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알아가며(자료)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이야기

Gijuzzang Dream 2010. 8. 16. 19:46

 

 

 

 

 

 

 

 중앙청 철거이야기 

 

 

 

- 연표로 보는 중앙청의 역사

 

 

1916

조선총독부, 경복궁 내 청사 건립 확정

1926

조선총독부 청사 건립 완성

1945

주한 미군사령부의 군정청으로 인계, 중앙청으로 개칭

1948

정부수립과 함께 중앙정부행정청사로 전환

1986

국립중앙박물관 인수

1993

해체 철거 결정

1995.8.15

철거 시작

1996.11

철거 완료

 

 

 

1930년대 당시 경성에서 요즘의 속된 말로 끝발날리던 엘리트 모던보이, 구보씨가

1988년, 서울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서울은 구보씨가 기억하던 경성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광화문통의 조선총독부 건물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2010년, 구보씨가 서울을 다시 찾아와 광화문 거리에 나가봤을 땐

이미 그곳은 자기가 알던 경성의 광화문통도 서울의 광화문 거리도 아니었다.

그건 구보씨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던 옛조선총독부 건물, 즉 중앙청 건물이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였기 때문이다.

1930년대 활동하던 경성토박이 소설가 구보 박태원.

월북작가이기도 했던 그의 대표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해금되어

우리 곁으로 되돌아온 게 1988년이었다.

 

1996년 역사의 기억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중앙청’ 건물.

23개의 전시실을 갖춘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1986년부터 1995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곳이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인 1916년부터 일제 식민통치의 정당성과 위엄을 내세우고자

경복궁 근정전 앞에 건립을 추진,

1926년 완공되어 일제 식민통치의 본거지인 조선총독부 청사로 사용하던 이 건물은

8·15광복 후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의 주한미군사령부에 의해 군정청으로 사용되면서

처음으로 중앙청‘Capitol hall’이라 불리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후, 1948년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중앙행정관청으로 쓰이다

제3공화국 시절 중앙행정부서가 서울 세종로의 종합청사와 과천청사 등으로 이전하면서

1986년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기도 하였다.

 

오랫동안 지속되던 철거 찬반논쟁 속에서 1993년 완전해체 및 철거가 결정되어

‘8·15 광복 50주년’을 맞이하던 1995년부터 철거된 중앙청 건물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그 자체가 우리 근,현대 역사의 모든 순간과 흔적이었다고 하겠다.

 

오랜 기간, 중앙청 건물은 “일제 식민통치의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로 철거가 마땅하다”,

“동양에서 건립된 근대서양식 건물 중에서 르네상스 양식을 대표할 수 있는 걸작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등

철거와 보존을 둘러싸고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첨예한 찬반대립의 공방전을 벌인다.

 

“과거의 아픈 기억도 보존할 가치가 있으며,

비록 조선총독부 건물로 지어지긴 했으나, 그 안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도 만들어져 왔다”

“치욕의 역사라고 해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증거이기에

이전을 해서라도 역사적 교훈의 장소로 삼아야 한다”는 여러 반론들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잔재를 철거함으로써, 민족정기를 회복하겠다”는 당시 정부의 명분 아래 철거되었다.

 

하지만, 그 실물이 완전히 사라진 지금까지도 철거와 보존을 둘러싸고 사회 각계각층은 물론,

네티즌 사이에서도 열띤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중앙청이라는 건물의 역사적 존재감은 우리에게 실로 의미심장함을 재차 확인해볼 수 있겠다.

 

과거의 불명예스러운 흔적을 청산하려는 시도는

비단 우리나라의 중앙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1950년대 동독의 공산정부가 독일 제국주의의 상징이라 하여

베를린의 옛 프로이센제국의 왕궁을 폭파, 철거한 적이 있다.

이 베를린의 옛 왕궁은 90년대말부터 복원사업이 진행되어 곧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독일의 경우는 물론, 영원히 사라진 우리의 중앙청 건물과 함께 기억해야 할 사실은

건물 하나 없어졌다고 해서 과거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역사는 지운다고 해서 지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의 상징으로 위용을 떨치며 중앙청의 청록색 지붕 돔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중앙청 철거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1995년 8월 15일,

제일 먼저 철거된 지붕 첨탑과 일부 철거 부자재들은

현재 천안의 독립기념관 야외에 자리한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에 보관되어 전시되고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타임캡슐 ‘유물과의 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