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연재자료)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②조선시대 초상화 가격은?

Gijuzzang Dream 2011. 1. 13. 00:40

 

 

 

 

 

 

 

 조선시대 초상화 가격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 제1487호 ‘서직수 초상’(가로 72.4㎝, 세로 148.8㎝)

구입 가격이 단돈 1원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사실입니다.

문화재를 돈으로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 시세로 치면 수 천만원은 호가할 이 초상화는

조선 후기 천재 화가 김홍도와 이명기가 1796년에 공동 제작한 작품입니다.

유통 경로는 알 길이 없으나 이 초상화는 한 일본인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1916년 이왕가박물관에서 1원에 구입했답니다.

 

초상화의 형식을 벗어난 ‘임경업 초상화’는 1912년에 45원,

중국인물상인 ‘제갈무후도’를 1913년 280원에 각각 구입한 것에 비하면 무척 싼 가격이지요.

당시 1원은 쌀 3되 값으로 지금의 1만원 정도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7년부터 소장 초상화 108점에 대한 정리작업을 해오다 완결편 자료집

<조선시대 초상화Ⅲ>를 최근 발간했습니다.

조선시대 초상화와 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초본 등 141점의 원색 도판이 수록된 이 자료집에는

이들 초상화가 박물관에 들어오게 된 내력과 가격 등을 기록한 유물카드가 첨부됐습니다.

유물카드에 따르면 구입 초상화 1호는

우리나라 첫 박물관인 제실박물관이 1909년 7월 21일 일본인 소장가로부터 150원에 사들인

‘이하응 초상’(보물 제1499호)이랍니다.

조선 후기 궁중 화가 이한철과 유숙이 1869년에 공동으로 제작한 이 초상화는

금관을 쓴 화려한 의상과 근엄한 자태로 흥선 대원군의 당시 위세를 한눈에 보여주지요.



1910년대 초상화 구입가 경향을 살펴보면 반신 초상이나 초본은 가격이 낮고, 전신 초상화와 이를 담은 화첩은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복 전신상 중에서도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은 값이 낮고, 조선 중기보다 후기 초상화가 더 높은 가격이라는 겁니다.

 

‘최연홍 초상’ 등 여인 초상화도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답니다.

박물관이 기증받은 초상화는 모두 20점.

우리 문화재를 수 없이 약탈한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는 1919년 총리대신에 발탁돼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조선총독부박물관에 1점만을 기증했답니다.

 

일본 화가 가노 스네요부가 그린 ‘조태억 초상’으로, 1710년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조선 중기 선비 조태억을 모델로 한 작품이지요.

1774년(영조 50) 시행된 공무원 특별채용시험인 등준시(登俊試)에서 무과시험에 합격한 18명의 초상화를 묶은 화첩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일본 개인 사찰에서 기증했답니다.

 

70세가 넘은 정2품 이상 고위직 관료 단체인 ‘기로소’ 회원들의 초상화집

<기해기사첩(己亥耆社帖 · 보물 929호)>은 ‘성문영어’로 유명한 송성문씨가 내놓았고요.

‘고종어진’을 기증한 이홍근,

‘황희 초상’을 내놓은 황대연 등 문화재를 아무 조건없이 국가에 맡긴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선 후기 무관 ‘이경하 초상’과 숙종 때 학자 ‘이재의 초상’이

2008년과 2001년 경매에서 각각 1억원과 1000만원에 팔린 기록도 있습니다만

국보 또는 보물급에 해당하는 귀중한 작품을 선뜻 기증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인간문화재가 아닐까요.

- 이광형 문화부 선임기자 ghlee@kmib.co.kr
- 2010.02. 07.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