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佛 손잡고 ‘밀랍의 비밀’ 풀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실록 밀랍본의 성분과 제작 방법, 노화 메커니즘을 일부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양국 정부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둘러싸고
한국-프랑스, 세계유산 복원 위해 손잡다
“실록에서 송진 향이 강하게 납니다.
“냄새의 종류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은 양국 연구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연구자들이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5월. 당시 한국을 찾은 프랑스 연구자들은
당시 실록 밀랍본의 손상 원인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복원된 실록 볼 날 머지않았다
실록에 쓰인 밀랍은 동물성일까, 식물성일까, 아니면 광물성일까.
양국 연구자들은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모조 밀랍본을 만들고
마침내 양국 연구자들은 실록에 사용된 밀랍 성분이 동물성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이규식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은
- 2007년 03월 21, 윤완준 동아일보 기자
훼손 심한 ‘조선왕조실록 밀랍본’ 제작 비밀
종이 밀도 일반 한지의 3배
두께 얇으면서도 조직 치밀
밀랍은 ‘지리산 벌’서 채취
훼손이 심각한 조선왕조실록 밀랍본의 제작 당시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고밀도의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5단계로 도침(종이의 섬유 조직을 치밀하게 하는 작업)하는
홍종진 충북 무형문화재 배첩장.
① 한지에 물을 뿌린 뒤 솔로 문지르고 편다.
② 종이를 발로 골고루 밟는다.
3단계 다듬이질이 끝난 뒤 이를 반복하고 종이가 마른 뒤 다시 밟는다.
③ 나무방망이로 종이를 다듬이질한다.
“뚝딱뚝딱 뚝딱뚝딱….”
충북 청주시 국립청주배첩전수교육관. 충북 무형문화재 배첩장인 홍종진(58) 씨가
나무방망이로 한참 동안 한지를 다듬이질했다.
전통 한지 제작 때 종이를 두드려 부드럽게 하는 마무리 작업, 도침(搗砧)이다.
홍 씨의 도침은 이뿐 아니었다. 다듬이질 전 물을 뿌린 종이를 솔로 오랫동안 문지르고 폈다.
그 뒤 종이를 발로 골고루 밟았다. 다듬이질은 3단계였다.
다듬이질 뒤에도 발로 종이를 밟았고 종이가 마른 뒤 다시 발로 밟았다.
“종일 쉬지 않고 일해도 많아야 15장의 종이를 도침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이렇게 해야 종이의 섬유 조직이 치밀해진다”는 게 홍 씨의 설명이다.
홍 씨가 만든 종이는 처음 재현되는 조선왕조실록 밀랍본(성종실록)에 사용된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 밀랍본(국보 151호 · 규장각소장)은
훼손이 심각해 보존처리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록 1229권 중 태조대∼명종대 밀랍본 131권이
심각하게 변색되고 종이에 밀랍이 들러붙어 균열이 생겼다.
조선 초 종이를 보존하려 바른 밀랍이 오히려 종이를 훼손시킨 것이다.
2005년부터 밀랍본의 보존과 복원 방법을 찾아온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밀랍본 종이와 밀랍의 성분, 제작 방법을 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보 밀랍본을 제작 당시와 똑같이 재현한 뒤
이 재현품으로 600여 년의 훼손 과정을 압축 관찰하기로 했다.
재현은 5월부터 청주고인쇄박물관이 맡았으며 완성된 재현품은 11월 말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의뢰를 받은 강원대 제지공학과 조병묵 교수 연구팀은 실록 밀랍본 종이를 분석해
밀랍본이 일반 한지의 3배에 가까운 m³당 0.8g의 고밀도 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밀랍본 종이의 섬유소는 어느 한 곳 뭉치지 않은 채 골고루 퍼져 조직이 치밀하면서도 두께가 얇았다.
섬유 조직이 치밀할수록 먹이 잘 번지지 않고 깨끗하게 글씨가 써지지만
임진왜란 이후에는 실록에도 이런 고급지를 쓰지 못했다.
고밀도 한지는 현대의 한지 제작 공정으로도 쉽게 재현하기 어려울 만큼 첨단기술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국내 유일의 5단계 도침 기술을 보유한 홍 씨에게 도침을 부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실록 밀랍본이 100% 고급 닥나무 섬유로 만들어진 사실도 알아냈다.
특히 강한 알칼리 성분에서 나타나는 수산화나트륨(NaOH)이 아니라
약한 알칼리 성분에서 나타나는 수산화칼륨(KOH)이 종이에서 검출됐다.
이는 밀랍본 종이의 제작 방법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
전통 한지는 표백을 위해 닥나무 껍질을 알칼리성 잿물에 삶는데
알칼리 성분이 강할수록 종이 섬유소가 손상되고 끊어져 종이의 질과 강도가 떨어진다.
