 새로쓰는 불교미술] 2. 용의 얼굴은 '영기싹'으로 구성되어 있다.

Gijuzzang Dream 2011. 11. 3. 21:03

 

 

 

 

 

 

 

 

 

 2. 용과 영기싹과 보주의 상관관계 

 

 

 

용의 얼굴은 '영기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지난 회에 용의 얼굴 모든 부분들을 살펴서 모두가 영기싹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아냈다.

그러면 ‘영기 싹’이란 무엇인가?

영기 싹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영기)의 화신(化身)들을 구성하는

최초의 그리고 최소의 단위 모양으로, 생명의 최초의 새싹을 말한다.

대생명력(영기)의 싹이므로 ‘영기 싹’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그 영기 싹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며 무엇으로도 생성 변화할 수 있으며,

따라서 만물생성의 가시적 근원이라 할 수 있다.

 

그 형태는 도르르 말린 것으로 대부분의 식물이 싹틀 때 그런 형상을 띠며, 동물 또한 그런 형상을 띤다.

땅에서 싹트는 식물의 싹은 실은 물에서 싹튼 것이다.

땅이 물을 흠뻑 머금어야 새싹이 튼다. 그 도르르 말린 싹은 자라서 무한한 다른 형태를 띠며 성장한다.

그 영기 싹의 형태는 같은 형태를 다양하게 조합하여 무한한 영기문을 탄생시킨다.

우리가 흔히 장식무늬라고 말하며

지나치는 일체의 무늬가 우주생성의 원리를 표현한 영기문임을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영기 싹은 모든 영기문의 시발점이며, 모든 영기문의 구성요소이며,

영기 싹이 없으면 영기문은 성립할 수 없다.

영기 싹은 용을 구성하며, 영기싹은 보주가 되며,

영기 싹은 연꽃에 부여되어 현실의 연꽃을 다른 차원의 영화된 연꽃으로 승화하므로,

영기 싹은 따라서 만물의 근원이 된다.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영기싹이 제1영기싹이고,

이것이 전개되어 제2영기싹이 성립하고, 다시 제3영기싹이 성립하는데,

이 세 가지 형태가 만물생성의 근원이 되어 모든 영기문의 구성요소가 된다.(도 1)

 

먼저 제1영기싹이 성립하고, 갈래를 이루면서 제2영기싹이 성립하고,

갈래 사이에서 만물이 탄생하는 것을 상징하는 제3영기싹이 성립한다.

영기싹 전개의 기본원리는 내가 수많은 영기문을 분석하면서 발견한 기본 도형이며,

이 기본 도형에서 무한하고 다양한 영기문이 성립하는 기적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용만이 영기싹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고,

봉황도 기린도 백호의 도상들도 다양한 영기싹으로 구성된다.

이런 영수(靈獸)들은 물론 식물무늬 같은 덩굴무늬 일체가 모두 영기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기싹은 우주에 충만한 생명력 무엇으로도 생성 변화할 수 있어

형태는 도르르 말린 모양으로 식물 싹틀 때 형상…근원은 ‘물’

눈 코 입에서는 寶珠가 표현돼 귀목(鬼目)이 아니고 용목(龍目)

 

그러면 왜 용을 다양한 영기싹으로 구성하였을까?

만일 그렇다면 용은 ‘하나의 영기싹’으로 귀결한다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용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영기싹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영기싹은 영기의 싹이다.

대생명력의 싹이다.

 

그런데 생명력의 근원은 ‘물’이다.

그러므로 특히 불화(佛畵)를 공부하며 차차 알게 되겠지만 영기싹은 항상 물에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영기싹은 물을 상징하며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 물을 조형화할 때 제1영기싹을 연이어서 나타낸다.

따라서 용은 물을 상징한다. 앞으로 왜 용이 물을 상징하는지는 더 확실한 증거물을 제시할 것이다.

 

자, 그러면 지난 추녀마루기와 용면와에서 눈을 보주라고 말했다.

처음 듣는 말이어서 아마도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용의 얼굴에는 영기싹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또 하나 중요한 도상이 있다. 즉 보주이다. 

용의 얼굴에는 전체적으로 둥근 보주의 모티브도 역시 많다.

