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문화)

지구온난화 논쟁

Gijuzzang Dream 2009. 11. 30. 23:25

 

 

 

 

 

 

 

끝나지 않은 지구 온난화 논쟁

 

 

지구온난화를 완벽히 입증할 수 있을까 

 

 

지구 온난화 문제는 오늘날 전 세계가 당면한 최우선 해결 과제 중 하나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지난 세기부터 리우 환경 회의, 교토의정서 등을 통하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약을 추진해 왔다.

2009년 12월에는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 체결을 위한 코펜하겐 기후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우리나라 역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상당량을 감축해 나아가야할 처지이다.

현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저탄소 녹색성장 또한 지구온난화 문제와 큰 관련이 있고, 에너지, 환경 정책뿐 아니라 각종 경제정책에서도 이 문제를 빼놓고는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 예전에는 상당히 생소했던 탄소세니 탄소배출권이니 하는 용어들이 뉴스에도 자주 등장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당연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를 다룬 국내외 도서들은 워낙 많고 다양하여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정도이며,

그중에는 어린이 대상의 도서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문제는 여전히 과학적으로 논쟁이 끝나지 않은 문제이며,

그 원인 역시 완전히 밝혀졌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사실 지구온난화나 기후문제처럼 수많은 요인과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문제는

‘과학적으로 완벽한 입증’ 혹은 반증 자체가 처음부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발간된 지구온난화 관련 도서들 중에서, 국내외적으로 논쟁을 불러왔거나 크게 주목을 받은 책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지구온난화… 완벽한 입증이나 반증이 가능할까

지구온난화 관련 도서 중에서 최근 가장 인기를 끈 책은

아마도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쓴 <불편한 진실>(좋은생각, 2006)일 것이다.

원제를 국내에서 번역하여 낸 이 책은 ‘앨 고어의 긴급 환경리포트’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일찍부터 과학기술에 높은 식견을 지녔던 정치인이자 환경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던 앨 고어가,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적극적인 환경운동가로 변신하여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했던 경험과 자료 등을 정리하여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고, 앨 고어는 환경문제를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관련 지식이 많지 않은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 이미지, 도표 등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자료들을 풍부하게 수록하였으며, 고어 자신과 가족들의 개인적 경험까지 곁들여 담담하고 설득력 있게 저술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관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편견들을 반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일상적 생활 지침과 정치인을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 등이 풀어야 할 숙제 등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가 쓴

<6도의 악몽>(세종서적, 2008; 원제 Six Degrees) 역시 읽어볼만하다.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구 온도가 섭씨 1도씩 계속 상승할 경우 어떤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지 언급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끼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들을 각 온도별 정보로 취합하고 정리하여, 각 장을 1도 상승부터 6도 상승 시까지로 나눠서 저술한 독특한 구성도 눈에 띈다.

국내 필자의 저서로서 <북극에서 남극까지 나의 지구온난화 여행>이라는 부제의

‘북극곰은 걷고 싶다’(남종영 지음, 한겨레출판, 2009) 역시 일독을 권할만하다.

신문기자인 저자가 세계 여러 곳을 누비면서 체험한 경험과 현지인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쓴 생생한 이야기에 공감이 가고, 특히 지구온난화로 수몰 위기에 처한 투발루 문제 등을 보는 균형 잡힌 시각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앨 고어, 마크 라이너스, 남종영


 

반면 지구온난화라는 사실 자체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인간의 잘못이 아닌 자연현상의 하나로 파악하고 공포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비판하며, 심지어 정치인, 과학자 등이 조작해서 만들어낸 문제인 것처럼 규정하는 ‘음모론적인’ 주장마저 하는 책들도 적지 않다.

그런 책 중의 하나가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동아시아, 2009; 원제 Unstoppable Global Warming)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최근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왔는데, 대기물리학자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가 쓴 것으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도 오르면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왔다.

이 책은 “지구온난화는 저개발국들의 발전을 막으려는 선진국의 이해관계와 언론, 과학자를 포함한 기후산업 종사자, 극단적 환경주의자 등이 합작품으로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과감한(?) 주장으로 눈길을 끌었던 영국 방송의 다큐멘터리 ‘지구온난화-그 거대한 사기극’과 유사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

즉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 해도 그 주요 원인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아니라 태양의 활동 등이며, 과거 인류의 기후 역사를 재구성하여 살펴보면 지금보다 더 기온이 높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책의 부제인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이 주장하듯이, 지구의 기후와 온도는 약 1500년을 주기로 하여 변동해왔다고 주장한다.

<기후 커넥션>(비아북, 2008; 원제 Climate Confusion) 역시 비슷한 맥락의 책인데, 로이 W. 스펜서가 쓴 ‘지구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이라는 부제의 이 책 또한 지구온난화에 회의적인 과학자의 시각을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수긍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지구온난화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귀 담아 들어볼만한 대목들도 더러 있어 보인다.

지구온난화 입증과 관련된 과학적 논쟁들을 살펴보면,

역시나 완벽한 입증이 쉽지 않은 생명의 기원 문제나 진화론 관련 논쟁 등을 떠올리게 된다.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생명의 기원 등처럼 난해한 문제에 대하여 과학자나 일반 대중의 종교적 신념이나 선입견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듯이, 지구온난화 문제 역시 그에 찬성하는, 혹은 회의적인 과학자의 입장이 그들의 과학적 주장과 논리 전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연관된 음모론적 시각들


 

최성우 운영위원 

지구온난화를 음모론적 시각으로 보는 극단적 회의론자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반대편에서는 회의론자들이 거대 석유회사 등 이해관계 기업들의 지원을 받거나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적인, 혹은 과학외적인 소모적 논쟁들로 시간을 보내도 될 만큼 인류가 처한 상황이 여유롭지는 않을 듯하다.

미국의 저명 언론인인 토머스 L. 프리드먼이 쓴 <코드 그린>(21세기북스, 2008; 원제 Hot, Flat, and Crowded)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등에 대비한 실질적 대책과 전략 마련을 위해 유용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으로서, 관련 정책가나 전문가, 오피니언 리더와 지식인들이 꼭 읽어보도록 권장할만하다.

책의 원 제목과 번역본 부제처럼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코드 그린을 통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린칼라, 에너지기후시대, 에너지인터넷 등의 용어를 동원한 저자의 정치경제학적, 사회학적 분석 등도 돋보이나,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의 과거 정책들을 신랄히 비판하면서도, 미국이 향후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계속 행사해야 나아가야 한다는 식의 미국 중심주의적 시각이 없지 않음을 유의할 필요도 있겠다.

 

-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 2009.11.27 ⓒ ScienceTimes