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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고대자(腰高大字)와 소자(小字), 보통대자(普通大字)와 소자(小字) - 정조 때의 목활자

Gijuzzang Dream 2011. 5. 16. 20:53

 

 

 

 

 

 

 

 요고대자(腰高大字)와 소자(小字)

 보통대자(普通大字)와 소자(小字)

 

 

 

 

정조 연간 중국에서 구입한 목활자

 

 

순조 14년(1814) 7월에 작성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주자소응행절목(鑄字所應行節目)>이라는 책에는

주자소에서 지켜야 할 시행규칙과 함께 주자소에 보관 중인 활자, 책판,

인쇄에 필요한 물품, 책자, 종이 등의 수량도 기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는 1790년(정조 14)과 1791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목활자를 구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활자에 대해서는 이외의 다른 기록이 없고 이 활자로 인쇄한 책도 존재하지 않아,

지금까지 구체적인 고증과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활자 가운데 이때 중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활자가 있다.

이 활자들은 요고대자(腰高大字)와 소자(小字), 보통대자(普通大字)와 소자(小字)로 불리는 활자들이다.

 

요고자(腰高字)는 한자의 뜻 그대로 하면 '허리가 높은 활자'로, 활자의 높이가 높은 활자를 뜻한다.

이 활자들의 높이는 20㎜ 내외로 일정하다.

대자는 가로, 세로가 14×10.7㎜내외, 소자는 7×10.7㎜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시대 활자는 높이가 4~8㎜까지 다양하지만,

보통 6~7㎜ 사이로 8㎜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요고자는 특이하다.

또한 요고자는 측면이 직선을 이루며 바닥면도 곧고 정교하게 마무리하여 직육면체를 이루고 있다.

조선시대의 목활자들이 대부분 아래로 내려가면서 측면이 좁아지는 형태이고

밑면도 정교하게 깎지 않은 것과 대조를 이룬다.

-요고대자의 형태

 

-요고대자와 요고소자의 글씨체

 

 

한편 보통대소자는 높이가 8㎜ 전후로 요고자에 비해 낮은 것을 제외하면, 요고자와 형태가 같다.

글자의 새김 면에서도 이 두 종류의 활자는 대체적으로 획이 가늘고 새김이 날카로운 점이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목활자와 다르다.  

-보통대자의 형태

 

이 두 종류의 활자는 수종(樹種) 면에서도 동일하여 같은 계열의 활자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목활자들은 보통 활자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고 측면이 사선(斜線)이기 때문에

조판(組版)을 할 때 바닥에 젖은 종이 등을 깔아 인위적으로 높이를 맞추었다.

글자가 새겨진 면에는 글자 외의 여백이 거의 없는데 이는

조판할 때 높이를 맞추면서 활자와 활자 사이에도 충전재를 넣어 공백을 두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조선 목활자의 형태

 

 

반면 요고대소자와 보통대소자는

정면에서 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적인 조선시대 활자에 비해 전후좌우, 특히 좌우 여백이 많다.

 

이 두 종류의 활자는 크기와 모양이 거의 일정하여

조판할 때 활자 사이에 완충재를 넣어 조정할 필요 없이 활자끼리 맞물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글자면에 일정한 여백을 두어

인쇄했을 때 글자와 글자가 여백 없이 맞물리는 폐단을 없애려 한 것 같다.

 

 

 

정조가 중국에서 목활자를 구입한 시기는 생생자(生生字)를 만들기 전년과 전전년이다.

목활자인 생생자는 중국 청나라에서 만든 <사고전서취진판(四庫全書聚珍板)>의 목활자 제작 방식을

모방하여 만들었다. 그리고 생생자와 같은 방식으로 금속활자인 정리자(整理字)를 만들었다.

 

정조는 기존 활자의 폐단, 즉 활자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조판할 때 젖은 종이를 붙이거나 글자가 삐뚤거나 흔들리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두 활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생생자를 만들기 전년과 전전년에 중국에서 목활자를 구입했다는 사실은

정조가 활자개량을 위해 중국활자 실물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요고대소자와 보통대소자는 정조가 문제 삼은 활자의 폐단을 해소한 형태이다.

또 앞서 서술한 것처럼 조선시대 일반적인 활자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이런 몇 가지 면에서 이 두 활자가 바로 정조 연간 활자 개량을 위해 중국에서 구입해온 활자로 추정된다.

   

 

 

 

 

-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이재정

-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News, 2011년 5월호, Vol.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