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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 색종이 오리기로 예술작품을 만들다.

Gijuzzang Dream 2011. 6. 30. 22:42

 

 

 

 

 

 

 

 앙리 마티스, 색종이 오리기로 예술작품을 만들다!

 

 

앙리 마티스, <어릿광대 Clown> 1947,『재즈 Jazz』그림책 수록, 종이 오리기 원작을 실크스크린으로 인쇄

 

 

색종이로 만든 이 그림을 보아 주세요.

마치 가위질에 서투른 어린아이가 힘들게 오려낸 것처럼 무늬들이 삐뚤빼뚤 하지만 이것은 놀랍게도 현대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가 제작한 ‘종이 오리기(paper cut-outs)’ 예술작품이랍니다.

 

마티스는 20세기 초 실제 사물의 색과 전혀 상관없는 강렬한 색을 사용한 그림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야수파(Fauvism)의 대표적 화가입니다. 그런데 칠순이 넘은 노년의 화가가 무슨 이유로 아이들 놀이하듯 색종이를 이리저리 오려 붙인 그림을 만들게 되었을까요? 종이 오리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몇 년 전, 마티스는 암 수술을 받은 후 건강이 크게 나빠졌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창작에 대한 그의 열정은 과거 관절염으로 아팠을 때도 낚싯대 끝에 목탄 조각을 매달아서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에 스케치를 했을 정도로 대단했어요. 하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쇠약해지자 마티스는 전에 유화를 그리기 전 시험 삼아 모형을 만들 때 사용했던 종이 오리기란 방법을 떠올렸던 것이죠.

 

그는 조각가가 돌이나 나무를 깎아나가며 원하는 모양의 조각을 만들 듯, 조수들이 색칠해 준 커다란 색종이를 원하는 모양으로 오려내어 큰 종이 위에 붙이는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했어요. 그는 그렇게 만든 작품들을 '가위로 그린 소묘(drawing)'라고 부르며, 죽을 때까지 가위를 놓지 않았답니다.

 

왜냐하면 종이 오리기를 통해 자신이 평생 동안 추구한 예술적 목표를 전통적인 유화나 조각보다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마티스는 회화가 자연을 모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제의 색채와 상관없이 색채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형태를 왜곡하고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발전시켜 나갔지요.

 

색종이로 만든 <어릿광대>를 다시 한번 보세요.

이젠 그가 그런 방법으로 서커스 무대의 어릿광대를 표현했다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을 겁니다.

 

마티스 <춤 I Dance I> 1909, 캔버스에 유채, 259.7×390.1cm, 뉴욕, 근대미술관(MoMA) 소장(좌), 마티스 <춤 II Dance II> 1910. 캔버스에 유채, 260×391㎝,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 소장(우)

 

마티스는 또한 색채를 회화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가 똑같은 주제로 그린 두 점 <춤> 연작의 색채를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세 가지 색채와 간략한 선으로 누드의 남녀가 풀밭위에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한 이 그림들은 닮은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지만, 색채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춤 I>의 색채는 대체적으로 창백하고 차분한 반면, 일 년 후에 그린 <춤 II>에서 훨씬 더 진하고 강렬한 색채로 바뀌었습니다.

색채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춤 I>은 느리고 우울한 느낌을, <춤 II>는 경쾌하고 힘찬 느낌을 줍니다.

 

마티스는 늘 밝고 선명한 색채를 선호했는데요,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20세기 전반은 1,2차 세계대전으로 모두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던 시대였죠.

그래서 평온하고 즐거운 주제와 밝고 눈부신 색채로 그림에 생명과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던 겁니다.

마티스, <다발 The Sheaf> 1953, 흰 종이에 오려 붙이 종이에 구아슈 채색, 293×350㎝,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미술관 소장

 

색종이를 오려서 만든 또 다른 작품 <다발>을 보세요.

부채처럼 펼쳐진 밝고 산뜻한 초록색, 노랑색, 빨강색, 주황색의 잎사귀 모양의 무늬들이 일렁대며 마치 춤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무늬들은 마티스가 여행했던 남태평양의 열대 섬에 서식하는 꽃과 나무, 산호초나 해초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북아프리카 여행에서 목격한 이슬람 건축에 장식된 아라베스크 문양과도 비슷해 보여요.

 

그런데 마티스는 다른 종이 오리기 작품에도 이와 비슷한 무늬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어요.

그 이유는 마치 자연처럼 살아서 움직이듯 그려진 무늬를 통해 그림 속에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와 기쁨과 즐거움을 ‘충전’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마티스는 색채가 지닌 '자비로운 광휘'가 치유력을 갖고 있다고 믿었고, 아픈 친구 주위에 자신의 그림을 걸어주기도 했어요. 게다가 색종이 오리기는 유화보다 더 또렷하고 눈부신 색상과 단순한 형태를 표현할 수 있었으므로 그는 자신의 병실 천장과 벽, 심지어 마루까지도 종이 오리기 작품들로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따라서 마티스를 오늘날 컬러 테라피(Color Therapy)로 널리 알려진 색채요법의 선구자로도 볼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도 마티스의 종이 오리기 작업은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그리는 전통적 회화 제작 방식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훌륭하고 멋진 예술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게다가 그는 ‘만들기 쉬워 보이는’ 종이 오리기 방법을 소개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여러분도 마티스처럼 색종이와 가위를 들고 즐거운 나만의 예술을 시작해 보세요!

 

- 김호정,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강사

- 2011.06.15 하이서울뉴스 [예술, 전통의 경계를 넘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