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감정 프로그램 개발
김정훈 KAIST 교수 연구팀 - “가짜 그림 꼼짝 마”
명화의 위작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영상분석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뇌 시각처리 전문가인 김정훈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지문 분석하듯 그림 속에 있는 미세한 패턴을 정밀 분석해 그림을 감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해 말 KAIST 교내 연구 발표회에서 소개돼 화제를 모았으며, 김 교수는 10월경 열리는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영상분석 기법을 그림 감정에 활용하는 기술은 외국에서는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국내에서는 김 교수가 처음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에릭 포스트마 박사팀이 2004년 반 고흐의 위작을 가려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영상 속에 있는 윤곽선을 아주 잘게 쪼갰을 때 각각의 선이 어떤 각도를 이루는지 분석하거나, 그림 안에 원이나 타원 같은 도형이 어떤 조합으로 분포하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이 결과를 진본과 비교해 차이가 많이 나면 위작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진본에는 30도 각도로 누운 선이 많은데 위작에는 45도 각도로 누운 선이 많다면 작가의 고유한 화풍에서 벗어난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박수근과 이중섭 화백의 작품 다수를 분석했다. 이 작업에는 미술사를 전공한 우정아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먼저 두 화가의 진품 다수를 분석해 공통 패턴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김 교수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는 ‘아낙네의 옆얼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것들을 작가의 고유한 화풍으로 추출해 분석했다”며 “올 2월 법원에서 위작으로 판결난 작품들을 분석해 비교한 결과 실제로 진품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활달한 선으로 대표되는 이중섭의 그림은 선을 잘게 잘라 분석하는 기법을 이용했다.
마찬가지로 위작으로 판명된 작품들은 진품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반면 도록 등에 수록돼 진품일 확률이 높은 작품은 확인된 다른 진품들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하나만으로 특정 그림을 위작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위작 여부는 전문가의 안목감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명화의 위작 여부를 가늠할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개발한 것이 의의”라고 강조했다. - 2009년 05월 22일
[지폐의 과학] 위조, 꼼짝마!
5000원짜리 새 지폐가 5000원짜리 새 지폐가 인기다.
디자인도 바뀌었지만 홀로그램, 색변환잉크 등 위조방지 기술이 돋보인다. 유로화나 일본 엔화에는 진주잉크가 들어가 화폐의 위조를 막는다. 또 머지않아 외계인 형상의 특수 나노섬유가 ‘지문’처럼 포함된 위조방지 지폐가 나올 전망이다. 율곡 이이 선생이 그려져 있는 앞면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동그란 부분이 방향에 따라 한국 지도, 태극과 5000, 4괘 등 3가지 그림으로 바뀐다. 홀로그램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원래 홀로그램은 레이저를 이용해 특정 물체를 입체로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라며 “5000원권에 적용된 것은 필름 한 장에 3개의 장면을 결합시킨 약식 홀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3차원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사람의 얼굴은 비스듬히 보면 옆얼굴이 보이지만 5000원짜리 지폐의 홀로그램은 작은 각도에서만 입체로 나타난다. 물론 복사한 위조지폐에서는 홀로그램이 구현될 수 없다. 홀로그램 아래쪽에 볼록하게 문자를 인쇄했다. 한국조폐공사 위조방지센터 유일영 책임연구원은 “유로화나 일본 엔화에도 적용이 안 된 첨단기술”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여기에 색변환잉크가 적용됐다”며 “이는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서로 다른 물질로 제작된 특수잉크”라고 설명했다. 조개껍데기 안쪽의 색이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진주잉크는 정면에서 투명하게 보이지만 비스듬한 각도에서는 노란색이나 녹색으로 보이는 잉크다. 돌비늘인 운모를 잘게 쪼갠 후 여기에 티탄이라는 화합물로 코팅하면 코팅의 두께에 따라 여러 색상이 나타나는 원리다. “그 효과가 색변환잉크보다 다소 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50유로화 같은 고액권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색에서 녹색, 갈색 등으로 변하는 색변환잉크가 들어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조방지 기술도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지폐에는 자성잉크, 적외선잉크 같은 특수기기 감응잉크가 들어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에는 이 잉크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있어 위조지폐가 유통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폐의 위조를 막기 위해 나노기술이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미국국립과학재단 학술회의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섬유학과 후안 히네스트로사 교수팀이 진짜 지폐라는 것을 증명하는 ‘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노섬유(사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고성능 현미경에서는 그 모양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처럼 보여 ‘에일리언 섬유’라 불린다. 이 섬유에는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특징을 갖는 미세한 입자들이 들어 있다. 이런 특징이 진짜라는 일종의 지문이 될 수 있다. “섬유 속 입자들의 위치나 분포를 제어해 이 바코드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나노섬유가 들어간 지폐는 특정 바코드를 찾아내는 스캐너로 검증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위조방지법인 셈이다.
- 2006년 01월 27일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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