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청 철거이야기
- 연표로 보는 중앙청의 역사
1916 |
조선총독부, 경복궁 내 청사 건립 확정 |
1926 |
조선총독부 청사 건립 완성 |
1945 |
주한 미군사령부의 군정청으로 인계, 중앙청으로 개칭 |
1948 |
정부수립과 함께 중앙정부행정청사로 전환 |
1986 |
국립중앙박물관 인수 |
1993 |
해체 철거 결정 |
1995.8.15 |
철거 시작 |
1996.11 |
철거 완료 |
1930년대 당시 경성에서 요즘의 속된 말로 끝발날리던 엘리트 모던보이, 구보씨가
1988년, 서울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서울은 구보씨가 기억하던 경성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광화문통의 조선총독부 건물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2010년, 구보씨가 서울을 다시 찾아와 광화문 거리에 나가봤을 땐
이미 그곳은 자기가 알던 경성의 광화문통도 서울의 광화문 거리도 아니었다.
그건 구보씨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던 옛조선총독부 건물, 즉 중앙청 건물이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였기 때문이다.
1930년대 활동하던 경성토박이 소설가 구보 박태원.
월북작가이기도 했던 그의 대표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해금되어
우리 곁으로 되돌아온 게 1988년이었다.
1996년 역사의 기억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중앙청’ 건물.
23개의 전시실을 갖춘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1986년부터 1995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곳이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인 1916년부터 일제 식민통치의 정당성과 위엄을 내세우고자
경복궁 근정전 앞에 건립을 추진,
1926년 완공되어 일제 식민통치의 본거지인 조선총독부 청사로 사용하던 이 건물은
8·15광복 후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의 주한미군사령부에 의해 군정청으로 사용되면서
처음으로 중앙청‘Capitol hall’이라 불리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후, 1948년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중앙행정관청으로 쓰이다
제3공화국 시절 중앙행정부서가 서울 세종로의 종합청사와 과천청사 등으로 이전하면서
1986년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기도 하였다.
오랫동안 지속되던 철거 찬반논쟁 속에서 1993년 완전해체 및 철거가 결정되어
‘8·15 광복 50주년’을 맞이하던 1995년부터 철거된 중앙청 건물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그 자체가 우리 근,현대 역사의 모든 순간과 흔적이었다고 하겠다.
오랜 기간, 중앙청 건물은 “일제 식민통치의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로 철거가 마땅하다”,
“동양에서 건립된 근대서양식 건물 중에서 르네상스 양식을 대표할 수 있는 걸작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등
철거와 보존을 둘러싸고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첨예한 찬반대립의 공방전을 벌인다.
“과거의 아픈 기억도 보존할 가치가 있으며,
비록 조선총독부 건물로 지어지긴 했으나, 그 안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도 만들어져 왔다”
“치욕의 역사라고 해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증거이기에
이전을 해서라도 역사적 교훈의 장소로 삼아야 한다”는 여러 반론들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잔재를 철거함으로써, 민족정기를 회복하겠다”는 당시 정부의 명분 아래 철거되었다.
하지만, 그 실물이 완전히 사라진 지금까지도 철거와 보존을 둘러싸고 사회 각계각층은 물론,
네티즌 사이에서도 열띤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중앙청이라는 건물의 역사적 존재감은 우리에게 실로 의미심장함을 재차 확인해볼 수 있겠다.
과거의 불명예스러운 흔적을 청산하려는 시도는
비단 우리나라의 중앙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1950년대 동독의 공산정부가 독일 제국주의의 상징이라 하여
베를린의 옛 프로이센제국의 왕궁을 폭파, 철거한 적이 있다.
이 베를린의 옛 왕궁은 90년대말부터 복원사업이 진행되어 곧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독일의 경우는 물론, 영원히 사라진 우리의 중앙청 건물과 함께 기억해야 할 사실은
건물 하나 없어졌다고 해서 과거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역사는 지운다고 해서 지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의 상징으로 위용을 떨치며 중앙청의 청록색 지붕 돔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중앙청 철거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1995년 8월 15일,
제일 먼저 철거된 지붕 첨탑과 일부 철거 부자재들은
현재 천안의 독립기념관 야외에 자리한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에 보관되어 전시되고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타임캡슐 ‘유물과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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