밀랍본 종이는 섬유소가 길고 가늘게 살아 있었다. 고온 고압을 피해 천연 잿물에서 오랫동안 삶은 것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이를 바탕으로 요즘 한지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가성소다(양잿물)를 배제한 뒤
한반도가 원산지이면서 알칼리 성분이 약한 콩대를 천연 잿물 원료로 선택했다.
밀랍 성분도 밝혀졌다.
한국 중국 일본의 벌, 고래, 식물 등에서 추출한 여러 밀랍 성분을 밀랍본과 비교한 결과
지리산 벌에서 추출한 밀랍이 가장 유사했다.
다음 문제는 밀랍을 어떻게 종이에 발랐느냐는 것.
△붓을 사용해 바르는 방법
△밀랍에 종이를 담갔다가 빼는 방법
△밀랍을 파우더처럼 종이에 뿌리는 방법 등이 가능한데
밀랍에 담그거나 파우더를 뿌리면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기 힘들어
재현 밀랍본은 밀랍이 굳지 않도록 온도를 조절하면서 붓으로 바를 계획이다.
▼ ‘조선왕조실록 밀랍본’ 어떻게 만들어지나
국보 151호 조선왕조실록 밀랍본의 종이, 밀랍 성분과 제작방법 규명
→종이 제작 시작
→닥나무껍질을 가마솥에서 한반도가 원산지인 약한 알칼리성의 콩 잿물에 삶음
→잿물을 빼고 나무방망이로 메를 친 뒤 맑은 물에 씻어 말림
→닥풀과 잘 섞은 뒤 발을 이용해 닥섬유를 종이로 떠냄
→5단계에 걸쳐 종이 섬유 밀도를 높이는 도침
→종이 제작 완료
→금속 활자 인쇄
→지리산 벌로 만든 밀랍을 골고루 바름
→비단 표지를 만들어 21세기 조선왕조실록 완성
- 2008년 11월 13 ⓒ 동아일보 & donga.com
‘조선왕조실록’ 복원용 한지 제조하는 김삼식 명장
“60년 노하우로 빚은 문경한지는 세계유산”
“제대로 만드는 한지(韓紙)가 세계 유산이라고 생각하지요.
‘조선왕조실록’을 복원하는 데 이 종이가 쓰이니까 더 정성껏 만들어야 하고요.”
경북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에서 ‘문경 전통한지’를 만드는 김삼식 명장(68·경북도무형문화재)은
능숙한 솜씨로 한지를 뜨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명장이 조선왕조실록을 복원하는 한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근 기자가 방문한 한지공장은 평범한 농가에 딸린 30m²가량의 아담한 공간이었다.
여기서 그는 하루 10시간가량 전통 방식대로 최고급 한지를 만들고 있었다.
열 살 무렵부터 종이 만드는 일을 했으니 올해로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가 가로 세로 2m 정도의 통에 있는 닥섬유(솜처럼 풀어진 닥나무)를 대나무발로 떠서
한지를 만들 때는 말을 붙이기가 어렵다.
일정한 온도(10도가량)에 맞춰져 있는 재료가 굳기 전에 작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손님이 찾아와도 차 한잔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나무발을 통에 담가 종이를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 초.
이 짧은 시간에 발을 전후좌우로 흔들어 닥섬유가 일정한 양으로 골고루 펼쳐지도록 하는 게 기술이다.
한지에 관한 한 최고 베테랑인 김 명장도 조선왕조실록 복원용 한지 제작에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가로 60cm, 세로 85cm 크기의 종이를 두 겹으로 붙여 한 장을 만든다.
두 겹으로 붙이는 이유는 ‘음양’의 조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만든 한지는
잡티가 없어야 하는 데다 무게도 30g을 기준으로 1g가량의 오차만 허용된다.
모든 과정을 기계의 도움 없이 손으로 하는데도 매우 정밀한 작업이다.
문화재청과 서울대 규장각은 현재 조선왕조실록(국보 151호·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중
밀랍본(벌집에서 추출한 밀랍용액에 담근 종이를 말려 만든 책) 부분이 훼손돼
그에게 한지 제조를 요청했다. 그는 3년째 밀랍본을 대체할 전통 한지를 만들고 있는데,
지금까지 1000여 장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한지에 코를 대면 집 근처에서 직접 키워 채취한 닥나무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온다.
그는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전통 한지를 평생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아들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
전수자인 아들 춘호 씨(36)는 10여 년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한지를 만들고 있다.
올해 충북대 목재종이학과를 졸업한 그의 꿈은 전통 한지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다.
춘호 씨는 “전통 한지의 품질은 모두 인정하지만 수출 기반은 거의 없다”며
“전통 한지를 단순히 계승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종이’를 글로벌 상품으로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고 말했다.
- 2010년 03월 19일, 이권효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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