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며(자료)

조선왕릉 곳곳 훼손

Gijuzzang Dream 2010. 10. 18. 18:26

 

 

 

 

 

 조선왕릉, 곳곳 훼손 

 

대부분 정부가 한 일

심각하게 파괴된 서삼릉 등 수도권 8곳 살펴보니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의 서삼릉(사적 200호). 대표적인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다.

예릉(철종과 왕비 능)과 희릉(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 능), 효릉(인종과 왕비 능) 등이 있다.

능 주위 곳곳에는 붉은색 껍질의 아름드리 ‘적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걸맞게 광활한 잔디 구릉지 위에 자리한 왕릉 모습은 위엄이 느껴진다.

 

그러나 능 입구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어른 어깨 높이의 울타리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둘러처져 있어서다.

울타리 안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축구장 넓이(약 7200㎡)의 50배에 해당하는 36만여㎡의 초지가

펼쳐져 있다. 한국마사회 소속 종마장인 이곳은 나무 한 그루 없이 풀만 무성한 민둥산이다.

 

은만 전 고양문화원장이 한국마사회가 종마장으로 사용 중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소재 ‘서삼릉’ 능역을 살펴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폭 4m의 서삼릉 진입도로를 사이에 둔 종마장 맞은편 서삼릉 입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축구장 넓이의 60배에 달하는 43만여㎡에도

농협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가 초지를 조성하고 울타리를 쳐 놓았다.
나무가 대부분 잘려나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초지 옆 곳곳에는 목장 시설물도 들어서 있다.

인근의 효릉은 젖소개량사업소 부지로 둘러싸여 진입로가 없고 일반인은 출입도 할 수 없다.

 


서삼릉 주변은 1960, 70년대 정부에 의해 정부 산하 기관과 공공기관에 소유권이 넘겨진 상태다.

대규모 초지가 조성된 2곳은 과거 조선왕실의 능림과 연못 등이 조성돼 있던 능역이다.

 

현장에 동행한 ‘서삼릉 복원 추진위원회’ 안재성 위원장은

“정부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이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된 조선왕릉을 수십 년 동안 훼손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고양지역 유림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은 2006년부터 위원회를 결성해 이들 초지와 시설을 정부가 매입해
능행로를 연결하고 소나무 군락지와 재실, 연못, 돌다리(금천교) 등을 복원하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6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정부와 공공기관이 훼손 주범이다.


문화재청이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선왕릉 지정구역 내에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되는 훼손면적이 약 175만㎡(약 53만 평)에 달한다.
이는 서울 경복궁 전체 면적의 네 배에 해당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40기 중
서울 · 경기 지역 소재 조선왕릉 8기의 주변 훼손이 특히 심하다.
 

이 가운데 서삼릉(79만4458㎡)의 훼손된 면적이 가장 넓고,
태릉(47만954㎡), 의릉(19만349㎡), 서오릉(13만6363㎡), 김포장릉(7만6965㎡),

온릉(5만6820㎡), 파주장릉(1만6165㎡) 등 순이다

  

특히 서삼릉은 2008년 10월 한국마사회가 종마장으로 운영하는 지역을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36만1522㎡)하면서 훼손지역이 더 넓어졌다.


국방부는 태릉 · 서오릉 등 6곳에 보안학교 · 보병연대 · 탄약고 등을 조성해 놓고 있다.

모두 문화재보호법에 위반되는 시설이다.
국방부는 태릉 내 육사 각개전투장을 2008년 9월 철거하고,
서오릉 내 벙커 12기를 올해 말까지 철거 완료하기로 하는 등 일부 대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김포 장릉에 소재한 공군부대 부지 등은 ‘군사적 목적’ 때문에 아직 이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선왕릉 주변 문화재 보호구역은 대부분 국유지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선 시설을 이전시키려면 대체 부지를 마련해 줘야 한다.

김성동 의원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우리의 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의 보호를 위해

정부는 관계기관 및 이해 당사자들의 협조를 얻어 이전 및 왕릉 복원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왕릉이 문화재로 지정되기(1970년 5월) 전후인 60, 70년대에 군사적 목적 또는 체육진흥 등을

위해 조성된 시설이 대부분이어서 이전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재청은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해

서삼릉 주변에 있는 젖소개량사업소를 2015년까지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
또 한국마사회가 경주마 목장으로 쓰는 서삼릉 주변 부지에 대해서도 이전을 추진 중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서삼릉에 700여억원을 투입해
능제시설물 복원과 안내판 정비, 경비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선왕릉에는 매년 약 2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올 들어 6월 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가 많은 4만1000여 명에 이른다.
- 중앙일보,  2010.10.15 , 전익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