보주는 내포하고 있는 상징이 매우 위대하고 풍부하여 일반인들은 포착하기 어렵다.

앞으로 우리는 이 보주에 대하여 상당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용과 보주를 올바로 파악하려면

여러분이 지금 지식으로 혹은 이미지로 알고 있는 용과 보주는 대부분 틀린 것이므로 집착하지 말고

그동안 배우거나 들은 것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아마 버릴 것도 없을 것이다.

 

용과 보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용에 대한 저서는 더러 있으나 틀린 내용이 너무 많고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개 그런 책을 읽으니 오류가 점점 넓게 퍼져나가고 점점 두텁게 쌓여 간다.

 

 

고려 암막새기와,

보주와 주변의 제3영기싹(유금박물관).

 

용의 얼굴에서 코 위 부분을 보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이마의 양미간에 보주를 두기도 하고 머리 위에 두기도 한다.

앞으로 다루겠지만 입에서 보주를 발산하기도 한다.

입에 보주를 물고 있는 것이 아니고 입에서 발산한다고 표현해야 한다.

 

역시 월지 출토 용면와는 1회의 것과 다른데

일반적으로 신라시대에는 각 법당에 따라 용의 얼굴을 다양하게 만들어 지붕을 장엄한 것 같다.(도 2)

 

용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한 까닭에

한국미술의 역사를 통하여 용의 형상이 모두 다르게 표현되었는데 바로 이 점이 중요한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사래기와 용면와가 중요한 것은 눈이 보주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용의 눈은 이중으로 되어 있는데 보주에서 보주가 무한히 나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보주에서 강력하게 발산하는 불꽃같은 형태로 눈썹을 삼았다.

항상 보주의 속에서부터 강력한 영기가 발산하거나 보주의 주변에서 발산한다.

이 도상으로 눈이 보주임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입에서 두 개의 제1영기싹(붉은 칠을 한 부분)이 양쪽으로 길게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거기에서 영기가 발산한다(녹색으로 칠한 부분).

 

앞으로 계속 다루어질 것이지만, 이 용의 입에서 발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모르고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조형은 용의 입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여래조차도 용의 입에서 화생한다! 원래 이 기와는 사래기와로 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마 한 가운데 둥근 모양(채색하지 않은 하얀 부분)은

사래에 고정시키기 위하여 못을 박았던 구멍이다.

그런데 이 기와를 추녀마루기와로 쓰기 위하여 밑부분을 반원형으로 자른 것이어서,

원 작품에서는 입에서 발산하는 제1영기싹이 잘려나간 것이다.

추녀마루기와의 밑 부분을 잘라서 사래기와를 삼은 예는 많지만,

원래 사래기와로 만들었던 것을 추녀마루기와로 용도를 바꾼 것은 처음 본다.

 

 

   
(도3) 암막새와 수막새기와의 용목=보주(유금박물관).

 

귀면와가 용면와가 확실해진 터에 과거 100년 동안 의심 없이 써왔던

고려기와의 이른 바 귀목(鬼目)도 자연히 그리고 당연히 용목(龍目)으로 바뀌어져야 한다.(도 3)

그리고 용의 눈이 보주라 증명되었으니 보주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만일 표기를 한다면, ‘龍目=寶珠文’이라 해두면 더욱 친절할 것이다.

과거에는 귀면와(鬼面瓦)라 불렀으므로

모두 의심 없이 막새기와의 반구형 형태를 귀신(鬼神)의 눈(鬼目)이라 불렀었다.

왜 귀신의 눈이 지붕에 있단 말인가.

 

 

   

(도4) 황룡사 출토, 사래기와, 고려.

중앙의 보주와 주변의 영기문, 즉 보주의 영기화생

(유금박물관).

 

황룡사 터에서 나오는 고려시대 사각형 사래기와의 중심에 있는 반구형도 용목이고 동시에 보주이며(도 4),

주변의 구름모양은 구름이 아니고 영기문이며 ‘보주의 영기화생’을 나타내주는 고귀한 기와이다.

구름이 아니고 영기문이라는 진실을 밝히는 데에도 앞으로 상당한 지면을 할애할 것이다.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불교신문, 2749호, 2011. 09.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